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썼습니다.. 하하!!”"아이고! 우리 사위가 이렇게 대단할 줄이야! 이렇게 비싼 명품 스카프를 사주다니..?! 이런 거면.. 밍크 코트 가격일 텐데..?” 그러자 윤우선은 또 다른 선물세트를 열기 시작했다. "아아!! 에르메스 클래식 벨트네?! 은 서방~~ 내가 몇 년 동안 이 벨트를 갖고 싶어도 돈이 아까워서 못 샀는데.. 자네가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줄이야.."그러자 옆에 서 있던 김상곤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그.. 은 서방.. 내 선물은 안 가져왔나??!”시후는 웃으며 "하하.. 아버님 것도 있어요. 여러 가지 준비했죠.” 시후는 에르메스 선물상자 두 개를 건넸다.김상곤은 허벅지를 탁 치더니 "아이고, 내 것도 있지?! 역시~~ 우리 은 서방이 최고야!"라고 기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급히 달려들어 시후에게서 선물 상자를 받았다. 첫 번째를 열자, 황금색 알파벳 H 로고가 박혀 있는 남성용 허리띠가 햇빛에 반짝였다. "아이고.. 이건 회장들이나 쓰는 에르메스 벨트 아니야?! 하하하!! 이거 꽤 인기 있던 걸로 아는데!!”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벨트는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그러자 김상곤은 입맛을 다시며 감탄했다. "아이고, 나도 이제 성공한 사람이야? 청년재에 살고, BMW 5시리즈 세단에.. 그리고 에르메스 허리띠까지?! 이제 곧 굵은 금시계를 하나만 차고 다니면 거의 뭐 부동산 재벌 아니야? 아핫핫핫!!”그러자 유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빠, 요즘에 어떤 아저씨가 두꺼운 금시계를 차고 다녀요? 그거 다 옛날 사람들 패션 아니에요?”"그냥 내 꿈이었어~ 하하하하.." 김상곤은 헤헤 웃었다. 그러더니 시후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그럼 은 서방, 언제 금시계 하나 선물해 줄 수 있나? 최근에 롤렉스가 마음에 들던데.. 그 브랜드가 참 분위기 있어 보이던데 말이야..”시후는 문득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하.
얼마 전, 상곤은 선물에 대한 보답으로 한미정으로부터 롤렉스 시계를 선물 받았다. 그 날, 시후는 술에 취한 김상곤을 데리러 차를 몰고 한미정과 김상곤이 만나고 있는 장소로 갔고, 유나는 아버지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확인하기 위해 함께 차 뒷자리에 함께 타고 있었다. 그래서 유나는 아빠가 지금 시후에게 롤렉스를 사 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 형식적인 이야기에 불과하고, 기회를 봐서 그 시계를 당당하게 차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 그 때, 유나는 살짝 기분이 불편했지만 이미 아빠와 엄마의 과거를 알고 있었고, 아빠가 오랫동안 많은 억울한 일들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건 눈감고 넘어가 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마까지 시후에게 롤렉스를 사 달라고 할 줄은..그래서 유나는 급히 윤우선을 말렸다. "엄마, 롤렉스는 남자들이 차는 거라서 잘 안 어울려요. 시계가 갖고 싶으신 거라면 나중에 제가 티쏘 시계를 하나 사드릴게요! 그럼 되잖아요?”그러자 윤우선이 소리쳤다. "어휴! 이렇게 넘어갈 생각 하지 마..?! 그 브랜드는 너무 싼티 나잖아!!! 얼마 안 줘도 살 수 있는 그런 싸구려 나는 필요 없다?! 그게 어떻게 롤렉스랑 비교가 되니?”그러자 시후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장모님, 이번에 제가 출장 다녀 오면서 어머님 선물은 많이 사드렸지만, 아버님 선물은 좀 적어서요.. 우리가 사실 그냥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으니.. 큰 돈을 쓰면 돈이 부족하지 않을까요? 제가 마침 중국 광동에서 명품 카피 제품을 수입하는 친구 한 명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카피 제품을 중국이 정말 잘 만들어서 이게 가짜처럼 보이지도 않고 싸구려 같지도 않다고 하던데.. 이거라도 하나 맞춰드리면 어떨까요?”이제 윤우선은 더 이상 시후 앞에서 맹목적으로 비판하고 반대만 일삼는 억척녀가 아니었다. 시후는 요즘 윤우선에게 잘해주고 있었기에 그녀도 꽤 철이 든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윤우선은 은 서방이 이미 자신에게 에르메스를 이렇게 많이 사줬으니 가짜 롤렉스 하나 사게
