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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Author: 이소문
신예진은 그가 그려오던 이상적인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돈을 돌려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요. 그냥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부른 거예요.”

“네.”

신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윤제는 직원에게 커피를 가져오게 한 뒤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

“열두 살 때 다쳤다고 했었죠? 그때 기억이 있나요?”

신예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요. 그런데 마취 때문에 자세한 건 사실 기억이 잘 안 나요.”

“기억 나는 거 말해줄 수 있어요?”

“대표님, 왜 제 일에 관심을 가지시는 건가요?”

신예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한 번 실수를 했던 배윤제는 더 이상 납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둘러댔다.

“저도 어렸을 때 호텔 근처에서 자주 놀았었거든요. 지난번에 예진 씨 얘기를 들으니까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어서 기억을 좀 떠올려 보고 싶어서요.”

“호텔은 이 근처 마을 사람들한테 은인 같은 곳이에요. 저희 엄마가 그러셨는데, 어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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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46화

    강하율의 기억 속 배윤호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늘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자신을 묵묵히 지켜온 사람이 바로 그였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배윤호는 강하율의 손을 잡고 사람들 앞에 나섰다.“이제 할 말은 다 했어요. 할머니, 그래도 배윤제를 계속 감싸겠다면 저도 더 할 말은 없어요.”말이 끝나자마자 경찰이 들어왔다.“여기 신고하신 분이 누군가요?”“저입니다. 당시 배씨 가문 사건에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습니다. 증거는 이미 다 준비해 두었고 사람도 바로 데려가시면 됩니다.”“안 돼요! 안 돼요!”장유민은 다급하게 외치며 조윤서와 장경문을 껴안았다.“아빠, 엄마! 뭐라고 말 좀 해요!”장유민의 말 한마디로 모든 변명은 무의미해졌다.특히 배윤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니 자신이 그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그러나 배윤제는 뒷걸음질 쳤다.강하율은 놀라지 않았다.배윤제는 귀하게 자란 전형적인 재벌가 자제였고 능력도 있었지만, 만약 배씨 가문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같은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 적어도 10년은 굴러야 했다.지금 이곳을 떠나면 그는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었다.그래서 배윤제는 뒤로 물러나며 본능적으로 명혜숙을 바라봤다.하지만 오랫동안 속아온 명혜숙이 더 이상 이용당할 리 없었다. 그녀는 집사를 향해 손짓했고 이내 그녀는 거실을 떠났다.“할머니, 할머니!”배윤제가 애타게 불러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결국 배윤제는 제압당해 조윤서 곁으로 끌려갔다.사실 배윤제의 처지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는 조윤서이고 조윤서라면 그동안 몰래 재산을 많이 모아두었을 테니 말이다.그러나 그 돈을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경찰이 그들을 데려가면서 모든 일은 막을 내렸다.강하율은 가슴이 답답해졌고, 그때 배윤호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끌어당겼다.“밖에 나가자.”“네.”강하율은 배윤호를 따라 차에 올랐다.그녀는 배윤호가 자신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줄 알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45화

    배윤호는 조윤서를 똑바로 바라봤다.“아버지는 당신이 강하율 어머니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눈치챘다는 걸 알고서 친자 확인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결과를 확인한 뒤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죠. 그러다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저한테 이걸 전해줬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절대 공개하지 말라면서 말이에요. 자기가 먼저 잘못했으니까 배윤제 하나쯤은 키워줄 수 있다고요.”그 말을 듣자 조윤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왜 그런 짓을 한 거야? 이러면 내가 고마워할 줄 알고?”“저희 아버지 병세가 갑자기 악화한 것도 당신 때문이죠?”배윤호가 말했다.“당신은 일부러 국내에 남아서 언론에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흘렸고 배윤제 납치 사건까지 계획했죠.”“말도 안 돼! 우리 어머니가 납치를 계획했다고? 그 납치범들은 나를 때리기까지 했어. 그런데 그게 가짜라고?”배윤제가 반박했다.배윤호는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그래서 크게 다쳤었어? 아니잖아. 네가 상처를 입어야지 다들 네가 납치되었다는 걸 믿지. 또 그래야 나한테 누명을 뒤집어씌울 수 있고 말이야.”“...”“그런데 너희 엄마는 강하율이 너를 구해줄 줄은 몰랐던 거야. 너희 엄마는 납치 사건이 우리 아버지 귀에 들어갈까 봐 걱정했어. 우리 아버지라면 틀림없이 너희 엄마가 그 사건을 꾸몄다는 걸 알 테니까. 그래서 강하율 부모님한테 네 납치 사건을 비밀로 해달라고 사정한 거야. 그리고 우리 아버지를 돌봐주겠다는 핑계로 너를 데리고 해외로 나갔지.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계셨어. 그래서 나한테 친자 확인서를 건네며 유언을 남긴 거야. 네가 나를 다치게 하는 걸 막으려고.”그 이후의 일들은 언론에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배윤호의 아버지는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고, 배씨 가문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배윤호 어머니 쪽 세력이 아주 강하다는 걸 깨달은 조윤서는 한동안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44화

