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의 말에 김상곤은 당황했다! 그는 윤우선이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할 것을 미리 알고 비밀번호를 바꿨다. 사실 그는 비밀번호만 바꾸면 윤우선이 분명 알아 맞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윤우선이 한미정의 생일로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걸 알게 될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 이 일은 그를 당황하게 만든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후환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결제 비밀번호를 따로 설정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 돈은 윤우선이 벌써 가져가버렸을 테니까.윤우선은 김상곤이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더욱 더 폭발하였다. "당신 요 며칠 아주 대단했지? 나를 때리고, 욕하고, 모욕하고, 그런데 왜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러고 있어? 내가 혹시 당신의 그 더러운 속마음을 알아맞힌 거야?!!”김상곤은 해명을 했다. “아이고 또 무슨 소리야?!! 헛소리하지 마! 내가 무슨 더러운 생각을 했다고 그래?!”"어이구 웃기고 자빠졌네! 비밀번호가 우리 가족 생일이 아니라 다른 여자 생일인데, 딴 마음을 안 품었다고? 그 천벌 받을 구미호 같은 년이 미국으로 가버렸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나를 이렇게 두고 뒤에서 바람을 피워 댔을 거 아니야?!!”김상곤은 얼굴을 붉히며 호통쳤다. "아니, 이 여자가 왜 이래? 미정이가 왜 구미호야? 그 때, 나는 미정이랑 사귀고 있었는데 네가 나에게 술을 먹여서 하룻밤을 보냈잖아! 그러니까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든 건 너지! 미정이가 아니라!!”"뭐?!! 당신 말 다 했어?!! 내가 구미호라고? 네 자식도 내 배 아파 낳아 줬는데 내가 구미호라고!!!?”"그래 이 여우 같은 년아! 내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관계를 맺지만 않았더라면 난 미정이랑 결혼했어!!!”윤우선은 이 말을 듣자, 김상곤에게 달려가더니 곧 따귀를 때리며 히스테리를 부렸다. “감히 날 여우라고 불러?! 그리고 내 앞에서 한미정 편까지 들고?!! 내가 오늘 너랑 끝을 봐야겠어!!”김상곤은
그래서 김상곤은 입술을 깨물고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유나야, 너희 엄마에게 말한 건 우리 둘 사이의 일 밖에 없어! 내가 왜 널 싫어 하겠어?!”유나는 부모님 사이에 있었던 옛이야기들을 알지 못했기에, 김상곤에게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 저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그리고 누가 끼어 들어서 바람을 피웠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에게 중요한 건, 20여 년 전에 이미 아빠가 엄마와 결혼했다는 거라고요. 이것은 아빠가 선택한 결혼이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를 충분히 존중하셔야죠! 그러니까 아빠가 비밀번호를 첫사랑의 생일로 바꾸는 건 존중이 아니에요. 만약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혼하신 후에 행복을 추구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혼을 하기도 전에 이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죠."김상곤은 딸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몸둘 바를 몰랐다. 그 역시 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윤우선과 이혼하지도 않았고, 비밀번호를 첫사랑의 생일로 바꾸는 것도 사실 옳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나야, 네 말이 맞아. 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하지만 유나는 자신이 아니라 윤우선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그러자 김상곤은 윤우선에게 "내 잘못이다. 암호를 미정이의 생일로 바꾼 건 잘못했어.”라며 사과했다.윤우선은 목적이 달성되자 기뻐하며 소리쳤다. "당장 휴대폰 비밀번호를 내 생일로 바꾸고, 모두 다 내 생일로 바꿔!!”그러자 김상곤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돈 관리하고 싶다고 하면 되지, 왜 이 정도까지 연기를 하고 난리야?”"나는 돈을 챙기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보여줘야 할 존중에 대해서 화를 내고 있는 거거든?!”그러자 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밀번호를 변경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먼저 모바일 뱅킹 어플을 열어 남은 돈을 모두 시후에게 이체한 뒤 비밀번호를 모두 윤우선의 생일로 바꿨다. "됐어. 다 바꿨어. 만족하냐 이제?!”윤우선은 즉시 그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아 확인해보
한 차례의 연극이 끝나고, 김상곤과 윤우선 두 사람 모두 마땅히 이득을 본 것이 없었다. 특히 윤우선은 돈을 원했지만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해 답답한 가슴으로 하루 종일 기운이 빠져 있었다. 네 식구가 별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자, 모두들 각자 자신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유나는 권여빈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이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내일 준비해서 오라고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권여빈은 이 소식을 듣고 기뻐서 어깨 춤을 추었다. 