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복도. 이다정이 멈춘다. 발끝이 바닥에 닿은 채 더 나가지 않는다. 뒤돌지 않는다. 대신 손만 내민다. 등 뒤로, 짧게. 말 없다. 망설임도 없다. 김다온. 지체 없다. 그 손을 잡는다. 단단하게. 손가락 사이가 정확히 맞물린다. 익숙한 듯, 처음인 것처럼. 두 걸음. 그 간격이 사라진다. 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간다. 힘이 빠진다. 그걸 확인하듯 김다온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놓지 않는다. 이다정. 다시 걷는다. 말 없이. 김다온. 같이 걷는다. 같은 속도. 같은 보폭. 대표실 앞. 문이 열린다. 들어간다. 문이 닫힌다. 철컥. 외부가 끊긴다. 그제야 손이 떨어진다. 아주 늦게. 손끝이 마지막까지 닿아 있다가, 천천히 떨어진다. 이다정이 책상에 기대 선다. 허리를 살짝 기대고, 손바닥으로 책상 모서리를 짚는다. 김다온. 한 발 뒤. 원래 자리. 아무 일 없다는 듯. 이다정의 시선이 그 거리 위에 멈춘다. 두 걸음. 방금 전까지 없던 거리.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
복도. 이다정이 멈춘다. 발끝이 바닥에 닿은 채 더 나가지 않는다. 뒤돌지 않는다. 대신 손만 내민다. 등 뒤로, 짧게. 말 없다. 망설임도 없다. 김다온. 지체 없다. 그 손을 잡는다. 단단하게. 손가락 사이가 정확히 맞물린다. 익숙한 듯, 처음인 것처럼. 두 걸음. 그 간격이 사라진다. 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간다. 힘이 빠진다. 그걸 확인하듯 김다온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놓지 않는다. 이다정. 다시 걷는다. 말 없이. 김다온. 같이 걷는다. 같은 속도. 같은 보폭. 대표실 앞. 문이 열린다. 들어간다. 문이 닫힌다. 철컥. 외부가 끊긴다. 그제야 손이 떨어진다. 아주 늦게. 손끝이 마지막까지 닿아 있다가, 천천히 떨어진다. 이다정이 책상에 기대 선다. 허리를 살짝 기대고, 손바닥으로 책상 모서리를 짚는다. 김다온. 한 발 뒤. 원래 자리. 아무 일 없다는 듯. 이다정의 시선이 그 거리 위에 멈춘다. 두 걸음. 방금 전까지 없던 거리.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엘리베이터 안. 문이 닫힌다. 철컥. 짧은 진동. 정적. 이다정의 손. 아직 잡혀 있다. 김다온의 손. 풀지 않는다. 층 버튼. 이미 눌려 있다. 둘 다 아무 말 없다. 이다정이 먼저 본다. 잡힌 손. 그리고 천천히 시선 올린다. 김다온. 눈이 마주친다. 이번엔, 먼저 피하지 않는다. 이다정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주 조금."안 놔요?"짧다. 김다온."…놓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즉답. 이다정이 웃는다.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회사예요.""…알고 있습니다."그래도 손. 그대로. 이다정이 한 번 더 당긴다. 가까워진다."그럼요.""그대로 해요."정면. 김다온의 시선이 잠깐 흔들린다. 그리고 고정된다. 손. 더 단단해진다. 놓지 않는다. 띵. 문이 열린다. 시선. 한 번에 몰린다. 직원들. 멈춘다. 이다정. 먼저 나간다. 손. 잡은 채로. 김다온. 옆에 선다. 한 발 뒤가 아니다. 같은 선. 같이 걷는다. 직원 하나. 고개 숙인다."대표님—"말이 끊긴다. 시선. 손. 이다정이 멈추지 않는다. 그대로 지나간다. 김다온. 시선 한 번 돌린다. 짧게. 직원. 입 다문다. 대표실 앞. 문이 열린다. 이다정 먼저 들어간다. 김다온 뒤따른다. 문이 닫힌다. 그제야 손이 떨어진다. 아주 늦게. 정적. 이다정이 책상에 기대 앉는다. 김다온. 한 발 떨어져 선다. 다시. 원래 자리. 이다정이 본다. 그 거리. 그리고 한 번 웃는다."거기예요?"짧다. 김다온."…업무 중입니다."이다정."아니."짧게 끊는다. 손을 든다."이리 와요."명령. 김다온. 멈춘다. 0.5초. 그리고 움직인다. 한 발. 거리 안. 이다정. 고개 든다. 눈 마주친다.
