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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Caca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7 07:14:50

마드리드의 아침 햇살이 카스텔로 그룹 마천루의 유리 벽 사이로 스며들었다. 정확히 8시 55분, 악사 모랄레스 베가가 로비 중앙의 회전문을 지나 들어섰다. 맑은 눈 아래로 희미한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밤새도록 단 한 순간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오전 수업은 가지 못한 채, 마드리드 중앙 병원 복도에 꼼짝없이 앉아 수술실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하늘은 그녀의 작은 천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레오의 심장 수술은 매우 순조롭게 끝났다. 의사는 열 살짜리 동생의 상태가 안정되었으며, 이제 마취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고 전했다. 수술이 끝나고 내쉬었던 안도의 한숨 기억이, 오늘 이곳까지 걸어오게 한 유일한 힘이었다.

악사는 전용 임원 엘리베이터 안에 서서, 헝클어진 손가락으로 천 가방 끈을 꽉 움켜쥐었다. 엘리베이터가 삑 소리를 내며 최상층 문이 열리자, 세바스찬이 이미 그곳에 서서 흠잡을 데 없는 격식 있는 미소로 그녀를 맞이했다.

"정각에 도착하셨군요, 모랄레스 양. 따라오시죠," 세바스찬은 곧장 악사를 최고급 프라이빗 회의실로 안내했으며, 최고경영자 집무실이 아니었다.

악사는 고요한 공간을 둘러보았다. 긴 탁자 맨 끝의 의자는 비어 있었다. "페르난도 회장님은... 어디에 계시나요?" 악사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숨기며 물었다.

"페르난도 회장님은 어제의 루머로 흔들린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사회 긴급 회의를 주재하고 계십니다," 세바스찬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악사를 위해 가죽 의자를 당겨주었다. 검은 대리석 탁자 위에는 악어 가죽으로 된 두툼한 서류 봉투가 놓여 있었다. "이 일은 전적으로 제가 위임받았습니다. 꼼꼼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악사는 봉투를 열었다. 법적 조항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고, 보상 금액란에 적힌 숫자를 보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액수는 어마어마했으며, 어젯밤 그녀가 요구했던 오만 유로를 훨씬 웃돌았다. 이 돈이면 레오의 회복 기간 전체를 책임지고, 괜찮은 아파트를 얻는 것은 물론, 그녀가 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힘들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세상에 없다. 다음 장을 넘기자 악사는 숨이 턱 막혔다. 굵은 글씨로 강조된 핵심 조건에 눈이 고정되었다.

제2당은 계약 기간 2년 이내에 제1당의 적법한 후계자를 출산할 의무가 있다.

절대 조건: 제1당과 제2당 사이에는 어떠한 형태의 친밀한 관계나 성적 신체 접촉도 존재하지 않는다. 임신은 반드시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

악사는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며 고개를 들어 세바스찬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시험관 아기요? 친밀한 관계 없이...요?"

세바스찬은 가볍게 기침을 하며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았다. "페르난도 회장님은 사생활과 위생에 대해 매우 엄격하신 분입니다, 모랄레스 양. 이사회와 카스텔로 대가족 앞에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아이가 필요하실 뿐, 죄송하지만—돈으로 자리를 얻으려 한 낯선 여자와 침대를 나눌 생각은 전혀 없으시죠."

세바스찬의 말은 예의 바르았지만, 그 칼날은 악사의 자존심을 정통으로 찔렀다. 매의 눈을 가진 그 남자는 정말로 자신을 더러운 천한 여자로 여겨, 아이를 낳기 위해서조차 손을 대고 싶지 않은 것이다. 페르난도 카스텔로는 그녀의 몸을 그저 빌려 쓰는 배양기로 취급할 뿐이었다.

가슴속에서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이 저주받은 서류 가방을 그의 얼굴에 던지고 그냥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누워 있을 레오의 창백한 얼굴이 떠오르자, 그녀의 자존심이 발길을 붙잡았다. 지금 물러선다면 어젯밤 받은 오만 유로를 당장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병원은 레오의 집중 치료를 중단할 것이다.

악사는 눈을 꽉 감고 숨이 막힐 듯 깊게 들이마셨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남은 평생을 바쳐서라도 동생을 살리려는 누이의 체념뿐이었다.

"어디에 서명하면 되나요?" 악사가 물었다.

세바스찬은 금도금 펜을 건넸다. 손이 살짝 떨렸지만 단호하게, 악사는 흰 종이 위에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 앞으로 2년간 그녀의 자유를 묶을 흑백의 계약이었다.

"다 됐습니다," 악사는 펜을 내려놓았다.

"훌륭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계약상 카스텔로 가의 새 아가씨입니다," 세바스찬은 만족스러운 미소로 서류를 거두었다. "다음 일정은 강 건너에 있는 카스텔로 그룹 전문 불임 클리닉으로 가시는 겁니다. 가능한 한 빨리 시험관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오늘 안으로 전신 검사를 마쳐야 합니다."

악사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거대한 건물을 걸어 나왔고, 텅 빈 마음을 안은 채 차가운 의료 기기 앞에 몸을 내맡길 준비를 했다.

마드리드의 다른 한편, 콤플루텐세 대학 복도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경제학부 복도 한구석에는 엘리오 산티아고 알바레스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서 있었다.

수업이 시작된 지 벌써 세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오른쪽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언제나 묵직한 노트를 끼고 앉아 있던, 땋은 머리 소녀의 자리였다.

"엘리오, 악사 못 봤어?" 방금 강의실에서 나온 친구가 물었다. "거시경제학 조별 과제를 오후 두 시까지 내야 하는데, 평소엔 걔가 제일 먼저 우리에게 알려주곤 했잖아."

엘리오는 거칠게 코웃음을 치며 일부러 휴대폰을 만지는 척했다. "어떻게 알아. 내 알 바 아니야."

입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속은 뒤숭숭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악사를 알고 지낸 2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수업을 빠진 적이 없었고, 장학금에 대한 책임감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어젯밤 벨벳 바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까?

엘리오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화면은 여전히 깨끗했고, 부재중 전화나 문자 메시지 하나 없었다. 평소 사소한 싸움만 나도 한 시간도 안 되어 긴 사과 메시지를 보내오곤 했었다.

'젠장. 정말 나한테 잘난 척하려고 작정한 거야?' 엘리오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상처받은 자존심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분명히 악사는 값싼 하숙방에 숨어 어젯밤 맞은 따귀를 생각하며 통곡하고 있을 터였다.

"일부러 안 나와서 내 관심 끌려는 거겠지," 엘리오는 이상한 심장 떨림을 달래듯 중얼거렸다. "지켜봐, 오후면 분명 내 과제까지 다 해 들고 기어올 거야."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불안감이 자꾸 그를 갉아먹었다. 엘리오는 이 기분이 싫었다. 2년간 자신이 가졌던 악사에 대한 통제권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내린 것만 같은 느낌.

"젠장!" 엘리오는 양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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