    줄곧 앉아 있던 조윤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차갑게 웃으며 명혜숙을 바라봤다.“어머님도 많이 늙으셨네요. 배윤호가 몇 마디 하니까 말도 못 하시고. 처음부터 어머님이 저를 몰아붙이셨잖아요. 어머님은 제게 배윤호 아빠랑 결혼하고 싶으면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그러니까 호텔 소유권을 넘기라고 하셨죠. 저는 경선희가 자기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넘길 리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어머님은 뭐라고 하셨죠? 강씨 가문만 사라지면 된다고, 어머님은 기다릴 수 있다고 하셨죠. 어머니는 기다릴 수 있다고 하셨으니 저는 이 모든 걸 제 걸로 만들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어머님의 신분을 이용해 천천히 제 인맥을 키웠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예요. 저는 곧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었는데...”조윤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강하율을 바라봤다.“그래. 나는 너를 아껴주고 싶어서 데려온 게 아니야. 어머님이 왜 너를 데려오는 걸 허락했는지 알아? 강씨 가문 재산을 확인해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적었거든. 그래서 어머님은 네 부모가 너를 위해 어딘가에 돈을 숨겨뒀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동안 내가 잘해줘서 더 괴롭지? 사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네가 그 돈을 토해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배윤호도 마찬가지야. 설마 배윤호가 정말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강하율은 조윤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이모, 다른 사람들도 다 이모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입 닥쳐!”명혜숙이 화를 내며 말허리를 끊었다.그러나 조윤서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나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배씨 가문에 시집왔어. 그런데 배윤호 아빠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대신 인터넷에서 경선희의 사진을 찾아서 봤지. 심지어 내가 윤제를 낳은 뒤에도 그저 사람들 앞에서 사이좋은 척 연기만 했어. 그런데 내가 왜 윤호 아빠를 위해서 순결을 지켜야 해? 맞아. 장유민은 내 딸이야. 그게 뭐 어때서? 너희가 이겼다고 생각하니? 아니야.”조윤서는 크게 웃었다. 그 웃음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음모가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43화

    조윤서는 눈을 감았다.그걸 본 장경문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부 제가 한 짓이에요. 하지만 사모님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저는 빚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했어요. 그런데 강씨 가문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돈이 많으면서 베풀 줄 모르는 사람들을 더 혐오하게 됐어요. 그래서 강하율의 어머니를 차로 들이받아 죽인 거예요.”“그래요? 돈 많은 사람들을 질투한다고요? 그런 사람들은 보통 충동적인데 당신처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경우는 처음 보네요. 저희가 제대로 조사한다면 당신이 과연 진실을 숨길 수 있을까요?”강하율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이들을 증오했다.그녀는 장경문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배윤제는 강하율이 선을 넘었고 생각했다.그는 강하율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만해! 너희 어머니가 죽어서 분한 건 알겠지만 이미 저 사람이 다 인정했잖아. 왜 자꾸 사람을 몰아붙이는 거야?”“그러면 안 돼요? 저는 억울한 일을 당해도 다 참아야 해요? 배윤제 대표님, 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 거예요? 혹시 진실이 두려워서 그래요?”강하율이 되묻자 배윤제는 말문이 막혔다.옆에 앉아 있던 명혜숙은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자 집안의 수치는 숨겨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다들 입 다물어! 이 일은 여기까지야. 근거 없는 얘기는 더 이상 하지 마.”명혜숙은 그렇게 말하면서 배윤호를 노려봤다.그녀의 눈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 사실 그녀는 조윤서가 파렴치한 짓을 저질러서 그로 인해 배윤제가 영향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그런데 배윤호가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이건 끝내고 싶다고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장경문 씨, 그것까지 인정했다면 정신병원에서 강하율의 아버지를 죽이려고 한 것도 당신이겠네요?”“헛소리하지 말아요. 그건 내가 아니에요.”장경문은 즉시 부정했다.그는 그걸 인정하는 순간 부자들을 미워한다는 논리가 약해진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42화

