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는 시후의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그의 허리를 가볍게 껴안았다. 이 순간, 그녀는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꼈다. 시후와 결혼한 뒤,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이렇게 안고 있는 건 처음이었다. 비록 안정감은 넘쳤지만, 그녀는 내심 긴장한 듯 숨이 가빴다.계속 고민하고 있던 시후는 유나의 움직임에 깜짝 놀랐다.시후가 고개를 돌렸을 때, 유나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우물쭈물 댔다. "여보, 아.. 아직 안 잤어요?”시후도 당황하며 물었다. "자다가 깼는데.. 그런데 왜 이불 속으로 들어온 거예요??”유나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저기.. 저..저..." 유나는 한참을 더듬거리며 중얼거리다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 "나는 당신이 또 멀리 나가는 것이 섭섭해서.. 조금이라도 안고 자고 싶어서요.. 괜찮아요?”이 말을 들은 시후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으이구 바보.. 남편은 며칠 안 있으면 돌아온다고요.”"네에.." 유나는 시후의 품에 살짝 안겨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시후 씨를 안고 자니 정말 안정감이 드네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한 단계 더 승급되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같은 이불에서 자는 건 어때요?”유나는 잠시 부끄러워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건 아닌데.. 그래도 당분간은 좀..”예전의 시후였다면 유나가 이렇게 말하면 시후는 분명 유나에게 언제쯤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지 물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아이를 가질 수 있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윤우선도 두 사람이 빨리 아이를 가지는 것을 원하고 있으니 어쩌면 순조롭게 오늘 밤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시후의 머릿속에는 이토 나나코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느낌은 마치 시후의 가슴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 같았고, 순식간에 그를 매우 침착하게 만들
다음 날 아침, 시후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사실, 그는 밤새 잠을 설쳤다. 눈을 감으면 이토 나나코 생각이 절로 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후 옆에는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 송민정 대표, 설아, 진소희, 이소분, 은서까지.. 이런 여자들은 그를 다소 설레게 하기는 했지만, 이토 나나코처럼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은서는 오랫동안 자신을 만나기 위해 오랫동안 자신을 찾아 나섰고, 시후는 이 일에 대해 정말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은서는 결국 재벌가에서 태어났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행복한 여성이었다. 성인이 된 후, 그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톱스타가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자신이 없어도 멋진 삶을 살 것이고, 풍족하고, 행복할 것이다.그런데 이토 나나코는 달랐다. 그녀는 부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족의 총애를 받기는 했지만, 설아와의 대결에서 너무나도 많이 다쳤다. 그렇게 심한 부상과 신체적, 정신적 충격은 보통 여자들이 평생 겪지 못할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 그녀는 생명의 위험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이건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 뻔했다. 그녀는 원래 이 경기를 치르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녀는 시후를 감동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 심지어 설아와의 경기에서도 자신의 눈에 띄기 위해 한 번에 설아를 이길 기회를 노렸고, 얼마나 큰 부상을 당하게 될지 생각하지 않았다.시후는 자신 때문이 아니라면 나나코가 이렇게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시후가 상처받았을 때 마음이 아팠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시후는 자신이 이미 유부남으로써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아파서는 안 된다고 반성하고 있었고, 하물며 일본 여자라는 것에도 꽤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씻은 후, 시후는 깨어나지 않고 깊이 잠든 유나를 남겨두고 조용히 침실을 떠났다.이
인천 공항.안세진이 준비한 비행기는 격납고에서 오랫동안 시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바야시 이치로를 데리고 먼저 도착한 이화룡은 비행기 밑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폴과 이학수도 일찌감치 도착해서 시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오전 9시.안세진의 차량 행렬이 격납고로 이동해왔다.안세진은 차가 도착하자마자 즉시 차에서 내려 시후가 앉아 있는 쪽의 문을 직접 열어주었다.시후가 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이 잇달아 그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시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사람들에게 "다 왔습니까? 다 도착했으면 지금 비행기에 탑승하시죠.”라고 말했다.안세진은 시후에게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다 온 것 같습니다.""오케이, 그럼 출발하시죠!"시후와 동행하는 사람은 안세진, 이화룡, 이학수, 폴, 고바야시 이치로 외에 이화룡과 안세진의 부하들을 포함하여 총 12명이었다. 승객들이 탑승하자 승무원들은 곧바로 항공기의 엔진을 가동해 격납고에서 비행기를 끌어낸 뒤 관제탑에 연락을 하고, 이륙했다.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며 동쪽으로 날아갔다.비행 중, 이치로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 시후에게 다가왔다. "은 선생님.. 만약 가족들이 저를 받아들이지 않고 심지어 제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고 생각하여 상속을 거부하면 어떡합니까?"시후는 "고바야시 지로가 자백하는 동영상이 있으니까, 나중에 보여주면 되겠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이치로는 "그래도 그들이 믿지 않는다면요?"라고 물었다.시후는 경멸하듯 웃었다. “못 믿으면 바로 법적 절차를 밟고, 그들이 당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면 되겠죠? 만약 증거를 제대로 대지 못하면 당신이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겠죠? 게다가 당신의 동생은 이미 실종됐고, 아버지의 유일한 상속인은 이제 당신뿐이니 다른 가족들이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을 모두 이치로 제약에서 쫓아내고 당신을 지켜야겠죠.”이치로는 "은 선생님, 솔직히 말해서, 이치로
