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결혼사진과 엘레나의 질문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작은 마을에 밤이 깊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베란다 창문 틈으로 스며들며 유칼립투스 향기를 은은하게 실어 왔다. 하얗게 깔끔하게 칠해진 작은 집 안은 고요하고 평온했다. 아이들의 방에서 아론과 엘레나는 2층 침대 위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이불이 가슴까지 덮여 있었다. 아익사는 문가에 서서 두 아이의 고른 숨소리를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다가, 문을 살짝 닫아주었다. 아익사는 베란다로 걸어갔다. 그녀의 손에는 모서리가 약간 낡은 갈색 가죽 앨범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것은 과거로부터 간직해 온 유일한 추억이었다. 그녀는 나무 흔들의자에 앉아 밤바람을 맞았다. 조심스럽게 앨범을 펼쳤다. 앨범의 대부분 페이지는 아론과 엘레나의 성장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다—태어나기 전 처음 본 초음파 사진, 병원에서 갓 태어난 모습, 처음 웃는 모습, 처음 걸음마를 떼는 모습, 그리고 몇 달 전 네 살 생일을 맞은 사진까지. 한 장 한 장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온 그녀의 노력과 행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하지만 맨 뒤쪽 페이지에는, 차마 버리지 못한 한 장의 사진이 끼워져 있었다. 아익사는 그 사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5년 전 마드리드의 웅장한 성당에서 올린 그녀의 결혼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깔끔한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곁게 서 있었다. 페르난도 카스텔로. 그의 얼굴은 잘생기고 위엄 있었지만, 언제나 그랬듯 차갑고 읽기 어려웠다. 사진 속 그에게는 따뜻한 미소가 없었다. 그저 권위적인 기색이 가득한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아익사는 그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녀가 그의 곁을 떠난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카스텔로 그룹의 소식을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았고, 마드리드와의 모든 연결을 끊었다. 페르난도가 발레리아와 결혼했는지, 사업은 더욱 번창했는지, 그가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그녀의 마음속에 분노나 복수심은 더
새로운 삶, 그리고 이사벨의 빵집** 산마르틴 거리 한구석에 자리한 작은 가게 안에서, 버터와 바닐라, 계피의 향기가 온 공간을 가득 채웠다. 따뜻한 태양이라는 이름의 이 작은 빵집은 이제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조용한 마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 중 하나가 되었다. 반죽으로 가득 찬 긴 나무 탁자 뒤에서 아익사는 싱싱한 딸기 타르트 위에 고운 설탕 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정성스러웠다. 예전에는 그저 여가 활동에 불과했던 솜씨가 이제는 그녀의 작은 가족을 먹여 살리는 전문적인 기술이 되었다. “아익사 씨, 고메스 씨 딸 생일 케이크 이제 찾으러 가도 될까요?” 한 젊은 여성 단골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물었다. 아익사는 고개를 돌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소매로 닦아내고, 진심 어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네, 준비됐어요, 소피아 씨. 잠시만 기다리세요, 포장 상자를 냉장고에서 가져올게요.” 아익사는 안쪽으로 걸어가 분홍색 리본이 예쁘게 묶인 케이크 상자를 들고 나왔다. 카운터 위에 상자를 내려놓자, 손님은 섬세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크림의 디테일에 감탄하며 탄성을 내뱉었다. “정말 대단해요! 마치 진짜 꽃 같아요. 생일 파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네요.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지셨어요.” “칭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케이크가 당신의 딸 생일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마을 사람들에게 아익사는 독립적이고 성실하며 언제나 친절하고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는 젊은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어느 누구도, 이 소박한 옷차림의 여인이 한때 유럽 최고의 재벌가문인 카스텔로 가의 부인이었음을 알지 못한다. 이곳에서 그녀는 신분이나 배경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오직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 어린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으로서 인정받고 있다. 손님이 케이크를 들고 떠난 뒤, 약간 통통한 중년의 여인이 오븐실에서 나왔다. 이사벨은 이 빵집의 주인이자, 4년 전부터 아익사를 친동생처럼 아껴 준 사람이었다
