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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낙인의 밤

Author: Lunatic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3 23:52:55

묵직한 오크 문이 닫히고 도어록이 잠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방 안에는 오직 두 사람의 숨 막히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갤러리 상층에 마련된 이 프라이빗 라운지는 연회장의 소란을 완벽하게 차단한, 오직 은우만을 위한 은밀한 성소였다. 짙은 네이비 톤의 벽지와 가죽 소파,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비현실적인 배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강은우는 자신의 재킷을 벗어 던지며,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윤지안의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수치심과 긴장으로 하얗게 질린 지안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릴 때마다, 은우의 가슴 속에서는 가학적인 충동이 들끓었다.

셔츠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부드러운 백옥 같은 살결은, 그 자체로 은우의 숨을 멎게 하는 완벽한 예술품이었다.

오늘 밤, 이 아름다운 조각상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낙인을 새기고 싶다는 절박함이 그의 전신을 휩싸였다.

마침내 지안의 셔츠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어두운 간접 조명 아래 윤지안의 상반신이 그 관능적인 자태를 온전히 드러냈다. 수년간 극한의 발레 훈련으로 빚어진 몸은,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근육의 결이 살아있는 헬레니즘 조각상 그 자체였다.

은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경탄과 욕망이 뒤섞인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뒤이어 분노가 치밀었다. 아까 연회장에서 지안을 바라보던 그 남자의 집요한 시선, 그리고 지안의 흔들리던 눈동자, 그리고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존재의 그 더러운 손길.

눈 앞에서 빼앗긴 지안의 주도권은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동시에, 더욱더 지안에 대한 애증만 쌓여 갔다. 

은우는 지안의 뒤에 바짝 밀착했다. 그의 뜨거운 손길이 마치 제단을 어루만지듯, 지안의 목선에서부터 어깨, 유려한 쇄골을 지나 탄탄한 가슴팍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내렸다. 은우의 손길이 가슴팍에 닿는 순간, 지안의 몸이 움찔하고 강하게 떨렸다

"선배…"

지안은 잠시 놀란 듯 숨을 들이쉬었지만, 이내 익숙한 은우의 주도권에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지안의 백자기 같은 피부 위로 은우의 뜨거운 체온이 붉은 낙인처럼 새겨졌다. 지안의 피부는 은우의 손길에 아주 미세하게,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떨렸다.

"오랫동안 봐도, 넌 늘 새로워…."

은우는 지안의 귓속에 낮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 부드럽고 순백의 완벽한 조각상이 오직 자신의 손아귀에 있다는 사실에, 은우는 황홀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안의 아랫입술 사이로 나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수치심과 쾌락이 뒤섞인, 억눌린 소리였다.

은우의 손길은 점점 더 집요하고 가학적으로 변해갔다. 발레리노 특유의 섬세한 잔근육이 자리 잡은 복부를 지나, 잘록한 허리선을 따라 그의 손바닥이 느릿하게 원을 그리며 지안의 몸을 탐했다. 은우의 오른손은 지안의 가슴을 강하게 쥐어짜고, 왼손은 점점 허리춤을 지나 지안의 은밀한 곳으로 내려갔다.

지안의 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살내음과 은은한 향수 향이 은우의 이성을 아찔하게 마비시켰다. 지안의 완벽한 나신을 남김없이 자신의 눈과 손과 입술에 담으려는 듯, 그의 애무는 점점 더 대담하고 농밀하게 지안의 온몸을 유린했다.

"벗어."

은우의 명령은 단호하고 위압적이었다. 지안은 잠시 주저하다, 천천히 바지를 벗었다.

드디어 온전한 나신의 지안이 은우의 눈앞에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그의 몸은, 신이 실수로 인간 세상에 떨어뜨린 가장 완벽한 피사체 같았다.

"언제 봐도… 넌 미치도록 아름다워."

은우는 지안의 몸에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욕망으로 짙게 타오르고 있었다.

천천히 그의 입술이 지안의 목선을 타 입술까지 다다르자, 하나의 성수를 들이마시는 듯, 지안의 채액을 빨아들었다. 

"나 봐, 얼른." 

갈구하는 은우의 목소리와 자신을 휘젓는 그의 손길에 지안은 서서히 무릎을 꿇리고 말았다. 

