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유나는 일찌감치 밥을 먹고 회사로 출근했다. 장인 김상곤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윤우선을 보는 그의 두 눈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상곤은 더 이상 집사람을 꼴도 보기 싫었다. 가족들이 뼈 빠지게 모아 둔 2억 정도의 돈을 윤우선이 싹 날려버리자 그는 속이 타 들어가 죽을 지경이었다. 원래 가진 돈도 별로 없었는데.. 도박으로 다 날린 그 돈들은 수 년간 모은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골동품을 팔아 번 돈도 있었는데.. 이제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김상곤은 다시 골동품 거리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물건들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윤우선은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약간 마음이 켕기는 듯 줄곧 김상곤에게 웃어 댔지만, 김상곤은 계속 그녀를 무시했다. 윤우선은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듯했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생각에 화도 났다. 하지만 감히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하고 그 화살을 시후에게로 돌렸다. "야, 은서방! 지금 집에서 이렇게 빈둥거려도 되는 거야? 빨리 나가서 풍수인가 풍시인가 뭐 좀 보여주고 돈 좀 벌어 와!! 돈도 없는데 별장으로 가면 가구는 들여야 할 거 아니야?!”“저도 노력 중이에요 어머님.”그러자 윤우선은 시후의 허리를 쿡 찌르며 소리쳤다. “아니 엉덩이는 가만히 있는데 뭘 노력 중이라는 거야?!”김상곤이 나섰다. "뭐야? 뭘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 대? 시후가 우리 집안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 줄 알아? 너는 돈 한 푼 안 벌어 온 주제에 고스톱 치다가 돈이나 날려 먹을 줄 알지! 이 집에서 우리 셋이서 말이야 겨우 플러스를 만들어 놓았더니, 너 혼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만들어 놨어! 게다가 그 금액이 얼마나 큰지 참! 할 말이 없다 할 말이!!”"당신..?!" 윤우선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원래 김상곤에게 이렇게 묻고 싶었다. ‘내가 은 서방 보고 소리를 지르던 호들갑을 떨던 무슨 상관이야? 김상곤 좀 많이 컸다? 감히
"뭐?!" 윤우선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런 사장님이 풍수를 봐 달라고 했다고?”"네. 점심 때 보러 오라고 하시네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잘됐네!” 그러자 윤우선은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뭐해? 어서 나가지 않고?! 돈을 벌어서 우리 가구를 살 돈을 마련해야지!”시후는 “최선을 다 해볼게요~”라고 윤우선에게 답했다. 사실, 시후는 이미 자신의 카드에서 돈을 좀 인출하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의 풍수지리를 봐준 대가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시후는 이 돈으로 가구를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말할 계획이었다.그는 늘 유나가 줄곧 이 허름한 집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우선과는 제발 떨어져 살면서 화장실도 따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장모 윤우선이 얼마나 성가시게 구는지, 이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청년재 별장으로 이사를 가면 자신은 유나와 한 층에 살고, 윤우선과 김상곤을 다른 층에서 살게 할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서로 마주칠 일도 없고 귀찮은 일들이 많이 줄어 들 것이다.그래서 시후는 지금 풍수를 봐 주러 간다고 말하고 있지만, 밥을 먹고 바로 은행에 가서 돈을 인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는 이 돈을 유나나 김상곤에게 주어 가구를 사라고 할 계획이었다. 윤우선이 그 돈을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윤우선은 돈을 받는 즉시 미용실에 가서 머리나 하고, 마사지나 받으러 다니며 돈을 펑펑 써 댈 것이다!11시가 되자, 민정은 차를 몰아 시후의 집 앞으로 갔다. 민정은 시후에게 전화를 걸어 집 앞에 도착했음을 알렸고, 그제서야 시후는 계단을 내려갔다. 1층에서는 민정이 차에서 내려 그를 대신해 문을 열어주었고, 그가 차에 오른 뒤에 그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할아버지께서는 헤븐 스프링스에 가서 기다리고 계셔요. 그럼 가 보실까요?”"네 알겠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민정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