시후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그녀는 항상 시후와 지낼 기회를 찾고 싶었지만 평소에 일이 너무 바쁜 데다가 유나까지 신경 써야 해서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나와 시후와 함께 살 수 있다면 기회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거의 생각도 하지 않고 동의를 했다.시후네 가족이 짐을 싸느라 바쁜 사이 신 회장과 나머지 세 사람은 각자의 분노에 사로 잡혀 죽을 맛이었다. 가구를 팔고, 청년재에서 돌아온 후 김창곤은 자신의 어머니께 불만이 많이 생겼다. 신 회장은 그저 김상곤의 별장에서 묵을 생각만 했는데, 이 일은 그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정말로 자신을 편을 드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줄곧 자신을 편을 들어준 이유가 바로 어머니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였는데, 일단 김상곤 쪽이 그녀에게 더 좋은 상황이 되면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김상곤에게로 가버릴 것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창곤은 어머니에게 가구를 팔고 받은 돈을 모두 자신에게 달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언제든지 자신을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일찍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최소한 돈부터 손에 넣어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만일 어머니가 등을 돌려 버린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겠는가?그의 아들 김혜준은 별 다른 능력이 없는 아이로 이전에 WS 그룹이 문제가 없었을 때는 재벌 2세로 그럭저럭 살았지만, 지금 WS 그룹은 맥을 못 추고 있으니, 앞으로 아들이 돈을
신 회장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돈을 갚지 않으면 감옥에 갈 거야! 내가 회사법인인 걸 잊지 말란 말이다! 회사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김창곤은 황급히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럼, 엄마는 우리에게 500만 원 정도만 주세요. 우리부터 먼저 숨을 좀 돌리자고요!! 요즘에 돈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담배 한 갑도 못 사요!!”"담배를 아직도 피워? 밥이나 먹지 무슨 담배 피울 생각까지 하고 있어!!?" 신 회장은 김창곤의 말에 엄포를 놓았다.김창곤은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어머니..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참고 참으면 그만인데... 하지만 혜준이와 혜빈이는 아직 어려요! 지금까지 별로 큰 고생을 안 하고 자란 아이들이라고요! 얼마나 힘들겠어요?!”그러자 신 회장은 전혀 그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참고 참아서 고비를 넘길 생각을 해야지! 어딜 감히!”신 회장의 말을 듣자 김혜준과 혜빈은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원래 응석받이로 자라서 별다른 고생을 하지 않았는데, 홍라연이 돈을 들고 달아난 후부터, 그들의 생활은 너무나도 고달프게 되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금 손에 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주지는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허리끈을 졸라 매라고 요구하고 있으니.. 그러자 혜준이 먼저 말했다. "할머니, 너무 쉽게 말씀하시네요! 할머니께서는 나이도 많이 드시고, 절식하는 건 자연히 문제가 없으시겠죠.. 그런데 저와 여동생은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우리 둘은 이런 고생은 못 해요! 지금 며칠째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 알기는 하세요?”"맞아요 할머니! 예전에 쓰던 화장품은 모두 수십만 원, 아니 수백만 원짜리였는데.. 지금은 그냥 다이소에서 화장품 사서 써요! 그리고 화장품도 거의 바닥나는데, 살 돈도 없고! 그런데 할머니는 나보고 대체 얼마짜리 싸구려를 쓰라는 말이에요?!” 그러자 혜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난 몰라! 할머니 오늘 당장 돈을
신 회장과 김창곤은 사이가 틀어진 뒤 서로 가슴에 아물지 않는 균열이 생겼다. 신 회장은 결국 500만 원 정도를 꺼내어 네 식구의 생활비로 쓰기로 하고, 나머지는 전부 은행에 상환했다. 은행은 일부를 상환 받자, 부서 책임자가 와서 신 회장의 마음을 다독이며 앞으로도 적당히 빚을 갚을 수 있으실 거라고 설득했다. 그들은 이렇게 라도 연기를 하여 WS 그룹에게 숨 돌릴 기회를 주어야 했다.신 회장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여전히 WS 그룹이 회생할 수 있을 만큼 유예 시간이 생기게 된다면 파산하기 전에 자신들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제 김익수와 같은 후원자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자신에게 있어서, WS 그룹은 현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결국 김익수와 같이 100억대의 자산을 자랑하는 사장이라면 약간의 돈만 지갑에서 꺼내 주어도 WS 그룹은 충분히 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희망에 부푼 신 회장에 비해 창곤은 답답하기만 했다. 어머니는 가구를 판 돈에서 고작500만 원만 남겨두었고, 게다가 이 돈을 자신의 손에 쥐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손에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김창곤은 담배 한 갑도 살 수 없을 정도였다.그날 저녁.. 신 회장은 장을 보고 왔는데 시장통에서 거의 시들시들해진 상추와 돼지고기 한 덩이를 사왔다. 김창곤은 마음이 불편하고 괴로웠으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마음속으로 불만을 꾹 참는 동시에 어머니가 도대체 골동품들을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 뜯을 수밖에 없었다.WS 그룹이 빈궁한 생활에 지쳐가고 있을 때, 유나네는 아침 일찍부터 이미 이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가구들은 모두 새로 산 것이기 때문에, 따로 운반할 필요는 없었기에 네 식구는 각자 옷과 생활 용품을 잘 챙긴 후 차 하나에 싣고 떠났다.시후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짐을 정리할 때 일부러 유나에게 바닥에서 쓸 이불을 따로 챙겨야 하냐고 묻자 유나가 “어
