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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Author: 호안난어
윤태호는 숲속에 숨어 있다가 장미진인이 천산설에게 검을 겨를 사람을 부른다는 말을 듣자 곧 불길함을 직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늙은이가 바로 자기 이름을 불러버렸다.

“믿을 수 없는 영감탱이 같으니.”

윤태호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원래 윤태호는 숲속에 숨어 있다가 결전이 터지면 불시에 기습해 적 하나를 깔끔히 베어내 청룡에게 힘을 보태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장미진인이 자기 이름을 불러내는 바람에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윤태호도 어쩔 수가 없었다. 윤태호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일부러 느긋한 걸음으로 숲속에서 걸어 나왔다.

순간, 수십 쌍의 시선이 윤태호에게 꽂혔다. 윤태호는 마치 커다란 그물이 머리 위에 드리워져 숨 막히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 고수이고 매 사람의 기세만으로도 위협적인데 하물며 이런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그 압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태호야, 네가 왜 왔어? 분명히 오지 말라 했잖아.”

조재빈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윤태호는 태연히 대답했다.

“문주님, 이건 용문의 생사가 걸린 싸움이에요. 내가 어떻게 빠질 수 있겠어요? 죽든 살든 반드시 문주님과 함께하겠어요.”

“너...”

조재빈은 손가락으로 윤태호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가 이내 목숨을 걸고 곁에 서려는 그의 의지를 보고 차마 꾸짖지 못했다.

“됐다. 대신 잠시 후에는 조심하거라.”

“알겠어요.”

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장미진인을 향해 눈을 흘기며 불만스럽게 물었다.

“왜 나를 불렀어요?”

“당연히 좋은 일이 있어 불렀지.”

장미진인이 천산설을 가리키며 말했다.

“소개할게. 이분은 대동국 수월종의 종주 천산설이야.”

“그래요.”

윤태호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장미진인이 윤태호의 무심한 태도를 보고 일러주었다.

“천산설을 얕보지 마. 대동국의 천황에게 검술을 가르친 사부이자 백 년 만에 나타난 검도 천재야. 대동국 젊은 세대 최고의 고수라 불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야. 천산설은 대동국의 국민 여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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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10화

    술?그 말을 들은 순간 윤태호는 곧바로 지난번에 백아윤이 술에 취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내 말 안 들려? 나랑 술 마실 거냐고.”백아윤은 한참 동안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런데 저를 좀 기다려줘야 해요.”윤태호가 말했다.“지금 업무 시간이라서요.”“업무 시간? 너 휴일 아니었어?”백아윤이 의아해했다.“차송주가 볼일이 있다고 해서 제가 대신 나왔어요.”윤태호는 차송주의 일을 백아윤에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한의과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고 자랑도 아닌 일을 괜히 떠벌리고 다닐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알겠어. 일 끝나면 연락해.”“참, 아윤 누나. 우리 어머니는 어느 병실에 있어요?”윤태호가 물었다.“검진 결과 별문제 없어서 집으로 모셔다드렸어.”“고마워요. 누나.”“고맙긴.”윤태호는 저녁 7시가 되어서야 한의과를 떠났다.그런데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전혜란이 전화를 걸어서 그에게 물었다.“태호야, 언제 집에 돌아와서 밥 먹을 거야?”“어머니, 저 오늘은 밖에서 술 마실 거예요.”윤태호가 말했다.“술은 몸에 안 좋아. 건강 좀 챙겨. 괜히 쓸데없이 술 마시지 말고... 누구랑 마시는데?”“아윤 누나가 같이 술 마시자고 했어요.”“아윤이가? 그래. 얼른 가봐. 술 많이 마셔.”전혜란은 말을 마친 뒤 전화를 끊었고 윤태호는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다.조금 전까지는 마시지 말라더니 백아윤과 마신다는 말에 바로 많이 마시라고 말을 바꾸다니, 대체 뭘 어쩌라는 걸까?바로 이때 백아윤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집으로 와.]거절할 수가 없는 말투였다.“집으로 오라고?”윤태호의 눈빛이 반짝였다. 정상적인 남자로서 미인이 이런 메시지를 보내면 망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설마 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기려는 걸까?30분 뒤, 윤태호는 백아윤의 집 앞에 도착해서 문을 두드렸다.똑똑.잠시 뒤 문이 열리며 짙은 술 냄새가 났다.고개를 든 윤태호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09화

