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는 자신의 앞에 있는 김혜빈을 바라보았고, 그녀에 대한 인상은 바뀌었지만 그녀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동정을 하지 않았다. 곧 바로 그는 "한강은 여기서 멀지 않아요. 택시를 타면 바로 갈 것이고요.”라고 답했다.김혜빈은 서둘러 말했다. "형부... 저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싶어요. 택시는커녕 버스도 타고 싶지 않거든요..." 이어 그녀는 자신의 발 밑에 놓인 하이힐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실.. 원래는 돈을 아끼려고 직접 걸어가려고 했는데.. 제가 이렇게 하이힐을 신고 있다는 걸 까먹었거든요.. 그래서 형부가 이곳을 지나가는 걸 보고 용기를 냈어요.. 그래서 정말 죄송하지만, 저 좀 태워다 주실 수 있나요...?"사실 김혜빈은 이제 마음 속에 시후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설날 전날, 국내의 중요하고 유명한 인사들이 시후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왔을 때부터, 그녀는 시후를 무시한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또한 현재의 시후가 예전의 시후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시후는 항상 유나에게 매우 친절했고, 김혜빈도 그것을 보았다. 따라서 이제 시후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마침 오늘 밖에 나갔다가 시후가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그를 부른 것이었다. 그녀는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시후와의 불편한 관계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김혜빈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쌀쌀하게 말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그쪽 편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서.. 데려다 줄 수는 없고요." 김혜빈은 실망했지만 계속 얽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형부, 할 일 있으면 먼저 가 보세요~ 저는 그냥 가도록 할게요.”시후는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있는 것을 보고 40분 동안 이렇게 걷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생각했다. "그럼, 카톡으로 내가 돈을 좀 보내 줄게요.”김혜빈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휴대전화가 없다고요?!" 시후는 김혜빈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요즘은 노점상에서 일하는 이모들조차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데, 젊고 어린 김혜빈이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시후의 놀란 얼굴을 본 김혜빈은 더욱 부끄러워하며 당황했다. "형부... 제... 제... 제 휴대폰은요... 최우식 대표의 사람들에게 빼앗겨서..”김혜빈은 이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이 말을 한 뒤, 그녀는 정말 너무나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WS 그룹 전체가 실제로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휴대폰도 살 여유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시후는 이 말을 듣고 즉시 이해했다. 최우식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로, 그는 WS 그룹을 증오하게 되었고 안 그래도 조금씩 WS 그룹과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그들과의 관계를 정리해버렸다.사실 이런 지금 김혜빈이 겪고 있는 고통을 쉽게 위해서, 시후는 최우식 대표에게 간단하게 연락을 하여 인사만 한 번 하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최우식 대표는 확실히 이전 생활 수준을 회복하고, WS 그룹에 계속 투자하여 WS 그룹은 결국 다시 활성화될 것이다. 최우식 대표는 현재 가족 재산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그가 조금만 도와줘도 WS 그룹에게는 충분히 먹고 마시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돈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시후는 이렇게 문제를 해결해 줄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WS 그룹이 이렇게 된 것은 분명 그들 자신의 잘못이었고, 특히 신 회장과 김창곤 두 사람이 시후와 그의 가족 간에 굉장한 불화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주어야 할 형벌이 줄어들 수는 없을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한 시후는 김혜빈에게 그저 작은 호의를 베풀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며, 자신에게 형부라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시후는 항상 보상과 처벌을 구별하는 사
