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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화. 도둑맞은 슬롯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31 09:02:25

이수진은 청첩장을 접지 않고 손에 든 채 로비로 들어왔다. 이미 먼저 온 사람들이 안내 데스크 앞에 모여 있었다. 호텔 이름이 찍힌 계약서는 같았지만 날짜와 받은 설명은 제각각이었다.

“우리는 잔금까지 냈어요. 그럼 예약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대행사 도장만 찍혀 있다고 호텔은 자기들 일이 아니래요.”

은채가 상담 번호를 나눠주다가 서연을 봤다. 서연은 2층 회의실을 열고, 예정된 고객과 오늘 찾아온 사람의 대기 공간부터 나눴다. 보안 담당자는 출입구를 막는 대신 통로를 확보했다.

수진은 의자에 앉고도 청첩장을 놓지 못했다.

“아버지가 친척들한테 직접 돌리셨어요. 이제 또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해야 하나요?”

서연은 그녀가 건넨 종이를 봤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그랜드 태강 호텔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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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전 10시 40분, 그랜드 태강 호텔 로비에서 안내 직원이 하객에게 신랑 신부의 이름을 물었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예식이 있어 홀 이름만 듣고 보내지는 않았다.그랜드볼룸과 다이아몬드홀은 11시 30분, 에메랄드홀과 루비홀은 12시, 사파이어홀과 토파즈홀은 12시 30분이었다. 6개 홀의 책임자들이 각자 준비 상태를 보고했다.은채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줄이 길어지자 엘리베이터로 이동 가능한 손님을 나눠 안내했다. 지수는 화장실과 대기실 동선이 겹치는 지점을 먼저 봤다. 한쪽이 막혔다는 연락을 받고 지수는 가까운 담당자를 불렀다. 잠시 뒤 두 대기실의 사진 촬영 줄이 겹쳤다는 답이 돌아왔다.“어르신들 의자부터 부탁해요. 기다리는 동안 통로에 서 계시지 않게요.”연회장 안에서는 식사와 촬영 준비가 이어졌다. 각 홀의 진행표는 색이 달랐다. 공용 무전에는 긴 설명 대신 홀 이름과 필요한 요청이 먼저 나왔다.다이아몬드홀의 신부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와 입장하기로 했다. 입구의 안내 직원이 익숙한 순서대로 신부 아버지를 찾자 은채가 이름표를 확인시켰다.“어머님과 함께 들어가세요. 아까 두 분이 맞춰보신 속도 그대로요.”신부 어머니가 꽃을 든 손을 바꿨다. 딸은 그 팔에 팔짱을 끼고 문 앞까지 걸어봤다. 은채는 바뀐 안내를 다음 교대 직원에게도 직접 전한 뒤 그랜드볼룸 쪽으로 돌아갔다.수진은 그랜드볼룸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드레스 허리 부분을 손보니 아침보다 숨쉬기 편해졌다고 했다. 서연이 옷깃에 묻은 작은 실밥을 떼어줬다.“어깨는 괜찮아요?”“네. 처음 입어봤을 때보다 좋아요.”수진이 거울을 보다가 웃었다.“오늘은 제가 신부인 것 같아요. 어제까지는 계속 서류만 들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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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지수가 토요일 첫 예식 시작 시각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정확히 72시간이 남아 있었다.“6개 홀, 예식도 6건입니다. 두 홀씩 11시 30분, 12시, 12시 30분에 시작합니다. 고객별로 조정한 시간은 모두 확인받았습니다.”수진이 쓰는 그랜드볼룸과 다이아몬드홀이 먼저였다. 에메랄드홀과 루비홀, 사파이어홀과 토파즈홀이 뒤를 이었다. 이름이 비슷한 홀끼리 안내가 섞이지 않도록 색상도 나눴다.각 홀에는 현장 책임자를 따로 배치했다. 그랜드볼룸 담당자가 자기 이름을 확인하고 무전 채널을 적었다. 기존에 함께 일한 외부 진행 인력과 호텔 연회 담당자도 같은 일정표를 받아 서로의 연락처를 맞췄다.“신부 대기실 사진부터 맞춰요. 홀 이름을 제대로 써놓고 다른 방으로 안내하면 소용없어요.”은채가 라벨을 붙인 사진을 실제 지도 위에 놓았다. 계단 방향이 맞지 않아 사진을 돌려보니, 대기실에서 로비로 나올 때의 방향을 거꾸로 표시해놓았다.고유정의 체포 소식은 그 회의 뒤에 공유했다. 도주 과정에서 확보된 소지품과 자료가 있다는 설명이었지만, 어떤 계좌가 모두 밝혀졌다거나 돈을 바로 돌려받는다는 말은 없었다.“피해자들이 물어보시면 수사 확인 창구를 안내해요. 우리는 준비 일정부터 지키고요.”서연은 그렇게 정리하고 수진의 피팅실로 향했다.수진은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봤다. 허리 부분이 조금 조여 사진에서는 좋지만 오래 앉기 불편하다고 했다. 수선 담당자가 옷 안쪽의 시접을 펴보고 앉았을 때 당기는 자리에 표시했다.“지금 바로 고를 필요 없어요. 다른 옷도 입어보세요.”서연의 말에 수진은 고개를 저었다.“이 옷은 좋아요. 앉는 것만 조금 편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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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례식 치우듯 빨리 끝내고 싶어요.”수진의 말에 신랑이 고개를 들었다. 수요일 아침 상담실에서 그녀는 밤새 보낸 메시지를 다시 보고 있었다.“사기당한 것도 속상한데, 이제는 뭘 고르려면 죄송하다고 먼저 말해야 하잖아요.”서연은 맞은편에 앉았다. 괜히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타이르지 않았다.“예식을 줄이고 싶으신 건지, 추가 비용이 무서워서 그러시는 건지 나눠서 이야기해볼까요?”수진은 고개를 숙였다.“원래는 드레스도 고르고 싶었어요. 지금은 뭘 입어도 그냥 좋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지원받는다고 해서 싫은 걸 좋다고 하실 필요는 없어요. 가능한 선택을 같이 보겠습니다.”서연은 피팅 가능한 옷 사진을 내려놨다. 그중 수진의 손이 한 장에서 멈췄다. 매끈한 미카도 실크 드레스였다.“이건 추가금이 얼마예요?”“여기 적힌 지원 범위에 들어갑니다. 수선이 필요한 부분은 입어보고 확인할 거예요. 비용이 생기면 작업 전에 말씀드리고요.”수진은 사진을 자기 쪽으로 조금 당겼다. 신랑이 다른 옷 사진을 겹쳐놓자 이번에는 손을 뻗어 막았다.“나 이거부터 입어볼래.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었어.”신랑은 다른 사진을 옆으로 치우고 그녀가 고른 옷을 함께 봤다.***설명회에는 현장 참석자와 온라인으로 연결한 고객이 함께했다. 서연은 공통 지원표부터 화면에 띄웠다. 호텔 대관 지원, 기획료 지원, 고객이 선택하면 추가될 수 있는 항목을 다른 칸에 넣었다.“왜 드레스 가격은 사람마다 달라요?”한 신랑이 물었다. 은채가 준비한 예를 보여줬다.&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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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전 남편의 웨딩플래너   182화. 이사회의 칼바람

