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이게 무슨 일이지.’‘아크브랜딩에 쟤가 왜?’다니가 파견으로 나간 회사에 명품으로 휘감은 계약직 사원이 들어왔다.“안녕하세요. 김보라입니다.”서태민 아크브랜딩 대표는 계약직 사원으로 들어온 김보라를 소개하며 짧게 말을 덧붙였다.“블랑네일에서 영업과 운영 업무를 맡았던 인재입니다. 퇴사 후 아크브랜딩에서 미용 분야 브랜딩및 영업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다른 팀에 소속되었지만, 다니는 현민호를 만나게 될까 걱정이었다.다니와 같은 팀원인 강지환은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된 김보라에게 인사를 했다.다니는 자기 집 가등기 일에 보라가 관여했는지는 몰랐다.다만 오늘 점심에도 일주일간의 업무 보고를 위해 민호가 올 수도 있는 점이 걱정이었다.‘하, 쟤가 무슨 취직이야. 왜 여기서. 중소기업 다닐 애가 아닌데…’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던 김보라가 신다니를 알아보았다.당황하지도 않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신다니는 어이가 없어 입을 삐죽이며 보란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흥.”‘나보고 비서라고 무시하더니 계약직이라니…지난번에 민호의 이야기를 듣자니 지분도 다 넘겼다던데. 새엄마네 형편이 않좋은가.그때처럼 힘없는 민호가 아닌데…. 나 건들지 마.’신다니의 눈빛을 눈치챈 것일까?김보라는 착한 눈을 하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잠깐 쉬는 시간에 건물 뒤쪽으로 나간 김보라는 따라나온 신다니와 마주쳤다.김보라는 조금 쪽팔린다고 생각했지만, 신다니 같은 미혼모 앞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바보같이 현민호를 꼬시고도 버림받은 주제에. 뭐, 나중에 애를 내세워 소송이라도 하면 되겠지만.’“왜?”신다니는 연락을 받지 않는 아버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는지, 채권자의 재촉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었다.“아빠는 잘 계시고?”“직접 전화해 보지 그래.”‘그래, 대답을 기대한 내 잘못이다.’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새엄마 집에서 나온 뒤에도 가끔 자신이 봐주던 막내 성우가 궁금했다.“성우는 잘 지내고?”“성우는 영
5세반 수업이 끝나자 시우 엄마가 다니에게 슬쩍 다가왔다.그녀는 다니의 팔을 살짝 잡아당겨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동하 엄마.”“네?”시우 엄마가 현민호 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동하 아빠 돌아온 거야?”“네.”시우 엄마의 눈이 커지고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그동안 동하 있는 거 몰랐던 거 맞아?”“네. 전혀 몰랐대요.”“역시 그랬구나.”시우 엄마가 혼자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그럴 줄 알았어.동하 엄마처럼 예쁜 여자를 어떤 남자가 애까지 낳게 해놓고 버리나 했지.”다니가 어색하게 웃었다.“그런데 동하 아빠 보니까...”“아빠 보니까 왜요?”시우 엄마가 다시 한번 민호를 바라봤다.“이 얼굴이면 주변 여자들이 가만두지는 않았겠네.”“네?”다니가 애써 웃었다.“아냐, 아냐. 동하 엄마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아빠가 너무 잘생겼다고.”그때 멀리 있던 은우 엄마도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뭐야? 누구예요?”현민호를 유심히 바라보던 그녀가 다니에게 물었다.“동생? 삼촌? 아니면… 동하 아빠?”“동하 아빠요.”“진짜?”은우 엄마가 다시 한번 민호를 훑어봤다.“난 너무 어려 보여서 다니 씨 동생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연하 남자 친구.”“연하요?”다니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고 입술에 힘을 주었다.“동갑이거든요.”“동갑?”당황한 다니는 민호를 다시 바라봤다.‘이를 어쩐다. 내가 나이 들어 보이나.’괜히 머리카락을 한 번 만졌다.…한편 현민호는 시우와 은우의 아버지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경기를 마친 아이들도 하나둘 부모들 곁으로 돌아왔다.현민호는 김상두를 바라보며 무엇인가 생각난 듯 말했다.“블랑네일 쪽에 계시다고 들었습니다.”김상두가 살짝 놀랐다.“우리 회사 아세요?”“네. 알고 있습니다.”“제가 회사를 인수한 건 아니고요. 전문경영인입니다. 오너는 따로 있습니다.”“아, 그렇습니까.”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생각하던 현민호가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그