곰곰이 생각하던 고바야시 이치로는 다소 죄책감이 들었다. 아버지께서 평생의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기업을 한순간에 남에게 팔아버린 셈이기 때문이었다. 이치로는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회사를 팔아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회사를 남에게 팔아 넘기려고 했다면 애초에 한국에서 열리는 한의학 박람회에 참가하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최제천 선생의 약을 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약의 조제법을 얻으려고 마음먹은 것은 사실 고바야시 제약을 부흥시키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결국, 그는 집안을 더 크게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고바야시 제약은 곧 그의 손에서 타인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치로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그는 현재 구현탕이 얼마나 잘 팔리는지 알고 있었고, 구현탕의 강력한 약효로 볼 때 미래에 분명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 고바야시 제약도 시후의 구현제약에 편입되지 않으면 앞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차라리 고바야시 제약이 주인이 바뀐 뒤 구현탕을 생산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면, 막대한 부를 창출할 수 있으며 그때가 되면 자신의 지분 10%를 더 많은 금액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치로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두 시간 정도가 지난 뒤, 시후가 탄 비행기가 도쿄 공항에 착륙했다. 많은 사람들이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나오자, 안세진의 부하들은 이미 공항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안세진이 미리 배치해둔 부하들은 모두 롤스로이스를 타고 있었다. 일본에서 롤스로이스는 한국에서 찾는 것 보다 더 희귀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가 저렴하여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벤츠나 BMW, 심지어 롤스로이스 같은 외제차도 일본 거리에서 나오는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롤스로이스로 구성된 이
지금 이 시각, 고바야시 제약 도쿄 본사는 긴급 주주총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근 회장 고바야시 지로가 한국으로 떠났다가 행방불명되면서 고바야시 제약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주주들은 지로의 행방을 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많은 노력과 시도를 했지만 결국 지로를 찾지 못했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들은 곧바로 이토 그룹의 회장 이토 유키히코에게 연락을 취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키히코가 고바야시 제약의 지로를 좋게 보고 있으며, 지로를 사위로 삼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로가 한국에 간 것은 결국 이토 유키히코의 딸 이토 나나코를 만나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이토 나나코는 일본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를 만나기 위해 따라다니던 지로는 행방불명되어 고바야시 제약의 가족들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현재, 이토 유키히코 역시도 이 사건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그는 지로를 매우 아끼고 있었고 고바야시 제약도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로가 사라진다면, 당연히 그의 사위가 될 수 없을 터..시후의 구현탕은 최근 생산능력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해외시장에 수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현지 소비자들은 이 신제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 내수시장에서는 여전히 고바야시-S를 위장약 중에서 최고로 치며, 고바야시-S는 내수시장 판매량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그래서 이토 유키히코가 보기에 고바야시 제약의 전망은 여전히 밝았다. 따라서 그 역시도 고바야시 제약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을 보내 지로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한국에 강력한 정보망이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정보도 알아낼 수 없었다.결과적으로 지로는 고바야시 그룹에서도, 이토 유키히코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시간이 계속 흐르자, 이토 유키히코는 고바야시 지로를 계속 찾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의 생각에는 이렇게 지로를 찾
그래서 유키히코는 고바야시 마사요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고바야시 마사요시 씨, 회장 대행 자리에 앉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마사요시는 "아이코~~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회장 대행직은 잠깐 동안의 대리인 역할일 뿐, 제 조카 지로가 돌아오면 이 자리를 다시 양보해야지요.”라고 공손하게 말했다.이토 유키히코는 "고바야시 지로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며 냉소했다.마사요시는 속으로 기뻐하기는 했지만, 그런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 솔직히 말해서.. 저는 지로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랍니다."그러자 이토 유키히코는 웃으며 속내를 내비쳤다. "마사요시.. 제가 전화한 것은 당신에게 겉치레로 인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고자 하는 사업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예, 말씀하시죠.”"제가.. 고바야시 제약의 전망을 꽤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예, 알고 있습니다..!" 마사요시는 공손히 말했다. “그리고 우리 고바야시 제약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나는 줄곧 고바야시 제약에 투자하고 싶었는데.. 전에 고바야시 지로 씨와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행방불명이 되어 버려서 지금 당신과 이 일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네요..”"그건 문제없지만.. 회장님께서 어떤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음.. 나는 고바야시 제약과 거래를 하고 싶어요. 그러니 당신과도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고 싶은 거죠.”“아, 그러십니까? 계속 말씀하시지요.”"고바야시 제약과의 거래는 바로 고바야시 제약의 지분 30%를 15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하기로 한 계약입니다."이토 유키히코의 말을 들은 마사요시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토 유키히코 회장님.. 현재 고바야시 제약의 가치는 대략 2억 달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30%를 1500만 달러라고 제시하셨는데.
