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12월, 기관은 다음 해 상반기 수업을 소연과 다른 교사들에게 나누었다. 서경의 복귀는 몸 상태를 보고 정하기로 했다. 그녀는 계약서를 보내고 봄 수업 시간을 비웠다.집에서도 방 하나를 비웠다.서경은 자기 악보 책상을 옮기려고 했다. 아기가 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미 서랍을 꺼낸 뒤였다. 태주가 문 앞에 섰다.“왜 이 방부터 비웁니까?”“여기가 밝으니까요.”“제 방도 밝습니다.”태주는 자기 서재의 의자 둘을 먼저 끌어냈다. 문턱에 걸리자 의자를 돌렸다. 서경은 꺼내놓은 악보 서랍을 다시 밀어 넣었다.“저것도 옮기려고요?”“네. 내 책도 거실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그가 빈 벽을 짚어 아기 침대의 폭을 재보았다. 서경도 들어가 둘이 쓰는 수납장을 열었다. 아무도 쓰지 않는 물건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번에는 함께 비울 물건을 골랐다.아기 침대가 들어온 날, 태주는 설명서를 잘못 접어놓고 한동안 같은 그림만 보았다. 서경이 옆에서 넘겨주었다.“똑같은 부품 세 번 찾고 있어요.”“누가 책을 이렇게 접어놨습니까.”“아버님이요.”태주가 그녀를 보았다. 서경은 웃다가 배 위에 손을 얹었다. 그 호칭을 농담으로 먼저 말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두 사람은 이름 후보를 읽었다. 짧게 부르기 좋은 이름을 고르다가 하은에서 멈췄다. 서경이 몇 번 불러보고, 태주도 따라 불렀다.“권하은.”그가 말했다.서경은 완성된 침대를 보았다. 침대 옆에는 내일 보낼 수업 자료와 태주의 업무 수첩이 나란히 있었다.그녀가 그의 손을 잡았다.“내일부터 말고 오늘 하나 해요. 태주 씨 맡을 거.”그는 설명서를 들었다가 웃었다.“일단 이 나사부터 다시 끼우겠습니다.”**
서경은 진료실에서 나오며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태주가 바닥에서 주워 건넸다. 화면은 깨지지 않았다. 그녀는 고맙다고 말하고도 받아 든 전화기를 한동안 켜지 못했다. 가방에는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과 작은 사진이 들어 있었다.2027년 9월의 아침 햇살이 복도 끝으로 들어왔다.“태주 씨.”그녀가 불렀다.“네.”“진짜 아기가 있대요.”같이 들어가서 같은 말을 듣고 나온 사람에게 다시 말했다. 태주는 웃다가 입술을 눌렀다.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들었습니다.”그가 대답했다.“그런데 아직도 다시 듣고 싶습니다.”서경도 웃었다. 태주가 팔을 벌리자 그녀는 가까이 안겼다. 병원 복도라 오래 붙어 있지는 못했다. 떨어지고 나서도 그의 손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차 안에서 태주는 사진을 앞에 두고 들여다보았다. 무엇이 어디인지 아까 설명을 들었는데도 다시 물었다. 서경은 자기도 정확히 가리킬 자신이 없다며 웃었다.“우리 둘 다 모르네요.”“배워야겠습니다.”그가 말했다.서경은 웃다가 창밖을 보았다. 기쁜 마음이 가슴에 꽉 찼는데 그 옆에서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가을에 준비 중인 국내 연주와 수업, 이제 조금 늘어난 악보 정리 일. 무엇부터 놓아야 할까.태주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회의에 늦는다고 짧게 답했다. 서경은 그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저 무서워요.”그녀가 말했다.태주의 표정이 굳었다.“어디 아픕니까?”“아니요. 그냥…… 좋아하는 일들이 이제 막 생겼는데, 또 못 하게 될까 봐요.”서경은 사진 봉투에서 손을 뺐다.“방금 그런 생각부터 해서 미안해요.”“이렇게 말하면