현민호가 동하를 안고 운동장에 들어섰다.다니는 조금 뒤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따라갔다.동하와 아빠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웠다.앞서 걸어가는 민호의 뒤태가 다니의 눈에 들어왔다.흰색 티셔츠 아래로 넓은 어깨와 날씬한 허리가 그대로 드러났다.청바지를 입은 긴 다리는 여전히 눈에 띄었다.탄탄한 허벅지까지 눈에 들어오자 다니의 얼굴이 붉어졌다.다니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감탄했다.‘그런데 아이 아빠가 너무 잘생긴 거 아냐.’한때 현민호의 히트 광고 중 하나가 청바지 광고였다.긴 다리와 타고난 체형 덕분에 런웨이 모델로 데뷔한 민호를 상업 광고의 블루칩으로 만들어준 광고이기도 했다.그 시절 광고 속 민호처럼 여전히 잘생긴 아빠와 그의 미니어처처럼 닮은 동하가 나란히 있었다.문득 아들보다 민호를 더 오래 보고 있는 자신이 어이없었다.하지만 수트가 아닌, 연애할 때의 모습으로 나타난 남자친구에게 자꾸 눈이 갔다.어릴 때의 현민호가 나온 꿈속에 있는 것 같았다. 6년을 기다린 민호가 눈 앞에 아들과 있었다.정작 축구보다 현민호를 보고 있는 사람은 신다니뿐만이 아니었다.주변의 학부모들도 현민호를 몇 번씩 힐끗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다니는 주변을 한 번 돌아보다가 민호가 최근 회사 광고와 인터뷰에 얼굴을 비췄다는 사실을 떠올렸다.‘다음부터는 선글라스라도 씌워야겠다.’다니는 민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축구교실 아이들은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형광 조끼를 입은 일곱 살 팀 아이들 사이에 은우도 보였다.동하는 아빠의 품에서 내려오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은우에게 손을 흔들었다.“은우야!”은우도 동하를 확인하고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어 보였다.동하는 아빠를 돌아보며 말했다.“아빠, 나 축구할 거예요.”민호가 웃으며 아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 코치 쪽으로 보냈다.“그래. 다치지 말고 뛰어.”“네.”동하는 신이 나서 빠르게 달려갔다.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은우 아빠가 민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동하를 안고 있는 현민호의 눈이 저절로 감겼다.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내 아이구나.’한참을 아이를 안고 있던 민호가 정신을 차리고 동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아이의 눈에는 자신이 거울에서 수없이 봐온 것 같은 눈이 있었다.옆으로 살짝 뜨는 머리칼을 손끝으로 눌러보았다.눌러도 다시 조금 올라왔다.‘이런 것까지.’아이의 귀도 봤다.현민호는 앞에 서 있는 인형 같은 아이를 부드럽게 만졌다.심장은 점점 더 세게 뛰기 시작했다.아직 다니가 확실하게 말해준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현민호는 이미 알았다.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막으려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어깨를 흔들며 울음소리를 내고 말았다.“동하야. 흑.”민호가 아이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내가 아빠야. 내 아들이구나.”뒤에 서 있던 다니의 눈이 커졌다. 금세 눈물이 고여 아래로 떨어졌다.민호는 다시 동하를 끌어안았다.“흑흑.”동하는 자연스럽게 그의 어깨에 턱을 얹었다.오늘 처음 안긴 아이인데 너무 편안하게 품에 들어와 있었다.‘그동안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다니를 원망하며 절망했고, 모두 자신을 배신하고 속인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현민호가 동하를 안은 채 다니를 바라봤다.“다니야…”그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우리 왜 이렇게 됐던 거야.”민호는 울음소리를 죽이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고마워, 다니야.”다니도 어깨를 떨며 함께 울고 있었다.“다니야, 나 기다려줘서 고마워. 나도 많이 아팠어.” 동하가 민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아빠, 아프면 동하가 호 해줄게요.”민호가 울다 웃었다.“그래. 고맙다.”그는 아이를 조금 더 꽉 안았다.“내 아들. 잘 커줘서 고마워.”다니가 눈물을 닦으며 시간을 확인했다.“축구교실 늦겠다. 민호야.”“어, 그래.”...민호가 동하를 안은 채 차를 바라봤다.“카시트 하나 사야겠다. 동하 거.”현민호는 차 문을 열고 두 사람을 태웠다.머릿속은
