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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Penulis: 무구
살살 어루만지는 손길도, 다정한 목소리도 마치 아이를 달래는 듯했다.

단미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단미는 일어나 앉으면서도 호건의 손은 피했다.

호건은 얼른 허리를 받쳐 주고 등 뒤에 베개를 넣었다.

단미가 자리를 잡자 다시 손을 잡고 물었다.

“지금은 좀 어때?”

“괜찮아.”

단미가 손을 빼냈다.

“목은 안 말라?”

단미가 고개를 저었다.

“배는?”

또 고개를 저었다.

“그럼 과일이라도 깎아 줄까? 목 좀 축이게.”

“됐어.”

호건이 다시 말을 꺼내려는데 병실 문이 열렸다.

“단미야, 깼어?”

여린이 다가오자 호건은 알아서 일어나 침대 옆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러고는 뒤따라 들어온 준호와 함께 뒤쪽에 섰다.

“지금 몸은 어때?”

여린이 단미의 손을 잡고 물었다.

방금 같은 질문에 괜찮다고 답했던 단미가 호건의 눈앞에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몸에 좀 힘이 없어. 아까 깼을 때는 머리도 멍했고.”

친구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단미를 보고 호건은 할 말을 잃었다.

“우리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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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68화

    ‘그럼 내가 웨딩 사진에서 안 웃어서 버렸다는 거야?’호건은 속으로 생각했다.“아니야. 오해했어. 웃기 싫었던 게 아니야.”호건이 다급히 설명했다. “웨딩 사진처럼 소중한 사진은 최대한 진중하고 단정하게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어.”‘그게 왜 억지로 결혼하는 사람처럼 보였던 거지?’단미가 기가 막힌다는 눈으로 호건을 보았다. “웨딩 사진을 누가 근엄하게 찍어? 결혼하는 거야, 선서식 하는 거야?”호건의 얼굴이 굳었다. “웨딩 사진은 다들 행복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찍잖아.”단미가 호건을 흘끗 보았다. “결혼할 상대가 싫거나 결혼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어야 안 웃는 거지.”벼락같은 말에 호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충격을 받은 듯했다. 놀라 굳었던 얼굴에 금세 다급함이 가득 찼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네가 싫었던 것도, 결혼하기 싫었던 것도 아니야.”단미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호건이 급히 단미의 손을 잡았다. “오해했어. 너랑 결혼해서 기뻤어. 난... 난 진중한 모습으로 찍는 게 웨딩 사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라고 생각했어. 네가...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어.”단미가 멍하니 호건을 바라보았다.‘결혼해서 기뻤다고?’‘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그럼 그때도 나름대로 우리 웨딩 사진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거야?’‘이 사람은 정말...’단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사업 잘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방식도 이렇게 다른가.’‘그런데 이제 와 진실을 안들 달라질 게 있을까.’이혼은 했고, 웨딩 사진도 망가뜨린 뒤였다.이제 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단미도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단미가 복잡한 마음으로 호건의 손을 밀어냈다. 애써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결혼해서 웨딩 사진 찍을 땐 꼭 웃어. 안 그러면 아내 될 사람이 자기가 싫은 줄 알 테니까.”가로등 불빛이 단미의 눈에 내려앉아 별처럼 반짝였다. 호건은 가슴을 무엇에 찔린 것 같았다. 심장이 날카롭게 아팠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67화

    간절한 표정의 남학생을 보니 단미도 마음이 약해졌다.“그래요, 그럼.”남학생이 환한 얼굴로 얼른 두 사람을 불렀다. “형, 누나, 여기 앉으세요.”호건은 단미의 허리를 살짝 받쳐 앉혀 준 뒤 바로 옆에 붙어 앉았다.남학생이 화판 앞에 앉아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여자는 단아하고 아름다웠고, 남자는 훤칠하게 잘생겼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게다가 두 사람 모두 이목구비가 빼어나 그리는 사람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모델이었다.“형이랑 누나가 워낙 멋지고 예쁘셔서요. 그림도 무조건 잘 나올 거예요.”아름다운 여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잘 부탁드려요.”잘생긴 남자도 눈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수고해 주세요.”두 사람의 말이 동시에 나왔다.‘보기 좋은 데다 예의도 바르시네.’남학생은 속으로 감탄하고는 연필을 들어 정성껏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괜히 그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단미는 내내 자세를 바로 하고 시선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앉아 있었는지도 가늠하지 못하던 차에 ‘다 됐다’라는 말이 들렸다. 단미는 그제야 몸에 힘을 풀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호건이 곧바로 단미를 돌아보며 허리 뒤를 부드럽게 주물러 주었다. “괜찮아?”“괜찮아.”단미는 일어나는 척하며 그 다정한 손길에서 조용히 벗어났다.“형, 누나, 마음에 드시는지 한번 보세요.”남학생이 그림을 가져와 보여 주었다. “마음에 안 드시면 바로 다시 그려 드릴게요.”호건이 그림을 받아 고맙다고 했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본 단미의 눈에 자신도 모르게 감탄이 어렸다.사실 그림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학생의 첫 손님이 되어 주자는 마음으로 앉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실력이 정말 좋았다. 생김새도 똑 닮았지만, 특히 인물의 분위기를 놀라울 만큼 잘 살려 냈다.그림 속 단미의 눈은 맑고 생기 있었다. 곁의 남자는 단미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이고 있었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속을 알 수 없던 눈매도 학생의 손끝에서는 한없이 다정했다. 웃음을 머금은 검은 눈에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66화