그날 밤 두 사람이 돌아온 곳은 태주의 집이었다.서경의 책상과 의자는 이미 작은 방에 들어와 있었다. 월세방의 남은 짐은 다음 날 가져올 예정이었다.현관에 들어서자 태주가 신발을 벗다 멈췄다.“왜요?”“잘 들어가라는 말을 하려 했습니다.”서경이 웃었다. 그동안 문 앞에서 늘 하던 인사였다. 그녀는 그의 재킷을 벗겨 팔에 걸고 안으로 들어갔다.“같이 들어가요.”태주가 뒤따라왔다. 머리핀을 빼던 그녀가 손을 멈추자 그가 거울 앞에 섰다. 당기면 아프니 하나씩 빼달라는 부탁에 그는 핀을 찾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마지막 핀이 빠졌을 때 서경의 머리카락이 어깨로 내려왔다. 태주가 목덜미에 짧게 입술을 댔다. 그녀는 거울 속 그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꽃 장식도, 하객들의 시선도 없었다.“오늘은 안 돌아가죠?”그녀가 물었다.그는 대답 대신 다시 가까이 왔다. 서경이 웃으며 그의 셔츠 앞을 잡았다. 방 문은 두 사람이 함께 닫았다.다음 날 아침, 서경은 식탁에서 남편의 수첩을 보았다. 내일인 월요일에는 회의 시간이 빽빽했고, 자기 수업도 그날 오후에 있었다. 신혼이라고 세상이 멈추지는 않았다.태주가 커피를 놓았다.“오늘 짐은 몇 시에 가지러 갑니까?”“밥부터 먹고요.”그녀가 빈 의자를 당겼다. 그는 맞은편이 아니라 옆에 앉았다. 좁지 않은 식탁에서 두 사람의 팔꿈치가 자꾸 닿았다.서경은 컵을 집다가 자기 반지를 보았다. 태주의 손에도 같은 빛이 있었다. 두 사람이 물건을 옮길 때마다 어제와 조금 다른 손이 움직였다.그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내려다보았다.“불편합니까?”“아뇨. 자꾸 보고 싶어서요.”태주는 컵을 내려놓고 손을 펴 보였다. 서경은 그 위에 손끝을 대었
어머니가 먼저 울음을 참지 못한 것은 드레스를 볼 때가 아니었다.서경이 작은 거울을 들고 립스틱을 다시 바를 때였다. 손이 떨리자 왼손으로 바꿔 쥐고, 아랫입술에 묻은 자국을 손가락 끝으로 지웠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왜, 엄마?”“가만있어 봐. 입가에 아직 있어.”서경이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니는 휴지로 살짝 눌러 닦았다. 손이 급하지 않았다. 병실에서 딸에게 빗을 건네던 것과 반대가 된 아침이었다.“이상해?”“예뻐.”어머니가 답하고 웃었다.“네가 뭘 바르고 싶은지 말하니까 좋네.”서경은 입술을 누르다 말았다. 어머니가 휴지를 한 번 더 접었다.“너 오늘 울면 다시 발라줄게.”서경은 어머니 무릎에 이마를 댔다. 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천천히 쓸었다.“고개 들어봐. 벌써 지워졌겠다.”문밖에서 태주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가도 됩니까?”서경은 대답하기 전에 거울을 내려놓았다. 그가 문을 열었다. 밝은색 정장 재킷 아래의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그녀를 본 태주는 문손잡이에서 손도 떼지 못하고 서 있었다.“그렇게 봐요?”서경이 먼저 웃었다.“아직 좀 봐도 되겠습니까.”태주는 가까이 와서도 바로 만지지 않았다. 그녀의 어깨와 드레스 끝을 눈으로 따라가다 얼굴로 돌아왔다. 서경이 손을 내밀자 그제야 잡았다. 늘 조심스럽게 닿던 손이 이번에는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쌌다.어머니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사진 찍어. 나 나오기 전에 둘이.”태주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정작 손이 떨리는 쪽이 바뀌어 서경이 웃었다. 화면 속 세 사람의 얼굴이 한 번 흔들렸다. 어머니는 자기도 나왔다며 웃고, 태주는 그 사진을 지우지 않았다.
