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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이야기꾼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가 곧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개 노릇이라니, 하하하.”

“축하드려요! 이제는 부상후 부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오늘 정말 좋은 일이 많이 있네요!”

“어떻게 보면 부예찬 사장님도 운이 좋은 거죠. 부회장님 곁에서 개 노릇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복 받은 거 아닌가요?”

샴페인 잔이 부딪치며 쨍그랑거렸고, 웃음소리는 파도처럼 사방에서 밀려오는 듯했다.

나는 사람들 틈에 섞인 채 기고만장한 부상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날카롭던 눈빛이 이내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웃었다.

‘부상후.’

‘나를 부씨 집안에 남겨 두다니,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보네.’

“예찬아, 이미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허락도 받았어. 말 안 들으면 죽는 줄 알아, 알겠어?”

부상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람들을 향해 웃더니 블랙카드 몇 장을 꺼내 들었다.

“자, 이 카드를 잡는 사람은 한 사람당 2억씩 가져갈 수 있어요! 차기 회장이 된 걸 축하하는 의미로 제가 쏠게요!”

“부상후 부회장님 만세!”

다음 날 이른 아침, 부씨 저택.

평소 내 옆자리에만 앉던 여동생 부세아가 어쩐 일인지 오늘은 내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으로는 내 옆에 앉지 마.”

부세아는 우유잔을 들면서도 말투만큼은 평소 내게 어리광을 부리던 때와 똑같았다.

“똥물이 나한테까지 튀면 곤란하니까.”

아버지는 신문을 한 장 넘기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퉁명스럽게 말했다.

“양자는 역시 급이 안 돼. 우리 집안에 남고 싶다면 네가 해야 할 일이나 제대로 해.”

신문을 내려놓은 아버지는 그릇을 밀어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 버렸다.

나는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부세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세아야,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러자 부세아가 나를 향해 눈을 흘겨보며 입을 열었다.

“뭘 봐!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 전에는 내가 사람을 잘못 봤던 거고. 지금 보니 오빠는 내가 따를 가치조차 없더라.”

“나는 이제 큰오빠가 좋아.”

“그래.”

나는 피식 헛웃음을 지었다.

옆에 놓인 죽을 한 입 떠먹었는데, 만든 지 오래됐는지 꽤 미지근했다.

그릇 바닥이 손끝을 꾹 누르면서, 도자기 가장자리에서 손끝으로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데 일가견이 있는 이 부씨 집안에서, 어릴 때부터 나를 따라다니며 내 편에 서 준 사람은 부세아가 유일했다.

그랬기에 나 역시 진심으로 부세아를 친동생처럼 아꼈다.

그런데 28년 동안 연기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원래는 부세아만큼은 놓아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부씨 집안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부상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30분 뒤에 거실로 와.]

나는 휴대폰을 끄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죽을 마지막 한 입까지 싹싹 비운 뒤 입을 닦으면서 일어났다.

거실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있었다.

부상후는 상석 소파에 몸을 늘어뜨린 채 두 다리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왔니?”

부상후가 나를 향해 턱을 까딱였다.

“저기 서 있어.”

나는 부상후를 한 번 흘겨봤지만 그래도 그쪽으로 걸어갔다.

부세아는 다이닝 룸에서 따라 나오더니 부상후의 소파에 비집고 앉았다.

“오늘 아침 식탁에서 그 표정 못 봤지? 아버지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 하던데?”

고씨 집안의 고지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세아야, 너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작은오빠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면서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어?”

“그땐 내가 철이 없었잖아. 큰오빠, 미안해.”

부상후가 고양이를 어르듯 부세아의 머리를 쓰다듬자, 부세아는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예전에 나를 위해 나서 주던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내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리고 고지호, 나는 부씨 집안의 유일한 딸이야. 그런데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알았어, 알았어, 세아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넌데, 내가 너에게 뭘 어쩌겠니?”

부세아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구석에 앉아 있는, 살구색 롱드레스를 입고 앉은 젊은 여자에게 시선을 멈췄다.

그러더니 갑자기 다가가 그 여자의 어깨를 툭 쳤다.

“세림 언니, 언니 전에 작은오빠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전세림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전세림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누가 그래?”

눈을 깜빡이던 부세아는 고개를 돌려 부상후를 눈꼬리가 휠 만큼 웃었다.

“큰오빠, 작은오빠를 세림 언니한테 줘요!”

그 말에 부상후가 허벅지를 ‘탁’ 치며 몸을 조금 일으키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야, 예찬아.”

나는 눈을 들어 부상후를 바라보았다.

“너하고 전세림이 정략결혼을 하는 건 어때?”

“지금 네 꼴에 세림이라면 엄청 과분한 거지. 하하하하하하.”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거절하려고 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이 무리에서 전세림은 함부로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전세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앞으로 다가와서 혐오감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누가 너랑 엮이고 싶대?”

전세림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보는 순간, 나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2년 전만 해도 전세림은 나를 미친 듯이 쫓아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흰 장미를 품에 안고 찾아왔고, 카드마다 이렇게 적었다.

[예찬아, 좋아해.]

그런데 지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세림의 눈에는 냉담함만 가득했다.

“전에 너한테 관심이 있었던 건. 부씨 집안 후계자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봤기 때문이야.”

“근데 지금은 어때? 도대체 왜 그렇게 고고한 척해? 내가 평생 너한테 매달릴 줄 알았어?”

“상후 오빠, 다른 사람한테 줘요. 이런 사람은 나는 필요 없으니까요.”

그 말에 부상후는 소파에 기댄 채 나를 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었다.

“들었지? 쟤가 너를 마음에 안 들어 해. 그럼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나는 모두가 앉아서 벌이는 연극을 차갑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동도 없었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두 번 진동하자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화면을 열었다.

[보스, 사업 협력을 신청한 회사 리스트이니 확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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