시후가 헤븐 스프링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송 회장의 발언은 서울 전역에 퍼졌고, 이어서 강남의 상류층 사이에도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룸 그룹이 오송 그룹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정말 재미있는 싸움 구경이 될 것만 같다.송천명과 송영예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분노했다. 송 회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생신 잔치에서 송 회장께서는 최우식 대표와 살짝 갈등이 있었을 뿐.. 서로가 조금 불쾌한 상황이었지만, 기회가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송 회장은 공개적으로 오송 그룹과 교류를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으며, 심지어는 오송 그룹과 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송천명과 송영예 두 사람은 송 회장이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는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은시후에게 아부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오송 그룹에게 공개적으로 등을 돌릴 필요는 없지 않는가? 이렇게 되면 장차 오송 그룹이 사사건건 이룸 그룹과 맞설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렇게 되면, 민정과 최우신이 결혼하게 될 가능성은 0이 될 것이다!오송 그룹도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분통을 터뜨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오송 그룹은 온갖 문제가 여기 저기서 터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룸 그룹이 자신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하다니.. 이 일은 오송 그룹의 현재 상황을 더욱 머리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오송 그룹은 지금 집안 일만 처리하기에도 충분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룸 그룹까지 나서서 오송 그룹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으니.. 최 회장이 아직 병상에 있기에 최우식 대표는 온 가족에게 분부하여, 이룸 그룹의 상황을 절대 알리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당분간은 이룸 그룹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바로 지금, 오송 그룹의 명성이 타격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잘 나가는 재벌가이기는 했지만, LCS 그룹에게 미운 털이 박혔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동안 오송 그룹은 자신들의 그룹을 망신시킬 만한 영상이 떠돌아다녔을 뿐, 이것이
그러자 민정 역시 송 회장의 옆에서 시후를 설득했다. "은 선생님, 할아버지께서 선생님을 늘 존경하고 계시니 상석에는 선생님께서 앉으시는 것이 어떨까요?"시후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석에 앉았다. "그렇다면 저를 존경하는 마음을 받아들여 앉겠습니다.”"그럼, 세 분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이화룡은 인사를 한 후 조심스럽게 자리를 떴다.이화룡이 밖으로 나가자, 송 회장은 자신의 안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며 공손히 두 손으로 시후에게 전했다."은 선생님.. 이 늙은이의 생일에 정말 뜻밖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제가 말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성심 성의껏 카드 한 장을 준비했는데, 현금 50억이 들어있습니다.. 제 작은 성의이니 제발 거절하지 마시고, 꼭 받아 주십시오!”시후는 카드를 보고 말했다. "송 회장님, 저는 돈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 카드는 돌려드릴게요." 시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수 백억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딱히 쓸 기회가 많지 않아 그 돈을 그냥 두고 있었다.하지만 송 회장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은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서 돈이 부족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지난 번 한의학 박람회에서 천종산삼을 낙찰 받지 않으셨습니까? 그 때 꽤 높은 금액으로 낙찰 받으셨고요.. 그러니 앞으로 만일 좋은 약재를 꼭 손에 넣으셔야 한다면 사적으로 금액을 지불하지 마시고, 제가 드린 카드로 지불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비상용으로요~ 정말 좋은 약재를 손에서 놓치게 되면 후회하기 마련이지요. 그러니 이 카드를 꼭 받아 주십시오! 만일의 일에 대비할 수도 있고요~!" 사실 송 회장이 시후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이유는 사심이 조금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시후가 천종산삼을 낙찰 받아 회춘단을 만들었기에 자신도 회춘단을 복용할 수 있었다. 그러니 더 좋은 약재를 얻게 된다면 효과가 지금 회춘단 보다 훨씬 더 좋을 것이고, 송 회장은 또 이 약을 받을