    “과장님, 제 말씀 좀 들어보세요...”팍!윤태호는 차송주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패대기친 뒤 버럭 화를 냈다.“차송주,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 한 번 더 말해줄게. 이곳은 병원이야. 환자들을 살리는 곳이라고. 병원에서 왜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하는 너한테 월급을 줘야 해? 게임에서 레벨이 올라가면 현실에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빌어먹을 놈!”윤태호가 차송주를 욕했다.그는 지금처럼 화가 나본 적이 없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업무 시간에 게임을 했다면 그냥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은 환자의 안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기에 차송주처럼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직무태만으로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제대로 혼쭐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그의 실수로 인하여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다.“게임을 한 것 외에도 환자를 대하는 네 태도도 글러 먹었어.”윤태호가 말했다.“환자분께서 말씀하셨잖아. 시골에서 오셨고 병원에 한 번 오기가 쉽지 않다고, 온라인으로 예약하실 줄도 모른다고 말이야. 네가 대신 온라인으로 예약해 주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이야? 한의과는 환자도 많지 않아. 환자분 대신 예약하는 거 기껏해야 1분밖에 안 걸려. 그런데 그럴 여유도 없어? 의사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야. 의사는 양심이 있어야 하고 기본적으로 도덕심이 있어야 해.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을 경외할 줄 알아야 해. 그래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어.”윤태호가 말했다.“냉담함은 전염병 같은 거야. 네가 환자분한테 냉담하게 군다면 환자분은 실망할 거고 자신이 겪은 그 냉담함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점점 더 차가워지겠지. 차송주, 정말 실망스럽다.”차송주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윤태호의 시선을 바라보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과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윤태호가 말했다.“내가 처음 한의과에 왔을 때 경고했었지. 업무 시간에 게임은 절대 안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08화

    한의과 진료실.오늘은 주말이었고 오영준과 소이은 모두 휴일이라서 차송주 홀로 진료실을 지키고 있었다.윤태호는 한의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50대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차송주에게 애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의사 선생님, 제발 진료 좀 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제가 얘기했잖아요. 진료를 보려면 우선 예약부터 하고 접수하셔야 한다고요. 그런데 접수도 안 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진료해 드리겠어요?”차송주는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의사 선생님, 저는 온라인으로 예약할 줄 몰라요. 저...”“귀찮게 굴지 마세요. 예약도 할 줄 모르면서 무슨 진료를 봐달라고 해요?”차송주의 태도는 최악이었다.그 광경에 윤태호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의사 선생님, 저는 시골 사람이라 병원에 한 번 오려면 최소한 세 시간이 걸려요. 병원 한 번 오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진료 좀 해주세요.”중년 여성은 계속해 애원했다.윤태호는 여자를 힐끗 보았다. 여자는 얼굴에 주름이 많았고 피부도 거칠었으며 옷차림도 아주 평범했다. 누가 봐도 시골 사람 같아 보였다. 게다가 신발에는 흙도 묻어 있었다.“제 말 못 알아들으시겠어요? 진료를 받으시려면 예약하고 접수하셔야 한다고요. 그게 절차예요. 그리고 아까 관절이 아파서 오셨다면서요? 그런 건 정형외과에 가보셔야 해요. 저한테 진료받아도 소용없어요.”차송주는 짜증을 내며 손을 저었다.“얼른 가보세요.”털썩.여자는 아예 무릎을 꿇었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차송주는 조금 화가 나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병원이에요. 이렇게 소란 부리시면 안 돼요. 얼른 일어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비원 부를 거예요.”여자는 일어나지 않고 말했다.“의사 선생님, 제발 부탁드려요. 진료 좀 해주세요. 예전에 정형외과에 가봤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저한테 약을 처방해 준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전혀 소용없었어요. 그래서 전 정형외과는 더 이상 믿지 않아요.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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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06화