서경은 빈 벽에서 테이프 자국을 떼었다.처음에는 작은 자국인 줄 알았는데 끝을 들추니 길게 이어졌다. 거북이 스티커가 붙은 수첩은 이미 가방에 넣었다. 벽에 붙여두었던 달력만 남아 있었다.결혼식까지 한 주가 남았다.남은 짐은 식 뒤에 옮길 것이었지만, 쓰지 않는 것부터 정리하고 있었다. 처음 이 방을 골랐을 때는 혼자 오래 버틸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곧 나가는데도 방이 너무 쉽게 비는 것 같아 서운했다.태주가 작은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책은 여기에 넣으면 됩니까?”“그건 제가 들고 갈게요. 오늘 안 옮겨요.”그녀가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했다.태주가 상자를 내려놓자 서경은 달력을 떼던 손을 멈췄다.“미안해요. 아직 제가 쓰는 게 남아 있어서요.”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어디까지 하면 됩니까?”서경은 작은 냄비와 컵 하나를 가리켰다. 당장 쓰지 않을 것들이었다. 태주는 종이로 싸서 상자 안에 놓았다. 냄비 뚜껑이 부딪칠 때마다 사이에 종이를 한 겹 더 넣었다.그 모습을 보다가 서경은 의자에 앉았다.“저 여기 되게 좋았어요.”태주의 손이 멈췄다.“압니다.”“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집으로 가는데, 여기가 없어지는 건 또 아쉬워요.”서경은 벽의 테이프 자국을 짚었다.“여기 처음 붙였던 달력에, 늦잠 자도 되는 날 표시했어요. 혼자 밥 먹는 날도. 그런 건 일정이 아닌 줄 알았는데.”태주가 포장하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손톱으로 마지막 테이프 조각을 들었다. 작은 자국 하나에도 그때의 아침이 붙어 있었다.그는 상자를 닫지 않고 기다렸다. 서경은 창문을 보았다. 폭이 모자랐던 커튼은 나중에 맞는 것으로 바꾸었다. 두 사람이 바닥에 상자를 뒤집
태주는 양파를 너무 반듯하게 썰었다.서경은 도마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입술을 눌렀다. 볶음밥에 넣을 양파였다. 크기를 조금씩 다르게 잘라도 되는 것인데 그는 모서리가 맞지 않는 조각을 다시 자르고 있었다.“회사 자료도 그렇게 정리해요?”그녀가 물었다.“덜 익은 양파가 나오면 싫어하실까 봐요.”“이렇게 하다가 밥이 먼저 내일이 되겠는데.”태주가 칼을 내려놓았다. 잘해보려고 한 사람의 얼굴이 되어 서경을 보았다. 그녀는 웃다가 미안하다고 했다. 장난을 걸었는데 그가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그는 소매를 한 번 더 걷었다.“그럼 어느 정도면 됩니까?”서경은 휴대전화의 시계를 켜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이제 열다섯 분. 양파는 실격 직전이에요.”“심사위원이 상당히 엄격하군요.”“배고픈 심사위원이라서요.”그가 드디어 모서리가 조금 다른 양파 조각을 도마 밖으로 밀었다. 서경은 작은 조각 하나를 집었다.“이 정도면 됐어요. 제가 볶을게요.”“오늘은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태주가 도마를 당겼다. 서경은 빈 그릇을 그의 옆에 놓았다.“열다섯 분은 그대로예요.”태주가 팬에 재료를 넣었다. 기름이 조금 튀자 둘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서경이 웃음을 터뜨렸다. 태주는 불을 낮추며 같이 웃었다.거실 탁자의 청첩장 봉투는 그대로 두었다. 오늘은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태주가 밥을 넣었다. 한 덩어리가 잘 풀리지 않아 주걱으로 몇 번 눌렀다. 서경은 옆에서 그릇을 꺼냈다. 가장 예쁜 것을 찾다가 평소 쓰던 작은 그릇으로 바꾸었다. 아직 새 식기를 모두 들이지는 않았다.“새것으로 드셔도 됩니다.”그가 말했다.“이건 같이 사기 전에 못 쓰는 그릇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