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시후가 직업이 없는 백수라니? 더 많은 정보를 묻고자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심판이 링 위로 올라가 "2세트, 30초!"라고 소리쳤다.시후는 이토 나나코에게 "경기에만 집중해요! 그럼 먼저 갑니다!”라고 말했다."가시려는 겁니까..?" 이토 나나코는 갑자기 상실감이 밀려왔다.그러자 시후는 "아 참, 야마모토 가즈키와의 내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그럼 퇴원했을 때 자유롭게 서울을 떠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시후는 현장에 계속 남아있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이토 나나코는 시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다나카 코이치가 급히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아가씨! 계속 경기를 하실 겁니까?!”"당연하죠!" 이토 나나코는 갑자기 모든 열정과 투지를 되찾았고, 단호한 눈빛과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반드시 결승전에 진출해서 진설아 선수와 시합을 할 거예요! 은시후 선생이 나를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시후가 체육관 밖으로 나왔을 때, 진원호와 설아가 이미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나오자 진원호는 황급히 앞으로 나와서 공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설아가 선생님의 가르침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정말 감격스럽습니다!!"시후는 담담하게 "하하.. 저에게 이렇게 예의 차리실 필요는 없어요. 설아는 대표님의 딸일 뿐만 아니라 제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친구 사이에 이런 도움은 마땅히 줄 수 있는 것이죠.”라고 말했다.진원호는 자신도 모르게 설아와 시후를 번갈아 보며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설아야! 이 말 들었지? 선생님께서 널 얼마나 아끼는지! 앞으로 너는 꼭 은 선생의 말을 잘 듣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알겠니?!”설아는 망설임 없이 "네, 아버지~ 안심하세요! 저는 평생 선생님을 따라다니며 진심을 다해 공경할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시후는 웃으며 설아에게 답했다. "하하하.. 나에게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혜리는 의 모델로 나서기 위해 매니저와 경호원과 함께 구현제약으로 향했다. 혜리는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외출할 때 늘 비싼 외제차, 또는 가장 비싼 클라스의 벤을 타고 다녔다. 벤을 타고 다니면 직접 자가용을 운전하지 않아도 되고,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녀처럼 유명한 스타는 전국 어느 곳에 등장해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그녀는 몸을 사리면서 파파라치나 팬들의 눈을 피해야 했다. 그래서 벤은 혜리의 외출에 필수적인 요소였다.이학수는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혜리 일행을 만나 구현제약으로 향했다. 원래 이학수는 혜리 일행을 먼저 버킹엄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한 뒤에 내일 다시 업무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왜냐하면 혜리가 최근 외국에 가서 촬영을 하는 등 외부 스케줄로 너무 바빴고 피곤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혜리는 구현제약을 가보고 싶다고 고집했다. 혜리 자신이 처음으로 의약품 광고 모델로 발탁된 것인데, 이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먼저 생산 작업장에 가서 구현제약이 제대로 된 회사인지 아닌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시후가 막 구현제약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때, 혜리는 이학수의 안내 아래 구현제약 생산라인을 시찰하기 시작했다. 구현제약의 전신은 화신제약으로, 화신제약은 국내에서 알려진 대형 제약회사였기 때문에, 생산라인과 생산공정이 모두 국내 일류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사실 의 약효는 혜리가 직접 체험했기 때문에 약효에 대해 의심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의 광고 모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후였다. 그때, 그녀는 갑자기 위경련의 전조 증상이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혜리는 공장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이 빠르게 포장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며 이학수에게 물었다."저.. 이 대표님, 혹시 지금 을 좀 복용할
혜리의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여기 회장님은 과한 망상증이 있는 게 아닐까요?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특허에 관한 국제 법률을 매우 엄격하지 않아요? 그럼 구현제약에서 약품이 특허를 출원하면 제품을 도용할 일이 없을 것이고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요?”이학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매니저님께서 이 제약 업계와 관련하여 잘 모르시는 것이 있네요.. 제약회사에서 특허를 낸다고 하더라도, 복제약을 만들면 그건 끝입니다. 더불어 천연물로는 특허 등록이 쉽지 않아요.”"네? 복제약이요??? 천연물은 또 뭔데요?” 매니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학수에게 물었다."예를 들어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화학 구조상으로는 이매티닙메실레이트(Imatinib Mesilate)입니다. 이것은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생산한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백혈병 치료제 중 하나이죠. 만약 노바티스에서 이 성분을 특허 출원하면 다른 회사는 이와 같이 성분이 일치하는 제품을 생산하면 특허권 침해로 간주되는 겁니다. 그러나 한의학에서 다루는 한약이나 한약재의 경우, 특정 비율로 약재들을 배합하여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배합에 대한 특허출원이 굉장히 어렵고 특허법에 의해 효과적으로 보호되기 어렵죠. 심지어 다른 국가의 제약 회사에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한국은 정부가 나서서 복제약의 제조와 판매를 권장하는 상황에서 제품이 만들어 지기도 전에 외부에 알려진다면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 되는 겁니다.”그러자 매니저 지우는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다른 제약 회사들의 특허권 침해는 고소할 수 있지 않아요?”라고 물었다.이학수는 또 다시 고개를 저었다. "매니저님.. 제약 회사들 간의 경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네요.. 원래 자연에서 오랫동안 존재하게 된 것은 특허 출원이 어려운데, 예를 들어 아시아 전체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죠? 어느 날 갑자기 연구자들이 연구를 하다가 흰 쌀밥이 특정 질병을 치료