식사를 마친 시후는 자신을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민정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두 사람과 헤븐 스프링스 정문 앞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혼자 걸어서 부근의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에 도착한 그는 송 회장이 건넨 카드로 45억을 출금한 뒤 자신의 카드에 입금했다. 그리고 5억 남짓 남은 카드를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김상곤과 윤우선은 조금 전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시후가 돌아오자 윤우선은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은 서방! 돈은 벌어왔어?!”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네 좀 벌었어요."“얼마? 어서 빨리 돈 꺼내 봐!”시후는 직접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이 카드에 5억이 들어 있습니다.”"뭐?! 5억?!!!!" 윤우선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감격에 겨워 카드를 손에 쥐더니 환호성을 질렀다. "자네! 날 속이는 건 아니지?!”"조금 전에 은행 ATM기에서 금액 확인했습니다. 5억 맞아요.”“잘됐네~!! 아니 5억이라니?!! 이렇게 큰 돈이라면 자신이 고스톱으로 잃은 돈을 모두 만회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 돈이라면 친구와 함께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며 고스톱도 다시 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청년재에 넣을 가구도 몽땅 다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윤우선은 흥분했다. 그리고는 카드를 손에 들고 잠시 자세히 살펴보더니,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시후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이 카드 비밀번호가 뭐야!”시후는 비밀번호를 말하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앞으로 장인 어른이 돈 관리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장모가 왜 나에게 비밀 번호를 알아 내려고 해?!’ 그러자 시후는 급히 얼굴을 돌려 김상곤에게 말했다. "아버님, 어제.. 앞으로 가족들이 벌어온 돈은 모두 아버님께서 관리하시기로 하셨잖아요?” 김상곤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더니 갑자기 소리쳤다. “그래! 이 돈은 내가 관리한다고 했지!” 그러자 그는 급히 쇼파에서 일어나 윤우선의 앞으로 다가온 뒤 "카드 이리 내놔!"라고 말했다.
시후는 눈빛을 못 본 척 고개를 홱 돌리고는 김상곤에게 말했다. "아버지, 이 돈은 가구 가전제품과 가구들을 사는 데 쓰세요. 그리고 최대한 일찍 사시면 일찍 이사 갈 수 있어요!""그래 좋다!"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카드를 넣고 시후에게 물었다. "아이고 우리 사위, 그럼 이 카드 비밀번호는 어떻게 되냐?"“제가 카톡 보내드릴게요.”"그래 알겠다! 그럼, 지금 은행에 다녀올 테니 비밀번호를 좀 보내 주라.”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먼저 나가계세요, 제가 보내드릴게요."윤우선은 화가 났다. 은시후 이게 무슨 짓이야? 내 앞에서 비밀번호도 말 안 해줘? 이게 날 무시해? 이런 개망나니 같으니! 시후는 확실히 장모를 경계하고 있었다. 윤우선은 지조도 없고 잘못하면 몰래 돈을 빼 갈 테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김상곤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고, 은행에 도착할 때쯤 시후가 보낸 비밀번호를 받았다. 현금인출기에 카드를 꽂아 확인해보니 시후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금인출기의 잔액 숫자를 보고 김상곤은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 ‘허 참, 은 서방 이 친구 정말 대단해..?! 풍수지리 한 번 봐주면 이렇게 5억을 벌어 온다는 말이야?’ 만약 이런 식으로 장사를 더 한다면, 은 서방은 순식간에 집안을 일으켜 세워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상곤은 놀라면서도 이 카드에 있던 돈을 모두 자신의 카드로 이체했다. 뒤이어 휴대전화를 꺼내 어플을 켜서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후로부터 카톡을 하나 받았다. 이것은 김상곤으로 하여금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다행히 사위가 알려 줘서 다행이지,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윤우선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면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가서 그 돈을 모두 빼앗길 것이다. 