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는 그것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도대체 플뢰르는 어디까지 뻗어 있는 거야?’
“승리가 플뢰르에게 머물길.”
“기쁨이 그대에게 넘치길.”짧은 인사가 오간 뒤, 그는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시종의 우렁찬 목소리가 홀 안으로 울려 퍼졌다.
“마티아스 백작부인 드십니다.”
***
입장 서열에서 뒤로 갈수록 신분이 높았다.
대공의 입장을 앞두고 나타난 사람.
그것도 연회장에 있는 모두가 훤히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소개되었다.
‘이만한 선전포고도 없지.’보통 귀족의 입장에는 이름을 붙였지만, 시종은 일부러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보는
란티아스는 나를 부축하며 가까운 테라스로 향하려 했지만, 그쪽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옆에 제일 작은 테라스 보이죠?” “네.” “저건 테라스가 아니라 정원으로 향하는 문이예요.”란티아스가 놀란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그런 것까지 압니까?” “알아두어야….”나는 눈을 유혹적으로 휘었다.“란티아스와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요.” 그는 더 묻지 않고 나를 부축하며 그쪽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란티아스는 나를 끌어안은 채 그대로 정원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나는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여긴 미로 정원이죠. 밖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완전히 밀실이 되는 아주….위험하고 은밀한 곳.”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벌써 어디선가 야릇한 신음이 들렸다.“안으로 들어가면 신음만 들려요.”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란티아스가 황당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봤다.“선대 황제는 황후를 바라보니…남겨진 황비들의 쌓인 성욕을 어찌하겠어요.”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목덜미에 이마를 살며시 비볐다.“풀어줘야지. 하지만 황비가 공식적인 정부를 둘 수는 없죠. 후계에서 피가 섞이니까.”미로 정원은 밤을 혼자 보낼 황비들을 위한 유희의 공간이었다. 황비들이 밤에 이곳에 들어오면 미리 준비된 시종들이 적당한 시간에 미로 안으로 들어왔다.달을 보며 소파에 앉아 있던 잠옷 차림의 황비들은 마침 길을 지나가던 시종의 ‘도움’을 받아 미로 밖으로 빠져나왔다. 실제 미로는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도 이상하게도 그들은 장장 두세 시간이 지나서야 출구로 나왔다. “그걸 주로 즐겨 쓰던 분이 엘리자베스 황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찾는 듯 시선을 빠르게 움직였다.조금 전까지 란티아스 곁에 있던 금발의 비비안을 찾는 듯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그들의 반응을 모르는 척 밝게 웃었다.“그러니… 에반님과 그분도 이어드렸으니. 이제는 두 분이 잘하시겠죠.”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세헤라님께도….폐하께서 만족할만한 여러 가지를 알려드렸으니…”“만족할 만한?”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나는 주변을 살피는 척을 하며 부채를 펼쳐 입가를 가렸다.“실은….”야한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살짝 열이 오른듯했다.“폐하께서 너무 절륜하셔서, 세헤라님께서 많이 힘드셨어요.”“?!!”“절..륜?”귀부인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그래. 이제 알아서들 부풀리겠지.’나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는 듯 부채로 얼굴을 조금 가렸다.“어머나, 이런 이야기는 비밀인데.”“…….”“나중에 따로 만날 기회가 생기면 말씀드릴게요.”마침 시야 끝으로 란티아스가 보였다. 나는 곧바로 부채를 접었다.“이런 은밀한 이야기는…… 아시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혼자 있는 란티아스에게 다가가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대신관님을 뵙습니다.”