시후는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밖에는 한 눈에 봐도 화려하게 꾸민 여빈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여빈은 오늘 베이지 컬러의 트렌치코트와 브라운 원피스를 매치해 늘씬하고 볼륨감 있는 몸매에 여성스러움을 더했고, 가죽 부츠를 매치해 늘씬한 다리를 더욱 가늘고 길게 보이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여빈은 시후를 보자마자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시후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시후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환영합니다!” 하지만 시후는 지금 상황이 살짝 애매하다고 느꼈다. 그는 이미 여빈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거절하거나 아니면 못 들은 척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지금, 갑자기 별장으로 이사를 와서 자신과 한 지붕 아래 살겠다고 하니, 이건 좀 머리 아픈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유나 앞에서 이상하게 행동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유나는 여빈의 트렁크 두 개를 가리키며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씨, 힘이 세니까 여빈을 도와서 침실로 가져갈 수 있게 부탁해요~”"알겠어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트렁크를 끌고 여빈의 침실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녀가 보기에, 앞으로 시후와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시후와 사귈 수 있든 없든 간에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만 있다면 자신은 매우 만족스러울 것이었다. 시후는 그녀의 짝사랑 상대일 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여기서 지내면서 시후와 더 가까워지고 싶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테니까..하지만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앞으로 시후와 유나의 관계에 달려 있었다. 두 사람이 거짓 결혼을 한 것이라면, 당연히 싸워서 그를 쟁취해야 할 테지만, 만약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깊다면 절친의 남편을 강타할 수는 없었다.여빈은 시후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사방을
윤우선은 카카오 스토리의 글을 편집하고 일부러 뒤에 부끄러워하는 이모티콘 몇 개를 입력한 뒤에, 청년재 위치까지 기록하여 글을 업로드했다. 글을 올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 댔다. 댓글에는 온갖 아첨과 부러움이 가득했고 웅장한 내부와 인테리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들은 윤우선이 백 억대 별장에서 살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이 알던 윤우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 때, WS 그룹은 시들시들한 상추와 삶은 돼지 고기를 먹으며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 있었다. 신 회장은 돈을 더 쓰고 싶지는 않았고, 아들을 비롯해 손자 손녀가 어제 자신에게 대들었던 일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그 때문에 일부러 그들을 괴롭게 만들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오전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간단하고 싼 재료들만 골라 장을 봤다. 그녀는 어차피 나이가 많고 식사량도 적으며, 너무 비리거나 기름진 음식은 먹기 싫어했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맑은 국이나 물을 부어서 밥을 말아먹었는데, 신 회장에게 세 사람은 식사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김창곤과 혜준, 혜빈은 가난에 허덕이며, 외식할 돈을 모을 수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그저 신 회장의 눈치나 보며 이런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 돼지고기는 보기에는 크기가 작지 않지만, 반은 거의 뼈다귀로 되어 있어서 집어 보면 살점이 별로 없었다. 혜준은 앞에 있는 고기 덩이를 이미 밥과 함께 몇 점 먹었지만, 배를 채우지 못했다. 기분이 우울해진 그는 밥을 먹으면서 친구들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윤우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뀐 것을 보고 자세히 터치를 해보았다. 그녀의 카카오 스토리에 새로운 글이 올라온 것을 본 혜준은 글을 읽고 나서 분노하며 젓가락을 바닥에 내던졌다. "아오 씨발!! 윤우선 이 년이 어떻게 청년재에서 살 수 있다는 말이야!! 이 년이 이런 국물이나 마시면서 살아야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산다고!!! 신이 있다면 눈이 먼 것이 분명해!”신