"하아… 선… 선배…."

지안은 눈을 감은 채 머리를 뒤로 젖혔다. 밀착된 두 사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안의 몸은 은우의 손길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은우는 지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의 입술에 거칠게 입을 맞췄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은우는 지안을 앞으로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바지를 벗고, 지안의 두 팔목을 한 손으로 제압하여 머리 위로 고정시켰다. 두 팔로 몸을 지탱하던 지안의 다리를 강제로 벌리고, 자신의 뜨겁게 달아오른 중심을 지안의 비밀스러운 입구에 맞추었다.

지안의 눈이 순간 놀란 듯 커지며, 고통에 몸서리를 쳤다. 은우의 손을 잡고 있던 지안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아악! 아… 아파!! 그만… 제발…!"

“쉬이이잇… 착하지… 지안아. 조금만 힘 빼자. 그래야 네가 덜 아파." 

나긋한 은우의 목소리는 지안의 귓가에 섬뜩하게 속삭이며, 그의 비명을 억눌렀다. 

짧고 질척한 마찰음과 함께, 은우의 것이 지안의 좁고 예민한 안으로 단번에 파고들었다. 준비되지 않은 삽입에 지안의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은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어억....윽..읏...."

지안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두 팔목을 한 손으로 더욱 강하게 제압하며, 은우는 지안의 안을 가득 채우는 감각에, 그리고 이 순간 지안이 온전히 자신의 아래에서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에 미칠 듯한 전율을 느꼈다.

'윤지안… 똑바로 알아둬. 너 내꺼야. 아무리 다른 사람 손이 묻어도, 넌 영원히 내꺼라고! 알았어?!'

은우의 허릿짓은 처음에는 느리고 깊었지만, 지안을 향한 소유욕과 분노가 뒤섞이며 점차 맹렬하고 자비 없이 변해갔다. 지안의 몸은 은우의 가학적인 움직임에 따라 속절없이 흔들리며 바닥에 흩어졌다.

“하윽! 아! 읏…! 흑…! 선배… 제발… 부서질 것 같아요….”

지안은 격렬한 고통과 수치심 속에서 신음했다. 하지만 그의 신음 소리는 은우의 귀에는 오직 자신만을 향한 갈구로 들릴 뿐이었다. 은우는 지안의 애원을 무시한 채, 더욱 강하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지안의 하얀 몸 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은우의 손길이 닿았던 피부는 붉게 홍조를 띠며 은우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질척이는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 침대가 격렬하게 삐걱거리는 소리,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촉촉해… 뜨거워… 부서질 것 같은데… 왜… 자꾸…'

지안은 고통과 자극 사이에서 정신없이 신음했다. 그의 눈빛은 쾌락에 풀려 창문 너머의 어둠 속 한 점을 응시했다. 몸은 은우의 가학적인 애무에 반응하며 격렬하게 경련했지만, 얼굴은 영혼 없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것은 오직 육체만이 남은, 빈 껍데기의 반응이었다.

은우는 그런 지안을 더욱 몰아붙였다. 어떻게든 그의 차가운 가면을 부수고, 그 속에 숨겨진 진짜 감정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자신을 향한 원망도 좋고, 증오도 좋았다. 오직 자신만을 느끼고, 자신에게 반응하는 지안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은우는 짧은 신음과 함께 지안의 가장 깊은 곳, 전립선을 집요하게 쳐올렸다. 지안은 은우가 바라던 대로 격렬한 경련과 함께 숨 막히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의 몸은 본능적인 쾌락에 굴복하며 은우의 아래에서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으윽…!”

“하앗….”

은우는 지안의 가장 깊은 곳에 자신의 뜨거운 욕망을 쏟아낸 뒤, 거친 숨을 내쉬며 지안의 위에 엎어졌다.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젖어 서로에게 밀착되어 있었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은우는 잠시 숨을 고르다, 지안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나직이 물었다.

"아까… 테라스에서 너 옆에 있던 남자는 누구야?"

은우의 목소리에는 낮지만 섬뜩한 소유욕이 배어 있었다.

"남… 자요?"

