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눈을 떴을 때, 천장이 낯설었다. 잠든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몸이 무겁다.
입술에 손이 먼저 간다. 아직 남아 있다.
…어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커튼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아침이다. 몸을 일으킨다.
고개를 돌린다. 소파. 김다온. 그대로다.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숙인 채.
언제 잔 건지 모르겠다.
아니— 잤나?
나는 한 번 더 본다. 숨은 고르다. 근데 긴장이 안 풀려 있다.
…진짜 이 사람.
가슴이 이상하게 조인다.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
소리가 안 나게 걸어간다. 그 앞까지. 가까이. 손이 올라간다.
머리 쪽. 닿을까 말까. 멈춘다.
…이건 아니지.
손을 내린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열린다. 딱. 마주친다. 나는
아침. 이다정은 눈을 떴다. 잠깐, 가만히 있었다. 어제. 옥상. 손. 입술. 숨. …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뜬다.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현실이다. 피식 짧게 웃는다. 몸을 일으킨다. 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넘긴다. 표정이 조금 다르다. 숨기지 못한다. 현관. 문을 연다. 발걸음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미 알고 있다. 밖에 누가 있는지. 문을 완전히 연다. 김다온. 차 옆에 서 있다. 검은 수트. 어제와 같은 단정함. 다른 건 없다. …없어 보인다. 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멈춘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아주 짧게. 김다온이 고개를 숙인다."안녕하세요."똑같은 인사. 어제 전과 같은 톤. 이다정이 멈춘다. 한 박자. 그리고 피식. 웃는다."네, 안녕하세요."일부러 맞춘다. 같은 톤. 같은 거리. 둘 사이 공기가 묘하게 걸린다. 김다온이 차 문을 연다."출발하겠습니다."이다정이 타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다. 김다온의 손이 그대로 멈춘다. 시선이 아주 조금 내려간다. 이다정. 움직이지 않는다."기사님."짧다. 김다온."네.""우리."멈춘다. 김다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대표와—""아니."이다정이 끊는다. 짧게. 한 걸음 다가온다. 김다온의 앞까지. 거리가 없다."어제 뭐였죠."정면. 피하지 않는다. 김다온의 숨이 아주 조금 늦어진다. 손이 문 손잡이에서 떨어진다. 잠깐. 정적. 이다정이 고개를 기울인다."설마."입꼬리 올라간다."하루짜리예요?"짧다. 도망칠 틈 없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이다정. 눈. 피하지 않는다."…아닙니다."
도시는 밝았다.빛이 넘쳤다.건물마다 켜진 불빛이 밤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을 틈이 없었다.숨을 곳도, 숨길 곳도 보이지 않았다.호텔 옥상.문을 지나 한 발만 더 나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다기보다는, 가벼웠다.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위에서 내려오는 밤공기가 섞여, 천천히 위로 흘러갔다.바람은 부딪히지 않았다. 그저 스치듯, 몸을 타고 지나갔다.이다정은 난간 끝에 서 있었다. 구두 끝이 경계에 걸려 있었다.한 발만 더 나가면, 넘어가는 위치. 하지만 넘지 않았다.멈춰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뒤에서 문이 닫혔다. 철컥. 작은 소리였다.하지만 충분했다. 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는다. 돌아보지는 않는다. 누군지 알고 있어서.김다온. 걸음이 멈춘다. 두 걸음 거리. 늘 지켜온 간격.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 선.오늘도 그대로였다. 