유나는 고마워하면서도 시후에게 당부하는 걸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여보.. 하지만 앞으로는 절대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시후는 유나가 이 정도의 가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알겠어요 유나 씨, 그럼 다음에는 가성비 좋은 걸로 골라 줄게요! 하하핫!”이라며 웃음지었다.......방으로 돌아온 윤우선은 서둘러 시후가 선물로 사준 에르메스 백과 악세서리 포장 박스를 화장대에 진열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 후, 윤우선은 마음에 드는 사진 9장 정도를 골라서 카카오 스토리에 올렸다. 이 글을 본 친구들이 순식간에 ‘좋아요’와 댓글을 눌러댔고, 친구들의 댓글들을 보며 윤우선은 흥이 나서 어깨춤을 추었다. “오호호홋..!! 윤우선 아주 좋아 아주~! 난 이제 청년재처럼 거대한 별장에 살면서, 에르메스도 들고 다닐 수 있어..!? 완전 귀부인이 다 됐어?! 꺄하하하!! 앞니 두 개만 다 심으면, 이제 에르메스 백을 들고 에르메스 스카프를 두르고, 벨트까지 하고 외출할 거야!! 호홋!"그 시각, 김상곤은 소파에 앉아 시후가 선물한 찻잎을 꺼내 자신이 지금까지 직접 산 찻잎과 무엇이 다른 지 맛보려고 했다. 찻잎을 개봉하자마자, 통 속에서 콧속을 파고 드는 향긋한 향기가 나는 게 아닌가? 김상곤은 너무나 놀랐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향기로운 찻잎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찻잎을 개봉하자마자, 물에 타기도 전에 그 냄새가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게다가 찻잎들을 보면 한 조각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크기와 색상 역시 문제가 전혀 없으며, 물을 부었을 때 미세한 거품이나 가루들도 없는 것이 눈으로 보아도 좋은 잎들을 하나하나 골라낸 것 같았다..! 그는 찻잎을 한 움큼 집어 코끝으로 살짝 냄새를 맡았고, 또 자신이 직접 산 찻잎을 집어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
김상곤의 감탄에 시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장인 어른은 확실히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골동품으로 돈을 벌어볼래도 늘 가짜만 사들이고, 찻잎을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늘 중국산 가짜 명품 차나 고르고 있으니.. 아무래도 장인 어른은 WS 그룹 가족들과 함께 살 때, 늘 무시당하면서 제대로 된 비싼 것들을 써본 적이 없어서 보는 눈이 없을 지도.. 가족들과 살 때는 신 회장의 무시를 받았고, 몇 년 뒤에는 계속 윤우선에게 무시를 당하면서 살면서 인생이 순탄하지 않았고, 금전적으로도 늘 부족했다. 다행히 김상곤의 성격이 낙관적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우울증에 걸렸을 것이다.이 시각. 상곤과 가족들이 기쁘게 차를 음미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별장 건물에서는 홍라연이 가족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그녀는 외간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을 뿐만 아니라, 김창곤에게 성병까지 옮긴 터라 이 집안에서 계속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송 그룹의 최우식 대표가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WS 그룹 가족들은 감히 그녀를 내쫓거나 정리해버릴 수는 없었다.처음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들킨 홍라연은 신 회장과 김창곤의 온갖 비위를 맞추며, 그들에게 용서를 빌었고 심지어 김창곤을 위해 해산물을 잔뜩 사 와 맛있는 요리를 해주면서 비굴하게 행동했다. 이렇게 정성 들여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준 것은 분명 가족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홍라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그녀를 계속해서 무시했다.최근 WS 그룹 가족들은 최우식 대표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도움으로 마침내 회사를 다시 경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홍라연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WS 그룹을 경영하기 위해 회사로 복귀했다. 신 회장은 여전히 모든 권력을 잡고 있었고, 김창곤은 총괄 대표, 김혜준은 사업총괄 책임자로, 김혜빈은 상무를 맡게 되었다. 이 네 식구는 매일 같이 출근 이른 시간에, 퇴근은