김혜빈은 서둘러 다시 인사를 하며 "그럼 형부, 조심해서 가세요~”라고 말했다."그래요. 갑니다~” 시후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 스쿠터의 악셀을 잡아 비틀고는 그곳을 빠르게 떠났다.김혜빈은 시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감동이 가득한 눈빛으로 잠시 동안 서 있었다. 지금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어떤 부자의 총애를 받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그녀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시후의 스쿠터 뒷좌석에 앉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시후가 타고 있는 스쿠터의 뒷좌석은 아주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시후는 스쿠터를 타고 안세진의 호텔로 향했다.안세진은 이미 직접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후가 스쿠터를 타고 오는 것을 보고, 그는 급히 달려가서 말했다. "아, 도련님..! 이제 이런 스쿠터를 타고 다니시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왜 진원호 대표와 임 대표가 도련님께 드린 차를 운전하지 않으시는 것이죠..? 예전에 슈퍼카를 드린 걸로 아는데.. 도련님께서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셔서 그런 겁니까?"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는 사실 실용적이지 않고 그냥..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 차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댈 텐데.. 난 딱히 세간의 이목을 끄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안세진은 서둘러 말했다. "그럼 제가 도련님을 위해 고급차량을 한 대 준비해드리는 게 어떨까요..? 페이톤은.. 어떠십니까?”시후는 손을 저었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냥 스쿠터나 타고 다니는 게 훨씬 편하고, 차가 막혀도 딱히 신경이 안 쓰여서요.. 좁은 골목도 스쿠터를 타고 다닐 수 있고요.. 사실 이건 전기 스쿠터라 충전이 필요한데, 한동안 제가 충전을 하지 않았는데 배터리가 거의 방전된 것 같아요. 그냥 스쿠터를 충전할 분만 배정해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시후는 전기차를 문 앞에 주차한 뒤 재촉했다. "그럼 가서 소이연을 만나러 가시죠.”안세진은 서둘러 옆에 있는 발렛
시후가 소이연의 완벽한 몸매와 곡선을 명확하게 볼 시간을 갖기 전에, 소이연은 이미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소이연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부끄러워서 재빨리 목욕 가운을 찾아 입고 얼굴이 붉어진 채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시후를 다시 마주한 그녀의 얼굴은 두 개의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녀는 수줍게 말했다. "죄송해요 도련님, 방금... 방금 너무 갑작스럽게 문을 열었어요..." 소이연은 무자비한 무술 고수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 적이 없는 순진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를 마주했을 때, 그녀의 마음 속에서 솟아나는 수치심은 마치 그녀를 전혀 무술 고수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시후는 이 상황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소이연은 진원호의 딸 진설아와 비슷한 부류의 여성이었다. 그녀 역시도 일년 내내 전문적인 무술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뛰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문이 갑작스럽고 급하게 닫혔음에도 불구하고 시후는 잠시 동안 눈이 즐거웠다.진설아에게는 소이연의 타고난 매력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진설아를 알게 된다면 아마 그녀는 모든 남자가 좋아하는 옆집 여동생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소이연은 다른 분위기의 여성이었다. 시후 앞에서는 조금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는 사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늘 쉽게 장난을 칠 수 없는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의 여성이었다.마음을 조금 가다듬은 시후는 소이연에게 물었다. "이곳에서는 지낼 만합니까?”소이연은 서둘러 말했다. "네, 매우 만족합니다... 이곳은 서울에서 굉장히 고급 호텔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은 도련님께서 이렇게 신경 써 주실 줄은 몰랐어요.. 죄송하네요..”시후는 손을 저었다. "결국 안세진 부장님께서 이 호텔의 모든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저 방 몇 개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별 노력이 들지 않았어요.”그제서야 소이연은 시후가 아직 문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
소이연은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제가 지금 방해하면 안 됐는데.. 계속하세요..."시후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일본의 발표가 보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언론에서는 당신의 아버지 소수도 씨가 밤새 호주로 가 버렸다는 사실을 보도했어요. 그러니, 언론은 방향을 바꾸어 당신을 배신한 사람이 당신의 할아버지 소성봉 회장이 아니라, 당신의 아버지 소수도 씨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는 중이고요. 그는 당신을 침묵시키고, 당신이 그녀의 사생아라는 비밀을 영원히 묻기 위해 당신을 배신했다는 것이었어요.”소이연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건 아니죠..”시후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느 쪽을 더 믿나요?”소이연은 몇 분 동안 신중하게 생각한 후 말했다. "도련님, 저는 소성봉 회장이 저를 배신했다고 생각합니다.”시후는 그녀를 흥미롭게 바라보며 물었다. "응? 왜죠?"