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가 전해주기도 전에 서준혁이 잠에서 깨버렸다.그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 “해결했어?”“응. 100프로 저쪽 과실이야. 저쪽에서 이미 보험회사에 연락했어.” 신유리는 곧장 서준혁 앞으로 걸어가더니 손에 들린 물을 뚜껑까지 열어 그에게 건네주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얕았고, 평소 일 할 때보자 다정함이 조금 섞여 있었다. “파티 책임자한테도 연락했어. 조금 이따 내가 데려다줄게.”그녀는 빈틈없이 모든 일을 살폈고, 다정하고 세심했다.서준혁은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의 목젖은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두 사람의 분위기는 주위 사람들이 벽을 느낄 정도로 무척이나 화목했다.송지음은 한쪽에 서서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이 상황을 지켜보았고, 서준혁이 물을 다 마신 후에야 앞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서 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아니었다면, 대표님이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책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그 말에 서준혁은 물병을 아무렇게나 내려놓더니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송지음은 제자리에서 한참이나 머뭇거린 후에야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서준혁은 다친 손을 그녀 앞에 내려놓더니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무서웠어?”송지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고개를 더 아래로 숙일 뿐이었다.그녀의 모습에 서준혁은 낮게 웃더니, 이내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다시 세워주었다. “나도 안 무서운데, 네가 뭘 무서워해.” 여자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였다.송지음은 볼에 공기를 넣더니, 뾰로통한 얼굴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곧이어 그녀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전 대표님이 아플까 봐…”목소리가 엄청 작았지만, 신유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서준혁이 바닥으로 내려놓은, 지금은 거의 쏟아질 듯 위태로운 물병을 쳐다보았다.“서준혁 보호자 분?” 응급실 간호사가 엑스레이를 들고 오더니 그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내 시선을 신유리에게 멈추며 엑스레이를
서준혁과 송지음이 만난다는 사실은 빠르게 화인 그룹에 퍼지게 되었다.신유리는 이제 더 이상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그녀는 매일 5분 일찍 출발하며 평범한 직원들처럼 공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송지음이 지금 출퇴근을 서준혁과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오늘 아침에 그녀는 교통사고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신유리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근하게 됐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녀는 마침 송지음과 서준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송지음은 서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었고, 발랄하고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유리를 마주친 그 순간, 그녀는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더 아름답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신유리에 인사를 했다. “유리 언니, 좋은 아침이에요.”신유리는 송지음이 서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며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좋은 아침.”송지음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서준혁의 팔짱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혀를 내밀더니 바로 손을 놓으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 “유리 언니가 봐버렸어요. 이제 어떡해요?”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이며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보고 싶으면 보라 그래.”신유리는 꽁냥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고, 하이힐이 매끈한 바닥과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멀리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애교 가득한 송지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준혁 씨.”하지만 점심때가 되었을 때, 송지음은 좋지 않은 얼굴로 서준혁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신유리의 앞에 멈춰서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유리 언니, 서 대표님이 찾으세요.”신유리는 서준혁이 자기를 무슨 일로 찾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준혁이 대부분의 일들을 전부 송지음에게 넘겨버렸으니까.꼼짝도 않는 그녀의 모습에 송지음은 참지 못하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서 대표님이 기다리고 있어요.”신유리는 클라이언트의 메일에 답장하고
신유리가 서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저녁 식사는 막 시작되고 있었다.그녀는 들고 온 선물을 하인에게 건네주며 이미 자리에 앉아있는 서준혁을 쳐다보기 시작했다.서준혁은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인기척에도 그는 단지 눈만 까딱할 뿐이었다.서창범은 무척이나 엄숙했다. 그는 인상을 쓰며 그녀에게 말했다. “왜 이제 왔어. 준혁이는 너 안 온다고 하더라.”“차가 좀 막혀서요. 아저씨, 생신 축하드려요.” 신유리의 얼굴에는 아무런 빈틈도 없었다. 그녀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서준혁의 옆에 남은 빈자리에 앉았다.앉자마자 그녀는 서준혁과 송지음이 연락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모습에 순간 그녀의 눈빛이 얼어버렸다.서준혁은 그녀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핸드폰을 다시 책상 위로 엎어놓았다.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더니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네가 안 올 줄 알았어.”