지안은 은우의 물음에 순간 잊혀졌던, 연회장에서 자신을 집요하게 응시하던 그 창백한 남자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피사체를 발견한 예술가처럼, 자신을 바라보던 그 남자의 시선이 다시금 지안의 가슴에 기묘한 파동을 일으켰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인사만 나눴어요."

지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은우의 시선을 피했다.

"그래?"

은우는 지안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대신 지안의 목덜미에 다시 입을 맞추며 나직이 속삭였다.

"나를 충족시켜줬으니, 상을 줘야지."

은우는 천천히 자신의 상의를 벗어던졌다. 그의 탐미적인 눈동자는 지안을 더욱 강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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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5. 침범의 전조

    지난밤의 농밀했던 공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며칠 뒤, 윤지안은 자신의 갤러리 의 회의실에서 다음 기획전 "경계의 미학: 혼돈 속의 질서"에 대한 막바지 점검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평소 딱 떨어지는 수트보다는 그의 자유로운 기질을 드러내는 옷차림을 선호하는 그는, 오늘도 몸의 선이 유려하게 드러나는 살구색 실크 셔츠에 슬림한 파란 슬랙스를 매치했다. 셔츠 단추는 두어 개쯤 풀어헤쳐 그의 긴 목선과 쇄골을 은근히 드러냈고, 움직일 때마다 탄탄한 몸의 실루엣이 매혹적으로 드러났다.회의용 테이블 위에는 작가들의 도록과 작품 이미지들이 흩어져 있었고, 맞은편 스크린에는 오늘 논의의 중심이 될 작품, 살바도르 달리의 가 커다랗게 투사되어 있었다. 지안은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깊숙이 기대앉아 있었고, 그의 지시를 받은 수석 큐레이터가 작품에 대한 브리핑을 이어가고 있었다."…이처럼 는 달리의 개인적인 경험과 강박, 특히 성적 불안과 거세 콤플렉스, 그리고 그의 뮤즈였던 갈라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매우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메뚜기와 개미 등의 상징들은 그의 공포와 혐오감을, 여성의 얼굴과 관능적인 요소들은 그의 억압된 리비도와 욕망을…"수석 큐레이터의 분석적인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지안의 시선은 오롯이 스크린 속 그림에 고정되어 있었다. 기괴하게 늘어진 옆얼굴 형상, 그 위에 펼쳐지는 도착적인 이미지들의 향연. 노골적이고 때로는 혐오스럽기까지 한 상징들.하지만 이상하게도 지안은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른 직원들이 작품의 선정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우려를 표하거나 예술사적 의의를 논하는 동안, 지안은 그림이 뿜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혼돈 속에서 기묘한 동질감, 혹은 일종의 위안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뒤틀린 욕망, 숨겨진 불안, 금기에 대한 갈망들이 마치 자신의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불쾌하기보다는 차라리 솔직해서, 역설

  •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4. 당신이 바라는대로

    정신이 흐릿해져 가는 지안의 풀린 눈빛이 은우를 보곤 순간, 섬뜩할 정도로 투명하게 빛났다. 아니, 은우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은우의 셔츠가 벗겨지며 드러난 가슴과 어깨, 세월에 덧입혀져 살갗과의 경계가 흐릿해진 흉터들에 고정되어 있었다.오로지 자신만이 핥아 입 맞출 수 있는, 고결하고도 음란한 제단. 자신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욕망, 지안은 홀린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은우에게 다가갔다. 갈구하는 눈빛에 은우는 지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그렇지… 지안아. 이 오욕의 흔적들은 다 네 거야.”헐떡이는 숨과 뎁혀질 대로 뎁혀진 땀들은 오로지 지안의 의식을 위한 흔적이었다. 지안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혹은 지안이 갈구하는 눈빛을 받기 위해 은우가 제 살점을 깎고 도려내어 새긴 뒤틀린 낙인.흉터는 불규칙하게 그어진 수십 개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떤 선은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듯 깊고 가늘었으며, 어떤 선은 무딘 도구로 긁힌 듯 도톰하고 불규칙했다. 섬세하게, 때론 거칠게 직선으로 베여진 이 모든 것들은 지안을 제 곁에 묶어두는 가장 견고하고 잔인한 사슬이었다. 혀의 감촉이 거친 캘로이드 흉터의 가생이를 느릿하게, 그리고 집요하게 핥아 올렸다. 햝으면, 햝을수록 지안은 점점 더 나락의 쾌락 그 이상을 원했다.하아...아...하....고귀한 것을 떠받들 듯, 섬세한 손길로 하나, 하나씩 더듬으며 지안의 혀가 가슴 한복판에 깊게 패인 흉터의 심연으로 파고들 때마다, 은우는 비로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아, 읏… 지안아. 오로지 나만이 널 충족할 수 있어. 나만이 원하는 걸 너에게 줄 수 있다고.지안의 혀가 제 몸 곳곳을 유린할 때마다 지독한 안도감을 느꼈다. 지안이 제 흉터를 핥을 때만, 그 텅 빈 눈동자에 오로지 자신을 향한 열망이 그는 좋았다.지안은 이내 애무를 중단하고, 은우를 바라보았다. 텅 비어있던 눈동자에 오로지 '상흔'에 대한 열망만이 짙게 어려 있었다. 희고 가녀린 두 손이 은우