소이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는 몇 년 동안 아버지 곁에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행동은 매우 무자비하시기는 하지만, 혈족에 대한 애정이 깊으세요.. 아버지께서는 현처에게서 난 자녀인 소지빈과 소민지를 굉장히 신경 쓰시죠.. 그리고 저의 진짜 정체를 알고 나셨을 때도, 아버지는 저에 대해 많은 관심과 걱정을 하고 계셨어요.. 그러니 저를 침묵시키기 위해 저를 죽이실 분은 아니세요.. 정말로 침묵하게 만들고 싶으셨다면, 제가 아버지의 딸이라는 것을 알면서 엘에이치 그룹에서 일하게 두어서는 안 되는 거죠." 그녀는 분석하여 다시 말했다. "사실, 사람들에게 소성봉 회장은 매우 전설적인 성공한 비즈니스 맨으로 알려져 있죠.. 사람들은 늘 그가 친절한 미소와 좋은 말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정말 잔인한 사람이에요.. 게다가 그는 굉장히 무자비한 사람이죠.. 그는 자신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절대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겁니다! 그의 손자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래서 소성봉 회장이 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이연은 친아버지와 이복형제자매들에게는 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시후는 소이연의 말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사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자신의 형제, 자매, 심지어 자신의 아버지를 공격할 수 있다면 시후는 그런 사람에 대해서 강력하게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아무리 악하다고 하더라도, 인성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후는 소이연이 정말 인성이 없는 안하무인의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면 오늘 자신에게 말을 지켰더라도 내일은 자신에게 비수를 찔러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의 생각에 소이연이 마츠모토 가문 전체를 몰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 비인간적이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아마도 그들을 몰살시키는 행위를 한 이유는 명령을 집행하기 위함이었을 것이었다. 군인과 마찬가지로, 상관이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그녀는 마치 자격을 갖춘 군인처럼 윗사람의 말에 복종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제대로 자격을 갖춘 직원이 아닐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요. 우리 둘 다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깊은 증오를 갖고 있어요. 당신은 소성봉 회장을 증오하고 나는 소수도를 증오하죠.. 일단 당신의 일은 소성봉 회장이 필요하고, 나도 소수도 씨가 필요하니 그래서 우리 둘은 엘에이치 그룹을 상대할 때 최대한 협력해야 할 것 같아요.”소이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 도련님.. 혹시 반 LCS 그룹 연합 때문에 아버지를 미워하시나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소수도는 연합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끌고는 온 힘을 다해 내 아버지를 표적으로 삼았어요. 물론 나는 아직 아버지의 죽음이 누구와, 반 LCS 그룹 연합과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지만.. 이미 ‘반 LCS 그룹 연합'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무시할 수 없죠.. 그러니 소수도는 나의 원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소이연이 다시 물었다. "그럼 도련님, 당시 반 LCS 그
그러나 하진법은 국내에서 전해지는 여러 무술들이 섞인 장르의 무술 권법의 한 종류였다. 그들은 손과 상체를 많이 쓰는 편이었는데, 복싱 보다는 꽤 고급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권법이기는 했다. 그런데 소이연이 뒤에 덧붙인 말로는 하진법은 십팔기로 일컬어지는 조선 영조시대의 18반 무예를 만든 이에 의해 만들어진 다른 종류의 권법이라고 했다.보통 복싱은 사실 격투기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태권도, 중국의 영춘권, 일본의 가라테를 배운 사람들은 격투기와 비슷한 종류의 기술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각 국의 사람들이 시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생성된 전투 기술은 모두 달랐다.그러나, 18반 무예는 앞에서 언급한 여러 국가의 무예와는 다른 종류라고 할 수 있었다. 18반 무예의 주요 수행은 육체적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힘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위 단전 침몰이라고 하는 말은 내면의 힘을 실천하는 단련된 힘을 가리킨다. 이에 반해 18반 무예는 일반 무술들 보다 훨씬 더 발전되었으며 전체적인 힘도 더 강하다. 소이연의 기술이 대부분의 동료를 능가하고 그들 중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년 내내 18반 무예와 하진법을 단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수련한 하진법 전체 세트는 시후가 구현 보감에서 본 내용 보다는 훨씬 뒤떨어진 수준이었다.시후는 그녀에게 조금 상기시키고 싶어서 말했다. "그럼.. 소이연 씨.. 내가 맥을 짚어 보고 싶은데.. 괜찮겠어요..?”소이연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물론이죠. 하셔도 돼요.” 말을 마친 그녀는 시후에게 오른손을 건넸다.그러자 시후는 손끝을 소이연의 동맥 위에 가볍게 얹었고, 시후의 영기는 소이연의 동맥을 통하여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기가 소이연의 몸을 통과한 후, 시후는 소이연의 몸에 있는 8개의 경락 중 2가지인 임맥과 독맥만 열려 있다는 것을 즉시 발견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의학 서적 『동의보감』에서는 기경팔맥과 십이경맥을 인체 내의 기혈이 흐르는 중요한 통로라고