“네가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그녀가 대답했다.그 말에 서준혁은 잠시 멈칫했다. “까먹었어.”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비 올 것 같아서, 먼저 지음이 집에 데려다줬어. 어차피 너도 차 있으니까.”“내 문자에 답장 안 했잖아.” 신유리는 시선을 내리깔며 눈 속에 담긴 생각을 숨겨버렸다.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손에 힘이 들어갈 뿐이었다. “전화도 안 받아서 난 너한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어.”송지음을 집에 데려다줬구나.서창범의 생일, 저택에는 많은 친척들이 찾아왔다. 하정숙은 손님 응대하는 게 바빠서 신유리의 트집을 잡을 시간이 없었고, 신유리도 당연히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누군가 서준혁의 혼사에 관심을 가지는 말에, 하정숙은 그제야 딱히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무심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쟤? 아직 멀었어. 결혼식장 들어가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친척은 이 상황이 조금 의아했다. “두 사람, 만난 지 꽤 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신유리가 팔찌를 질려한다는 건지, 서준혁이 신유리를 질려한다는 건지 말하기 어려웠다.떠날 때, 서창범은 하정숙과 함께 대문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서준혁은 단번에 신유리의 차를 보게 되었다. “안 데려다줘도 되지? 마침 저녁에 일이 있어서.”애초에 서준혁의 차를 타고 이곳에 온 것도 아니었다.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송지음 만나러?”“응.” 서준혁은 고개를 숙이더니 핸드폰을 확인했다. “생리가 앞당겨져서 케이크가 먹고 싶데.”그의 말에 신유리가 대답했다. “정말 관심이 엄청나네.”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너한테도 부족하지는 않았어.”맞는 말이다.솔직히 말하면 신유리가 서준혁을 따라다닌 몇 년 동안, 그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통이 컸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녀는 서창범이랑 인사를 하고는 혼자 차를 몰아 저택을 떠났다.다음날 회사에서 송지음을 만나게 됐을 때, 그녀의 목에는 다이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신유리는 눈썰미가 좋았다. 그녀는 그 목걸이가 서준혁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신상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점심시간, 신유리는 물을 받기 위해 탕비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안에서 전해지는 말소리를 듣게 되었다.송지음의 말랑하고 귀여운 목소리가 특히 더 잘 들렸다. “다들 장난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어떡해요.”“게다가.” 조금 고민이 섞인 말투였다. “유리 언니가 알면 엄청 화내겠죠?”신유리의 이름에 주위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를 놀리지 않았다. 신유리는 화인에서 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었다.신유리는 문 앞에서 잠깐 서 있더니, 이내 커피를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후, 그녀는 평소처럼 출근했고 프로젝트팀은 신유리에게 자료 하나를 올려다 주었다.자료를 확인하던 신유리의 이마는 점점 더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서류를 다시 덮으며 말했다. “도표가 너무 난잡하네요. 다시 하세요.”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가방을 내려놓고, 외투를 벗었다. 그녀의 말투는 평소와 똑같았다. “송지음 대신 말 전해주러 왔어?”그것 말고는 서준혁이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서준혁은 고개를 들더니 대답도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왜 이제 와?”신유리는 송지음의 도표를 고치는 것 때문에 평소보다 반 시간이나 늦게 퇴근했다.그녀는 몸에 있는 차가운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따뜻한 물을 한 잔 받았다.서준혁은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편하게 늘어놓으며 마치 이 집의 주인이라도 된 듯 나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신유리가 입을 열었다. “야근 좀 했어. 밖에 비도 오고 그래서 좀 늦어졌지 뭐.”“너 송지음 마음에 안들지.” 서준혁은 눈썹을 들썩였다. 확신이 가득한 말투였다.신유리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순간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녀는 송지음 얘기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 “네 마음에 들면 되는 거 아니야? 내 태도가 중요한가?”그녀의 말투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다른 볼일 더 있어?”그때, 탁자에 올려놓은 서준혁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서준혁은 평온한 눈동자로 신유리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자신의 눈빛을 거두었다.그는 탁자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는 다시 시선을 한 줌이 안 되는 신유리의 가녀린 허리에 멈추었다. 그는 풉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무슨 일 때문인 것 같은데?”성인 사이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게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단지 신유리가 오늘 밤 집중을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그 모습에 서준혁은 그녀의 허리를 꼬집으며 입가에 입을 맞추었다. 낮은 목소리가 마치 그녀를 달래주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야, 협조 좀 해줘.”서준
