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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Author: 로드 리프
10억 원?!

시후는 자신이 들은 액수에 당황했다. 그의 두 눈은 충격에 휘둥그레지고,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는 할아버지가 굉장한 부자라는 건 알았지만, 그 당시의 시후는 돈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어렸다. 그래서 집안 재산이 얼마나 되는 지까진 몰랐던 것이다.

드디어, 지금, 이 순간 이해할 수 있었다.

10억 원이 푼돈이라면, 조부의 재산은 몇 조 원은 족히 넘을 거라는 것을 의미했다.

솔직히 말해서, 순간 그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시후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흉이 할아버지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할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시후의 동요를 감지한 박 기사는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은 집안의 유일한 상속자입니다. 회장님의 전 재산은 도련님의 것이나 다름없죠.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도련님 아버님의 것이지만요."

"회장님께선 도련님만 집으로 돌아와 준다면, 총 사업규모 수백조 원에 달하는 가족 사업을 물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도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시다면... 이 돈은 도련님의 생활비로 써 주십시오."

"아 그렇지, 알려드릴 소식이 하나 더... 어제 할아버님께서 한국 최대 우량기업인 엠그란드 그룹을 통째로 인수하였답니다. 주식 전량이 현재 도련님 명의로 되어있으니, 내일부터 회사 경영권을 행사하실 수 있답니다!"

박 기사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아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을 위해서 그런 막대한 투자를 하다니, 조금 과한 게 아닌가?

한도 10억짜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블랙 카드에 자산 총액 300조 원의 엠그란드 그룹이라니...!

엠그란드 그룹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었다. 그 어떤 유망하고 영향력 있는 재벌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오늘 그를 욕보인 재벌가 모두..... WS 그룹, 로이드 그룹을 포함해 여전히 시후의 아내를 넘보고 있는 대현 그룹 마저도, 엠그란드 그룹 앞에선 평범한 사람들에 불과했다.

그런 대단한 회사가 이제 그의 것이라고?

박 기사는 시후에게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도련님께선 지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실 테니,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명함에 제 연락처가 있으니,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그 말을 남기곤 박 기사는 자리를 떠났다.

시후는 박 기사가 떠난 뒤에도 넋이 나간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조부의 지원을 받아들여야 할지 말지 망설여졌다.

지난 십여 년의 고난과 수치의 나날들... 유나와 결혼하고 겪었던 굴욕을 떠올렸다. 이건 정당한 보상이다!! 지금까지의 고통의 시간을 보상하기 위한 정당한 배상금인 것이다! 그러니 그가 이것을 받으면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무엇보다도 당장 이씨 아주머니의 치료를 위해 2억 원이 시급했다.

시후는 입술을 깨물며 카드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총무과로 되돌아갔다. "저, 실례합니다. 병원비를 정산하겠습니다."

직원이 카드를 긁었고,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결제가 완료되었다.

6천만 원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정산되었다.

그는 여전히 허공을 맴도는 기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백만장자가 되다니....

***

시후는 넋이 나간 채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집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유나와 그녀의 부모님은 WS 그룹 회장의 대저택에 살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처럼 그냥 그런 집에 살고 있었다.

유나와 시후가 결혼한 뒤 김영식 전 회장이 타계하자, WS 그룹 일가족은 그들을 집에서 쫓아냈다.

그의 장모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은시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김유나! 너 지금 당장 저 녀석이랑 이혼하지 않으면, 네 할머니가 널 WS 일가에서 완전히 쫓아내실 거라고!"

유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할머니께서 정말 그러신다면, 전 그냥 다른 직장을 찾아 봐야죠."

"너 정말....!!!" 유나의 어머니가 호통쳤다. "저런 병신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왜 그냥 이혼하고, 주원이랑 재혼하지 못 하겠단 거야? 네가 주원이랑 결혼만 하면, 우리 가족 모두가 고개 뻣뻣이 들고 살 수 있다고!"

그녀의 아버지도 덧붙여 말했다. "네 엄마 말대로다! 네가 주원이랑 결혼하면 우리 가족은 바로 일가의 보물이 되는 거라고! 네 할머니가 너를 애지중지해주실 거라고!!"

유나가 입을 열었다. ".... 제발 그만 하세요! 전 시후 씨랑 이혼하지 않을 거라 고요!"

"얘가 정말!!"

시후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유나의 부모는 그녀를 어떻게든 설득하려 하고 있었다.

그의 장인 장모는 시후를 발견하자, 경멸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의 장모는 진저리 치며 말했다. "난 또 저 병신이 집에 오는 길을 까먹었나 싶었네! 흥!"

시후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장모는 항상 그를 업신여겼는데, 그가 이제 엠그란드 그룹의 주인이 된 데다 현금만 해도 10억 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장모가 안다면 어떻게 나올까?

하지만 지금은 실체를 밝힐 때가 아니다.

그는 오랫동안 할아버지와의 연이 끊겼었다. 한국 제일의 재력을 자랑하는 은씨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누가 알겠는가? 은시후가 자신의 정체를 폭로했을 때, 누군가가 그를 노리면 어떡하는가?