이학수는 매니저가 시후를 무시하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시후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매니저 님, 일단.. 저를 무시하는 건 허락하지만 절대 제 상사를 무시하는 건 제가 참을 수 없네요. 만약 당신이 회장님과 오랫동안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시고, 그 분의 아우라를 느낀다면 제가 말한 모든 것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지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또 다시 반대를 하려 할 때, 곁에 있던 혜리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언니, 밖에 나와서 이렇게 무례하게 굴지 말아 줘. 나는 이학수 대표님의 말을 믿으니까. 만약 처럼 신기한 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면 그것 만으로도 그는 이 세상에 내려온 신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아.. 그래? 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그럼 나도 더 이상 입 아프게 입씨름하진 않을게.”이학수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는데, 매니저가 자신과 말다툼을 하려고 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자신이 혜리의 매니저에게 농락당했다는 걸 생각하고는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그 때, 현장에 있던 주임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이학수에게 말했다. "사장님~ 은 회장님이 오셨어요!"말이 끝나자마자 시후가 이미 작업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시후가 작업장에 들어오는 순간, 혜리는 그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옆에 있던 이학수에게 속삭였다. "저.. 저 남자가 회장님이에요?”"네.. 그렇습니다..""저 사람..! 이름이 뭐예요?! 뭐냐고요!!"이학수는 "음.. 은시후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라고 물었다.혜리는 은시후라는 세 글자를 듣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했다.옆에서 혜리의 매니저가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름이 여섯 글자예요? 이름을 물었더니 은시후 선생님이라고 답하다니.. 그럼 ‘내 이름은 김지우인데, 나도 이름을 물으면 김지우 매니저입니다.’ 라고 말하면 되겠네~”혜리는 갑자기 "언니! 사업 관련 이야기
사실 이런 기질을 가지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최소 3대, 심지어 4대 이상 여러 세대가 열심히 노력해야만 진정으로 이런 기질을 갖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후가 생각하기에 이런 분위기와 기질을 가진 여성은 송민정 대표밖에 없었다. 그런데 혜리의 분위기는 오히려 송민정 대표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후는 놀라움을 거두며 두 여인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앞에 일이 조금 지체되는 바람에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시후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혜리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혹시.. 성함이.. 은.시.후..가 맞으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왜 그러시죠? 제 이름이 이상한가요..?”혜리는 자신을 가리키며 아름다운 눈망울로 시후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저 기억 나요?”혜리의 말에 시후를 포함한 나머지 세 사람이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혜리가 시후를 알고 있는 건가..?시후도 혜리의 말을 듣고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국내외로 유명한 연예인이 무슨 일로 자신을 알고 있겠는가..? 아무래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일 것이다. 여덟 살 때 시후는 원래 살던 고향을 떠났고, 혜리를 보니 자신보다 한 두 살 어린 것 같은데.. 결국 시후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시후가 고향을 떠났을 때 고작 예닐곱 살 정도였을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이 여성이 자신을 알 수 있겠는가? 자신은 그녀와의 기억이 전혀 없는데, 혜리가 자신을 보는 눈빛에서 시후는 그녀가 뭔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그녀와 자신이 아는 사이라면, 분명 자신이 보육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알게 된 사이일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시후가 LCS 그룹의 도련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후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혜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저.. 아마도 혜리 씨가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은데요? 하하..!”"그럴 리 없어요! 틀릴 리가 없다고요!! 당
시후는 매니저의 말을 듣고 싱겁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구현 제약의 이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비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기본적으로 모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업계 관행입니다."혜리는 시후에게 미안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은 선생님.. 저희 측에서 이렇게 무리한 부탁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제가 얼마 전 촬영을 위해 해외를 왔다갔다 하면서 위장병이 생겼어요. 스트레스와 환경 때문이겠죠.. 그래서 속에 좋다는 약들을 구해서 종류별로 복용했지만 이게 완치가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을 복용하고 나서야 눈에 띄게 개선되었어요. 지금껏 복용했던 약들 중에 가장 약효가 뛰어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약효가 이제 떨어졌는지 또 속이 아프고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이유로 약을 간절히 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고 생산 라인에서 방금 포장된 박스를 하나 집어 들어 혜리에게 건네 주며 말했다. "혜리 씨가 이렇게 저희 약이 필요하다고 하시니.. 그럼 먼저 복용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혜리는 손을 뻗어 약을 받아 들고 지체없이 자리에서 조심스레 약을 복용했다. 약을 다 마셨을 때, 그녀는 위가 훨씬 편안해짐을 느꼈다.그때 시후가 입을 열었다. "혜리 씨, 우리 구현 제약에 대한 인상이 어떤지 모르겠네요..?"혜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 지었다. "일단 첫인상은 합격이에요~ 호호.. 그리고 뭔가 대기업이 되기 위한 분위기와 설비 수준은 다 갖추고 있는 것 같고요. 전문적이기도 하고..?”"그럼 우리 회사와 광고를 찍는 일은 별 문제가 없겠죠?""네.. 광고 모델 건은 문제없이 진행될 거예요. 저는 언제든지 계약할 수 있어요. 계약이 끝나면 광고 촬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그래요? 정말 잘 됐네요~ 그렇다면 오늘 계약을 마무리 지으시죠? 하하하~”"네, 알겠습니다.
