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시후는 장 사장에게 윙크를 했다. 그 눈짓의 의미는 ‘이런 엉터리 짝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네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 장 사장은 시후의 과장된 눈빛에 잠시 놀랐지만, 골동품 거리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그는 금세 상황에 적응했다. 장 사장은 웃으며 베르나르 아르노에게 말했다. "아르노 씨,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이 그림은 동서양의 미술계를 뒤흔들만한 작품입니다!" 그는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잘 아시는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1500년대 초에 창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그림은 다빈치의 원작이 아니거든요.. 이 그림은 고려 말기에 활동한 화가 이녕이라는 분이 그린 작품입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장 사장은 시후가 들고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다. "바로 이 그림이 이녕 선생이 그린 원작입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이 그림을 베껴서 수정하고 재창작한 것에 불과해요! 말하자면, 다빈치가 표절한 작품이라는 것이죠."베르나르 아르노는 이 말을 듣고 눈물을 참으며 외쳤다. "그럴 리가 없어요! 다빈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대가이며, 그의 '모나리자'는 불후의 명작입니다. 그가 어떻게 표절을 했겠어요!"장 사장은 표정이 굳어지며 진지하게 말했다. "여기에서 당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나네요. 제가 말씀드리죠, 이 그림은 이녕 선생이 고려 인종의 명령을 받아 창작한 것입니다. 이녕 선생은 명성이 뛰어나 중국 송 나라까지 그 이름을 떨쳤던 대단한 인물이에요! 이 작품의 창작 시기는 1125년경으로, 다빈치보다 300년 이상 앞선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베꼈는지는 명백하지 않겠습니까?""말도 안 되는 소리!" 베르나르 아르노는 화가 나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게다가 이 그림을 봐요. 그림 속의 여자는 서양인의 모습이잖아요! 그 당시 한국에 서양인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 엄청난 오류는 어떻게 설명할 겁니까?"장 사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제
베르나르 아르노는 장 사장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잠시 동안 그에게 세뇌당할 뻔했다. 그는 장 사장을 한 번 보고, 시후의 손에 들린 동양풍 모나리자를 한 번 보았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그는 머리가 약간 혼란스러워졌다.시후는 장 사장이 아무 말이나 지어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복잡하고도 사람들이 혹할 정도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은 몰랐다. 시후는 속으로 장 사장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마치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정말 1등급이라 할 만했다.하지만, 베르나르 아르노는 곧 정신을 차렸고, 이것이 장 사장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걸 깨달았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 사람들이 이렇게 귀한 그림을 자기에게 그냥 줄 리는 없었다. 조금 전 자신에게 강매했던 그 플라스틱 청동 술잔 모조품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두 사람은 자신의 돈을 뜯어내려는 것이지, 자신에게 이익을 줄 생각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장 사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당신의 화술은 정말 대단하군요. 그렇다면 나도 아무 말 하지 않고 구매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내고 나서 그는 시후를 보며 말했다. "이 그림의 가격을 말씀해 주십시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모나리자는 비록 경매에 나오지는 않겠지만, 만약 나온다면 최소 10억 달러는 받을 수 있겠죠..?"베르나르 아르노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속으로 욕을 했다. ‘이런 짝퉁에 저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부르다니!!! 차라리 회춘단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한이 있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그러자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진 이 그림, 아르노 씨가 저렴하게 가져가시죠. 이 그림과 조금 전 옥새, 그리고 그 청동 술잔을 합쳐서 3700억에 드리겠습니다."베르나르 아르노는 그 말을 듣고,
베르나르 아르노는 명품 산업에서 소위 말하는 끼워팔기의 선구자이며, 이 전략 하나로 수백 조의 금액을 벌어들였다. 그는 명품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끼워팔기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품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서 어떠한 대가라도 치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장은 충분한 자신감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끼워팔기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수천만 원짜리 가방을 사려면 2배 정도의 다른 상품을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에게 무자비하게 거액의 갈취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그는 회춘단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에 시후가 제안하는 끼워팔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세상에서 얻은 만큼 잃는 것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생각을 끝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시후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돈을 지불하죠!”