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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시놀로지

作者: White Orchid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00:16:38

데미앙은 밤새 영업하는 식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며 인상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예요?” 제사가 물었다. 그녀가 내려달라고 한 곳이 아니었다. 그녀가 일하는 식당 근처에 있는 아파트 주소를 알려줬는데.

“난 모르겠는데, 커피랑 파이 좀 먹고 싶어서. 같이 할래?”

그 말에 제사의 배가 조여들었다. 마지막으로 파이를 먹어본 게 언제였더라? 대부분의 식사는 보호소에서 하거나, 싸구려 피자나 패스트푸드로 때웠다.

“네, 좋아요.”

데미앙이 차에서 내렸다. 제사는 안전벨트를 풀고 배낭을 집어 들었다. 그 안에는 지금 세상에서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오래 생각하면 너무 무서운 생각이었다.

데미앙이 그녀의 차 문을 열어 주었다. 남자가 문을 열어 준 게 얼마나 오래전인가?

빅터도 연애할 때는 문을 열어 주었다. 결혼 후에도 사람들 앞에서는 기사답게 굴었다. 하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이 멍청한 년, 너는 내 자지나 빠는 데나 쓸모가 있어.*

“제사? 왜 그래?”

데미앙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기억에서 깨어난 제사가 놀라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안해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별로 유쾌한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가 대답하며 식당 문을 열고 그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안쪽은 바깥보다는 조금 덜 낡은 느낌이었지만, 그게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따뜻했고, 비닐 시트는 닳아 있고 인테리어는 80년대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있었다.

제사가 부스 한쪽에 앉자 데미앙이 반대편에 몸을 구겨 넣었다. 부스는 데미앙처럼 키가 큰 사람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그는 앉아서 한쪽 팔을 좌석 등받이에 걸쳤다.

“여긴 당신 스타일 장소 같지 않은데요.” 제사가 말했다.

데미앙에게 돈이 있다는 건 분명했다. 차, 옷차림, 행동하는 방식까지 모두 부유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으려는 걸까?

빅터라면 이런 곳에 발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르마니 정장에 먼지가 묻거나 식중독에 걸릴까 봐 걱정했을 테니까. 그를 떠난 후 제사는 이런 곳에 오히려 좋은 사람과 음식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 내 스타일 장소는 어떤 데인데?” 그가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는 정말 잘생겼다. 몸은 마른 듯하면서도 근육이 탄탄했고, 며칠 자란 수염이 얼굴을 덮어 매력을 더했으며, 그 짙은 갈색 눈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온몸이 저릿했다.

*진정해.* 그가 그녀가 본 남자 중 가장 섹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낯선 사람이었다. 부유하고 자신만만한 낯선 사람. 더 조심해야 했다. 그를 믿을 수 없었다. 누구든 믿을 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어쩌면 어두운 가죽 소파가 많고, 남자들이 시가 피우며 비싼 위스키를 마시는 신사 클럽 같은 데?”

그가 크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난 시가 안 피고 신사 클럽에 가본 적도 없어.”

“데미앙!”

제사가 놀라서 고개를 들자, 환한 미소를 지은 웨이트리스가 다가왔다. 마흔 후반으로 보이는 통통한 여자였다. 데미앙이 그녀를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앨리스, 어떻게 지내?”

“잘 지내요. 노라는요?”

“잘 있어. 새집에 잘 정착 중이야.” 데미앙이 대답했다.

노라는 누구지? 그의 아내인가?

“그럼 다음에 보면 안부 전해 주세요.” 웨이트리스가 제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앨리스, 이쪽은 내 친구 제사야.”

“만나서 반가워요, 제사. 데미앙, 평소처럼 드릴까요?”

“그래. 제사, 너는 뭐 먹을래?”

“저요? 그냥 커피만요. 감사합니다.”

겉모습만 보고 데미앙을 판단한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다.

데미앙이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파이 두 조각 가져와 줘, 앨리스.”

제사가 그를 노려보았다. “저 커피만 시킨다고 했잖아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못 먹으면 집으로 가져가면 되지.”

제사는 심호흡을 하며 평정을 찾으려 했다. 통제받는 게 싫었다. 이미 겪어 봤고,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노라는 누구예요?” 이런, 묻지 말았어야 했는데.