    윤태호는 그 자리에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장여울이 떠났다. 과거의 가장 순수했고 진솔했던 감정과 함께 말이다.윤태호는 어떤 사람과 어떤 일들은 결국 시간이 흐름과 함께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와 장여울 사이의 원한과 애증 모두 오늘로써 끝이었다.“어머니, 제가 너무 물렀던 거 아닐까요?”윤태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조금 전까지 그는 장여울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는 도저히 장여울을 죽일 수가 없어 결국엔 살려주었다.“태호야, 넌 옳은 일을 했어.”전혜란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한때 사랑했었던 사이잖니. 비록 여울이가 많은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까지 비정해질 필요는 없어. 그러고 보면 오히려 여울이한테 고마워해야 해. 여울이가 널 배신하지 않았다면 네가 이렇게 빨리 성장하지도 않았을 테니까.”그의 말처럼 장여울의 배신이 없었다면 윤태호는 지금처럼 많은 것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여울이 얘기는 그만할래요. 앞으로 미주에서 장여울을 볼 일은 없을 테니까요.”윤태호는 몸을 돌려 전혜란을 바라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어머니, 몸은 괜찮으세요? 다친 곳은 아프지 않으세요?”전혜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아파.”“그러면 잠시 뒤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까요?”윤태호가 물었다.“아니,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전혜란이 말했다.“입원할 거야.”“입원이요?”윤태호는 당황했다.예전에 전혜란은 몸이 좋지 않아서 윤태호가 병원에 가보라고 했을 때도 가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녀는 혹시라도 돈이 많이 들까 봐 아픈 것도 참았었다.게다가 윤태호가 치료까지 해주어서 지금은 큰 문제가 없는 상태인데 무엇 때문에 입원하려고 하는 것일까?“어머니, 몸에 큰 문제가 없으셔서 입원할 필요 없어요. 집으로 돌아가서 며칠 쉬기만 하면 돼요.”윤태호가 말했다.전혜란이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난 입원할 거야.”“어머니, 예전에는 입원하는 거 싫어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505화

    “그리고 또 한 가지 멍청한 점은 바로 천우진에게 기대어 날 괴롭히려고 했다는 점이야. 하하...”윤태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천우진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교통사고로 죽었는데...”장여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태호가 말했다.“내가 죽였어.”‘뭐?’장여울은 고개를 힘껏 저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불가능해! 뉴스에서는 천우진 씨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었어.”“그 교통사고가 내가 조작한 거라면?”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그 순간 장여울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는 윤태호가 악마만큼 두려웠다.윤태호는 달라졌다. 그는 낯설어졌을 뿐만 아니라 강해졌으며 무시무시해졌다.뜻밖의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장여울은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며 윤태호를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내뱉었다.“이 빌어먹을 자식, 넌 사기꾼이야! 넌 사기꾼이라고! 돈도 많으면서 나한테는 돈 없는 척했잖아.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애들의 돈 많은 남자 친구를 부러워하고 명품 옷, 명품 백, 각종 명품을 들고 다니는 애들을 부러워해야 했다고! 그리고 권력도 크면서 내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는 척했잖아. 그래서 나는 병원에서 일할 때 늘 수간호사님과 환자들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날 욕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조심해야 했어. 네 말 한마디면 나는 병원에 남아 일할 수 있는데 넌 날 도와주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스스로 방법으로 생각해야 했어. 그래도 널 배신한 게 내 잘못이야? 윤태호, 네가 한 모든 일을 내 잘못으로 돌리지는 마. 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여자가,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윤태호, 만약 네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내게 얘기해줬더라면 내가 널 배신했겠어? 내가 그랬겠냐고?”장여울은 얼굴을 사정없이 구기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지금 그녀는 매우 후회되었다.만약 윤태호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절대 윤태호를 떠나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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