소이연은 올해 21살에 불과했지만, 이미 임맥과 독맥이라는 두 맥을 열었다. 이것은 이미 주요 무술 가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존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이연은 이제 더 이상 세 번째 맥을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감히 갖지 못했다. 그녀에게 가장 큰 소원은 그저 자신이 뚫은 임맥과 독맥 두 통로를 다시 닫히게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내부 단련을 확인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기경팔맥 중 얼마나 많은 맥이 열려 있는지는 그 중 하나일 뿐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어떤 경락이 더 차단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있었다.소이연의 경우에는 15세에 임맥을 통하게 되었고, 20세에 독맥을 통하게 되었다. 즉, 이 맥을 열게 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무술인의 판단 기준에 따르면 기경팔맥이 통하는 정도는 1부터 10까지 10개로 나눌 수 있었다.소이연이 먼저 임맥과 독맥을 열었다는 말은, 기경팔맥이 통하는 정도가 40%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맥은 열리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맥이 순조롭게 뚫렸다고 할 수 없어 아직 자유롭게 통하는 수준이 20%를 넘지 못했다.소이연의 상태를 확인한 후 시후는 약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자신이 구현보감을 얻지 못했다면, 어렸을 때 배웠던 태권도나 국내 무술에만 의존해서 기경팔맥은 물론, 어떠한 맥도 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이연 앞에서는 병아리처럼 약하게 되었을 텐데.. 그러나 시후는 구현보감을 얻었고 영기의 사용법을 터득했으며, 많은 회춘약을 만들어 보충한 뒤 힘을 강화했다. 따라서 그의 힘은 임맥과 독맥의 양맥을 연 무술 고수들을 압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경팔맥을 모두 열어 놓은 무술 고수라도 그와 싸울 수 없었다.사실 내면의 힘에 비하면, 영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축소해서 타격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것은 차가운 무기에 비해 불을 쓰는 무기의 절대적인 이점과 같았다.시후는 소이연을 조금 도와주고 싶었
Samson 그룹에서 점심 식사가 진행된 후, 이토 그룹 일가와 하영수가 아직도 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일 때,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 그리고 사위는 드디어 뉴욕 JFK 공항에 도착했다. Samson 그룹의 헬기는 이미 공항에서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었고, 그룹의 조율 덕분에 원래 제트브릿지에 연결되어야 할 항공편은 임시로 외곽 주기장에 세워졌다. 세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그들은 대기하고 있던 Samson 그룹 직원들에 의해 곧장 근처에 있는 헬기로 안내되었다.한편, 제이크 한은 AB 빌딩에서 초조한 듯 계속해서 실내를 서성이며 손을 비비고 있었다. 그는 곧 가족들을 마주할 순간에 말실수를 하기라도 할까 봐 배유현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설득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연습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배유현은 그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제이크 한 경감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오시면, 제가 대신해서 사모님께 설명드릴 수 있으니까요.”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그래 맞아, 긴장되면 괜히 어설프게 말을 하려고 하는 것보다 차라리 조용히 있는 게 나아. 배유현 회장님이 준비한 설명은 아주 완벽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실수만 안 하면, 오늘은 무조건 잘 넘어갈 수 있어.”제이크 한은 고개를 연달아 끄덕이며 감격에 찬 눈빛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조금 있다가 가족들이 도착하면... 배유현 회장님, 많이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10분 후, 헬기 한 대가 빌딩 옥상에 착륙했고 안충주는 직접 나가 사람들을 마중하러 나갔다.그 모습을 보자마자 박은미는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다급히 물었다. “충주 씨, 도대체 남편이 어디 있다는 거예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그에게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죠?”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제수씨, 제이크는 무사해요. 정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자세한 건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박은미는 안심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게다가 딸은 지금 임신 중이었는데도, 자신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함께 다니고 있는 듯했다.