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윤우선은 아직 앞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윤우선은 공항에 들어섰지만, 서둘러 보안 검색대로 가지 않았다. 대신, 구지화가 알려준 대로 일등석 라운지를 찾아갔다. 그녀가 자리에 앉은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아주 고급스럽게 차려 입은 한 여성이 여행용 캐리어와 핸드백을 들고 내부로 들어왔다.윤우선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모멘트에서 본 사진 덕분에 그 여성이 자신이 새로 추가한 친구, 구지화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윤우선은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손을 흔들며 밝게 말했다. “어머, 구지화 선생님 안녕하세요! 윤우선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구지화는 윤우선을 보자 약간 놀라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윤우선 씨! 드디어 만나네요! 오래 기다리셨죠? 정말 미안해요, 공항 오기 전에 회의를 하나 주재하느라 늦었어요. 하루 종일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정신이 없네요.”윤우선은 웃으며 말했다. “구지화 씨처럼 성공한 여성은 평소에도 늘 바쁘죠."구지화는 윤우선의 옆에 앉으며 미소를 지었다. “윤우선 씨, 당신은 지영 언니의 친구니까, 제 친구이기도 해요. 그러니 우리 사이에 그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요. 계속 구지화 선생님이라고 부르시면 저도 조금 어색해요. 회사에서는 늘 그런 호칭을 들으니까,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땐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윤우선은 예상치 못한 구지화의 소탈한 태도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겸손하고 거리낌 없는 태도를 보일 줄이야. 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 ‘아이고, 세상에! 사람들이 흔히 그렇잖아. 돈이 많을수록 교양이 높다고... 예전엔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믿게 되네?! 이렇게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가 보통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런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니, 나에게 정말 큰 행운이야!’ 이렇게 생각하며, 윤우선은 활짝 웃었다. “좋아! 그렇게 말하니 나도 편하
구지화는 이곳에 오기 전, 김미희에게 윤우선의 상황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한국에서 럭셔리 별장에 거주하며 롤스로이스를 탄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구지화는 미소를 지으며 윤우선에게 말했다. “우선 씨가 타고 다니는 컬리넌 같은 차, 우리 여자들이 타기엔 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평소에 운전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늘 운전기사가 고급 승합차를 운전하고 나는 뒷좌석에 앉아. 그게 훨씬 편하고 신경 쓸 일도 없거든.”윤우선은 부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집엔 전담 기사도 없고 고급 승합차도 없어서... 나도 한 번쯤은 연예인 느낌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데.”구지화는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별거 아니지. 우선 씨가 고급 승합차가 없다면, 얼마 뒤에 내가 하나 선물해 줄게. 렉서스 LM300 알지? 얼마 전에 병행 수입차 업체에서 세 대를 주문했거든. 원래 부모님께 한 대 드리려고 했는데, 이제 미국에 정착하신다고 하셔서... 다음 달이면 차가 도착하는데 마땅히 처리할 곳이 없으니, 그냥 우선 씨에게 주지 뭐.”윤우선은 온몸이 흥분으로 들썩이며 탄성을 질렀다. “LM300...? 그거 비싼 승합차 아니야?"“맞아.” 구지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인터넷에선 이 차가 너무 비싸다고 사는 사람이 호구라고 욕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어차피 추가 비용은 그냥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돈 조금 더 쓰는 게 뭐 대수야? 솔직히 말해서, 만약 추가 프리미엄 요금이 없었다면 부자들은 오히려 안 샀을 걸? 웃돈이 붙어야만 비싼 차를 타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지. 차라리 고급 승합차들은 일괄적으로 가격을 올려버리면 더 좋겠어. 그러면 길에서 그 차를 타고 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이 ‘와, 2억짜리 미니밴이다!’ 하고 알아볼 테니까. 그러니까 사실은 엄청 럭셔리한 차를 타고 다니는 게 되잖아.”윤우선은 속으로 감탄하며 생각했다. ‘역시 이게 부자들의 삶이구나... 뭐든 가성비보다는 체