교외의 작은 집 시간은 참으로 이상한 치료제다. 상처를 완전히 지워 주거나 흔적도 없이 아물게 해 주지는 않지만, 사람이 과거의 폐허 위를 걸어가는 법을 알려 준다. 무너진 것을 끝없이 한탄하지 않아도 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아돌포 수아레스 마드리드-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에서 아익사가 새 대륙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탔던 그 차가운 밤으로부터, 벌써 4년이 흘렀다. 웅장한 마드리드의 도시, 카스텔로 가의 이름, 언론의 카메라 섬광, 그리고 상류층의 경멸 어린 시선들은 이제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옛 추억이 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 아익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변호사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도 없고, 지쳐가는 사교 일정도 없으며, 카스텔로 저택의 차가운 복도도 더 이상 없었다. 그곳에는 그저 깨끗하게 하얗게 칠해진 소박한 집과 아래쪽으로는 자연석 벽이 둘러 있고, 앞마당에는 알록달록한 들꽃으로 가득한 작은 정원이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아익사는 진정한 평온함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두 천사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소리가 되었다. 어느 날 아침, 부드러운 햇살이 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거실을 밝혔다. 창밖으로는 새소리가 들리고 부엌에서는 갓 구워진 빵 냄새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하지만 그 고요한 아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엄마! 아론이 내 크레용을 또 가져갔어!” 거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안 가져갔어! 잠깐 빌려 쓰는 거야!” 다른 작은 목소리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부엌에서 앞치마를 정리하던 아익사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은 거의 매일 아침 벌어지는 일과 같은 것이었다.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뗄 수 없는 두 아이의 작은 다툼이 언제나 거실 한쪽에서 벌어지곤 했다. 아익사는 천천히 거실로 걸어갔다. 그녀의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볼 때마다 가슴속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함이 가득 찼다. 까만 머리카락에 선명하고 단호한 눈빛을
페르난도의 후회, 그리고 찾기의 시작 검은 고급 세단이 아돌포 수아레스 마드리드-바라하스 국제공항 제4터미널 승강장 앞에 갑자기 멈춰 섰다. 젖은 아스팔트 위에서 타이어가 날카롭게 미끄러지며 소리를 내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경호원이 문을 열어 주기도 전에 페르난도는 황급히 차에서 뛰쳐나왔다. 어깨에 걸친 고급 양복은 약간 구겨졌고, 검은 넥타이는 셔츠 칼라에서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그는 넓은 보폭으로 공항의 자동문을 뚫고 들어갔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위에 그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리며 오가는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걸어갔다. 언제나 차분하고 위엄 있던 그의 얼굴은 극심한 불안과 공황으로 뒤덮여 있었고, 밤새 잠 못 이겨 붉어진 눈으로 터미널 구석구석을 살피며 그토록 찾는 여인의 모습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공항은 너무나 컸고, 각자의 일로 분주한 수많은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압도적인 기세로 페르난도는 공항 경영·보안 본부로 곧장 걸어갔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두툼한 유리문을 힘껏 밀어 열자, 안에 서 있던 두 명의 든든한 경비원이 깜짝 놀라 자세를 갖추며 제지하려 했다가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탑승자 명단이 어디 있소?” 페르난도가 날카롭게 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지만, 감정이 격하게 요동치며 떨려 있었다. 가까이 서 있던 직원이 긴장했다. 스페인 전역에서 영향력이 큰 카스텔로 그룹의 회장 페르난도 카스텔로임을 알아보았지만, 국제공항의 규정은 규정이었다. “카스텔로 님… 무슨 일이십니까?” 직원은 침을 삼키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했다. “절차 없이는 탑승객 정보를 드릴 수 없습니다. 비밀보호 규정과 경찰의 공식 허가가 필요한 자료입니다.” 페르난도는 차갑게 그를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폭풍 속 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워, 방 안의 공기마저 압박하는 듯했다. “절차를 진행하시오.” 페르난도가 단호하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공항청장을 불러라. 경찰 비상 연락망을 사용해도 좋다. 그