안산은 제이크 한이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을 보자 재빨리 말했다. “제이크 한 이 친구야, 큰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사람에겐 반드시 좋은 일이 따라오는 법이야. 지금은 기뻐해야 할 때지, 울 때가 아니라네!” 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배유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유현 회장, 조금 전 그 해결책은 정말 완벽 했어요. 수표는 배 회장이 작성했지만, 돈은 어디까지나 우리 Samson 그룹이 낼 겁니다.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는데, 더는 부담을 드릴 순 없지요.”배유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회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안산은 다시 제이크 한을 향해 말했다. “제이크, 그럼 충주에게 부탁해서 자네 아내와 딸을 이쪽으로 데려오도록 해. 마침 배유현 회장과 함께 점심 한 끼 하면서 기다리면, 식사 끝날 즈음엔 도착해 있을 거야. 그러면 세 식구가 다시 만날 수 있겠지!”제이크 한은 눈물을 닦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안산은 다시 배유현에게 말했다. “배유현 회장, 식사 후에 조금만 더 시간 괜찮겠어요? 조금 전 말한 계획은 빈틈이 전혀 없어서. 만약 제이크의 아내와 딸에게 직접 설명을 해준다면 설득력도 배가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그러자 배유현은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회장님. 저도 오후에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좋습니다!” 안산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군! 제이크 한 이 친구가 죽음을 넘기고 살아난 것도 그렇고, 우리가 직접 그의 가족들이 만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아주 경사가 겹겹이 겹쳤구먼! 충주야, 이건 영상으로 꼭 남겨둬야 한다. 혹시라도 내일 내가 까먹을 수도 있으니까, 다시 보여줘야 하니!”안충주는 고민할 틈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버지. 저희 다 같이 휴대폰을 켜놓고 동영상 촬영을 해
“그래 알겠어.” 안충주는 흔쾌히 대답하며 제이크 한에게 물었다. “그럼 제수씨가 아직 뉴욕에 계신다고 할 때, 만약 나에게 자네 소식을 아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말해줄까? 있는 그대로 말할까, 아니면 자네가 깜짝 등장할 수 있도록 선의의 거짓말을 해줄까?”제이크 한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혹시 나에 대해 물어보면, 자네가 단서를 찾았다고만 말해줘. 상세한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다고만 전해주고, 그럼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깜짝 선물처럼 나타나는 것이 좋겠어.”“알겠어.” 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제이크 한의 아내 박은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고, 스피커 너머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충주 씨, 제 남편 소식을 들은 게 있으세요?!”안충주는 잠시 멈칫했지만, 일부러 차분하게 말했다. “제수씨, 단서를 조금 찾았어요. 혹시 아직 뉴욕에 계신 겁니까? 만나서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요.”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박은미는 놀라움에 목소리가 떨려왔다. “정말이에요?! 어떤 단서요? 지금은 워싱턴에 있어요. 제 대학 동창 중 한 명이 여기에 인맥이 좀 있어서 도움을 청하러 왔거든요. 곧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어요. 비행기 출발까지는 30분 남았고, 1시간 40분 후엔 뉴욕에 도착할 거예요!”“그렇다면, 항공편 번호만 보내주세요. 제가 공항에 사람을 보내서 픽업하겠습니다. 만나서 얘기하시죠.”그러자 박은미는 살짝 불안한 듯 물었다. “충주 씨, 솔직히 말해주세요... 우리 남편...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죠?” 안충주는 황급히 답했다. “아닙니다 제수씨! 그건 절대 아니고요, 저를 믿으세요. 제이크 한 그 친구와 관련된 좋은 소식이에요. 항공편 번호만 알려주시면, 나머지는 걱정 말고 오시면 됩니다.”박은미는 감격하여 목이 메인 듯 말했다. “아 정말 다행이네요...” 그리고 그녀는 곁에 있는 듯한 사람에게 말했다. “쥴리, 충주 삼촌이 전화를 주셨네. 네 아빠에 대한 좋은 소식이
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장님, 저는 단 한 번도, 그때 제가 죽을 뻔했던 일이 Samson 그룹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다시 이어 말했다. “당시 저는 그냥 우연히 회장님과 함께 나들이 삼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했을 뿐이고, 모든 건 제가 선택한 일이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것도 제 불운 탓이지, 어떻게 봐도 Samson 그룹에 제가 뭔가 공헌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그날 저는 죽을 뻔하긴 했지만, Samson 그룹을 위해 실질적으로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무장 괴한들 앞에서 저는 아무런 대응도 못 하고 그대로 총알을 맞고 쓰러졌을 뿐이니, 기껏해야 총알받이 정도였을까요...”사실, 제이크 한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은 진심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Samson 그룹을 위해 뭔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을 살려준 것은 Samson 그룹의 외손자, 시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후 덕분에 자신은 다시 살아날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시후에게 목숨을 빚지게 된 상황에서 Samson 그룹의 돈을 받는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 때 안산이 얼굴을 단호하게 말했다. “왜? 