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카페 문이 닫히는 순간—
종이 울리는 소리가 짧게, 선명하게 끊어졌다.
김다온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바깥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조금 전까지의 따뜻함과는 전혀 다른 온도.
차가운 공기.
조금 건조한 바람.
그가 숨을 들이켰다.
…늦었다.
이미 시작된 일이다.
그 남자가 굳이 얼굴을 드러냈다는 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위에서 움직여.’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반복됐다.
위.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지워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폈다.
힘을 빼듯, 다시 쥐었다.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다른 게
엘리베이터 안. 문이 닫힌다. 철컥. 짧은 진동. 정적. 이다정의 손. 아직 잡혀 있다. 김다온의 손. 풀지 않는다. 층 버튼. 이미 눌려 있다. 둘 다 아무 말 없다. 이다정이 먼저 본다. 잡힌 손. 그리고 천천히 시선 올린다. 김다온. 눈이 마주친다. 이번엔, 먼저 피하지 않는다. 이다정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주 조금."안 놔요?"짧다. 김다온."…놓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즉답. 이다정이 웃는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회사예요.""…알고 있습니다."그래도 손. 그대로. 이다정이 한 번 더 당긴다. 가까워진다."그럼요.""그대로 해요."정면. 김다온의 시선이 잠깐 흔들린다. 그리고 고정된다. 손. 더 단단해진다. 놓지 않는다. 띵. 문이 열린다. 시선. 한 번에 몰린다. 직원들. 멈춘다. 이다정. 먼저 나간다. 손. 잡은 채로. 김다온. 옆에 선다. 한 발 뒤가 아니다. 같은 선. 같이 걷는다. 직원 하나. 고개 숙인다."대표님—"말이 끊긴다. 시선. 손. 이다정이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지나간다. 김다온. 시선 한 번 돌린다. 짧게. 직원. 입 다문다. 대표실 앞. 문이 열린다. 이다정 먼저 들어간다. 김다온 뒤따른다. 문이 닫힌다. 그제야 손이 떨어진다. 아주 늦게. 정적. 이다정이 책상에 기대 앉는다. 김다온. 한 발 떨어져 선다. 다시. 원래 자리. 이다정이 본다. 그 거리. 그리고 한 번 웃는다."거기예요?"짧다. 김다온."…업무 중입니다."이다정."아니."짧게 끊는다. 손을 든다."이리 와요."명령. 김다온. 멈춘다. 0.5초. 그리고 움직인다. 한 발. 거리 안. 이다정. 고개 든다. 눈 마주친다.
아침. 이다정은 눈을 떴다. 잠깐, 가만히 있었다. 어제. 옥상. 손. 입술. 숨. …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뜬다.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현실이다. 피식 짧게 웃는다. 몸을 일으킨다. 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넘긴다. 표정이 조금 다르다. 숨기지 못한다. 현관. 문을 연다. 발걸음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미 알고 있다. 밖에 누가 있는지. 문을 완전히 연다. 김다온. 차 옆에 서 있다. 검은 수트. 어제와 같은 단정함. 다른 건 없다. …없어 보인다. 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멈춘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아주 짧게. 김다온이 고개를 숙인다."안녕하세요."똑같은 인사. 어제 전과 같은 톤. 이다정이 멈춘다. 한 박자. 그리고 피식. 웃는다."네, 안녕하세요."일부러 맞춘다. 같은 톤. 같은 거리. 둘 사이 공기가 묘하게 걸린다. 김다온이 차 문을 연다."출발하겠습니다."이다정이 타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다. 김다온의 손이 그대로 멈춘다. 시선이 아주 조금 내려간다. 이다정. 움직이지 않는다."기사님."짧다. 김다온."네.""우리."멈춘다. 김다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대표와—""아니."이다정이 끊는다. 짧게. 한 걸음 다가온다. 김다온의 앞까지. 거리가 없다."어제 뭐였죠."정면. 피하지 않는다. 김다온의 숨이 아주 조금 늦어진다. 손이 문 손잡이에서 떨어진다. 잠깐. 정적. 이다정이 고개를 기울인다."설마."입꼬리 올라간다."하루짜리예요?"짧다. 도망칠 틈 없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이다정. 눈. 피하지 않는다."…아닙니다."