    지난 세월 단미의 곁을 지켜 준 건 늘 그 두 친구였다. 결혼하고 2년 동안도 호건은 바빠서 단미와 함께 보낸 시간이 적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대개 여린과 준호에게 같이 가 달라고 했다.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자 호건이 제안했다. “아직 이른데 옆에 중앙광장이나 좀 걸을까?”“응?”그런 말을 할 줄 몰랐던 단미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호건을 보았다. 정작 호건의 표정은 태연했다.‘설마...’‘중앙광장이 연인들 저녁 데이트 명소인 건 모르나?’“소화도 시킬 겸.”호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저녁에 가볍게 걷는 건 아기한테도 좋잖아. 그렇지?”단미가 배를 쓰다듬었다.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응. 그럼 가자.”밤의 중앙광장은 활기찼다.젊은 남녀들이 손을 잡고 강변을 걷기도 하고, 광장의 먹거리를 구경하거나 아기자기한 물건을 사기도 했다.주위로 네온이 반짝였고 느리고 부드러운 음악이 귓가를 스쳤다. 주변을 둘러싼 공기도 달콤하고 낭만적인 기운을 머금은 듯했다.단미가 호건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느긋하게 걷는 건 처음이었다.단미가 슬쩍 옆을 보았다. 늘 무심하던 호건의 눈가에 웃음이 어려 있었다. 꽤 즐겁고, 이곳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단미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여기 와 본 적 없어?”호건이 고개를 저었다. 민석이 데이트하기 좋다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밤마다 이곳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단미가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어쩐지. 귀하게 자란 도련님이라서 이런 데는 처음인가 보네.’강가에서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을 보자 호건에게 슬그머니 욕심이 생겼다. “강 쪽도 괜찮아 보이는데. 저기로 걸어 볼까?”단미는 호건의 기색을 눈치채지 못했다. “좋아.”강변 산책로는 널찍했다. 조명은 광장보다 조금 어두웠다.두 사람이 말없이 걷던 중이었다. 무심코 고개를 든 단미의 눈에 어두운 나무 아래서 입을 맞추는 연인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주변도 잊은 채 서로에게 빠져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65화

    작업실을 나와 차에 타자 호건이 단미에게 말했다. “중앙광장 쪽에 괜찮은 한정식집이 있대. 음식이 맛있다더라. 오늘 저녁은 거기서 먹자.”‘중앙광장?’‘여기서 꽤 멀지 않나.’단미가 물었다. “그냥 집에서 먹으면 안 돼?”“정란 이모님도 오늘 저녁에 일이 있다고 해서 쉬시라고 했어.”호건이 눈썹을 살짝 올리고 단미를 보았다. “집으로 가고 싶으면... 오늘은 내가 요리할까?”단미가 얼른 말했다. “아니야. 당신이 말한 그 한정식집 가자.”호건은 말이 없었다. ...단미는 평범한 식당일 줄 알았다. 도착해 보니 기와지붕 아래 정원을 품은 전통 가옥형 한정식집이었다. 실내는 옛 멋을 살려 세심하게 꾸며 놓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조명이 은은하게 비쳤다. 분위기도 우아하고 조용했다.직원이 두 사람을 별실로 안내하고 호건에게 물었다. “지 대표님, 지금 음식 내올까요?”“네.”직원이 나가자 호건이 단미에게 말했다. “미리 주방장한테 임산부가 먹기 좋은 음식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어. 곧 나올 거야.”단미가 배고파할까 봐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곧 음식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호건이 단미의 그릇에 음식을 골고루 덜어주었다. “먹어 봐. 입에 맞는지.”단미가 그릇에 담긴 연근 한 조각을 집어 먹었다.아삭한 식감에 은은한 단맛이 났다.호건이 기대 어린 눈으로 단미를 바라보았다. “입맛에 맞아?”“응, 괜찮네.” 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쁘다.”호건은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에 들면 다음에도 자주 오자.’ 그렇게 말하려 했다.그러나 입을 열기도 전에 단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테이블 위의 음식도 찍고, 주변 분위기도 담았다.민석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요즘 여자들은 데이트하며 식사할 때 먼저 사진부터 찍어 남긴다고 했다. 그리고 음식과 함께 자기 모습도 찍는다고 했다.그 생각에 호건은 얼른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정하게 물었다.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64화