이때 구지화는 짐과 손가방을 정리하는 척하면서, 휴대폰 벨이 울리자 화면을 확인했다. 발신자 표시에는 ‘진 비서’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그녀는 일부러 휴대폰을 귀에 가져가지 않고, 급한 척 스피커폰을 켜고 옆에 내려놓은 채 말했다. “진 비서, 나 이제 막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하는데, 무슨 일 있으면 비행기 탄 후에 얘기해.”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어머님께서 큰일이 생기셨습니다!”구지화는 순간 긴장하며 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그러자 상대방이 황급히 대답했다. “오늘 어머님께서 도련님과 함께 승마를 하시다가, 무슨 일인지 모르게 말이 갑자기 놀라면서 발길질을 해대는 것 아닙니까?! 어머님께서 그대로 발길질에 맞고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조금 전에 병원으로 모셨는데, 의사가 어머님 상태가 좀 심각하다고 합니다.”구지화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엄마가 말한테 걷어차일 수가 있어?! 관리자는 대체 뭘 하고 있었고, 매니저는 대체 뭐 하는 인간이야?! 당장 매니저 짐 싸서 꺼지라고 해! 그리고 그 말은 당장 끌어내서 도살장으로 보내! 오늘 우리 엄마를 찼다면, 내일은 내 아들을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일 아니야?!”상대방이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가씨... 그래도 그 말은, 사장님께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8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사 오신 순혈 아할 테케입니다… 그걸 이렇게 바로 죽여버리는 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닐까요...”그러자 구지화는 차갑게 말했다. “죽이라면 죽여. 길들이지 못하는 말은 아무리 비싸도 필요 없어! 그게 자기 잘못에 대한 대가야!”옆에서 듣고 있던 윤우선은 충격을 받아 얼어붙었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800만 달러면... 거의 180억짜리 말인데, 단지 한 번 발길질을 했다고 죽여버린다고? 역시 부자들의 세계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비서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구지화는 윤우선이 갑자기 병원에 같이 가겠다고 나서는 걸 보고 놀랐다. 하지만 구지화는 사실 병원에 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적당한 핑계를 만들어 윤우선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조용히 도망칠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윤우선에게 말했다. “우선 씨, 내 여행 가방 안에 지영 언니의 부모님께 전해줄 물건들이 꽤 많아... 보양식도 있고, 쉽게 구할 수 없는 특효약들도 있거든... 내가 지영 언니한테 오늘 반드시 홍콩으로 물건을 가져다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마침 언니 남동생이 홍콩에 출장을 와서, 원래는 이틀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다가 이 물건들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대. 만약 오늘 내가 못 가면, 언니 동생의 중요한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거든..."윤우선은 곧장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지화 씨는 오늘 못 가잖아?”구지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난 오늘 못 가지만 우선 씨는 먼저 갈 수 있잖아. 나는 일단 병원에 가서 엄마 상태를 살펴봐야 할 것 같아. 물론 말에게 걷어차였으니 좀 아프긴 하겠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닐 거야. 어쩌면 내일이면 출국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면서 그녀는 덧붙였다. “이렇게 하자, 우선 씨. 오늘 먼저 홍콩으로 가줘. 그리고 나 대신 지영 언니의 물건을 전달해 줬으면 해. 내가 홍콩에 있는 내 집사에게 우선 씨를 공항에서 맞이하라고 할게. 그 사람이 우선 씨를 시훈도의 저택으로 데려다 줄 거야. 거기서 지영 언니의 남동생이 우선 씨를 찾아갈 테니, 그때 이 가방만 전해주면 돼. 그리고 우선 씨는 저택에서 편하게 쉬면서 나를 기다려 줘. 내일이면 도착할 거야.”윤우선이 처음에 병원에 가겠다고 한 이유는, 홍콩 여행이 무산될까 봐 걱정돼서였다. 그런데 구지화가 이렇게 말하니, 그녀는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윤우선에게 중요한 것은 홍콩에서의 호화로운 생활이지, 구지화의 엄마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지화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이제는