도시는 밝았다.빛이 넘쳤다.건물마다 켜진 불빛이 밤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을 틈이 없었다.숨을 곳도, 숨길 곳도 보이지 않았다.호텔 옥상.문을 지나 한 발만 더 나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다기보다는, 가벼웠다.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위에서 내려오는 밤공기가 섞여, 천천히 위로 흘러갔다.바람은 부딪히지 않았다. 그저 스치듯, 몸을 타고 지나갔다.이다정은 난간 끝에 서 있었다. 구두 끝이 경계에 걸려 있었다.한 발만 더 나가면, 넘어가는 위치. 하지만 넘지 않았다.멈춰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뒤에서 문이 닫혔다. 철컥. 작은 소리였다.하지만 충분했다. 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는다. 돌아보지는 않는다. 누군지 알고 있어서.김다온. 걸음이 멈춘다. 두 걸음 거리. 늘 지켜온 간격.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 선.오늘도 그대로였다. 지키고 있었다. 이다정은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린다.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는다. 간지럽다. 하지만 손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걸 떼어낼 여유조차지금은 없다.입이 열린다. 짧게.“기사님.”호칭은 그대로다. 하지만톤이 다르다. 가볍지 않다.이다정이 한 박자 늦게 말을 잇는다.“우리 뭐예요.”말이 떨어진다. 가볍게 던진 것처럼 들리지만, 손이 먼저 반응한다. 난간을 쥔 손. 힘이 들어간다.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놓지 못하는 손. 김다온은 바로 답하지 않는다. 짧은 침묵. 바람 소리만 흐른다.“…대표와 경호원입니다.”정확하다. 흔들림 없다. 늘 해왔던
손이 아직도 맞닿아 있다. 놓을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안 놓은 거다.김다온의 손이 내 손을 감싸 쥔 채 그대로다. 힘이 세지지도, 풀리지도 않는다. 애매하게.…이게 더 위험한데.나는 시선을 잠깐 떨어뜨린다. 우리 손. 다시 올린다. 그의 눈. 정면. 피하지 않는다.“…회의.”입이 먼저 움직인다.“생각보다 조용했죠.”말을 꺼내놓고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낀다.지금 할 얘기냐. 그는 바로 답 안 한다. 손 조금 더 쥔다.“…조용하지 않았습니다.”낮다. 나는 고개를 기울인다.“그랬어요?”그의 눈이 살짝 좁혀진다.“대표님 쪽으로만 조용했습니다.”짧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린다.“그거 칭찬이에요?”“아닙니다.”즉답. 나는 웃는다 소리 없이 근데— 손은 안 뗀다.그도 안 뗀다 정적 이번엔 피할 수 있는 정적이다.그래서 더 길어진다 나는 천천히 한 발 다가간다.거리가 줄어든다. 이미 가까운데— 더.“…왜 그랬어요.”그가 먼저 묻는다. 나는 멈춘다.“뭐가요.”“회의실에서.”그의 시선이 깊어진다.“저를 남기신 이유.”짧다. 근데 직접적이다. 나는 바로 대답 안 한다.시선 한 번 옆으로 흘렸다가 다시 돌아온다.“그럼.”조용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낯설었다. 잠든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몸이 무겁다.입술에 손이 먼저 간다. 아직 남아 있다.…어제.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커튼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아침이다. 몸을 일으킨다.고개를 돌린다. 소파. 김다온. 그대로다.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숙인 채.언제 잔 건지 모르겠다.아니— 잤나?나는 한 번 더 본다. 숨은 고르다. 근데 긴장이 안 풀려 있다.…진짜 이 사람.가슴이 이상하게 조인다.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소리가 안 나게 걸어간다. 그 앞까지. 가까이. 손이 올라간다.머리 쪽. 닿을까 말까. 멈춘다.…이건 아니지.손을 내린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열린다. 딱. 마주친다. 나는 그대로 굳는다.그도 움직이지 않는다. 