토요일은 조찬모임이 없으면 좀 더 자고 서류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다니는 아이를 봐야 했고, 토요일은 본가에서 자주 식사 모임이 있어서였다.사실 오늘도 가족 식사모임으로 혼외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하지만 어머니가 입원해서 식사 모임은 취소가 되었다.오늘은 스포티한 흰색 티와 잘 맞는 청바지를 입었다.다리 길이 때문에 해외에서 사온 청바지들이 몇 벌 있지만, 입는 건 오랜 만이었다.허벅지는 살짝 조이고 허리는 남는다.자기처럼 다리가 긴 체형이 축구에는 안 맞다던 군대 선임이 생각나 웃으며 집을 나섰다. 즐거운 기분이 드는 것은 좀 이상했다. 현민호는 유정우를 끔찍이 싫어했다. 그의 아이를 만나면서 옷차림에 선물에 신경 썼다.그런 자신이 좀 이상하지만 동하란 이름도 마음에 들고 기분이 좋았다.현민호는 SUV의 키를 들었다.아이 있는 사촌 형들 말을 기억해 보면 아이들은 무조건 큰 차를 좋아하고 ‘우리 아빠 차가 크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세차를 해서 반짝이는 검은색 SUV와 큰 선물 박스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차를 움직였다.아이를 가졌을 때, 다니와 자신은 헤어진 상태였다.그러니 다니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자신이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머리로는 알고 있었다.‘그 애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면 어떻게 하지.삼촌이라고 정정해야 하나.아니면 그냥 아저씨라고 해야 하나.’다니가 뭐라고 설명했는지도 정확히 몰랐다.다만 현민호는 이런 가족관계를 거짓말로 알려주는 것은 싫었다.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하, 결혼 전이니 삼촌이라고 해야 할까?”아이가 자신을 싫어할 수도 있었다. ‘엄마의 남자친구가 싫을 수도 있지. 그건 뭐 인정.’자신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었다.‘그래, 아빠가 너무 젊으면…’현민호는 어려 보여서 스물 다섯으로 보거나 대학생으로도 보였다.아이가 유정우를 닮았을 수도 있었다.그 생각을 하자 또 가슴 한쪽이 뒤틀렸다.‘그건 싫은데.’생각을 떨치려는 순간
현민호는 점심시간이 되자 임 주임과 함께 백화점 장난감 매장으로 내려갔다.임 주임은 본부장이 갑자기 장난감 매장에 가자고 했을 때부터 이미 누구 선물인지 눈치채고 있었다.현민호는 입구에 진열된 자동차 장난감부터 살폈다.빨간 소방차를 집어 든 그가 버튼을 눌렀다.삐뽀삐뽀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이런 거 사줄까요?”임 주임이 소방차를 내려다봤다.“인형 사주세요.”“인형?”“네. 오래 안고 잘 수 있는 거요.”민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임 주임을 바라봤다.“남자애인데?”“다섯 살은 남자가 아니고 아기예요.”“다섯 살이면 남자지.”“본부장님이 다섯 살 때 남자였어요?”민호가 잠깐 생각했다.“당연히.”임 주임이 피식 웃었다.“그건 본부장님 생각이고요.”두 사람은 인형이 진열된 쪽으로 걸어갔다.토끼며 강아지며 공룡까지 크고 작은 인형이 가득했다.현민호는 그중 유난히 큰 갈색 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다섯 살 아이 체구만 한 테디베어였다.곱슬거리는 갈색 털에 동그란 귀가 달려 있고, 얼굴도 제법 잘생겼다.현민호가 곰의 귀를 한번 만져보더니, 인형을 빤히 바라보며 눈싸움을 시작했다.“임 주임, 이거 괜찮아요?”“네, 좋아요.”“근데 이건 여자들이 더 좋아하지 않아요?”“본부장님, 아이 선물 고르는 중입니다.”민호는 곰 인형을 내려다보다가 웃었다.“다니도 좋아할 것 같은데.”임 주임이 눈을 맞추며 고개를 저었다.“본부장님.”“왜요.”“오늘은 다니 씨 선물 아니고 아이 선물이에요.”현민호가 풉 소리를 내며 웃었다.“알아요. 알아.”“여자 친구 선물은 다음에 따로 사세요.”민호가 곰 인형을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그럼 여자들은 뭘 좋아하는데요?”임 주임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보석이요.”“아마 그렇겠죠.”“잘 기억하세요.”“다니가 비싼 것은 안 좋아하는데…”“비싼 거 말고 마음에 들어 하는 거 사주세요.”현민호가 인형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알았어요. 일단 오늘은 곰 한 마리 잡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