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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Author: 주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6 21:02:41

“라라라-. 라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여신의 귓가에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상냥한 멜로디가 다가와 머무르기 시작했다.

결국 포기는 아르텐시아가 했다.

그녀는 라리아의 고집을 꺾기보단 회피하길 선택하며 눈을 감았다.

“라라-. 라라라.”

라리아의 목소리가 흔들림 없는 촛불의 빛을 품고 서서히 침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초는 심지가 작아졌지만, 아르텐시아의 감은 눈커풀 속 어둠을 밝히는 데는 충분했다.

“라리라-.”

아르텐시아는 손에 쥔 에테르의 조각이 조금 따듯하게 느껴짐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머나먼 작은 동산에 여신이 내려앉으면-.”

작지만 두 사람이 머물기에 충분한 작은 집 구석구석에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것은 마치.

“신목의 잎사귀가 춤을 추고.”

에테르.

“바람의 요정이 기쁨의 노래를 부르네.”

에테르.

“온 누리에 해님의 미소가 퍼지니-.”

흐느끼듯 부는 바람에도 상냥함을 잃지 않고 온몸을 끌어안았던 그때와 같았다.

“아이야 손을 잡자, 아이야 손을 잡자.”

아르텐시아는 에테르의 온기를 떠올렸다.

‘도대체….’

“여신이 꿈속에 찾아올 때까지.”

어느새 그녀는 에테르의 울창한 가지 앞에 앉아있었다.

‘도대체 자장가가 뭐길래 에테르를 느끼게 해주는 걸까.’

“라라라-. 라리라-.”

라리아는 눈을 감은 아르텐시아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봤다.

“아르텐시아-. 아르텐시아-.”

하지만 그녀는 낡은 침구를 조금 더 당겨 덮어줄 뿐, 계속해서 자장가를 불렀다.

아르텐시아가 잠에 빠진 이후에도.

“아르텐시아, 아르텐시아.”

여신을 위한 자장가를 꽤 오랫동안 불렀다.

***

“바리.”

아르텐시아는 라리아가 깨울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전날 밤과는 다르게 활짝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바리, 일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새들은 쉴 새 없이 지저귀고 태양이 더욱 찬란히 빛나는 날이었다.

다시 세계에서 깨어나 맞이하는 첫 아침이었다.

아르텐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낮은 숨을 내쉬는 것을 본 라리아는 그대로 방을 나섰다.

여전히 고요했지만 편안함이 느껴져 그녀는 창문을 닫아버렸다.

“바리! 일어났으면 식사를 하자.”

아르텐시아는 라리아의 재촉에 주방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녀가 피하려 했던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자, 여기 물부터 마시렴.”

어제와 같은 물이었다.

아르텐시아는 이 물이 궁금했다.

그래서 라리아가 자신을 멋대로 부르는 것에도 딴지를 걸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사실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맞았다.

그녀는 물을 마시며 손끝에서부터 가슴 안쪽으로 서서히 무언가 충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물을 더 마시고 싶었다.

계속해서 마시면 시시를 죽이기 전에 약간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을 더 달라는 의미에서 아르텐시아는 컵을 내밀었다.

“이제 식사를 해야지.”

그러나 라리아는 컵을 가져가고 빵을 그녀의 손에 쥐여줬다.

마르고 푸석한 빵이었지만 부푼 모양새가 제법 맛이 있어 보였다.

아르텐시아는 그것을 슬쩍 입에 넣었다.

물을 삼키는 것과 같이 아주 오랜만에 턱을 움직여 음식을 씹어 삼켰다.

여전히 신기한 기분이 들어 저도 모르게 라리아를 훔쳐봤다.

라리아는 분주해 보였다.

식탁에 남은 빵을 모아 바구니에 넣고 깨끗한 병에 담긴 물과 컵을 담더니 이번에는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어제와는 다른 깨끗한 천으로 만든 옷이었다.

아르텐시아는 라리아가 빵을 먹는 자신에게도 옷을 건네는 것을 보고 말했다.

“필요 없다.”

그녀는 여전히 눈앞에 남겨져 있는 라리아의 손을 무시했다.

“이 옷으로 충분해.”

“이제 떠날 거니까?”

“….”

대신 물이 담긴 잔에 손을 뻗었다.

그녀는 손이 닿기 쉽도록 라리아가 밀어주는 잔을 손에 쥐었다.

“어디로 가는지 물어도 될까?”

아르텐시아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대답했다.

“동쪽.”

조금만 더 가면 될 터였다.

이곳은 해가 이르게 뜨고 빨리 졌으니까 분명 시시의 숲과 멀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가는 길이 같구나.”

“뭐?”

“나도 오늘은 잠시 동쪽에 볼일이 있으니 같이 가자.”

그래도 되겠지?

아르텐시아는 자신의 의중을 묻는 라리아에게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의 발치에 있는 바구니에 시선을 두었다.

“그래도 이 후드는 두르는 것이 좋겠어. 숲은 차니까.”

라리아는 대충 허락의 의미로 받아 들였는지 멋대로 아르텐시아의 어깨에 후드를 입혔다.

이번에도 아르텐시아는 그저 내버려 두었다.

두 사람은 집을 나와 한참을 걸었다.

남들에게는 이른 아침이었지만, 라리아는 낮보다 활기차게 움직이며 발을 재촉했다.

물론 아르텐시아가 잠시 멈춰 단단히 걸어 잠근 그녀의 집을 돌아볼 때는 기다려줬다.

아르텐시아는 그때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달라.’

확실히 라리아는 마을 인간들과는 달랐다.

폐허와 같았던 마을의 분위기는 라리아의 집 근처에서 볼 수 없었다.

깨끗하고 단단한 집과 울타리는 라리아의 성정이 보이는 듯했고 작은 텃밭은 그녀가 얼마나 강한 여인인지를 예상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그 텃밭 가장자리에 아주 작게 자라나는 나무줄기가 있었다.

올리브나무였다.

너무 작아 열매가 달리지 않았지만, 그 잎사귀는 분명 올리브나무였다.

아르텐시아는 어제부터 마신 물의 정체가 저 잎사귀를 넣은 물이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앞서가는 라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제 저 여인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올리브나무는 세계의 확립 이전부터 존재해 성스러움의 상징이었다.

그런 나무를 기르고 낯선 이에게 대접하는 인간이라니.

‘신전의 인간인가.’

그녀는 애써 잊었던 가증스러운 낯짝이 떠오르려 하자 목 뒤로 울분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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