몇 초. 아무 말도 없다.“…”“…대표님.”그가 먼저 부른다. 나는 대답이 늦는다.“네.”짧게.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스친다. 입술. 잠깐. 다시 눈. 나는 그걸 느낀다.피해야 하는데 안 피한다.“…준비하시죠.”업무 톤. 완전히.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네.”짧게. 그걸로 끝. 거기까지.—회의실 문 앞.손잡이를 잡는다.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기자. 이사회. 이미 다 모여 있다.…빠르네.나는 문을 연다. 시선이 한 번에 꽂힌다. 플래시. 소리. 질문이
“…기사님.”입이 먼저 움직였다. 말은 그 뒤에 따라오지 않는다. 내 손목 위, 그의 손.닿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숨이 걸린다. 그가 먼저 입을 연다.“…왜 부르셨습니까.”낮다. 가까워서 더 낮게 들린다. 나는 시선을 한 번 떨어뜨린다. 그의 손. 다시 올린다.눈. 피하지 않는다.“…왜 나 좋아해요.”말이 나가고 나서야, 내가 뭘 물은 건지 알았다.…지금 이걸. 이 타이밍에.그의 손이 멈춘다. 완전히. 숨도 같이 멎는다. 정적.아주 짧은데— 길게 늘어진다.“…좋아한다는 말 안 했습니다.”느리다. 조금 늦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린다.“안 했죠.”한 발. 더 다가간다. 손목이 그의 손에 스친다. 의도적으로.“눈이 말해요.”말은 가볍게 떨어지는데— 시선은 안 가볍다. 그를 붙잡는다. 그의 눈이 흔들린다.처음이다. 이 정도로 노골적인 건. 나는 그걸 놓치지 않는다.그래서— 더 간다. 거리. 이제 진짜 없다. 숨이 부딪힌다. 그의 시선이 한 번 떨어진다.입술. 다시 올라온다. 나는 그걸 따라간다.…봤네.심장이 크게 뛴다. 이제 물러날 타이밍인데 안 물러난다. 오히려. 한 발 더.거의 닿는다. 손이 다시 올라간다. 이번엔 멈추지 않는다.셔츠 끝. 잡는다. 살짝. 그 순간— 그의 손이 움직인다.내 손목. 이번엔 확실하게. 잡는다. 세게는 아니다.근데&mdash
아침 11시.회장실 안은 조용했다.두꺼운 카펫이 바닥을 덮고 있었고천장 가까이 올라간 창으로 늦은 아침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김다온과 황예은은 테이블 한쪽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그리고 그 맞은편.이회장이 의자에 깊게 몸을 묻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손가락이 천천히 맞물려 있었다.말없이. 한동안. 침묵이 먼저 공간을 채웠다.황예은은 그 침묵이 어쩐지 길게 느껴졌다.이
이다정은 평소와 다르게 새벽 다섯 시에 눈이 떠졌다.이유는 없었다.그냥— 잠이 오지 않았다.어둠이 아직 남아 있는 방 안.천장에는 희미한 새벽빛이 묻어 있었다.이다정은 잠시 그 빛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목이 말랐다.침대에서 내려와 슬리퍼를 끌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문 손잡이를 돌렸다.찰칵.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거실 한가
“……지금.”이다정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분하게 나왔다.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지만 말은 이상하리만큼 또렷했다.“방금 그 말.”그녀는 고개를 들어 김다온을 똑바로 봤다.“제가 이해한 게 맞아요?”지하 주차장의 형광등 아래,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가까웠다.김다온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봤다.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판단은 제가 하는 일입니다.”말이 생각보다 빨리 튀어나왔다.“결정하는 것도 제 일이고요.”차 안의 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김다온의 손이 이다정의 손목 위에서 멈췄다.붕대 끝을 잡은 채 그는 그대로 멈춰 있었다.몇 초.엔진의 낮은 진동만 차 안을 채웠다.그가 천천히 손을 놓았다.그리고 처음으로 이다정을 봤다.짙은 눈동자.감정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 얼굴.“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