이때,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김창곤은 신 회장을 모시고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뒤이어 김혜준과 김혜빈이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신 회장은 비싼 밍크 가죽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온 얼굴이 반질반질 윤기가 흘렀고, 말할 수 없이 기쁜 표정이었다. WS 그룹이 다시 태어난 이후로 신 회장은 매일 신바람이 나서 얼굴이 점점 좋아졌고, 마치 회춘단을 먹은 것 같이 혈색도 좋아졌다. 집에 들어선 신 회장은 입을 열었다. "오호호호, 오송 그룹이 요즘 사업이 잘 안 된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전에 받은 프로젝트가 있으니, 앞으로 1년에 적어도 2천만 달러 정도 이윤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다. 호호호홋!"김창곤은 옆에서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이게 다 보는 눈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어머니께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셨다면, 우리 그룹도 다시 태어날 기회가 없었을 거예요.”신 회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늘 나르시시스트였고, 권력욕도 강해서 남에게 아부 받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그러자 소파에 앉아있던 홍라연은 이 말을 듣고 언짢아져서 구시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 망할 노친네가 저렇게 뻔뻔하기는..?! WS 그룹이 이렇게 된 것이 자기 공로라고..? 그건 다 최우식 대표가 도와줘서 그런 거지. 그리고 애초에 최우식 대표가 먼저 사람을 보내 나를 구해주었고, 그 뒤에 내가 너희들을 구치소에서 꺼내 줬는데!”홍라연의 말을 듣지 못한 신 회장은 싱글벙글 웃으며 거실로 와서는 홍라연이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홍라연!! 지금 하라는 요리는 안 하고 소파에 앉아서 뭐하고 있는 거니..? 여기가 네가 앉을 자리야?!”그러자 홍라연은 일어서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도 이 집안 사람인데, 소파에 앉을 자격도 없는 거예요?”"그래 맞아! 너는 소파에 앉을 자격도 없어! 이 집에서, 너는 그냥 하
홍라연은 신 회장에 대한 분노를 가득 품은 채, 가족들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신 회장은 식탁의 상석에 앉아 홍라연이 만든 음식들을 보고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음식이야??! 제대로 된 음식이 하나도 없잖아!!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내가 이런 걸 먹고 어떻게 몸보신을 하겠니?”그러자 홍라연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머님, 저를 탓하시면 안 되죠. 집의 돈은 모두 어머님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제가 돈이 어디에 있다고 고기 반찬을 만들어요?”"어휴!! 며느리라는 게 맨날 말대답이나 하고 변명이나 찾지!!! 내가 주는 돈이면 삼계탕이나 오리고기도 할 수 있어!! 마트에 가면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게 뭐가 돈이 들어?! 쯧쯧..!!”홍라연은 화가 나서 열심히 말대꾸를 해댔다. "어머님, 다섯 식구가 밥을 먹는데 생활비를 안 주시면 어쩔 수 없죠!! 저도 웬만큼 오랫동안 살림을 한 사람이라 어느 정도는 아껴서 쓸 수 있어요! 그래도 어머님께서 꼭 오늘 고기 반찬이 있어야 한다면 다음 번 식사에는 아무것도 못 먹고 굶는 거죠! 흥!!”그러자 신 회장은 홍라연을 노려보았다. "생활비를 주는 건 문제없지만, 정확하게 나에게 청구해야 할 거다! 앞으로 장을 볼 때마다 영수증을 가지고 와서 청구하도록 해!"홍라연은 신 회장이 정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얼마 되지도 않는 채소값을 시어머니와 정산해야 할 것을 생각하자 홍라연은 약간 혐오감까지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그래요, 어머님이 귀찮지 않으시다면 앞으로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영수증을 보여드릴게요.”신 회장은 비꼬며 웃었다. "호호! 그런 게 어떻게 귀찮냐? 나는 요즘 혈기 왕성하다!”홍라연은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그릇에 음식을 덜어 온 듯 밥을 먹었다.옆에 있던 김혜빈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음식을 먹다가 신 회장에게 말했다. "할머니,