그 남자는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리에게는 얼마나 돌아오려나?”구지화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냥 윤우선이 짐을 맡기는 데만 성공해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5천 달러는 보장될 걸. 만약 윤우선이 무사히 물건을 가지고 통과하면, 적어도 2~3만 달러는 벌 수 있어.”“괜찮네!” 그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이번 건 끝나면 우리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제대로 쉬자고! 젠장, 올해 상반기 내내 운이 지지리도 없어서 힘들게 번 돈을 다 카지노에 갖다 바쳤잖아. 하반기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카지노에서 돈을 벌어올 거야!”구지화가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가는 건 좋은데, 가서 도박에만 빠지지 말라고. 그런 곳은 원래 도박 중독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니까, 오히려 그곳에 가서 멕시코로 보낼 만한 사람을 몇 명 발굴하는 게 더 중요해.” 그러면서 그녀는 감탄하듯 말했다. “듣자 하니, 미희 언니 쪽은 꽤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하던데. 곧 적합한 사람을 찾아서 멕시코로 보내려 한다고 하더라. 며칠 후엔 또 한 노인이 한국으로 귀국할 예정인데, 이미 거의 설득이 끝났다고 하고. 이번 달에만 꽤 벌었을 거야.”그 남자가 호기심에 물었다. “한 명을 멕시코로 보내면 얼마나 벌 수 있는데?”구지화가 말했다. “그건 확실하지 않고. 적절한 고객을 찾느냐에 따라 다르지. 만약 매칭이 잘 되면 수십만, 심지어 백만 달러 이상도 가능한데, 이번 건만 해도 미희 언니가 최소 10만 달러는 벌 걸.”“와, 젠장!” 그 남자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사람 하나만 속여서 넘기면 10만 달러나 번다고? 이런 장사가 있는데 누가 매번 공항에서 짐 날라주는 노릇을 하겠냐고! 미국 전역 공항을 돌아다니며 ‘마약 운반책’을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니까!”구지화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에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우리도 이쪽 인맥을 탐색해서 한두 건만이라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자고!"그러자 남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에 가려면, 일단 윤우선이 무사히 홍콩에 도착해
공항에서 위탁 수하물 보안 검사는 기내 반입 수하물 검사 절차와 조금 차이가 있다. 기내 반입 수하물의 경우 승객이 직접 들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지만, 위탁 수하물은 체크인 및 수하물을 접수 후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별도의 검사 구역으로 이동하여 보안 검사를 받기 때문이다.이 순간, 윤우선은 자신에게 닥칠 일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두 개의 여행용 가방을 위탁 수하물로 맡긴 후 당당히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그녀를 몰래 감시하고 있던 여성은 윤우선이 짐을 맡기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로 이동하는 것을 본 후 안심한 듯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공항을 떠났다.윤우선은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걸고 VIP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 윤우선이 퍼스트 클래스 탑승권을 제시하자, 곧바로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를 받았다. 일반 승객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윤우선은 금방 보안 검색을 마치고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로 이동해 편히 쉬었다.한편, 그녀가 위탁한 두 개의 여행용 가방은 보안 검사 기계를 통과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수하물은 그대로 항공기에 실린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감지되면, 세관 및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 즉시 수하물을 개봉하여 철저한 검사를 진행한다.일반적으로, 정교하게 숨겨진 밀수품들은 매우 은밀하게 위장되어 있다. 게다가 출국 심사는 입국 심사보다 보안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에, 범죄 조직들의 입장에서는 출국 보안 검색을 통과할 확률이 50% 정도 된다. 그러나, 도착지 공항의 입국 심사가 훨씬 엄격하다. 많은 국가와 지역들이 엄격한 입국 심사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일부 국가는 신선한 과일조차 반입을 금지할 정도로 입국 규제가 강력하다. 예를 들어, 승객이 비행기 안에서 먹으려고 가져간 사과 한 개를 먹지 않고 남겨뒀다가, 입국 심사에서 발견되면 무거운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는 것이다.즉, 가장 어려운 관문은 입국 심