데미앙의 얼굴이 밝아지며 미소 지었다. “노라는 내 처제인 동시에, 그 이상이야. 거의 남매 사이 같지. 내 밑에서 일하기도 하고. 몇 달 전에 결혼했어. 괜찮은 남자야. 비록 웨이코 근처 멀리 떨어져 살긴 하지만.”

“보고 싶으시군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에 세 번 차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해.”

앨리스가 커피를 가져왔고, 이내 커다란 애플파이 두 조각을 들고 다시 왔다. 계피와 페이스트리 향에 제사의 군침이 돌았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포크로 한 입 떠서 입에 넣었고, 맛이 혀에 닿는 순간 눈을 감고 즐거워했다.

“좋지?” 데미앙이 말했다.

제사가 눈을 뜨고는,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생각하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정말 맛있어요. 지금까지 먹은 것 중 최고예요.” 사실 인생에서 파이를 많이 먹어본 적은 없었다. 어머니와 빅터가 그녀의 식단을 엄격히 관리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들은 없었다. 제사는 원하는 걸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파이는, 그녀가 아끼고 아끼는 돈을 쓰는 가치가 충분했다.

일하는 식당에서 이선에게 남는 근무 시간이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사회보장번호나 주소 같은 자세한 정보가 필요한 곳에서는 일할 수 없었다. 이선은 개인 정보를 묻지 않았고, 현금으로 월급을 줬으며, 근무하면 공짜 식사도 제공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시시가 괜찮았으면 좋겠어요.” 제사가 접시를 밀며 말했다. 파이는 반밖에 못 먹었다. 배가 불렀다.

“시시가 누구고, 왜 기자들이 거기 있었어?”

“정말 누군지 모르세요?” 제사가 물었다.

그가 고개를 저었다.

“가수예요. 지금 되게 인기 많아요. ‘Raven’s Heart’라는 노래 아시죠?”

또 고개를 저어서, 제사가 몇 소절을 흥얼거려 주었다. 그가 집중해서 지켜보았다.

“아름다웠어.”

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시는 작사도 정말 잘해요.”

“아니, 노래가 아니라. 네 목소리. 환상적인 목소리야.”

제사가 어깨를 으쓱하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매스트 경관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더군.” 데미앙이 자신의 파이 조각을 다 먹고 말했다. “왜 사고가 났는지 알고 싶은데.”

“내일 알 수 있겠죠. 뉴스에 다 나올 테니까요.”

“기자들이 나타나자마자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게 보이던데.” 데미앙이 몸을 뒤로 기대며 천천히 커피를 홀짝였다. “카메라 싫어해?”

“비슷한 거요.” 제사가 경계하며 대답했다. “좀 피곤해서요. 이제 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미안. 이렇게 늦게까지 붙잡아 둘 생각은 없었어. 남은 파이 포장해 달라고 앨리스한테 부탁할게.”

그가 일어나 접시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잠시 후 돌아와서는 작은 갈색 상자를 들고 있었다.

손을 내밀자 제사가 잠시 망설이다가 잡고 일어났다.

“괜찮아?” 그가 물었다.

“음, 네. 아, 돈 좀 낼게요.”

데미앙이 그녀의 허리에 손을 대고 몸을 돌려 이끌었다. “필요 없어. 다 처리했어.”

“아, 그럼 나중에 갚을게요.”

“지갑 꺼낼 생각도 하지 마. 제사, 나와 함께 있으면 내가 내.”

“이건 데이트 아니었어요.” 밖으로 나오며 제사가 말했다. 이런, 더 추워졌다. 침대를 차지하려면 보호소에 더 일찍 가야겠다.

데미앙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고, 그녀가 안전벨트를 매자 상자를 건네주었다. “알아. 그래도 상관없어. 나와 함께 있는 여자라면 누구든 내가 내.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어.”

문을 닫고 운전석 쪽으로 걸어갔다.

“데미앙?” 갑자기 고맙지 않은 마음이 들어 제사가 불렀다.

“응?”

“고마워요. 파이 정말 맛있었고, 딱 필요한 거였어요.”

식당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그가 긴장을 푸는 게 보였다. “천만의 말씀. 상황이 최선은 아니었지만, 널 만나게 되어 기쁜 것 같아, 제사.”

“저도요.” 놀랍게도,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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