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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Cac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7 07:13:37

매의 눈을 가진 그 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자 악사는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고급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세바스찬이 든 검은 우산이 이제 악사의 머리 위까지 덮어 빗물을 막아주었지만, 주변의 차가운 기운은 오히려 더 짙게 느껴졌다.

"얼마가 필요하냐, 순결한 아가씨?" 남자가 물었다. '순결'이라는 단어를 조롱 어조로 강조하며. 그의 눈에는 악사의 단호함이란 기회주의 여자의 수준 높은 연기일 뿐이었다.

악사는 양옆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다리가 심하게 떨리는 것을 무시하고 그녀는 날카롭게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오만 유로요. 현금으로, 오늘 밤 당장요."

그의 옆에 서 있던 세바스찬이 깜짝 놀랐다. 오만 유로는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함부로 내줄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비서는 악사를 쫓아낼 준비를 했지만, 주인이 손짓 하나로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남자는 마치 물건을 흥정하듯 악사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자랑하는 그 순결이 겨우 오만 유로짜리냐? 싸구려군."

악사의 얼굴은 더욱 달아올랐고, 엘리오에게 맞은 입가의 아픔이 다시 욱신거렸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죽어가고 있을 레오의 모습이 떠오르자 모든 부끄러움이 사라졌다. "주실 건가요 말 건가요, 회장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남자는 코웃음을 치더니 아무 감정 없이 비서를 쳐다보았다. "세바스찬, 돈을 줘라."

"하지만 회장님—"

"주라고 했지," 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는 단호하며 거부할 틈이 없었다.

세바스찬은 서둘러 롤스로이스 트렁크를 열어 평소 긴급한 업무용으로 준비해 두었던 작은 검은색 가방을 꺼내 망설이듯 악사에게 건넸다. 악사는 그 가방을 받았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고, 지퍼를 조금 열자 가지런히 쌓인 유로 지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악사는 숨이 턱 막혔다. 동생을 살릴 수 있다.

악사가 돌아서기도 전에 금색 테두리가 둘러쳐진 얇은 명함이 그녀의 눈앞에 내밀렸다. 매의 눈을 가진 남자가 직접 들고 있었다.

"내일 아홉 시에 내 사무실로 와서 결혼 계약서에 서명해라,"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1분이라도 늦으면, 너는 사기죄로 마드리드 감옥에서 썩게 될 거다."

악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몇몇 경호원들과 함께 벨벳 바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악사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빗속에 홀로 남겨졌다.

추위와 충격으로 떨리는 손으로 악사는 가로등 불빛 아래서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명함에 새겨진 글씨를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가자, 심장이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다.

페르난도 카스텔로 오르테가

카스텔로 그룹 최고경영자

악사는 입을 틀어막았다. 몸이 힘없이 휘청거려 젖은 아스팔트에 넘어질 뻔했다. 페르난도 카스텔로 오르테가? 유럽 대륙 전역에 걸쳐 기업을 뻗어 나간 스페인 최고의 부자?

악사는 학교 경제 신문이나 TV 뉴스에서 그의 이름을 수없이 들어왔다. 잔인하고 냉혹하며 조금의 잘못도 용납하지 않는 사업의 황제로 불리는 남자. 그는 사생활을 철저히 숨겨 얼굴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았다. 방금 자기를 물건 값 매기듯 했던 잘생긴 악마가 바로 그 사람이라니, 꿈만 같았다.

"택시! 택시요!"

노란 택시 한 대가 지나가자 악사는 정신을 차렸다. 남은 힘을 다해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고, 돈 가방을 가슴에 꼭 품은 채 올라탔다. "마드리드 중앙 병원으로 가주세요! 빨리요, 기사님!"

한편, 벨벳 바 VIP 구역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세바스찬이 페르난도의 큰 걸음을 따라 바삐 뒤따랐다. 그의 얼굴에는 내내 참고 있던 의문이 가득했다.