총알받이가 된 건 도움이 아닌가? 자네가 총알받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 Samson 그룹이 맞을 총알들을 대신 맞고 쓰러진 거 아니겠나! 내가 좀 직설적으로 말해볼까? 자네 말대로라면, 예전에 우리 나라를 지키려다 적군들의 총에 맞아 돌아가신 분들은 다 헛되이 죽은 셈인가? 그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야?!”“저... 그건......” 제이크 한은 할 말을 잃었다. 분명, 안산의 논리는 제이크 한 자신보다 훨씬 논리적이었기 때문이다.그때 안충주가 옆에서 덧붙였다. “이건 자네 혼자만의 일이 아니야. 집안의 혈통이 이어질 수 있는 문제고, 나아가 사회 계층을 바꾸는 문제이기도 해. 그리고 자네도
배유현이 자신에게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는 말에, 제이크 한은 본능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당황한 채로 급히 말했다. “배유현 회장님,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신다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안산 회장은 무릎을 치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배유현 회장의 이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히는군요! 빈틈이 없어! 완벽해!” 그러고는 제이크 한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말했다. “자네,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 배유현 회장이 자네에게 이 돈을 주는 이유는, 자네가 가족들 앞에서 이번 일을 잘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가 아니겠나. 그 덕분에 자네의 아내와 딸도 자네를 원망하기보다는, 자네가 얼마나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모든 갈등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고!” 그는 말을 이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기는 하네. 배유현 회장이 자네 뿐만 아니라 우리 Samson 그룹까지 도와줬으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유현 회장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는 없지. 그러니 이 돈은 내가 내도록 하겠네!”제이크 한은 급히 말했다. “회장님... 그건 더더욱 안 됩니다! 저는 회장님의 돈도 받을 수 없어요! 게다가, 제가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가족 생계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제 아내와 딸도 돈을 크게 밝히지 않는 성격이라...”안산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누가 자네 아내랑 딸이 돈을 밝힌다고 했나? 이 돈은 그저 자네가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상징일 뿐이야. 그러니 수표를 들고 돌아가서, 아까 배유현 회장이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다 설명하는 걸로 하게. 그러면 자네가 걱정하던 일은 단번에 해결될 거야. 그리고 이 1천만 달러는 아이의 미래에도 든든한 자산이 될 거다! 자네는 우리를 위해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어. 그러니 고마움을 표현할 기회를 우리한테도 줘야지.”이때 옆에 있던 시후의 외할머니가 얼른 말했다. “여보, 당신이 전에 말했었죠? 제이크 한 저 친구의 사위에
제이크 한은 난처한 듯 말했다. “사모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에게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딸아이가 얼마 전에 임신 소식을 전했는데, 그 직후에 제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거든요...” 이 말을 하면서 그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안충주에게 물었다. “충주, 내 아내가 자네한테 연락하지 않았어? 뭐라고 말했나?”안충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뭘 어떻게 말하겠어... 나도 그냥 모르겠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지... 은인은 자네가 죽었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하셨고, 실종됐거나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고 하라고 했지만, 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제이크 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든 잘 생각해 봐야네. 집에 가서 제대로 설명을 못 한다면, 아내와 딸은 날 계속 의심할 테니까...”안충주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이렇게 말해. 강제 퇴직을 당한 게 마음에 걸려서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다녀왔다고?”그러자 제이크 한은 민망한 듯 말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딸아이가 임신했다고 연락한 시점인데, 그 기쁜 소식을 듣고도 내가 퇴직을 당해 기분이 나쁘다고 여행을 갔다? 그건 너무 머저리 같잖아...”안충주는 혀를 찼다. “하아... 자네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실종된 후에 아무 소식도 없었으니, 게다가 딸이 임신한 중요한 시기에 말이야...