그는 지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윤우선은 김상곤이 또 이혼 얘기를 꺼내자 분노가 폭발했다. 하지만 그녀는 겉으로 화를 표출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럴 땐 참아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가 도박으로 몇 년간 모아둔 2억을 잃었던가? 이때는 일단 참고 기회를 잡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난 뒤에 다시 한번 김상곤과 잘 이야기해 보면 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돈이 너무 많이 들긴 하죠? 돈을 조금 아껴써야지~ 호호..”김상곤은 윤우선이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아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김상곤은 마음속으로 조금 뿌듯함을 느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그는 줄곧 윤우선에게 기도 못 펴고 살았다. 윤우선은 자신이 한 마디만 해도 의견이 다르면 늘 폭언을 하고 바가지를 긁어 댔다. 하지만 지금은 윤우선이 자신과 타협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아 보였기에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윤우선이 자기 앞에서 설설 기며 기를 못 편다면, 자신은 이제 노예 생활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김상곤은 조심스러웠다. 왜냐하면 마누라는 계속해서 횡포를 부려 왔는데, 이 성격을 단번에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윤우선을 시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 샤워할 테니까 문 앞에 시원한 물 좀 가져다 놔줘.”그러자 윤우선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갑자기 샤워를 한다는 거야? 어디 나가요?”“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잔말이 많아!?”윤우선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남편이 샤워를 하러 간다면 자신은 그의 휴대전화를 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돈을 이체하면 될 테니, 돈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조금만 참으면 된다! 돈만 얻으면.. 두고 봐 김상곤! 마사지, 스파, 고스톱 모두 다!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거야! 그러자 윤우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말했다. “알겠어 여보. 그럼 내가 준비해 줄게요.”"그래. 흠흠." 김상곤은 거만하게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우쭐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애초에 김상곤이 휴대폰을 바꿀 때, 윤우선은 자신의 지문을 등록해서 수시로 열람할 수 있게 하라고 횡포를 부렸었는데, 감히 자신의 지문을 삭제했다는 말인가?? 윤우선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이제 김상곤은 놀랍게도 자신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화가 난 윤우선은 급히 암호를 풀려고 했다. 그녀는 김상곤의 휴대전화에 지문뿐 아니라 그의 휴대전화 잠금 해제 비밀번호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그녀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라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 아닌가? 윤우선은 믿을 수 없어서 비밀 번호를 다시 한 번 입력해보았다. 하지만, 또 다시 틀려 버렸다! 그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빌어먹을, 이 개 같은 놈! 내 지문을 지우고 비밀번호도 바꿔?! 자신이 그의 휴대폰을 훔쳐 계좌이체를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이런 많은 돈을 손에 넣으니, 윤우선이 도둑질할까 봐 이렇게 방어하는 건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윤우선은 화가 나서 김상곤이 설정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몇 개 더 시도해 보았지만, 비밀번호가 모두 틀렸다! 예전 비밀번호는 두 사람의 결혼 기념일이었지만 이미 바뀌었고, 김상곤의 생일을 입력했지만 그것도 맞지 않았다! 자신의 생일도, 딸 유나의 생일도 틀렸다! 심지어 시어머니의 생일까지 넣어 보았는데도 여전히 틀린 비밀번호였다.윤우선은 속으로 궁금해졌다. 이 영감이 대체 무슨 암호를 설정한 거야? 그녀는 고민했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떠올랐다.한미정! 김상곤의 첫사랑! 캠퍼스 여신! 자신은 한미정의 학원 친구이자, 심지어 그녀의 절친이기도 했다. 그 때, 윤우선은 그녀가 정말 부러워하고 질투도 많이 했었다! 왜냐하면 대학생 시절 김상곤은 잘생긴 외모에 분위기도 있었고, 더욱 대단한 것은 집안에 돈이 많았기에 많은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돌과 같았다. 당시 윤우선은 오로지 김상곤을 꼬셔 명문가로 시집 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