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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作者: 로드 리프
시후는 트라비체를 나선 뒤,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가 준비 중인 결혼기념일 축하 파티에서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다.

이 깜짝 선물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만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내에게 로맨틱한 결혼식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시후는 잠시 지난날을 떠올렸다. 두 사람은 유나의 할아버지 김 전 회장의 성화에 서둘러 혼인 신고를 했지만, 끝내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었다.

김영식 전 회장은 결혼식을 위해 날을 잡으려 했지만, 시후와 유나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쓰러져 입원하는 통에 결혼식은 연기되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김 전회장이 타계했고, 시후는 WS 그룹 일가에게 철저하게 외면 받으며 결혼 계획은 수포로 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부자가 되었다.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재산이 있었고, 또한 아내를 위해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가장 먼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결혼식 장소는 샹그릴라 호텔의 스카이 가든이었다.

샹그릴라 호텔은 국내 최고의 호텔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샹그릴라 백화점과 연결된 호텔은 넓고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스카이 가든은 호텔 최상부에 위치한 연회장이었다. 스카이 가든이란 이름대로 거대한 유리온실 안에 가득한 향기로운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하늘 위의 정원이었다.

그곳은 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예식장으로 손꼽혔다. 그만큼 스카이 가든에서의 결혼 예식 비용에는 적어도 수억 원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 그 정도 비용은 별거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혼기념일에 스카이 가든을 예약하려고 샹그릴라 호텔에 왔다.

하지만 시후는 이 호텔이 회원 전용 호텔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식사, 숙박, 행사 등을 하려면 회원이어야 했다.

게다가 멤버십 등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완전히 달랐다.

일반 회원은 로비의 레스토랑과 스탠다드 룸만 이용할 수 있었고,

실버 회원은 룸서비스와 슈페리어룸을,

골드 회원은 별도의 디럭스 다이닝룸에서 식사하고 디럭스룸에서 묵을 수 있었다.

플래티넘 회원부터 스카이 가든에서 식사를 하고 스위트룸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가장 높은 등급은 다이아몬드로, 다이아몬드 회원만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묵을 수 있고, 스카이 가든을 대관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골드 멤버십부터는 단순히 신청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존 회원의 초대로만 이루어졌고, 일정한 사회적 지위에 올라간 사람에게만 주어졌다.

시후가 호텔 입구에 들어서려 하자, 검은 옷의 남자들이 나타나 가로막았다.

"실례합니다, 손님. 죄송하지만 회원증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시후의 복장은 운동화에 다소 평범하고 저렴한 양복이었다. 한눈에 봐도 멋지게 차려 입은 다른 손님들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안녕하세요. 호텔 매니저와 스카이 가든 대관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남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회원증이 없는 분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럼 지금 회원가입을 할 수 있나요?"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죄송합니다. 멤버십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이런 소동 속에서 그는 김 전 회장의 경제적 지원으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아내 유나와 함께 대학을 다닐 때, 같은 수업을 들었던 정하연이 떠올랐다. 분명 그녀는 샹그릴라 호텔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었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라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는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상황을 설명하자, 하연은 "걱정 마, 과대!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잠깐만 거기서 기다려줘, 금방 갈게!"라고 말했다.

시후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다.

같이 수업을 듣고 연락하며 지낸 건 졸업반이었던 1년밖에 안 되었지만, 그때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시후는 속으로 그녀에게 이 은혜를 반드시 갚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분 뒤에, 호텔 입구에 톤이 높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만이야, 과대!"

시후가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특이하고 진한 화장에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왔다.

'정하연....?'

학교 다닐 때랑 너무 많이 변해서, 시후는 그녀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시후를 가로막았던 검은 양복의 남자들에게 한 글래머러스한 여성이 다가가자, 그들은 황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정 매니저님, 안녕하십니까!"

시후는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우와... 하연아,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진짜 오랜만이다. 그런데 벌써 호텔 매니저가 됐다니, 대단하다!"

정하연은 싱긋 웃으며 "뭐가 대단하다고~ 난 그냥 작은 인사팀의 팀장밖에 안 된다고. 샹그릴라 호텔에서는 중간관리자 수준이야."

시후는 진심으로 칭찬을 했다. "대단한 거지! 샹그릴라에서 관리자 급이 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진짜 멋지다!"

시후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던 하연은 옆에 있던 경비팀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내 대학 친구가 못 들어가게 막아선 게 당신들인가요?"

경비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 한 명이 나서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매니저님. 저희는 매니저님 지인 분인 줄 모르고... 게다가 회원증도 소지하지 않으셔서, 호텔 지침대로 했었을 뿐이에요."

하연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조건 방침대로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에요. 아시겠어요?"

시후는 이 일로 경비원들에게 불이익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말했다. "하연아, 뭐라고 하지마. 그분들은 그저 자기 일을 했던 거였으니까."

"과대,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니?" 정하연은 몸을 돌려 시후를 쳐다보고 말했다. "설마 내가 시후 널 위해서 내 부하직원들에게 징계라도 내릴 거라고 생각한 거니? 하하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얘기하던 사람과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마냥 그녀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당황한 시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냐고?" 하연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아직도 모르겠어? 너 같은 인생 낙오자가 샹그릴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꿈도 꾸지 마!"

시후는 두 주먹을 꼭 쥐고 되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나, 너 싫어해!" 하연은 씩 웃으며 깐죽댔다. "죽어라 공부만 하고 학식 먹을 돈도 없는 너 같은 거지가 어떻게 과대가 될 수 있는 건데? 네가 뭐라고 내 연구랑 논문에 지적질을 하고? 분수를 알아라, 좀."

시후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정하연, 내가 딱히 너한테 서운하게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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