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태윤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렸다가 다시 뗐다.
얼굴을 가리고 우산을 봤다.
화면 아래에는 박진오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은 기억합니까?”
문식이 물었다. 태윤은 고개를 저었다.
“묻지 못했습니다.”
“나올 때 저걸 안 놓더군요. 걸리적거린다고 놓고 오랬는데.”
“그래서요?”
“내가 들고 나왔습니다.”
“어느 방으로 갔는지 찾아볼게요.”
“여기서 기다려요.”
“같이
이선재는 전화를 받자마자 자기 나이를 물었다.유경이 서른다섯이라고 대답했다. 남자는 생일은 지났지만 옛 서류에는 서른넷으로 나올 거라고 했다. 그런 것까지 알고 전화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말투였다.“한수연 씨하고 통화할 수 있습니까.”기록 보조 직원은 그의 아내였다. 지금 둘 다 북부 연구원에 있었다. 선재는 환자가 아니라 시설 수리 일을 거들고 있었다. 어린 시절 치료받은 뒤 오랫동안 일상을 살았고 이번 사태에서도 아직 뚜렷한 감염 증상은 없었다.“그렇다고 검사받으러 들어오라는 건 싫습니다.”시현은 수신기를 바라봤다. 유경이 말을 고르는 동안 먼저 입을 열었다.“그것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니에요.”선재가 물었다.“누구시죠.”“윤시현입니다.”“아.”그가 말했다.“어머님이 전화하셨을 때 들었어요. 아들은 잘 산다고.”시현은 대답 대신 물컵을 만졌다.하린은 태윤에게 진료 봉투를 건넸다. 시현 것은 시현에게 줬다.“서로 챙기다가 서로 잃어버리지 말아요.”태윤이 자기 봉투의 이름을 읽었다. 시현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네 거 다 읽고 나면 내
어머니는 병원 옷 위에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집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소매가 손등을 덮을 만큼 길었다. 시현은 문 앞에서 그 소매를 보고 잠깐 멈췄다. 어머니가 손을 들자 옷자락이 팔꿈치 쪽으로 밀렸다.“왔니.”어머니가 그를 보더니 먼저 물었다.“너도 아프다며.”“보고 있어요. 검사도 하고.”“얼굴이.”“엄마 얘기부터.”말이 조금 차갑게 나갔다.유경이 잠깐 나간 뒤 어머니가 시현을 불렀다.“내가 엄마라고 부를 자격이 있니.”시현은 문 쪽으로 가다 돌아왔다.“그걸 왜 또 나한테 정하래요.”어머니는 놀란 얼굴이었다. 시현은 목소리를 낮췄다.“제가 엄마를 뭐라고 부르는지랑,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한 일은 따로예요. 저는 엄마라고 부를 거예요. 그 사람들은 자기 말 할 수 있어야 하고.”어머니가 고개를 숙였다. 시현은 이불 끝을 펴지 않았다. 항상 하던 손길로 지금 대답을 덮어 주고 싶지 않았다.대신 나갈 때 문을 끝까지 열어 뒀다. 누군가 들어와도 시현의 허락부터 받을 필요는 없었다. 어머니는 그 문을 오래 보고 있었다.김혜정은 어머니의 언니 이름이었다.시현은 처음
어머니는 이름부터 말하지 않았다.수신기 너머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 유경이 미리 보낸 사진을 병원 직원이 뽑아 준 모양이었다. 시현은 침대에 앉아 기다렸다. 태윤은 옆방에 있었고 민주가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엄마.”어머니가 대답했다.“보고 있어.”유경이 먼저 말했다.“이름이 비어 있는 채로 인계됐어요. 원래부터 없던 건가요?”“아니에요.”“누가 지웠는지 아세요?”“제가요.”어머니는 낮게 말했다.“전화로 끝낼 얘기는 아닌데.”시현이 입을 열었다.“지금부터라도 해요.”하린은 새 담요를 시현의 무릎에 놓았다.“차가운 손으로 남의 이마 짚지 마요. 본인도 봐야 하니까.”“손 차가운 건 원래.”“원래였다는 말로 오늘을 넘기지 말고요.”시현은 손을 담요 안에 넣었다. 태윤은 그의 앞에 앉았다.“이번에는 내가 기다립니다.”“뭘.”“당신이 나한테 상태를 말할 때까지.”
