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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Author: 주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4 19:51:51

{아르텐시아!}

여신 아르텐시아의 마지막 기억은 상처가 가득한 얼굴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돌의 비였다.

인간은 비난을 칼날처럼 목소리에 섞어 그녀의 피부를 찌르고 눈으로는 무지를 담아 난도질했다.

하지만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차갑고 뜨거운 눈초리를 받아도 아프지 않았다.

그 무엇도 그녀를 아프게 할 수 없었다.

아르텐시아는 이 세계, 에테르를 사랑했으니까.

그녀의 손길로 태어나 이지를 갖고 세계의 근간이 된 최초의 현자와 마찬가지인 에테르.

그가 살아 있음에, 여신은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한낱 인간의 멸시라도.

‘이들이 무지한 것이 아니다.’

그녀는 창조자의 어질고 바르고 자비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아르텐시아는 자신의 손길로 태어난 모든 것들을 바른길로 가게 했고 행복하게 했으니 그들이 그 외의 길을 가게 됐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될 것은 아니었다.

그것마저도 일부라 여겼다.

‘인간이 오늘로 비난과 무지와 후회라는 것을 배웠을 테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이 얼마나 사랑스러 일인가.

{아르텐시아….}

에테르, 나는 괜찮아.

내 역할은 여기까지인 거야.

이 세계는 당신이 있으니까.

괜찮아.

그녀는 억지로 강림 당한 인간계에서 강탈과 누명과 모함을 받아 죽임을 당하면서도 그러한 생각을 했다.

에테르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아르…시…….}

땅에 묻힌 아르텐시아는 길고 긴 꿈을 꿨다.

하늘을 노니는 바람 요정들의 웃음소리와 따스한 온기를 나눠주는 햇살 아래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던 꿈을.

나뭇가지가 태양에 닿고자 가지를 활짝 벌린 듯, 커다란 신목 아래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지를 가진 세계, 그녀가 처음으로 이름을 지어준 에테르의 현신과 함께였다.

연한 하늘빛이 감도는 긴 머리가 부드러운 바람에 흩날리는 아르텐시아는 그 어느 여신보다도 아름다웠다.

에테르는 그녀와 마주 앉아 혹여라도 그녀의 피부에 햇빛이 강하게 내려앉지 않을까 조심하며 그늘을 만들어주곤 했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행복했고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르텐시아는 이 꿈속에서 에테르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얼굴을 맡기며 하늘 위의 별들이 만들어 놓은 숨결을 떠올렸다.

그녀가 기억하기에 에테르의 목소리는 별빛보다 밝았고 그 숨결보다 부드러웠으니까.

{…르텐시…….}

여신이 사랑한 현자는 그들이 사랑했던 그때와 같이 꿈속에서도 한결같았다.

그리고 지금, 아르텐시아는 그 음색에 억지로 눈을 떴다.

도저히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던 따스한 풍경과 녹아내릴 듯한 햇살이 가득했던 그때처럼.

{눈을 떠… 아르텐…아.}

하지만 눈을 뜬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심연처럼 어둡고 머리를 파고드는 공포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움직…여…, 시간이 없…}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꿈에서 깨어나도록 만든, 저 목소리는 한사코 무언가를 독촉하고 있었다.

그녀는 불규칙하게 뛰는 가슴의 울림을 애써 무시한 채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눈을 뜨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어둠만 가득한 공간에서.

{곧 내가 사라질….}

아르텐시아는 천천히 가슴을 들썩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자신을 깨운 이 목소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이의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로.

어둠 속에서 눈과 귀의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점차 사지로 뻗어 나가 약하지만 활기와 생명력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갑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어둠에 잡아먹힌 것처럼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움직여! 아르텐시아!}

그녀의 상태를 알았는지 목소리는 점차 강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절박했다.

아르텐시아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그것을 눈치챘다.

목소리는 그녀가 이곳에서 나가게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내가 도와줄…, 시시의 연못을 생각…}

시시의 연못.

아르텐시아는 이 목소리가 자신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못은 그녀에게 의미가 깊은 곳이었다.

물론, 에테르에게도.

{그 연…서 헤엄치던 때처… 헤엄…!}

그녀의 어둠 속 푸른 눈동자가 처음에는 가녀리게, 하지만 점차 폭풍우를 만난 나무배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련한 누군가여. 당신은 누구인가.

어떻게 연못에서 헤엄치며 즐거웠던 그때의 나를 아는 거지?

아르텐시아는 잠시 숨을 멈췄다.

“너는…”

아름답고 치명적인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짧게 울려 퍼졌다.

결국,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사지가 사슬에 묶인 듯 움직일 수 없었던 봉인과 같은 것을 풀어내고 팔과 다리를 힘차게 굴렀다.

팔을 움직여 손으로는 어둠을 밀어냈고 작은 발을 가진 다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심연을 박찼다.

{그래! 조금만 더…!}

무언가가 손가락에 긁히고 할퀴는데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돕는 목소리가 있어 다치지 않고 더욱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다 왔…! 손을 뻗…!}

하지만 목소리는 점차 흐려져 갔다.

아르텐시아의 눈가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가 마지막으로 손을 크게 휘둘렀을 때.

후드득!

불쑥 튀어 오른 가녀린 손과 함께 아주 미약하고 약한 소리가 척박한 땅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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