"페르난도 회장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말씀드립니다만," 세바스찬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낯선 아가씨에게 저렇게 큰 현금을 주시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만약 그녀가 우리를 속이려 든다면요? 아직 어떤 서류에도 서명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페르난도는 전용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단단한 턱선과 위험하게 빛나는 눈이 드러났다.

"나를 속인다고?" 페르난도가 코웃음을 쳤고, 낮으면서도 경멸하는 듯한 웃음이 퍼져 나갔다. "저렇게 겁에 질린 어린애가 감히 내 돈을 들고 도망칠 배짱은 없을 거다. 만약 그런 짓을 한다면, 그건 그녀가 살기가 지겨워 내가 직접 만든 지옥으로 들어갈 준비가 됐다는 뜻이지."

페르난도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고, 세바스찬은 그저 입을 다물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서는 잘 알고 있었다. 주인의 말이 그저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페르난도 카스텔로를 건드리는 자는 그 누구라도 끝장이 난다.

악사가 마드리드 중앙 병원의 유리문을 뚫고 들어서자 소독약과 석탄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온몸이 젖은 채 복도 바닥에 물자국을 남기자 몇몇 간호사가 쳐다보았지만, 악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간호사님! 여기 보증금 오만 유로입니다!" 악사는 검은 가방을 응급실 접수대 위에 툭 내려놓고 헐떡였다.

접수 담당자는 온몸이 젖은 어린 아가씨가 이렇게 큰 현금을 들고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기계로 확인하고 빠르게 세어본 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됐습니다, 악사 씨. 심장 전문의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바로 동생분 레오의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자 악사의 다리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그녀는 차가운 복도 대기 의자에 주저앉았다. 무균실 유리 너머로 열 살밖에 안 된 동생의 침대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악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지만, 이번엔 안도의 눈물이었다. 레오에게 살 기회가 생겼다. 그 대가로 자존심과 남은 평생을 천한 여자로 취급하는 낯선 남자에게 바쳐야 했지만.

"누나가 미안해, 레오," 악사는 페르난도에게서 묻어온 삼나무 향이 아직 남은 손가락을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누나는 무엇이든 할 거야, 너만 누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다시 벨벳 바의 따뜻한 프라이빗 룸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하지만 엘리오 산티아고 알바레스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벌써 세 번째 잔의 위스키를 거칠게 들이켰다. 옆에서는 카탈리나가 런던에서의 휴가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지만, 엘리오의 마음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자꾸만 얼마 전 악사가 힘껏 열어젖혔던 자단나무 문에 머물러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엘리오? 요즘 기운이 없어 보여," 카탈리나가 그의 어깨에 기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엘리오는 짧게 대답했다.

엘리오는 손에 든 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머릿속에는 방금 자기를 맑은 눈으로 맞서던 악사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악사는 언제나 말을 잘 들었다. 시골에서 온 그 아가씨는 언제나 상냥하게 웃으며 그의 모든 나쁜 버릇을 감싸주고, 마치 엘리오가 세상의 중심인 듯 정성껏 음식을 해주었다.

엘리오는 확신했다. 오늘 밤 악사의 행동은 그저 감정이 격해져 한번 내뱉은 협박에 불과하다고.

'내일 아침이면 분명 울면서 전화해 올 거야,' 엘리오는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다. '저렇게 가난한 애가 나 없이 마드리드에서 살 수 있을 리 없지. 날 미치도록 사랑하니까. 내일이면 분명 다시 만나 달라고 빌기 시작할 거야.'

하지만 어쩐지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느낌이 자꾸 걸렸다. 악사가 정말로 등을 돌리고 자기를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방금 전 카탈리나의 손목을 꽉 움켜쥐던 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 그건 자기가 알던 악사가 아니었다.

엘리오는 식탁 아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자기가 질리기 전까지는 저 시골 아가씨를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내일 악사가 찾아와 빌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데려와 내 품에 안겨 주겠어. 하지만 잠깐? 내 자존심은 어떻게 하지? 왜 이러지? 난 그 애를 사랑하지 않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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