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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꽃냥이
나는 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송지현과 결혼해서 사는 건 조금도 행복하지 않다고 말이다.

의사가 나를 수술실로 밀고 들어가기 직전, 송지현이 한지운의 손을 잡고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좀 어때?”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나를 내려다보았다.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그나마 지운이가 무사해서 다행이지.”

옆에 있던 한지운이 억울하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다 나 때문에 형님이 학교까지 태워다 주다가 발생한 일이에요.”

그러자 송지현은 황급히 그를 품에 안고 온갖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기 시작했다.

“너 때문이긴 왜 너 때문이야. 너도 다쳤잖아. 내가 맛있는 거 사 줄 테니까 야식 먹으러 가자.”

이때 의사가 찾아와 수술 준비가 끝났다고 알려 왔다.

송지현은 그제야 조금 의외라는 듯 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지운이 아프다며 응석을 부리자 그녀의 신경은 다시 온통 그쪽으로 쏠려 버렸다.

수술은 다행히 순조롭게 잘 끝났다.

간호사가 보호자에게 연락은 했냐고 물어왔다.

나는 잠깐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알릴 필요 없어요. 저 보호자 없습니다.”

...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간병인을 불렀다.

송지현은 한지운을 데리고 이곳저곳 놀러 다니기 바빴다.

한지운은 보란 듯이 그들이 놀러 간 사진을 나에게 매일같이 보내왔다.

바닷가며 스노클링 포인트, 별빛처럼 반짝이는 바닷속 풍경을 배경으로 온갖 명소마다 입을 맞추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그 사진들을 보고도 내 마음은 털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요즘 나는 친구와 함께 바이오 연구 개발 스튜디오를 차릴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 8년 동안,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친구의 제품 개발을 꾸준히 도와주곤 했다.

친구는 진작부터 같이 사업을 시작하자고 졸랐지만 나는 매번 거절해 왔었다.

주변 친구들은 고작 계약서 하나 때문에 8년이라는 금쪽같은 세월을 헛되이 날렸다며 아까워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그때의 나에게는 어머니를 살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으니까.

이제 송지현과의 계약도 끝났으니 나도 드디어 자유였다.

퇴원하는 날, 송지현에게서 웬일로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언제 들어와? 집안 꼴이 아주 난장판이야. 아직도 퇴원 안 한 거야?”

나는 기가 차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집에 있는 도우미들은 일 안 한대?”

송지현이 짜증을 버럭 냈다.

“남이 내 물건 건드리는 거 싫어하는 거 알면서 그래? 회사 서류도 정리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고.”

시간을 확인한 나는 바빠서 못 간다고 잘라 말하려던 차에 간호사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퇴원 수속을 마치라고 불렀다.

수화기 건너로 그 소리를 들은 송지현은 잘됐다며 얼른 돌아오라고 재촉했다.

나는 대답도 없이 수속을 마치고 나를 데리러 온 친구의 차에 올라탔다.

친구 허재윤이 나를 보며 물었다.

“드디어 자유냐?”

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어 보였다. 가슴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응, 다 끝났어. 이혼 수속 끝나는 대로 떠나려고.”

허재윤이 나보다 더 신나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았어! 일단 가서 계약서 쓰고 바로 훠궈나 때리러 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로 이동하면서 허재윤과 계약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데 송지현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슬쩍 확인하곤 휴대폰을 엎어 두었다. 그러고는 허재윤에게 계속 얘기해도 된다고 했다.

허재윤이 나를 보며 장난스럽게 휘파람을 불었다.

“진짜 미련 없어?”

허재윤은 내가 한때 송지현을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걸 아는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 마음도 송지현이 내게 안겨 준 수많은 상처 속에서 진작에 마모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엎어 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무덤덤하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허재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우리는 예전에 자주 가던 훠궈 집으로 향했다.

매콤한 양념이 배어든 소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허재윤은 얼마나 맛있으면 눈물까지 흘리냐며 놀려 댔다.

나는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송지현과 살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이렇게 냄새가 강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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