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변명할 방법이 거의 없을 거야...”Samson 그룹의 다른 가족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제이크 한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크 한은 아내와 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고,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딸이 임신 소식을 알린 그 시기, 제이크 한이 갑자기 사라졌고 제이크 한은 실상을 밝힐 수 없으니 그야말로 처리하기에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따라서 제이크 한이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딸의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안산 회장 역시도 미스터리한 은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한 이상, 아무도 감히 그 뜻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이에 안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 걱정 마십시오. 꼭 명심하겠습니다. 절대 선을 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저도 형님 말대로 절대 선을 넘지 않겠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시후와의 약속대로 시후의 정체를 절대 누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Samson 그룹 식구들이 하루라도 빨리 시후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전 그는 안충주 앞에서 의도적으로 회춘단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안충주가 단서를 연결하여 생각하도록 유도하려 했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안충주가 그의 조카 시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정확한 힌트를 줄 수는 없었는데, 그건 시후와의 약속 때문이기도 했고 옆에 배유현이 있어 명확하게 힌트를 준다면 배유현이 그것을 알아차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과 오래 인연을 맺고 있었기에, 이들이 지난 20년간 얼마나 간절히 시후를 찾아 헤맸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에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었고, 전 세계를 뒤집다시피 하며 시후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었다. Samson 그룹 일가는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들여 전 세계를 뒤졌지만, 정작 시후는 사건이 벌어졌던 한국에 그대로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Samson 그룹은 한때 시후가 그 정체불명의 조직에 의해 납치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고, 한편으론 기적처럼 어딘가에서 그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그들은 시후가 이미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기 위해서는 외가 식구들에게 일부 단서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을 구한 건 본인의 선택이었고, 마침 멕시코에서 중소단의 핵심 약재를 얻은 것은 우연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시후는 제이크 한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던 것이다. 사실 시후는 단서가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그리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외가 식구들은 자신의 적이 아닌 가족이고, 현재까지 드러난 단서는 퍼즐 조각 하나를 더 주는 수준일 뿐, 자신의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외가 식구들은 많은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안충주의 추측은 Samson 그룹 전체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그러자 안태풍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형님, 이렇게 보니 그 은인은 우리와 인연이 꽤나 깊은 것 같은데! 그 때 형님이 한국에서 회춘단 경매에 참여했을 때 쫓겨났지만, 그분은 그 일을 알고도 우리를 도와주신 거니까. 뉴욕에서 우리를 구해준 걸 보면 말이야.”안충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경매장에서 한국의 송민정 회장은 누가 봐도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였어. 현장의 중요한 결정들은 누군가가 이어폰으로 지시하고 있었고, 그래서 난 은인이 바로 경매장 무대 뒤 어딘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회춘단을 낙찰 받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내가 경매장에서 쫓겨났다는 건, 송민정 회장 같은 인물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 했어. 이룸 그룹의 자산 규모는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더 적을 테니까.”그러자 시후의 외할머니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정말 운이 좋았어. 그날 그 은인이 옆방에 안 계셨다면, 우리 모두 큰 화를 당했을 거다...”안충주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어머니, 그 은인이... 혜리의 팬인 것 같은데요!”시후의 외할머니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서는 그래도 케이팝 분야의 톱스타잖니. 은인이 동양인이라면 혜리 정도의 톱스타는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