김창곤은 용기를 내어 다시 한 번 말했다. "엄마 만약에 엄마가 감옥에 가더라도, 만약에 저와 애들이 그 돈을 갖고 있으면, 어쨌든 우리가 먼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가 그 골동품들을 내놓지 않고 만약 감옥에 가면 어떻게 해요? 우리 셋은 그냥 거리에 나앉게 된다고요!”“뭐? 거리에 나앉는다고? 굶어 죽어? 너희 셋은 손발이 다 달려 있는데, 무슨 소리야? 환경 미화원들과 같이 거리만 쓸어도 굶어 죽을 리가 없다! 그러니 잘 들어라, 김창곤, 네 아버지가 남긴 골동품은 말이야! 내 목숨줄이야! 그러니 네가 아무리 헛짓거리를 해도 나는 절대 너에게 그것들을 줄 생각이 없으니 꿈 깨!”김창곤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차갑게 말했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물건은 우리에게도 물려주신 걸 텐데, 왜 엄마가 마음대로 그걸 다 껴안고 안 나눠주냐고요!?!”신 회장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리쳤다. "뭐?! 네가 그래서 불만으로 폭동이라도 일으킬 셈이냐?? 그래, 내게 그렇게 건방지게 소리치고, 이를 갈아 봐! 내가 죽으면 너희들 중 그 누구도 골동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절.대.로. 알지 못할 거니까!!" 신 회장은 차갑게 소리쳤다. "어쨌든 나는 이미 살 만큼은 다 살았고, 지금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다. 내가 죽기 전에 반드시 유언장을 만들어 내 앞으로 되어 있는 보험을 기부할 것이다! 그리고는 네놈과 애들에게는 한 푼도 안 줄 거야! 그때 가서 고생하는 것은 너희 셋이겠지. 너희 셋이 능력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만약 우리 그룹이 무너지고 나도 죽게 되면 결국 길거리에서 밥이나 구걸하는 최하층민으로 전락하겠지! 그때가 되면 너희들은 이제 고생 시작이야!”김창곤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정말 방법이 없었다.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서 태어나서 자라다보니, 돈을 벌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 것이 그와 자녀들의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만약 신 회장이 정말 죽고 나서 보험도 다른 곳에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말을 마친 뒤, 시후가 대답하기도 전에, 제이크 한은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억울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 나는 그 때 내 딸이 임신했다는 걸 막 알게 되었다고! 이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족들을 보러 가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고! 네가 나라면, 억울하지 않겠어?”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당신의 몸이 벌집처럼 총알에 뚫렸지만, 다행히도 머리는 맞지 않았다는 거야. 만약 그때 당신의 정수리에 총알이 한 발이라도 박혀서 뇌가 터졌다면, 당신은 진짜 완전히 사망했을 테니까.”제이크 한은 의아한 얼굴로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시후는 옆에 서 있는 거대한 냉동 캡슐들을 가리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당신 옆에 있는 이 스테인리스 캡슐들 잘 봐. 이건 전부 인체 냉동 보관을 위한 특수 장비들이야. 특히 저기 있는 ‘7번 캡슐’을 잘 보도록 해. 당신이 깨어나기 전까지 당신은 계속 저 탱크의 안에 냉동되어 있었던 거든.”제이크 한은 눈앞에 늘어선 스테인리스 캡슐들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냉동?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야?”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우선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어. 습격을 당할 때, 그렇게 많은 무장 대원들 중 아무도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누지 않았거든. 그래서 당신의 뇌는 살아남았지.” 그는 자기 뒤에 있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배유현 회장에게 감사해야 할 거야. 그녀가 당신을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로 옮겨 냉동시키지 않았다면, 당신의 시체는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거거든.”제이크 한은 그제서야 시후의 뒤에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중의 한 명은 바로 페이셔스 그룹의 배유현 회장이었다!“허억......” 제이크 한은 갑자기 숨을 들이켰고, 입을 떡 벌린 채 시
“뭐라고?! 네가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그게... 그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야?!” 시후의 자기소개를 들은 제이크 한은 즉시 극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마 전 나누었던 안충주와의 대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Samson 그룹의 회장 안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안충주는 자신의 누이인 안예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생사불명 상태인 그의 외조카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는 Samson 그룹 전체가 그 외조카를 찾기 위해 거의 전 세계를 뒤졌다고 했으며 어떤 방법을 써도 그의 행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그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단지 시신을 못 찾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Samson 그룹 사람들은 여전히 외조카가 분명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믿었고, 단지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제이크 한은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된 인물이, 안예선의 아들이라고 자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경찰 출신인 제이크 한은 첫 번째로 이 사실에 대해 의심부터 들었다. 