    염주 복원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래도 경남은 단미에게 한번 보이고 확인받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염주를 살펴본 단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네 스승님이 내셔서 했던 지난 두 과제보다 훨씬 좋아.”“헤헤, 할머니 드릴 선물이니까 평소보다 더 신경 썼죠.” 경남은 말하고 나서 아차 싶었는지 얼른 덧붙였다. “물론 스승님이 내 주신 과제도 열심히 했고요.”단미가 웃는 시늉만 했다. “그래, 그래.”경남이 다시 실실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누나가 옆에서 계속 봐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잘 나온 거죠.”단미가 말했다. “됐어. 그렇게 나를 띄워 줄 필요 없어. 내가 네 스승님한테 이르러 갈 것도 아닌데.”“역시 우리 단미 누나가 최고예요.”경남이 말을 이었다. “아, 맞다. 할머니도 그동안 누나가 저 가르쳐 주신 거 아세요. 생신 잔치에 꼭 초대하라고 하셨어요. 직접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으시대요.”단미가 또 정중히 거절하려 하자 경남이 얼른 말을 막았다. “지난번엔 제가 초대해서 안 오신다고 하셨지만, 이번엔 할머니가 직접 초대하시는 거잖아요. 어른 체면 봐서라도 와 주셔야죠.”단미는 말문이 막혔다. “걱정 마세요. 여린 누나랑 준호 형도 초대했어요. 같이 계시면 심심하지 않으실 거예요.”단미가 걱정하는 건 심심할지가 아니었다. 다만... 임신 4개월을 넘기자 배가 제법 나왔다. 연씨 집안도 강울시에서 이름난 가문이니 그날은 명사들이 많이 모일 터였다. 단미가 호건의 아내라는 걸 아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불러온 배로 참석하면 여러 사람의 시선을 끌 게 뻔했다.꼭 임신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배가 불러오면 언젠가 다들 알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사람이 북적이는 자리에 이런 모습으로 나서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하지만... 경남 개인의 초대였다면 지난번처럼 정중히 거절했을 것이다. 생일을 맞는 어른이 직접 부른 자리까지 가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알았어. 그날

  • 끝이라고 믿었던 우리   제263화

    평생 부부로 함께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고 결혼했다. 그런 호건과 아이를 갖고 싶지 않을 리 없었다.단미는 눈앞의 잘생긴 남자를 바라보다가 똑같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사랑하는 남편이랑 아이 낳고 싶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겠어?”호건은 가슴을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심장이 욱신거리며 아팠다.한참 뒤에야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뭐가 미안한데?”“남편으로서 너랑 더 얘기해야 했어. 나 혼자 지레짐작했어. 예전에 네 생각이나 마음을 조금만 더 알아보려고 했다면... 어쩌면 우리 사이에 벌써 아이가 있었을지도 몰라.”‘그랬다면 우리 결혼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단미의 손끝이 살짝 말렸다. 단미가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에 만약이라는 건 의미없는 일이잖아.”다만 당분간 아이를 갖지 않겠다던 말이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호건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우리 다시...”“온실은 짓지 마.” 단미가 말을 끊었다.“당신 집에서 산후조리 할 생각은 없어.”호건의 동공이 작게 흔들렸다. “하지만... 아까 내가 섭외한 관리팀은 생각해 보겠다고 했잖아?”단미가 말했다. “관리팀은 생각해 볼게. 그래도 당신 집은 안 써.”설계는 좋았다. 단미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호건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온실을 짓는 데도 큰돈이 들 게 뻔했다. 나중에 이용한 대가로 거액을 치르고 싶지는 않았다.그 돈을 낼 수 있다고 해도 굳이 이런 일에 쓸 이유는 없었다.아이를 키우는 데 쓰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의미 있었다.단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호건이 얼른 말했다. “비용은 걱정하지 마. 다 내가 알아서 할게. 넌 편하게 몸조리만 하면 돼. 다른 건 아무것도 신경 안 써도 돼.”단미가 호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리 서로 선 넘지 않기로 한 지 얼마 안 됐잖아. 그러니까 거리 좀 지켜 줘.”호건의 가슴이 조여 들었다. 더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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