아침. 이다정은 눈을 떴다. 잠깐, 가만히 있었다. 어제. 옥상. 손. 입술. 숨. …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뜬다.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현실이다. 피식 짧게 웃는다. 몸을 일으킨다. 거울 앞에 선다. 머리를 넘긴다. 표정이 조금 다르다. 숨기지 못한다. 현관. 문을 연다. 발걸음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미 알고 있다. 밖에 누가 있는지. 문을 완전히 연다. 김다온. 차 옆에 서 있다. 검은 수트. 어제와 같은 단정함. 다른 건 없다. …없어 보인다. 이다정의 시선이 잠깐 멈춘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다. 아주 짧게. 김다온이 고개를 숙인다."안녕하세요."똑같은 인사. 어제 전과 같은 톤. 이다정이 멈춘다. 한 박자. 그리고 피식. 웃는다."네, 안녕하세요."일부러 맞춘다. 같은 톤. 같은 거리. 둘 사이 공기가 묘하게 걸린다. 김다온이 차 문을 연다."출발하겠습니다."이다정이 타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다. 김다온의 손이 그대로 멈춘다. 시선이 아주 조금 내려간다. 이다정. 움직이지 않는다."기사님."짧다. 김다온."네.""우리."멈춘다. 김다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대표와—""아니."이다정이 끊는다. 짧게. 한 걸음 다가온다. 김다온의 앞까지. 거리가 없다."어제 뭐였죠."정면. 피하지 않는다. 김다온의 숨이 아주 조금 늦어진다. 손이 문 손잡이에서 떨어진다. 잠깐. 정적. 이다정이 고개를 기울인다."설마."입꼬리 올라간다."하루짜리예요?"짧다. 도망칠 틈 없다. 김다온이 고개를 든다. 이다정. 눈. 피하지 않는다."…아닙니다."
도시는 밝았다.빛이 넘쳤다.건물마다 켜진 불빛이 밤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을 틈이 없었다.숨을 곳도, 숨길 곳도 보이지 않았다.호텔 옥상.문을 지나 한 발만 더 나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차갑다기보다는, 가벼웠다.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위에서 내려오는 밤공기가 섞여, 천천히 위로 흘러갔다.바람은 부딪히지 않았다. 그저 스치듯, 몸을 타고 지나갔다.이다정은 난간 끝에 서 있었다. 구두 끝이 경계에 걸려 있었다.한 발만 더 나가면, 넘어가는 위치. 하지만 넘지 않았다.멈춰 있었다.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뒤에서 문이 닫혔다. 철컥. 작은 소리였다.하지만 충분했다. 이다정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굳는다. 돌아보지는 않는다. 누군지 알고 있어서.김다온. 걸음이 멈춘다. 두 걸음 거리. 늘 지켜온 간격.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 선.오늘도 그대로였다. 지키고 있었다. 이다정은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뜨린다.몇 가닥이 뺨에 달라붙는다. 간지럽다. 하지만 손은 올라가지 않는다. 그걸 떼어낼 여유조차지금은 없다.입이 열린다. 짧게.“기사님.”호칭은 그대로다. 하지만톤이 다르다. 가볍지 않다.이다정이 한 박자 늦게 말을 잇는다.“우리 뭐예요.”말이 떨어진다. 가볍게 던진 것처럼 들리지만, 손이 먼저 반응한다. 난간을 쥔 손. 힘이 들어간다.손끝이 하얗게 질린다. 놓지 못하는 손. 김다온은 바로 답하지 않는다. 짧은 침묵. 바람 소리만 흐른다.“…대표와 경호원입니다.”정확하다. 흔들림 없다. 늘 해왔던
손이 아직도 맞닿아 있다. 놓을 타이밍을 놓쳤다. 아니 안 놓은 거다.김다온의 손이 내 손을 감싸 쥔 채 그대로다. 힘이 세지지도, 풀리지도 않는다. 애매하게.…이게 더 위험한데.나는 시선을 잠깐 떨어뜨린다. 우리 손. 다시 올린다. 그의 눈. 정면. 피하지 않는다.“…회의.”입이 먼저 움직인다.“생각보다 조용했죠.”말을 꺼내놓고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낀다.지금 할 얘기냐. 그는 바로 답 안 한다. 손 조금 더 쥔다.“…조용하지 않았습니다.”낮다. 나는 고개를 기울인다.“그랬어요?”그의 눈이 살짝 좁혀진다.“대표님 쪽으로만 조용했습니다.”짧다. 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린다.“그거 칭찬이에요?”“아닙니다.”즉답. 나는 웃는다 소리 없이 근데— 손은 안 뗀다.그도 안 뗀다 정적 이번엔 피할 수 있는 정적이다.그래서 더 길어진다 나는 천천히 한 발 다가간다.