  •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3. 낙인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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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2. 포장된 제물

    테라스에서의 짧고 강렬했던 조우 후, 윤지안은 도망치듯 강은우의 곁으로 돌아왔다. 연회장의 후끈한 열기가 차갑게 식었던 피부를 때렸다. 지안의 뺨은 밤공기와 알 수 없는 고양감으로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동자는 평소보다 깊고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은우는 지안이 곁에 서자마자 그 미묘한 변화를 귀신같이 감지했다. 그는 지안의 아주 작은 표정 변화나 몸짓 하나만으로도 그 내면의 기류를 읽어내는 사람이었다.은우는 들고 있던 와인 잔을 천천히 돌리며, 주변의 소음에 묻히지 않을 정도의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좀 진정됐어?”“네….”“잠시 나갔다 온 사이에 취한 것 같은데? 얼굴이 붉어, 많이.”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그 안에는 오직 지안만이 느낄 수 있는 은근한 탐색과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지안은 은우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입꼬리를 억지로 올려 미소를 지었다.“…별거 아니에요. 긴장한 탓에 와인을 좀 급하게 마셨나 봐요.”지안은 불안감을 감추려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손끝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 나는 너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1. 심연의 눈동자

    서울의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갤러리 K’의 VIP 개관 연회장. 내로라하는 예술계 인사들과 재력가들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은 우아한 재즈 선율과 샴페인 잔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 찼다.그 중심에는 스튜디오 J의 대표이자 한때 발레계의 유망주이자 샛별로 불렸던 강은우가 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수트 핏과 완벽한 매너, 기품 있는 미소. 그의 주변에는 선망과 존경, 그리고 은밀한 열망이 뒤섞인 시선들이 끊임없이 맴돌았지만, 은우는 언제나처럼 여유롭고 차분하게 화답했다.그의 곁에는 스튜디오 J의 디렉터, 윤지안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은우의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이자 유능한 디렉터인 지안은 과거 은우와 마찬가지로 발레로 다져진 유려한 선과 백옥처럼 투명한 피부, 지적인 분위기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 같았다. 사람들은 그를 청자 무늬가 그려진 백자라 칭송했다. 소박한 듯하면서도 은연중에 배어나는 수줍음과 기품은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은우와 지안, 두 사람은 누가 보아도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완벽한 한 쌍이었다.하지만 지안의 내면은 달랐다. 빳빳하게 날이 선 긴장감 속에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여야만 한다는 강박. 오로지 정적을 깨기 위해 서로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나누며 다소곳한 미소를 짓는 가식적인 순간들. 이런 일이야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건만, 오늘 밤 지안은 연회장 한복판에 마치 벌거벗은 조각상처럼 서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깊은 한숨을 삼키며 애써 피로를 억누르던 순간, 지안의 시선이 한곳에 멈칫했다.창백하리만치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칠흑 같은 검은 머리.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그의 흐릿한 눈동자에는 내심 시선을 돌리려 해도 자꾸만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흡입력이 있었다. ㅇ그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뒤돌아볼 정도로, 어딘가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아우라를 풍기는 남자였다.평소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지안은 새로운 걸작을 발견한 듯,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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