그래서 그는 차분히 진정한 후에 이 일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분명히 이미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당시 엘리베이터 문이 막 열렸고, 한 무리의 검은 옷을 입고 무장한 조직들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에게 총을 쐈어... 그 놈들의 화력은 엄청났고, 거의 망설임 없이 나를 향해 총을 쏴댔지.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최소 20~30발 이상은 맞은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난 이미 완전히 죽은 거야... 아무리 대단한 신이라고 해도 날 살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제이크 한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런 젠장, 이거 혹시 사후 세계인 건가?!” 그는 생각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원래 사람이 죽으면 이런 상태가 되는 거야... 계속 꿈을 꾸고, 온갖 이상한 곳을 떠도는 거지... 그 다음
바로 이렇게 무한히 늘어난 타임라인 때문에, 제이크 한 경감은 지금 이 순간 눈은 떠 있지만, 여전히 끝없는 꿈속에 있는 듯한 혼미한 경지에 다다랐다. 그러던 중, 제이크 한에게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이크 한 경감, 지금 나를 볼 수 있겠습니까?”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제이크 한의 마음속은 요동쳤다. 참으로 이상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오랜 꿈속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아내와 딸을 보기도 하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기도 했지만, 그 장면들은 마치 초창기 무성 영화와 같이 소리 없이 흘러가는 영상 같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처음으로, 실제처럼 생생한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제이크 한에게 매우 낯설었다. 더 이상한 것은,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낯섦 속에 묘한 익숙함이 섞여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바로 그때, 그의 시각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제이크 한은 눈앞이 새하얗게 밝지만은 않았다. 이제 그의 시야로 주변에 우뚝 솟아 있는 스테인리스 강철 탱크들이 들어왔다. 이 풍경은 음산하고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 후로 시야는 점점 더 선명해졌고, 마치 김이 서린 욕실 유리창에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시야가 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욕조보다 약간 큰 물탱크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리고 물탱크 옆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너무 두려워 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그의 기억은 마치 빛의 속도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은 바로 경기장을 나와 아내와 딸을 만나러 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그 때 자신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
중소단이 제이크 한의 입안에 들어간 순간, 시후는 그의 몸이 짙은 영기로 감싸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이 영기는 제이크 한의 몸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한은 특수 냉동복을 입고 있어서 외부에서는 그의 신체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시후는 그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일단 가장 먼저 회복된 장기는 심장이었는데, 거의 산산조각 난 그 심장은 이미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복원되었으며, 바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혈관에는 이미 혈액이 없었고 대신 극저온 보호액이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단의 효과로 그의 조혈 기관들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회복되었고, 곧 대량의 신선한 혈액이 끊임없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원래 그의 혈관을 채우고 있던 보호액들은 새로운 혈액의 압력으로 인해 자연히 체외로 밀려났다.이후 그의 체온은 점차 본래의 온도로 돌아왔고, 전신의 외부 상처들 또한 가장 빠른 속도로 치유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제이크 한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고 그저 그의 피부색이 창백함에서 약간 혈색을 띄기 시작했다는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제이크 한의 모든 변화를 똑똑히 보고 있었고,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중소단은 역시 재구성하는 약효가 뛰어나다는 말이 맞군...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산산조각 난 유리컵을, 단순히 조각들을 다시 붙이는 게 아니라, 흠집 하나 없이 완벽히 복원하는 것과 같아... 부서진 부분은 고쳐주고, 잃어버린 부분은 새로 자라나게 하니, 이 약은 정말 무지막지한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이때 제이크 한의 신체 장기, 사지, 심지어 혈액까지...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건강했던 시절의 상태로 회복되었고, 혈액이 충분히 보충되며 그의 심장 박동도 점점 강해졌다. 동시에 그는 점차 자발적인 호흡 기능도 되찾기 시작했다. 이제 다른 사람들도 눈으로 그의 가슴이 들썩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배유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