거리가 줄어든다. 이미 가까운데— 더.“…왜 그랬어요.”그가 먼저 묻는다. 나는 멈춘다.“뭐가요.”“회의실에서.”그의 시선이 깊어진다.“저를 남기신 이유.”짧다. 근데 직접적이다. 나는 바로 대답 안 한다.시선 한 번 옆으로 흘렸다가 다시 돌아온다.“그럼.”조용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낯설었다. 잠든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몸이 무겁다.입술에 손이 먼저 간다. 아직 남아 있다.…어제.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커튼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아침이다. 몸을 일으킨다.고개를 돌린다. 소파. 김다온. 그대로다.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숙인 채.언제 잔 건지 모르겠다.아니— 잤나?나는 한 번 더 본다. 숨은 고르다. 근데 긴장이 안 풀려 있다.…진짜 이 사람.가슴이 이상하게 조인다. 나는 천천히 일어난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다.소리가 안 나게 걸어간다. 그 앞까지. 가까이. 손이 올라간다.머리 쪽. 닿을까 말까. 멈춘다.…이건 아니지.손을 내린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열린다. 딱. 마주친다. 나는 그대로 굳는다.그도 움직이지 않는다. 몇 초. 아무 말도 없다.“…”“…대표님.”그가 먼저 부른다. 나는 대답이 늦는다.“네.”짧게. 그의 시선이 내 얼굴을 스친다. 입술. 잠깐. 다시 눈. 나는 그걸 느낀다.피해야 하는데 안 피한다.“…준비하시죠.”업무 톤. 완전히.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네.”짧게. 그걸로 끝. 거기까지.—회의실 문 앞.손잡이를 잡는다. 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기자. 이사회. 이미 다 모여 있다.…빠르네.나는 문을 연다. 시선이 한 번에 꽂힌다. 플래시. 소리. 질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비행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짧은 충격이 몸을 타고 올라왔다.덜컹.이어지는 긴 마찰음.이다정은 안전벨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 걸 느꼈다.창밖으로 시선을 옮긴다.끝없이 이어진 콘크리트, 열에 일렁이는 공기, 멀리서 번지는 강한 햇빛.…한국이 아니다.그 사실이, 눈이 아니라 피부로 먼저 와닿는다.숨이 아주 조금 건조하게 갈라졌다.기내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출근 시간대의 로비.유리문이 열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구두 굽이 바닥을 치는 소리, 카드키가 찍히는 짧은 전자음, 익숙한 인사들.“안녕하세요.”“좋은 아침입니다.”모든 게 규칙적으로 흘러간다.그 속에서 이다정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엘리베이터 앞.사람들이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데도 그녀의 주변만 묘하게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ldquo
새벽 다섯 시.알람이 울리기 전, 김다온의 눈이 먼저 떠졌다.어둠에 익숙한 시야. 천장.낯선 흔적 하나 없는 공간.숨을 들이마신다.천천히, 길게.몸을 일으키는 데 망설임은 없었다.이 시간에 깨어 있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니라 습관에 가까웠다.몸이 먼저 기억하는 시간.조용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온다.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훈련처럼.창가 앞에 섰다.
회의 준비를 마치고 잠시 생긴 틈.복도 끝에 놓인 커피 머신 앞에서 이다정은 잠깐 숨을 골랐다.은은하게 퍼지는 원두 향.기계가 낮게 끓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액체를 떨어뜨린다.이상하게도, 그 소리만 들리면 마음이 가라앉았다.오늘 하루는 유난히 사람을 많이 상대했다.표정, 말투, 눈치, 계속해서 맞춰야 하는 일들.…조금 지친다.손끝으로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던 그때—“설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