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말했다. "잠시 후 버킹엄 호텔의 부장님이 법인 계좌를 알려줄 테니, 바로 재무팀에 돈을 보내라고 하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베르나르 아르노는 풀이 죽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억누른 분노를 담아 말했다. "빠르게 결제를 처리하지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르노 씨, 앞으로 사업을 할 때는 좀 더 양심적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물건의 가격이 정해지면 그 가격 그대로 판매하시고요. 늘 마케팅이나 끼워팔기로 추가 수익을 얻으려고 하지 말고요. 불교에서는 그런 부도덕한 일을 많이 저지르면 운이 나빠지고 자손들에게도 해를 끼친다고 하더군요."베르나르 아르노는 분개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들은 뭐가 다릅니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장님께서는 이미 말씀하셨지요. 당신이 끼워팔기를 하여 벌어들인 비용으로 지불한 돈은 버킹엄 호텔의 계좌로 입금되는 즉시,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농촌의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에 전액 기부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과는 달리, 우리 사
베르나르 아르노가 결국 돈을 지불하고 항복하자, 시후는 만족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아르노 씨, 끼워팔기 문제는 여기서 일단락 짓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장님께서 또 하나의 일을 부탁하고 싶어 하십니다."베르나르 아르노는 급히 대답했다. "말씀하시죠..."시후는 차분하게 말했다. "방금 당신에게 보여준 끼워팔기 목록에 대해서는 절대 비밀에 부치시길 바랍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세요."베르나르 아르노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절대 외부에 알리지 않겠습니다.""네 알겠습니다."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베르나르 아르노는 곧바로 물었다. "어떤 일이든 말씀하십시오!"시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우리 사장님께서 서울에 있는 당신의 매장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이 해당 매장을 빨리 철수시키고, 직원들도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두 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끼워팔기에 대한 수수료는 한 푼도 지급하지 말라고 하셨고요.”베르나르 아르노는 해당 매장에 대해 원래부터 불만이 많았기에, 이 말을 듣자마자 주저 없이 동의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 당장 매장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자르도록 하겠습니다.”"좋습니다." 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이 소중한 골동품들을 잘 챙기시고, 우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말을 마치며, 시후는 세 가지 물건을 그의 품에 밀어 넣고는 장 사장을 불러 함께 스위트룸을 나섰다.방문을 나서자마자 장 사장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어... 은 선생님... 정말 무서우시네요... 그 허접한 물건들을.. 아마도 제가 골동품 거리에서 팔아도 20만 원도 못 받을 텐데.. 조금 전 그 노인에게 3700억을 요구하다니... 거의 수천 배의 이윤이군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장 사장, 오늘 잘 해냈어요. 안심하시죠. 당신의 공로를 내가 인정해드리죠. 안세진 부장님에게
장 사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조금 전 보신 그 동양풍 모나리자는, 제가 미대 학생들에게 한 점당 5만 원 정도를 주고 그리게 한 겁니다.. 보통 골동품 거리에서 제가 부르는 가격은 1천만 원 이상인데, 만약 한 점이 팔리면 두 달은 장사를 안 합니다.. 사람들이 저를 찾아올까 봐 걱정이 되거든요.."시후는 그에게 물었다. "만약 사람들이 찾아오면, 어떻게 처리하죠?"장 사장은 억지로 웃으며 설명했다. "만약 찾아오면, 당연히 돈을 돌려달라고 오는 거겠죠. 그래서 상대에 따라 대처를 달리합니다..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버티지요.. 골동품 거리에서의 저의 기본 원칙은 절대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시후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만약 당신이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장 사장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나면, 제 첫 번째 선택은 도망가는 겁니다. 도망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만약 도망칠 수 없다면, 돈을 돌려주고 끝냅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모든 거래가 성공하지는 않겠네요. 종합적으로 보면, 1년에 얼마나 벌 수 있죠?"장 사장은 마음속으로 계산한 후 웃으며 말했다. "이런저런 상황을 다 고려하면, 1년에 보통 7천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장 사장. 앞으로 연봉 1억 5천의 기본급을 줄 테니, 이제 골동품 거리에서 사람을 속이면서 살지 말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이화룡 씨를 따라다니며 그의 명령을 따르도록 해요."장 사장은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시후가 자신을 이화룡의 곁에서 일하게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놀란 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은 선생님... 저는 그저 이름 없는 망나니일 뿐인데, 왜 저를 이화룡 선생님 곁에 두고 일하게 하시려는 겁니까?"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이화룡 씨는 용맹하지만 기민함이 부