지키고 있었다. 이다정은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린다.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는다. 간지럽다. 하지만 손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걸 떼어낼 여유조차지금은 없다.입이 열린다. 짧게.“기사님.”호칭은 그대로다. 하지만톤이 다르다. 가볍지 않다.이다정이 한 박자 늦게 말을 잇는다.“우리 뭐예요.”말이 떨어진다. 가볍게 던진 것처럼 들리지만, 손이 먼저 반응한다. 난간을 쥔 손. 힘이 들어간다.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놓지 못하는 손. 김다온은 바로 답하지 않는다. 짧은 침묵. 바람 소리만 흐른다.“…대표와 경호원입니다.”정확하다. 흔들림 없다. 늘 해왔던
손이 아직도 맞닿아 있다. 놓을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안 놓은 거다.김다온의 손이 내 손을 감싸 쥔 채 그대로다. 힘이 세지지도, 풀리지도 않는다. 애매하게.…이게 더 위험한데.나는 시선을 잠깐 떨어뜨린다. 우리 손. 다시 올린다. 그의 눈. 정면. 피하지 않는다.“…회의.”입이 먼저 움직인다.“생각보다 조용했죠.”말을 꺼내놓고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낀다.지금 할 얘기냐. 그는 바로 답 안 한다. 손 조금 더 쥔다.“…조용하지 않았습니다.”낮다. 나는 고개를 기울인다.“그랬어요?”그의 눈이 살짝 좁혀진다.“대표님 쪽으로만 조용했습니다.”짧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린다.“그거 칭찬이에요?”“아닙니다.”즉답. 나는 웃는다 소리 없이 근데— 손은 안 뗀다.그도 안 뗀다 정적 이번엔 피할 수 있는 정적이다.그래서 더 길어진다 나는 천천히 한 발 다가간다.거리가 줄어든다. 이미 가까운데— 더.“…왜 그랬어요.”그가 먼저 묻는다. 나는 멈춘다.“뭐가요.”“회의실에서.”그의 시선이 깊어진다.“저를 남기신 이유.”짧다. 근데 직접적이다. 나는 바로 대답 안 한다.시선 한 번 옆으로 흘렸다가 다시 돌아온다.“그럼.”조용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낯설었다. 잠든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몸이 무겁다.입술에 손이 먼저 간다. 아직 남아 있다.…어제.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커튼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아침이다. 몸을 일으킨다.고개를 돌린다. 소파. 김다온. 그대로다.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숙인 채.언제 잔 건지 모르겠다.아니— 잤나?나는 한 번 더 본다. 숨은 고르다. 근데 긴장이 안 풀려 있다.…진짜 이 사람.가슴이 이상하게 조인다.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소리가 안 나게 걸어간다. 그 앞까지. 가까이. 손이 올라간다.머리 쪽. 닿을까 말까. 멈춘다.…이건 아니지.손을 내린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열린다. 딱. 마주친다. 나는 그대로 굳는다.그도 움직이지 않는다. 몇 초. 아무 말도 없다.“…”“…대표님.”그가 먼저 부른다. 나는 대답이 늦는다.“네.”짧게.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스친다. 입술. 잠깐. 다시 눈. 나는 그걸 느낀다.피해야 하는데 안 피한다.“…준비하시죠.”업무 톤. 완전히.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네.”짧게. 그걸로 끝. 거기까지.—회의실 문 앞.손잡이를 잡는다.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기자. 이사회. 이미 다 모여 있다.…빠르네.나는 문을 연다. 시선이 한 번에 꽂힌다. 플래시. 소리. 질문이