유나는 한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는 느낌이었다. 가끔 그녀는 자신과 엄마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고 느꼈다. 서로 같은 주파수에서 소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엄마가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한 마디만 덧붙였다. "그럼 비행기 타고 이륙하기 전에 꼭 연락 주세요. 그래야 제가 안심할 수 있으니까요."윤우선은 웃으며 대답했다. "알겠어, 알겠어. 너는 걱정하지 마. 그리고 은 서방한테 운전 조심하라고 전해줘. 그럼 끊을게." 그 말을 끝으로, 윤우선은 바로 영상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곧장 방금 올린 SNS 게시물을 확인했다. 그러나 확인한 순간, 그녀는 또 한 번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지난 번 개인 전용기를 탔을 때 올린 SNS 게시물처럼, 이번에도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윤우선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 인간들, 남이 잘 되는 걸 절대 못 본다니까! 완전 재미없어! 진짜 너무한다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하던 중,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윤우선은 얼른 확인했지만, 그 순간 더 큰 분노가 치밀었다. 왜냐하면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또 홍라연이었기 때문이었다.수많은 친구들 중에서, 홍라연의 ‘좋아요’는 윤우선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짜증이 폭발할 찰나, 홍라연이 갑자기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윤우선은 순간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릴까 망설였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오늘은 한껏 잘난 척을 해야 직성이 풀릴 텐데, 누구한테 하든 마찬가지지!' 그렇게 결심한 윤우선은 영상 통화를 받았다. 그리고 화면 속의 홍라연을 보며 가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형님, 무슨 일이죠?"홍라연은 서둘러 말했다. "동서, 나는 이제 막 일어났어. 조금 전에 SNS를 보니까 귀국한다고 하셔서 인사하려고 영
"렉서스 LM?" 홍라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차야?"윤우선은 바로 답했다. "렉서스에서 나온 고급 승합차 중에서 가장 비싼 거라고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 한국에서도 최소 2억 이상은 줘야 할 걸요?!"홍라연은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승합차를 하나 사는 데 2억이나 든다고?! 그 돈이면 일반 승용차를 몇 대나 살 수 있겠네! 그걸 줄줄이 세우면 얼마나 길겠어?! 그런데 이렇게 돈을 낭비하는 건 도대체 무슨 심보일까?!""형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윤우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가난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라는 거지 뭐. 부자들이 왜 수억 달러를 들여 개인 전용기를 사는지 이해 못 하겠죠? 그럼 당연히 몇 억짜리 고급 승합차를 사는 것도 이해 못 할 거라고요. 부자들의 세상은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요. 최고는 아니어도, 가장 비싼 것을 고르는 거죠!"윤우선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거만한 어조로 말했다. "게다가, 몇 억짜리 차가 그 사람한테 뭐 대수겠어요? 은행에 예치된 수십억 달러의 재산만 해도, 하루 이자로 그 돈보다 더 벌 텐데!""정말 대단하네..." 홍라연은 감탄하며 물었다. "동서, 어떻게 그렇게 돈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거야? 수십억 달러면 1조가 넘는 거잖아?!"윤우선은 흐뭇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국에서 사귄 친구인데, 미국에는 한국인들도 많고, 이래저래 친해진 사람들도 많았죠 뭐."홍라연은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와, 역시 외국에 나가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나 봐! 동서, 미국 한 번 다녀온 것만으로 이렇게 대단한 인맥을 쌓다니! 상류층 세계의 안목과 인맥이 한순간에 확장된 거네?!""당연하죠!" 윤우선은 더욱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래서 사람이 더 높은 곳을 향해 가야 하는 거라고요. 물이 아래로 흐르듯, 사람도 점점 더 발전해야지!"홍라연은 연신 맞장구를 쳐댔다. "맞아, 동서! 나랑 자네의 차이가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