지금으로선 이 사실을 함구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머리 숙여 공손하게 말했다. "장모님, 오늘 할머님 생신파티에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

그의 장모는 소리쳤다. "물의...? 그게 물의야? 너란 놈이 우리 입장을 얼마나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알아?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내 집에서 당장 나가!"

유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엄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시후 씨는 엄마 사위라고!"

"사위라니 누구 맘대로!" 그녀의 모친은 윽박질렀다. "난 저런 병신 같은 사위 둔 적 없어! 내 눈앞에서 썩 사라졌으면 좋겠다, 진짜!"

유나는 시후를 살짝 잡아당겼다. "우리 어서 방에 들어가요."

시후는 고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결혼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두 사람은 아직 첫날밤을 치르지 못했다. 항상 유나는 침대에서, 시후는 침대 옆 바닥에서 따로 잤다.

이날 밤, 그는 쉽사리 잠들지 못했다.

오늘 벌어진 일들은 실로 충격과 놀람의 연속이었기에, 이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유나가 물었다. "아주머니 좀 어떠셨나요? 저한테 지금 당장 천만 원 정도 있어요. 얼마 안 되지만 병원비로 쓰세요."

"괜찮아요. 어떤 사람이 아주머니의 병원비를 대신 내줘서, 치료를 받으러 지금은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정말이요?" 유나는 감탄하며 외쳤다. "그럼 아주머니는 이제 괜찮으신 거죠?"

"그럼요..." 시후가 이어 말했다. "아주머니는 한평생 선행을 베풀며 수많은 사람들을 도와 왔어요. 드디어 누군가 아주머니에게 그 은혜를 갚은 걸 거예요."

"정말 다행이에요!" 유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이제 마음이 좀 놓이겠어요."

"그렇네요."

"우리 이제 슬슬 잘까요? 요즘 회사에 일이 좀 많아서, 피곤하네요."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요즘 별로 상황이 안 좋아요. 할머니께서 엠그란드 그룹과 협업하길 바라시는데, 엠그란드 그룹에 비하면 WS 그룹은 너무 작아서.... 엠그란드 그룹은 우리를 상대해주지도 않을 텐데 말이에요."

"응? WS 그룹이랑 엠그란드 그룹이 협업한 적이 있었던가?"

유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아니죠! 우리가 엠그란드 눈에 차기나 하겠어요! 혜빈이 약혼자의 로이드 그룹도 엠그란드 그룹 발끝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니까요. 그래서 혜빈이 곧 있을 결혼에 열을 내는 거겠죠. 그래도 로이드 그룹은 엠그란드와 인연을 맺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WS 일가는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업을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왔다.

그런 신옥희 회장은 내가 엠그란드 그룹을 가지게 된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시후는 엠그란드 그룹을 인수해 유나의 사업을 돕기로 결심했다. WS 그룹은 그녀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도 않고 괴롭혀왔다. 유나의 남편으로서 시후에겐 그녀를 도울 책임이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유나 씨, 모든 게 이젠 달려졌어요...! 다시는 아무도 당신을 얕보지 못하게 하겠어! WS 그룹 일가 모두가 유나 씨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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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숙현은 그녀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집 구조도 살펴보지 않고 거대한 통유리창 앞에 서서 한강의 전망만 바라보는 걸 보고는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가씨, 혹시 집 구조도 한 번 둘러보시겠어요? 마음에 안 드는 곳이나 인테리어를 따로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네......” 유미경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한숙현과 함께 집안을 둘러봤다.이 아파트는 면적이 78평이 조금 넘고, 방은 네 개였으며 그중 하나는 서재로 리모델링 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한강이 보이는 쪽의 방은 이미 운동 기구가 마련되어 있어, 마치 소규모 피트니스 공간처럼 꾸며져 있었고, 거실은 전면 유리창으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소파에 앉아도 강 전망이 보였다.유미경과 같이 고급 저택에 익숙한 상류층 자녀에게 이 집은 진짜 최고급 주택과 비교했을 때 스케일이 크지 않았다. YJ에스테이트의 홍콩 센트럴 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실면적이 300평이 넘었고, 가족 소유의 초고층 빌딩 최상층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은 황금 땅값을 자랑하는 상업 지구인데도, 가장 좋은 층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업무용 책상 하나를 한 달에 수천~수만 홍콩달러에 임대하는 그런 지역에서 300평에 가까운 공간을 사용하는 건 일반인으로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진짜 부자들에게 있어서는 개발회사가 분양하는 청년재와 같은 부동산은 오히려 구매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보통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리모델링해 사용하는 걸 선호한다.그래서 유미경에게 이 집은 ‘좋다’거나 ‘별로다’라는 감정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위치, 교통, 구조, 층수 등 여러 면에서 현재 자신의 조건과 잘 맞았을 뿐이었다.한 바퀴 둘러본 뒤 유미경은 한숙현에게 말했다. “집사님, 이 집은 인테리어나 공간 배치가 꽤 괜찮은 것 같아요. 서재도 있고 운동 공간도 있어서, 저 혼자 지내기엔 크게 손볼 데는 없는 것 같아요.”한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가구는요? 괜찮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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