비비안은 곧바로 몸을 돌려 들어오는 사람을 경계했다.그 여자는 커튼을 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금발에 푸른 눈?’자신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영애였다.“누구시죠?”다가온 여자는 한층 더 부드럽게 웃었다.“안녕하세요. 비비안님. 저는 비비안님을 돕기 위해 왔어요.”비비안의 눈썹이 좁혀졌다.“도와요? 나를? 어째서?”여자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비비안님은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되셔야 하거든요.”비비안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게….? 무슨 말이죠? 주인공? 이세계?”그러나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싱긋 웃었다. 천천히 앞으로 다가와 비비안의 손목을 낚아채고, 입 안에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읍…….!!!”비비안이 황급히 뱉어내려고 했지만 물은 이미 목으로 넘어간 뒤였다.“무슨…..!!”그녀의 몸에 힘이 빠지더니 고개가 뚝 떨어졌다. 그여자가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당신은 비비안.”비비안의 입술이 느릿하게 움직였다.“…나는, 비…비안.”“당신은 카슈미르, 에반, 란티아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아름다운 여주인공이랍니다.”“…사랑을…독차지하는 여주인공.”“그걸 방해하는 악녀 리리아나를 처단하세요.”“악녀인 리리아나를…&hellip
“지.금. 오랜만에 만난 약혼녀에게 하는 소리예요?”에반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날 보고 반갑다고 한 것도 아니고, 연회장에 오자마자 날 찾은 것도 아니고, 먼저 그 여자에게 갔으면서!! 지금 날!”비비안은 화가 난 목소리를 숨기지 않았다.“그 여자?”에반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비비안 키트루다. 당신은 성녀지만 고작 백작영애야.”그는 차갑게 덧붙여 말하자, 비비안은 순간 움찔했다.“리리아나는 마티아스 백작부인이다. 말은 삼가지.”“백작부인? 그게 뭐 어때서?”비비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듣도 보도 못한 백작가면 유서깊은 것도 아니네. 그런데 왜….”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왜 나를 버려?”그녀는 울먹이며 에반의 품에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에반은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달래지도 않았다.“나는 처음부터 널 버린 적도, 찾은 적도 없는 걸로 기억하는데.”“무슨 말인가요?”비비안의 얼굴이 굳었다.“태중 약혼녀면 찾아야지. 찾아서 같이 있어야지.”에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태중 약혼은 흔히 잘 깨지기도 하지. 게다가 그대는 남부라 거의 교류도 없는 상태였고.”“…….”“북부 영지가 척박하여 그대의 가문에서도 이리저리 재고 있었던 걸로 아는데.”“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싫다….”“근엄한 폐하시잖아요.”나는 일부러 더 예쁘게 웃었다.“이제는 예법에 맞춰서 해 주세요.”“싫다니까….”카슈미르의 손가락이 내 허리를 집요하게 지분거렸다.“우리가 나가야 다른 이들도 춤을 추죠.”“어.”그는 마지못해 손을 떼면서도 에반 쪽을 힐끗 바라봤다.“옆에 에반을 둬. 여기서 저 개새끼 같은 대공을 건드릴 간 큰 자는 없거든.”“개새끼 아니고 댕댕이.”“그게 그 거지.”카슈미르는 흘러내린 내 머리카락에 입을 맞춘 뒤 손으로 부드럽게 뒤로 넘겨주었다.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를 향해 무릎을 살짝 굽히고 상체를 숙였다.그 순간 카슈미르의 손이 다시 주먹을 쥐는 것이 보였다.‘나중에 부르면 그냥 안 재우겠네….’황제 곁에 시종장 요한이 다가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며 비비안을 찾았다.비비안은 에반의 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뭐라고 말하려나….’혼자있을 란티아스에게 가 볼 생각으로 발을 떼는 순간, 귀부인 두 명이 내 앞을 막듯 다가왔다.‘태후파 사람들이네.’***“에반님, 찾았어요.”비비안이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볼이 연하게 불그스름해졌다.“죄송합니다. 성녀님. 급한 일이 있어서요.”웃던 비비안의 얼굴이 굳어지며 맞잡은 두 손에 힘을
남은 후궁들도 처음 궁에 들어오며 작성했던 계약 기간을 채운 뒤, 거액의 위로금을 받고 하나씩 궁을 나갔다.위로금의 액수는 수도의 타운하우스 한 채 값에 맞먹었다. 그리고 함께 따라붙은 경고는 돈보다 무거웠다.이 일이 리리아나의 귀에 들어가는 순간, 그 가문은 소리도 없이 사라질 거라고.그래서 그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리리아나에게 원망을 돌렸다.리리아나가 악녀라고 말해야 자신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이를 갖지 못한 이유도 그녀에게 떠넘기면 적어도 자신들의 굴욕을 조금은 견딜 수 있었다.그런 리리아나가 지금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세헤라가 황비가 된 것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황제는 정작 황비가 아니라 자기 연인으로 인정한 리리아나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연회장 한복판에서도 노골적인 애정을 전혀 감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몇몇을 향해서는 경고까지 보냈다.에반과 란티아스 대신관.두 사람의 표정 역시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과거 후궁들이 지금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일 정도로.그리고 그들의 곁에 있던 금발의 비비안도.그 기색을 눈치챈 영애들은 서로 말없이 시선만 마주쳤다.아벨은 역시 리리아나의 드레스를 보고 놀랐지만, 그녀가 황제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는 순간 바로 이해했다.‘저 드레스의 짝은 황제였군.’아벨의 시선의 단상에 섰던 세헤라를 향했다. 그녀 또한 눈치챈 모양인지 이를 아득바득 갈고 있었다.그는 들고 있던 샴페인으로 목을 축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쓰게 느껴졌던 술이었다. 술이 바뀐 것도 아닐 텐데 이상하리만치 달았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조토는 턱 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