장 사장은 그동안 살아남기가 쉽지 않았다. 그가 해온 일들이 세상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것들이었기 때문에, 종종 사람들에게 개처럼 쫓겨 다녔고 때때로 싸움이 일어나 얻어 터지기도 했다. 따라서 그의 생활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그가 이런 상황에 놓인 주된 이유는 그를 보호해 줄 든든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장 사장은 한때 권력자들과 친해지려 했고, 특히 골동품 거리를 관리하는 유동규와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유동규의 눈에 그는 단지 하찮은 사기꾼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유동규는 물론, 그의 부하들조차 장 사장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약 시후가 그를 돕지 않았다면, 유동규 같은 사람조차 그에게는 닿기에 너무나도 높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시후가 그를 앞으로 이화룡의 책사와 같은 역할을 하라고 했으니, 이는 그의 지위가 몇 단계나 올라간 셈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제부터는 그는 이화룡의 직속 부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마동선과 비슷한 위치에 오를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자신이 감히 상대할 수 없었던 유동규보다도 더 높은 자리에 있게 될 것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장 사장은 시후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시후는 그의 감사한 표정을 보며, 그에게 당부했다. "장 사장, 앞으로 이화룡을 따라다니게 되면, 골동품 거리에서 해왔던 사기는 더 이상 하지 말도록 해요. 이화룡 씨는 아직도 어두운 골목에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깨끗한 사업만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를 따라가서는 나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합시다."장 사장은 서둘러 다짐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저는 다시는 그런 일들에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장 사장의 말이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불편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생각해 보니, 자신이 조금 전 베르나르 아르노에게서 속여 돈을 뜯어낸 것에 비한다면 장 사장의 행동은 정말 새 발의 피라는 생각
시후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그만 이야기하시고 어서 가 보시죠."장 사장은 눈가가 붉어졌고 눈물을 몇 방울 흘렸다. 그는 급히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감탄했다. "은 선생님, 모르실 겁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마치 부모 없는 고아처럼 살았거든요.. 골동품 거리에서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머리를 숙이고 남들에게 잘 보여야 했어요.. 그건 결국 저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러니 그 누구든 저를 얕잡아 보고 괴롭혔습니다...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화룡 선생님과 은 선생님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될 줄은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눈물을 다시 한 번 훔치고 진지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이런 말을 하니 제가 너무 한심해 보이지만..! 어쨌든, 걱정 마십시오. 저는 절대 당신과 이화룡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믿을 만한 사람을 얻은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당신이 믿을 만한 사람 없이 지내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권력이 조금 생겼다고 해서 다른 가난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해야 하고요. 당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장 사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겸손하게 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시후는 그가 진심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이제 빨리 가세요."장 사장은 시후에게 깊이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드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은 선생님. 그럼 이제 가보겠습니다!" ......장 사장은 설레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헤븐 스프링스로 향했다.한편, 장 사장만큼이나 흥분한 사람이 또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에르메스 매장에 있던 판매원 비비안이었다.조금 전, 매니저는 매장 동료들 앞에서 비비안의 오늘 판매 건에 대한 커미션을 계산해주었다. 오늘 대략 1억 7천만 원의 판매 수입을 올린 비비안의 커미션은 무려 5천만 원 정도 되
상대방은 비비안이 포르쉐 718을 사겠다고 하자 무의식적으로 답했다. "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이 차는 중고라도 7천만 원짜리야. 계약금을 내고 첫해 보험료까지 내면 네가 살 수 없는 차야, 너 돈은 어디서 구하려고 그래?"비비안은 비웃으며 말했다. "아 놔, 누구 무시하는 거야? 오늘 내가 매장에서 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다음 달 20일에 월급이 나오면 5천만 원의 커미션이 들어올 거야!""헐?!" 상대방은 놀라며 말했다. "진짜야? 대체 어떤 거래를 했길래 5천만 원이나 커미션 비용으로 나와? 나는 중고차를 팔면서 죽어라 일해도 한 달에 겨우 몇 백 버는데.. 그렇게 돈을 잘 벌면 나도 너네 매장에서 일이나 하게 면접 좀 볼까?"비비안은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야, 우리 매장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우리 매장은 매년 채용을 몇 명 안 해, 그런데 경쟁자는 수백 명이지.. 합격률은 1%도 안 된다고! 그리고 우리는 고급 손님들만 상대하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외모, 이미지뿐만 아니라 학력과 영어 실력도 요구한다고. 너는 아마도 영어 때문에 바로 떨어질 걸?"상대방은 짜증스럽게 말했다. "에이, 옷이랑 신발 같은 걸 파는 데 뭘 그렇게나 요구가 많아? 우리 엄마는 고졸이었는데, 예전에 백화점에서 은퇴할 때까지 일하셨다고!"비비안은 웃으며 말했다. "백화점에서 파는 그런 싸구려 물건이 우리 매장 물건이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냐? 우리 매장에선 신발 한 켤레만 해도 100만 원이고, 스카프 하나에도 50만 원은 한다고. 그리고 백 하나도 백화점에 있는 다른 명품 매장 보다 비싸!" 그러면서 비비안은 급히 말했다. "아,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포르쉐만 어떻게든 나에게 넘겨줘.. 내가 다음 달 월급이 나오면 꼭 가지러 갈게!!"상대방은 생각한 뒤 말했다. "그런데 앞의 고객이 이미 계약금을 냈는데, 지금 이 순간에 네가 차를 남겨달라고 하면 나도 곤란해.. 사장님이 당연히 안 될 거라고 할 걸..?"비비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