    “이 자료가 회사 밖으로 나간 경위부터 설명하시죠.”도진이 배정표를 가리켰다. 호텔 임원은 실무자가 예약 문의에 참고하라고 보낸 것뿐이라고 했다. 감사 담당자는 그 답변을 적고 다음 문서를 띄웠다.베일원은 그 표에 호텔의 확정 안내처럼 보이는 문구를 붙여 고객에게 보냈다. 일부 항목에는 내부에서 정식으로 승인하지 않은 금액이 적혀 있었다. 회사 업무 계정에서 보낸 메일도 남아 있었다.그중 한 메일에는 수수료 3억 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임원은 정식으로 받았다는 뜻이 아니라 협의 중인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감사 담당자는 실제 지급 여부와 승인 주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검토 자료를 내십시오. 정상적인 수수료였다면 왜 정식 계약안에서 빠져 있는지부터요.”도진이 묻자 임원은 다음 답을 쉽게 잇지 못했다. 날짜가 다른 첨부파일을 다시 열어보는 동안 참석자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저건 제 지시가 아닙니다.”“그 말씀도 확인하겠습니다. 관련 자료 삭제나 수정 없이 제출해주십시오.”감사 담당자의 설명이 끝나자 도진은 해당 업무를 다른 책임자에게 임시 배정하는 안을 올렸다. 금품 수수 의혹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감사 담당자는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답했다. 임원은 아직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무엇인지 묻다가, 자기 이름이 적힌 목록을 받아 들었다.한 이사가 의자를 당겼다.“결국 태강도 사기를 쳤다는 걸 인정하자는 겁니까?”“확인한 잘못을 숨기지 말자는 겁니다. 책임 범위는 법무 검토와 조사에 따라 정리해야겠죠. 그동안 결혼식 날짜는 지나갑니다.”도진이 피해 일정표를 펼쳤다. 이번 주말 6건이 먼저 보였다.“이 고객들에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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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진은 청첩장을 접지 않고 손에 든 채 로비로 들어왔다. 이미 먼저 온 사람들이 안내 데스크 앞에 모여 있었다. 호텔 이름이 찍힌 계약서는 같았지만 날짜와 받은 설명은 제각각이었다.“우리는 잔금까지 냈어요. 그럼 예약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대행사 도장만 찍혀 있다고 호텔은 자기들 일이 아니래요.”은채가 상담 번호를 나눠주다가 서연을 봤다. 서연은 2층 회의실을 열고, 예정된 고객과 오늘 찾아온 사람의 대기 공간부터 나눴다. 보안 담당자는 출입구를 막는 대신 통로를 확보했다.수진은 의자에 앉고도 청첩장을 놓지 못했다.“아버지가 친척들한테 직접 돌리셨어요. 이제 또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해야 하나요?”서연은 그녀가 건넨 종이를 봤다. 이번 주 토요일, 오전 11시 30분. 그랜드 태강 호텔이라고 적혀 있었다.“호텔에서 받은 답변도 가져오셨어요?”“이 문자요.”화면에는 예약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는 안내가 떠 있었다. 서연은 계약서에 적힌 확인번호와 문자의 담당 부서를 함께 적었다.“먼저 이 번호가 어디서 나온 건지 확인하겠습니다. 오늘 여기서 가능한 날짜와 비용도 설명드릴게요.”“가능하다고 해놓고 마지막에 더 내라는 거면 못 해요. 정말 돈이 없어요.”“그 부분까지 보시고 결정하셔야 해요. 지금 급하다고 먼저 서명받지는 않겠습니다.”옆에 있던 수진의 신랑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저희가 가져올 서류가 더 있나요?”“이미 낸 돈을 확인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휴대전화에 있으면 사본으로 주셔도 되고요. 비밀번호 같은 건 알려주실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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