안녕, 마드리드 희미한 조명이 켜진 비행기 안에서 아익사는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날개 아래에서 커다란 제트 엔진이 부드럽게 돌며 일정한 진동이 발밑으로 전해졌다. 주변에는 승객들이 짐을 정리하고 여러 언어로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비행기 내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음악 소리가 가득했다. 통로에서는 승무원들이 안전 수칙을 숙련된 동작으로 보여 주고 있었으며, 안전벨트와 산소 마스크 사용법을 차분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아익사는 차가운 창유리에 이마를 기대고 밤의 어둠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래로는 마드리드 시내의 불빛이 펼쳐져, 검은 천 위에 반짝이는 보석 바다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그 풍경은 장엄하고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마음을 저리게 만들었다. 마드리드는 그녀의 삶 모든 이야기가 얽혀 있는 도시였다. 이곳에서 그녀는 처음 사랑에 빠지는 설렘을 느꼈다. 이곳의 거리에서 미래를 꿈꾸며 희망을 품고 걸었으며, 소중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운명은 다른 길을 택했다. 한때 꿈의 따뜻함을 알려 주었던 이 도시는 결국 그녀에게 상실, 절망, 배신이라는 가장 쓰라린 교훈을 안겨 준 곳이기도 했다. 아익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음을 아프게 하는 도시의 풍경을 더 이상 떠올리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도 페르난도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녀는 한때 자기 마음 전부를 가졌던 그 사람의 모든 모습을 기억했다. 단호하게 다물어진 턱선, 언제나 감정 하나 읽히지 않던 차가운 얼굴, 누구라도 위축되게 하던 날카로운 어두운 눈동자. 함께 있던 시절의 희미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녀가 자는 줄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면, 페르난도가 몰래 그녀를 바라보던 그 시선이 있었다. 그 속에 숨겨진 따뜻함이 언제나 그녀에게는 그들의 사랑이 진실이라고 믿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그 행복한 기억은 순식간에 희미해지고, 그가 그녀를 의심하던 그 어두운 날의 기억이 밀려왔다. 그가 편견과 조작된 정보를 믿으며 그녀의
끊어진 신호 마드리드 시내 중심가의 차갑고 웅장한 고층 빌딩 안에서, 시간은 마치 고통스럽게 더디게 흘러가는 듯했다. 페르난도의 사무실은 침묵이 점점 더 짙어져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압박해 왔다. 밖에서는 쏟아지던 비가 가느다란 안개비로 약해지며, 거대한 창밖으로 흐릿한 안개가 자욱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 숨 막히는 고요함 속에서 갑자기 요란한 진동 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울렸다. 마호가니 나무 탁자 위에 놓인 그의 개인 휴대전화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는 한참을 기다리지 않았다. 재빠르게 손을 뻗어 전화기를 집어 귀에 갖다 대었다. “말해.”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거칠었으며, 극심한 불안이 가득 숨어 있었다. “페르난도 님,” 비서인 마테오의 목소리가 긴장된 기색으로 들려왔다. 깊은 한숨을 내쉰 뒤 이어 말했다. “아익사 님께서 임시로 머무셨던 아파트 건물의 CCTV 녹화본을 찾았습니다.” 페르난도는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섰다. 너무나 갑자기 몸을 움직인 탓에 뒤쪽의 가죽 의자가 밀려나며 나무 장롱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보여줘. 지금 당장.” “탁자 위 모니터로 직접 보내 드렸습니다.” 마테오가 재빠르게 답했다. 전화를 끊지 않은 채 페르난도는 탁자 앞에 놓인 큰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암호화된 영상 창이 열리며, 어제 아침 흑백 녹화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낡은 아파트 복도 구석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서 찍은 것이었다. 화면에는 아익사가 자기 집 문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페르난도는 얼어붙었다. 그토록 익숙한 그녀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익사는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중간 크기의 가방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희미한 복도 불빛 아래 얼굴은 창백했고 볼은 푹 꺼졌으며, 몸은 몇 주 전 함께 살던 시절보다 훨씬 야위어 보였다. 약간 큰 듯한 옷이 그녀의 연약한 모습을 더욱 드러냈다. 하지만 그녀의 창백한 얼굴이나 야윈 모습 때문에 심장이 멈춘 것이 아니었다. 페르난도를 정말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