태윤이 숟가락을 떨어뜨린 것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바닥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언제부터.”“방금.”태윤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아직 분명했다.“거짓말 아니죠.”“네.”“다시 하면.”문식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지금은 안 됩니다.”“어제 됐잖아요.”문식이 가까이 와 낮게 말했다.“그래서 더 봐야 합니다.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겹쳤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몰라요.”“형.”“나도 무섭습니다.”“그러니까 지금 싸우지 말고.”그는 의자에 앉았다.시현은 태윤을 만나기 전에 거울을 봤다. 웃는 얼굴을 만들었다가 바로 그만뒀다.남자는 들어온 그를 보자 물었다.“나 때문에 우는 건 싫은데.”“그럼 너는 내가 울 때 모르는 척해.”태윤이 입을 다물었다. 시현은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어제 없던 걸로 하지 마. 아팠다고 다 없애
고기 반찬은 없었다.시현은 배식대 앞에서 뚜껑을 한 번 더 들었다. 무조림 옆에도 무가 있었다. 국에까지 무가 떠 있었다. 어쩌다 무가 이렇게 많이 들어왔느냐고 묻자 배식하던 남자가 좋은 질문이라는 얼굴로 그를 봤다.“저도 궁금합니다.”태윤은 관찰실 침대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문식이 남겨 둔 기록지에는 시각이 여럿 적혀 있었다. 붉은 눈이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시현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문이 열리기 전에 알아채고 돌아보던 때와 달랐다.“왔어요?”“소리 안 들렸어요?”“들렸죠. 다른 사람인 줄 알았지.”“고기는.”“숨긴 거 아니에요.”“안 물었습니다.”“얼굴이 물었잖아요.”태윤이 웃었다. 그릇을 받으려던 손이 약간 떨렸다. 시현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멈췄다. 남자는 양손으로 국그릇을 받아 탁자에 올려놓았다.“이건 적어야겠네.”“형 것도 먹어요.”“먹고 있어요.”“나 씹는 거 세지 말고.”시현은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태윤이 물컵을 그쪽으로 밀어 주었다. 컵은 넘치지 않았다. 시현은 그것까지 기록하고 싶었다.태윤이 접시를 치우려 하자 시현이 먼저 손을 뻗었다
다음 날에도 문식은 아직이라고 했다.시현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점심을 먹고 복도를 한 번 지나갔고, 물을 받으러 갔다가 반대편 계단으로 돌아왔다. 세 번째 마주쳤을 때 문식이 안경을 벗었다.“여기로 다닌다고 빨라지지 않습니다.”“화장실 가는 건데요.”“화장실 반대쪽이에요.”“들었어요?”“화장실 반대쪽이라는 데부터.”시현은 그 모습을 한참 보았다. 남편의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다고 들었다. 웃을 수 있는 시간과 걱정하는 시간이 서로 다른 날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오늘 뭐 할까요.”“기다려야죠.”“기다리면서.”태윤이 먼저 일어났다.“이불이나 잡으러 갈까요.”태윤은 옷걸이에 걸린 이불을 잡고 시현을 기다렸다.“왜 이렇게 늦어요.”“기쁜 거 확인하느라.”“나 계속 말하는데.”시현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태윤이 같은 이불의 반대쪽 끝을 내밀었다. 둘이 당기자 접혔던 천이 펴졌다.“너 지금 괜찮다고 자꾸 증명 안 해도 돼.”“그러면 뭘 할까요.”“나한테 저녁 같이 먹자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