고바야시 제약 주식회사 회의실.많은 고바야시 그룹의 방계 가족 구성원들과 기업 임원들이 이때 모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최근 그룹에 사고가 잇따르자, 그룹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었다. 먼저 마사오 회장이 중독되어 참혹하게 죽었고, 이어서 큰 도련님이 생부를 독살한 혐의를 받았으며, 둘째 도련님은 행방불명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마치 고바야시 그룹의 부자 셋이 무슨 천벌이라도 받은 것 같았다. 하지만 긴장감은 잠시.. 사람들은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그들은 고바야시 제약의 경영에 깊이 관여하지 못했고, 고바야시 제약의 이익 분배에도 관여하고 향유할 수 없었으며 오로지 작은 이익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지금 고바야시 마사요시가 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데, 그는 모두에게 최소 40%의 이윤을 돌려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만약 정말 이 돈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연수입을 10배 이상 올릴 수 있을 것이다..!이때, 마사요시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회의실로 들어섰다.모두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고, 모두가 보기에 마사요시는 이제 자신들의 재물신과 같은 존재였다. 마사요시가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회의실 의장석으로 향하자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히 일어나 경의를 표했다. 그러자 누군가 아첨하듯 “회장님!!! 환영합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나머지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급히 “회장님!! 환영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그러자 자리에서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고바야시 마사요시는 마음이 즐거워져 웃으며 말했다. "어휴.. 여러분 다들 제발 직함을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저는 아직 회장 대행일 뿐이고, 소문이 나면 외부인이 뭐라고 할 게 분명합니다!”그러자 제일 먼저 아첨한 사람이 급히 말했다. "회장님, 저희 마음속에는 벌써 고바야시 제약의 정식 회장이십니다!"고바야시 마사요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하하.. 저는 개인적으로 고바야시 지
고바야시-S는 고바야시 제약의 주력 제품으로, 수입과 이익의 대부분은 모두 이 제품과 관련되어 있었다. 따라서 구현탕에게 시장을 빼앗기게 된다면 고바야시 제약은 꽤나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그러자 누군가 고바야시 마사요시에게 "회장님, 이렇게 앉아서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뾰족한 수가 없습니까?"라고 물었다.마사요시는 "약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대응책이 있지요. 만약 고바야시-S가 약효 면에서 구현탕을 능가할 수 있다면 시장은 분명 우리 것이 될 겁니다.”라고 답변했다.R&D 담당 임원은 "회장님,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데.. 그동안 회사가 외부에 막대한 자금을 떼여 먹었으니 이제 와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정곡을 찔렀다.마사요시는 "이것도 제가 여러분에게 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우리의 현재 현금흐름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에요. 오사카에 투자한 생산기지의 비용도 엄청난데, 금액적 손실로 인해 우리는 지금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이미 부족한 상황이죠. 그래서 제 생각은 가능한 대출을 더 빌려 적어도 1500만 달러만이라도 투자해 우리의 약품 연구개발 실험실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좋겠다는 겁니다.”사람들은 대출을 받겠다는 말에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고, "회장님, 지금 마땅한 금융 파트너가 있습니까?"라는 추궁을 했다.마사요시 회장은 "예.. 그동안 고바야시 지로 회장이 이토 그룹의 회장 이토 유키히코 씨와 자금 조달에 대해 논의해 온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지로는 이토 유키히코의 투자를 받아 이토 그룹의 사위가 되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토 나나코라는 이름을 가진 킥복싱 대회에도 상품을 홍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실은 이미 고바야시 제약 내부에 잘 알려져 있었고, 심지어 모두가 고바야시 제약과 이토 그룹과의 혼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혼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도 전에 지로가 실종되는 바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