“…기사님.”입이 먼저 움직였다. 말은 그 뒤에 따라오지 않는다. 내 손목 위, 그의 손.닿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숨이 걸린다. 그가 먼저 입을 연다.“…왜 부르셨습니까.”낮다. 가까워서 더 낮게 들린다. 나는 시선을 한 번 떨어뜨린다. 그의 손. 다시 올린다.눈. 피하지 않는다.“…왜 나 좋아해요.”말이 나가고 나서야, 내가 뭘 물은 건지 알았다.…지금 이걸. 이 타이밍에.그의 손이 멈춘다. 완전히. 숨도 같이 멎는다. 정적.아주 짧은데— 길게 늘어진다.“…좋아한다는 말 안 했습니다.”느리다. 조금 늦었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린다.“안 했죠.”한 발. 더 다가간다. 손목이 그의 손에 스친다. 의도적으로.“눈이 말해요.”말은 가볍게 떨어지는데— 시선은 안 가볍다. 그를 붙잡는다. 그의 눈이 흔들린다.처음이다. 이 정도로 노골적인 건. 나는 그걸 놓치지 않는다.그래서— 더 간다. 거리. 이제 진짜 없다. 숨이 부딪힌다. 그의 시선이 한 번 떨어진다.입술. 다시 올라온다. 나는 그걸 따라간다.…봤네.심장이 크게 뛴다. 이제 물러날 타이밍인데 안 물러난다. 오히려. 한 발 더.거의 닿는다. 손이 다시 올라간다. 이번엔 멈추지 않는다.셔츠 끝. 잡는다. 살짝. 그 순간— 그의 손이 움직인다.내 손목. 이번엔 확실하게. 잡는다. 세게는 아니다.근데&mdash
문이 닫히는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나는 그대로 서 있었다. 객실 안 공기가 낯설다.방금 전까지 차 안이었는데, 아직도 몸이 기울어진 것 같다.…안 멈췄지. 브레이크. 다시 떠오른다. 손이 괜히 손목을 쓸어내린다. 맥박이 빠르다.“대표님.”뒤에서 부르는 목소리. 돌아본다. 김다온이 문 쪽에 서 있다. 이미 안으로 들어와 있는데—아직 거기다. 거리를 둔다. 늘 그랬던 것처럼.“외부 인원 배치 끝났습니다.”짧다. 업무 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여긴 안전해요?”한 박자. 그가 나를 본다.“…상대적으로.”피식. 웃음이 먼저 나온다.“오늘 그 말 믿어도 돼요?”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내려간다.“…지키겠습니다.”짧다. 근데— 이번엔 다르다. 나는 시선을 잠깐 피했다가, 다시 올린다.“안에서요?”그는 대답 안 한다. 대신— 소파 쪽으로 걸어간다. 코트 벗는다. 단정하게 접어서 옆에 둔다.그리고 앉는다. 허리 곧게. 눈은— 문 쪽.…안 본다.나는 한 발 움직인다. 카펫이 부드럽다. 구두를 벗는다. 바닥에 닿는 발바닥이 차갑다.괜히 한 번 더 움직인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익숙하지 않은 거리.“기사님.”불러놓고— 바로 말 안 한다. 그가 고개를 돌린다.“네.”짧다. 나는 잠깐 숨을 고른다. 손을 뒤로 깍지 낀다.
이다정의 아버지,이대표의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정돈되어 있었다.창밖으로 한강이 보였고, 낮게 깔린 구름이 유리창에 흐렸다.이다정은 소파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그녀의 옆, 한 발 뒤에 김다온이 서 있었다.늘 그렇듯 그림자처럼.“다정아.”이대표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무게가 있었다.“이번 이사회에서 말이 많단다.”이다정은 시선을
비행은 길었다.기내 조명이 어두워지고,승객들이 잠들기 시작했을 때.이다정은 창가에 기대 있었다.눈은 감고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아버지의 얼굴이 떠오른다.“대표 자리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그가 늘 하던 말.‘난 감정으로 결정 안 했어요.’속으로 반박했지만,이상하게도 최근의 감정이 자꾸 겹친
계약 강행 이후, 세상은 조용하지 않았다.아침부터 포털 메인에 기사가 걸렸다.“젊은 대표의 무리수.”“경험 부족이 부른 위험한 선택.”이다정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다가,아무 일 아니라는 듯 꺼버렸다.표정은 담담했지만, 심장은 얄궂게 반응했다.‘또 시작이네.’상처는 익숙하다.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아무렇지
다음 날.이사회장은 냉랭했다.긴 테이블 위로 차가운 조명이 떨어지고,정돈된 서류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 질서정연함이 오히려 압박처럼 느껴졌다.이다정은 가장 끝 자리에 앉아 있었다.대표의 자리.“리스크가 큽니다.”재무이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해외 파트너의 재무 구조가 아직 완전히 투명하지 않습니다.지금 계약을 강행하는 건 무모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