    그 남자는 바로 장유민의 아버지였다.남자는 장유민을 감싸며 단호하게 말했다.“저희는 당신들을 몰라요. 저희한테 묻는다고 해도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을 겁니다.”“뭘 그렇게 급해하시죠? 장석우... 아니, 장경문 씨라고 불러야겠네요.”배윤호는 눈앞의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봤다.장석우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는 모두가 별 반응이 없었지만, 장경문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명혜숙과 배윤제는 동시에 굳어버렸다.장경문은 조윤서가 시집올 당시 그녀의 운전기사였기 때문이다.매일 붙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조윤서가 외출할 때마다 늘 함께했던 인물이었다.그래서 장경문의 이름이 나오자 몇몇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조윤서를 힐끔대기 시작했다.배윤제가 곧장 반박했다.“말도 안 돼. 저 사람은 장경문 씨가 아니야. 내가 어렸을 때 장경문 씨는 퇴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어. 그때 부모님이 장경문 씨 가족들에게 돈도 보내줬었어.”“너한테 그 얘기를 해준 사람이 누구야?”배윤호가 물었다.“그건...”배윤제는 말을 잇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조윤서를 바라봤다.그 이야기는 전부 조윤서가 먼저 그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그래서 배씨 가문 사람들 모두 장경문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실상은 달랐다.장경문은 신분을 바꿔서 장석우가 되어 소규모 사업가로 살아왔다.배윤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조윤서를 바라봤다.“어머니,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조윤서는 입을 꽉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명혜숙이 고함을 질렀다.“당장 말해! 저 여자애는 대체 누구야?”“말했잖아요. 모른다고요.”조윤서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지만 끝내 장경문 부녀를 바라보지 못했다.장경문도 재빨리 입을 열었다.“저희는 정말 사모님과 아무 사이 아닙니다. 부디 저희와 같은 약자들을 더는 괴롭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배윤제가 코웃음을 쳤다.“들었지? 모른다잖아. 형, 괜히 헛수고한 거 아니야?”그때 강하율이 앞으로 나섰다.“윤서 이모는 모른다고 해도 저는

  •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제441화

    그가 말한 외부인이 누군지는 아주 명확했다.배윤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외부인? 여기서 누가 외부인이야?”배윤제는 잠시 당황했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조윤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배윤호, 너는 이미 모든 걸 다 가졌어. 그런데 뭘 더 어쩔 생각이야? 이 집안을 풍비박산 내야겠어? 아니면 어머님까지 제거할 생각이야?”조윤서는 궁지에 몰리자 명혜숙을 끌어들여 시선을 돌리려 했다.명혜숙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 배윤제의 신분만 있다면 배윤호와 맞설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배윤호, 그만해. 네가 누구를 돕든 상관없지만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끝내라고요?”배윤호가 차갑게 말했다.“다들 이 자리에 모였으니 툭 터놓고 얘기할게요.”배윤호는 장유민을 바라봤다.“말해.”장유민은 움츠러들었다.“뭘, 뭘 말하라는 거예요?”“여기 네 가족이 있잖아.”“아니요! 대표님,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저는 배씨 가문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어요.”“그래. 배씨 가문 사람과는 관련이 없지. 그런데 여기 네 가족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배윤호가 한 걸음씩 다가갔다.“아, 아니요.”장유민은 급히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그러나 민성운과 나해준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왜? 인정 못 하겠어? 우리가 도와줄까?”“당신들...”장유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민성운은 그녀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가방 신상이지? 세원시에서 가장 먼저 이 가방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이야.”나해준이 덧붙였다.“우리는 처음에는 남수미 씨를 의심했어. 결제 기록에 남수미 씨의 흔적이 남아 있었거든. 하지만 남수미 씨가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더 깊이 파봤지.”민성운이 이어서 말했다.“남수미 씨는 그 가방을 받은 뒤 선물용이라고 했어. 남수미 씨가 이 가방을 누구한테 선물로 줬는지 너도 알 텐데... 이래도 인정 안 할 거야?”거실 안이 고요해졌다. 장유민은 인정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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