김혜빈은 "할머니, 그런 짝퉁으로 무슨 체면을 세워요..?"라며 울먹였다. “할머니.. 저 이제 총.괄.상.무. 라니까요? 밖에 나가서 사람들 만나는데 짝퉁을 들고 다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얼마나 쪽팔려요??”신 회장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네가 뭘 알아! 네가 정말 귀티가 난다면 아무리 짝퉁을 메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모두 진품으로 보일 거야. 하지만, 네가 만약 천하다면, 아무리 진품을 들고 다닌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가짜로 보이는 거야! WS 그룹은 이제서야 재정비를 하여 다시 태어났다! 그러니 외부인의 눈에는 네가 굉장히 부유해 보일 것이고, 아무리 짝퉁을 메고 다니더라도, 아무도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할머니, 아무리 그래도 WS 그룹의 상무 이사인데, 손녀인 것을 봐서라도 그냥 천만 원만 지원해주시면 안 돼요?”신 회장은 콧방귀를 뀌었다. "수작 부리지 마! 천만 원이 어디 땅 파면 나오는 돈인 줄 아니? 내가 100만 원은 지원해주마!”김혜빈은 너무나도 우울했지만 백만 원이라도 할머니에게 달라고 하지 않는다면, 한 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알겠어요..”신 회장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엄숙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WS 그룹을 다시 정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심지어 WS 그룹을 예전의 전성기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해! 절대 쾌락주의적인 생각을 하지도 말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내 친아들, 친손자라도 집안에서 내쫓아버릴 것이다! 알겠어?”김창곤, 김혜준, 김혜빈은 그들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의 마음은 답답했지만 감히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알겠어요.."라고 답할 수 밖에 없었다.신 회장은 비로소 만족한 듯 손을 저었다. "그래 이제, 밥이나 어서 먹자! 나중에 또 회사에 가서 바쁘게 일해야 할 거니까!"모두들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김창곤은 여전히 윤우선을 증오하고 있었다. 윤우선이 테라스에 걸어 둔 장식물들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우선은 틈 날 때마다 계속해서 인터넷에서 새로운 장식품들을 샀고, 이제는 합쳐서 30여 개의 장식품들이 걸려 있었다..! 김창곤은 매일 테라스로 들락날락할 때마다 시후의 집이 보였기 때문에 바람에 펄럭이는 장식물들이 매번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윤우선의 비아냥거림을 생각하면 윤우선에 대한 증오가 사라지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는 기회를 봐서 윤우선을 처리하고, 시후에게도 많은 손해를 끼치게 만들어 최우식 대표가 만족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윤우선이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있으며 나가지 않으니 손을 쓸 기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윤우선의 다리의 석고를 뜯었으니 분명 성격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달려 나올 것이다. 윤우선이 밖으로 자주 외출하기만 하면, 그녀를 밖에서 상대할 기회는 분명히 생길 것이다!윤우선을 처리하겠다는 말에, 신 회장도 흥이 났는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망할 윤우선, 하루 종일 날뛰지!! 지난 번 구치소에서 두 다리를 다 부러뜨려 한을 풀었어야 했다!”옆에서 김혜빈이 다급하게 말했다. “할머니, 그럼 이번에 두 다리를 박살 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맞아요, 할머니!" 김혜준도 흥분해서 불쑥 끼어들었다. "두 다리를 부러뜨려 버려요! 나도 그 인간을 혐오한 지 오래라고요!”신 회장은 김창곤을 보고 입을 열었다. "창곤아, 요즘 윤우선이 계속 널 모욕하고, WS 그룹까지 모두 모욕 하고 있어.. 그러니 넌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저년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할 것 같다.”"엄마! 걱정 마세요! 저도 그년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집에서 점심을 먹은 시후는 이화룡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몰고 그를 데리고 개 사육장으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시후는 내일 일본으로 출국해 이치로 제약의 모든 일을 서둘러 정리할 계획이었다. 이치로 제약을 손에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