신유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서준혁의 말에 대답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라는 뜻이야. 그럴 필요 없으니까.”서준혁은 펜을 들어 시원시원하게 사인을 했고 이내 서류를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얼굴에는 쓸데없는 표정이 전혀 없었다. “그래. 네가 걔한테 설명해 줘.”신유리는 그의 말에 응답하고는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 서준혁의 손에 들려 있던 펜이 멈칫했다. 그는 신유리를 불러세웠다.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송지음보고 오라고 해.”그 말에 신유리의 발걸음이 멈칫했고, 서준혁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넌 이제 오지 마.”서준혁이 송지음한테 무슨 말을 한 건지, 다음날 신유리가 송지음을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가득 차 있었다.서준혁의 팔짱을 끼며 그녀에게 인사하는 송지음의 눈빛에도 어제의 의심이 사라져 있었다.아직 어려서인지 송지음은 감정이라는 것을 숨길 줄 몰랐다. 마침 동기들끼리 서로 연애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고, 다들 서로를 조금씩 놀리고 있었다.송지음과 서준혁의 일은 온 회사에 퍼지게 되었다. 신유리가 자리에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은근히 장난 몇 마디를 던지고 있었다.어제 서준혁에게서 다짐을 받은 건지, 송지음은 예전처럼 신유리를 피하고 꺼려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그 화제를 이어 신유리에게 말을 걸었다.“유리 언니, 남자 친구 생긴 거예요?”그 말에 마우스를 클릭하던 신유리의 손이 멈칫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서준혁이 그랬어?”“아니요.” 송지음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대표님은 언니 사생활이라고 했어요. 근데 왠지 그럴 것 같아서요.”송지음의 눈빛은 무척이나 솔직했다. 아무래도 신유리의 몸에 남은 흔적이 사라지진 않았으니까.신유리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곧이어 고개를 들어 담담한 눈빛으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떠보는 듯한 감정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혹시라도 자기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듣지 못하게 될까 걱
송지음은 고개를 숙이며 수줍음과 두려움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옆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야유하기 시작했다. “준혁아, 왜 그래. 왜 이렇게 잡혀 살아?”그 말에 서준혁은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흑요석이 담긴 듯한 눈동자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그의 말투는 조금 나른했다. “어리잖아. 내가 많이 아껴줘야지.”야유는 점점 더 커졌다. 그때, 누군가가 질문했다. “난 준혁이가 신유리 같은 스타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순식간에 룸은 조용해졌고, 송지음의 얼굴에 걸려있던 웃음도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서준혁을 쳐다보았다.서준혁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나른하고 게으른 모습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한 적 없어. 걔가 굳이 따라다닌 거야.”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 입을 연 사람이 바로 말을 보태었다. “그러게 말이야. 몇 년 지기 친구지만, 준혁이가 여자 때문에 전화까지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야. 제수씨, 당신이 준혁이한테 유일한 존재에요.”그 말에 서준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보고 제수씨래? 선 넘지 마.”웃고 떠들며 한바탕 소란이 지난 후, 갑자기 누군가 입을 열었다. “맞다, 연우진도 이따 온다던데. 준혁아, 우진이 귀국한 거 알고 있었어?”송지음은 궁금했는지 조용히 서준혁에게 물었다. “연우진이 누구예요?”서준혁은 가볍게 대답했다. “아무도 아니야. 그냥 친구.”송지음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친구라고 말하는 서준혁의 안색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송지음은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이 말하는 착한 여자로 살았다. 그녀가 제일 잘하는 짓이 바로 착한 척하는 것이었다.하지만.그녀는 옆에 앉아있는 서준혁을 몰래 훔쳐보았다. 심장 박동은 또 제멋대로 빨라지기 시작했다.그녀의 조건은 사실 서준혁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옆에는 신유리처럼 훌륭한 여자도 있었다.하지만 신유리 생각을 할 때마
서준혁의 시선은 신유리의 몸에 멈추었다.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오는 길에 차가 망가졌어.”그녀는 서준혁이 건넨 술잔을 들며 무심하게 말했다. “술 마시고 싶은 거면 내가 대신 마셔줄게.”“대신 마셔준다고?” 서준혁은 말꼬리를 잡으며 검은 눈동자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맡투는 조금 나른했다. “둘이 무슨 사이길래 신 비서가 대신한다는 거야?”그 말에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서준혁의 말투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마침 그때, 줄곧 아무 말 없던 송지음이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연우진 씨, 설마 그쪽이 유리 언니 남자 친구예요?”신유리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지음을 쳐다보았다. 막 입을 열려는 그때, 서준혁의 가벼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거야?”그는 깊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쳐다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유리 곤란하게 하지 마.” 연우진은 여전히 다정했다. 그의 얼굴에는 봄바람 같은 웃음이 걸려있었다.“그냥 친구야.” 그가 신유리 대신 상황을 무마했다.연우진이 나서자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신유리는 몸을 일으키더니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를 하고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연우진과 만나게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는 방금 출장에서 돌아왔고, 파티가 있다며 같이 가겠냐고 그녀에게 물었다.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신유리를 그를 따라왔다. 그가 말한 파티가 서준혁네 파티일 줄은 정말 몰랐다.그녀는 복잡한 마음으로 손을 씻었다. 그녀는 밖에 잠깐 앉아 있다 연우진에게 먼저 간다고 문자를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결국 화장실 문을 나서자마자 누군가의 의해 가로막히게 되었다.서준혁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고, 신유리가 나오자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연우진이랑 다시 잘해볼 생각이야?”연우진이 신유리를 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서준혁 무리에서 그나마 신유리가 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