방문이 닫히는 순간, 지금껏 수많은 남자들을 매료시킨 이 여신은 눈을 붉히며 물었다. "시후 오빠!!! 정말 내가 기억이 안 나는 거야..?”시후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여덟 살 되던 해에 이미 제가 지내던 동네를 떠났거든요. 이렇게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저와 함께 지냈던 많은 사람들과, 겪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많이 없어요."혜리는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시후 오빠!! 나 기억 안 나? 오빠가 맨날 꼬맹이라고 불렀잖아! 내 이름은 고.은.서.야!""응?? 꼬맹이..?" 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꼬맹이라고 불렀다고 내가..?”혜리는 "응! 내가 어려서 오빠랑 맨날 소꿉놀이 하자고 졸랐는데 오빠가 나보고 꼬맹이라고 불렀었어! 자주 놀아줬잖아~ 은서가 내 원래 이름이었고..!”시후는 정말 은서라는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꼬맹이’라는 별명을 듣자 그의 머릿속에는 곧 어린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은서.. 꼬맹이.. 강북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던 엔터테인먼트 집안.. 그녀의 어머니는 대갓집 딸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을 은서라고 지은 것은 은혜로써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은서의 아버지 이름은 고선우로, 집안에서 셋째로 태어났다. 당시 고선우와 시후의 아버지는 굉장히 친한 사이였고, 두 사람은 목숨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당시 시후의 아버지는 고선우를 많이 도와줬고, 고선우가 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것을 도와주었고, 그룹의 주인이 되는 것까지 도와주었다. 심지어 그는 고선우를 지원해서 그의 실력을 더욱 키워주었다. 이 때문에 선우는 시후의 아버지에게 매우 감사함을 느꼈다. 게다가 두 집안에는 아이가 마침 딸 한 명, 아들 한 명이 있었기에 고선우는 두 아이를 정략 결혼시킬 것을 제안했다.사실 대기업 자제들 사이에서 정략 결혼을 하는 일은 오늘날에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략 결혼의 현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시후가 다시 서울로 올라온 이후 그는 몇 년 동안 그룹과 관련된 사람을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단 한 명만 만났을 뿐이다. 그는 바로 LCS 그룹의 집사, 박상철이었다. 당초 박상철이 갑자기 나타나 LCS 그룹을 대표해 엠그란드 그룹과 현금 100억을 자신에게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돈을 받고 그룹을 승계 받았음에도 시후는 다시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바로 LCS 그룹은 돈도 주고 회사도 시후에게 주었지만 돌아가기 싫다고 했을 때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온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사실 이에 대해 시후는 매우 기뻤다. 어쨌든 그는 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경쟁과 원한 관계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시후는 자신으로 인해 아내 유나까지 그룹의 다툼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았다. 따라서 지금처럼 편안하고 방해 받지 않고 조용히 생활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룹으로 돌아가서 LCS 그룹에 소속된 가족들과 가산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그리고 오늘.. 그는 드디어 돌아가신 아버지와 아버지의 절친의 딸.. 두 분이 매번 말씀하시던 정략 결혼의 상대인 은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시후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속속들이 떠올랐다. 예전의 기억들은 시후로 하여금 이미 돌아가시고 지금은 세상에 계시지 않는 그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요 몇 년 동안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시후는 아버지를 잃고 난 뒤 어머니를 잃었을 때 그렇게 슬플 여력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부모도 일찍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생에서 그렇게 큰 일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만약 세 식구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은 분명 훨씬 행복했을 텐데..?은서는 시후가 침묵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시후 오빠! 왜 말을 안 해? 정말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