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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는 뱃속에 있는 아이가 그를 데려와 줄 거라 믿었다. 스물세 살의 어느 날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등 떠밀리듯 입대도 이별도 해야 하는 순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둘은 그 헤어짐의 시간을 2년으로 약속했다.
단 두 해만 버티자고 다짐했다.
‘딩동’
현관 벨 소리에 다니는 입덧으로 힘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현관 모니터로 다가가니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본 적은 없지만 분명 현민호의 어머니였다.
입술만 깨물 뿐 다니는 문을 열지 못했다. 좋지 않은 말을 들을 것이 뻔해서 피하고만 싶어졌다.
경수와 민호의 친구들이 소속사를 찾았고, 민호의 집까지 찾아갔었다.
입이 마르고 손이 벌벌 떨렸다. 배도 뭉치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세요?”
“민호 엄마예요. 다니 양.”
다니의 떨리는 손이 열림 버튼에 닿았다.
현관문을 열자 화장기없는 민호 어머니의 둥근 얼굴이 보였다. 힘이 없고 쉰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갑자기 찾아와 미안해요.”
“아닙니다. 말 놓으세요.”
다니가 물러서자, 그대로 현관으로 발을 넣었다.
“고생이 많아요.”
그녀는 작은 집을 한번 둘러 보고는 하나뿐인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긴 한숨을 먼저 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어갔다.
“하, 민호 찾으려고 하지 말아요.”
“......“
“제대하면 바로 유학 보낼 거예요.”
갑작스레 찾아와서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다니가 당황해 눈을 굴리며 숨을 내쉬자, 민호 어머니는 눈을 피해 다른 곳을 보았다.
테이블에 가져다 놓은 물을 삼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쉰 민호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그 아이 민호 아이가 아니란 소문이 있던데.”
‘소문? 무슨 소문일까?’
“전 민호밖에 몰라요.”
소문이 뭐든 민호가 아기 아빠라는 말은 확실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민호 어머니가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아기 포기해요. 다니 양 이제 스물셋이야. 왜 고생하고 살아.”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것 같았다. 아이를 포기한다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낳으면 다니 양이 책임져요. 아이 빌미로 더 이상 우리 아들 힘들게 하지 말고.”
다니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입은 굳은 듯 대답이 없었다.
그럼에도 민호 어머니는 말을 이어갔다.
“만일 아이 낳고 그걸로 우리 아들한테 수작 걸면 나 미쳐버릴 거야.
어떻게 해서든 그 아이 데려갈 수도 있고. 나 모질어지게 하지 마요.”
민호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면 다니 양도 괴로울 거야. 다니 양, 제발 민호 찾지 마. 이번 일은 말하지 않으려고.”
“몸조리하고 써요. 미안해요.”
“제발, 이 돈은 가져가 주세요.”
다니는 흰 봉투를 앞으로 밀어냈다.
“저, 혹시 민호에게 무슨 일 있나요?”
“알려고 들지 말아요.”
현민호의 어머니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도저히 배웅은 할 수 없었다.
‘끼이익 탁.’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심장을 치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문득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일어났다.
‘민호를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가만히 배를 만지면서 정처없이 한강 다리를 걸었다.
‘한강을 따라 걸으면 민호에게 닿을까.’
눈가가 젖으며 앞이 보이지 않았다.
마포대교 난간이 높은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난간에 기대서니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울고 있던 다니가 갑자기 찾아온 허기에 배를 감싸 쥐었다.
마치 아이가 조용히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엄마, 나 배고파.’
난간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뒤돌아섰다.
…
서울 요지의 대영빌딩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11층에서 15층은 대영어패럴이 사용했고, 지하 1층 부터 10층은 쇼핑센터와 식당가였다. 다니가 일하는 11층 데스크도 나름 일이 많았다.
안내와 대영어패럴의 의상 박물관 관리와 VIP 고객 룸까지 관리했다. VIP 고객 룸은 쇼핑몰의 VIP 고객 룸으로 같이 사용했다.
예약 스케줄을 확인하던 박 주임이 다니를 불렀다.
“다니 씨, 룸 준비해 주세요.”
“네.”
아이보리색 페플럼 재킷과 스커트를 입은 다니는 유니폼이 제법 잘 어울렸다. 밝은 머리색과 갈색 눈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잠긴 VIP룸을 열면 관상식물과 오지형 화백의 그림이 보였다. 도예가의 찻잔과 커피잔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미술 전공 다니가 보기에 이 건물에서 가장 멋있는 공간이었다.
다니가 자리 정리를 마치자, 초로의 사모님들 여섯 명이 들어왔다. 위치가 좋은 곳이라 사모님들이 자주 예약 방문을 했다.
낯익은 얼굴이 등장하자 다니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니는 현민호의 어머니가 들어오자, 바로 알아보았다. 순간 당황하며 예상 질문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두렵지도 떨리지도 않았다.
시간이 지나서일까. 알아본다 한들 상관없었다.
사모님은 6년 만에 더 나이가 들어 보이고 짙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소파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자는지, 이야기를 듣는지 주변을 보지 않았다.
아마도 눈이 아픈 것으로 보였다. 못 알아본 것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향이 좋은 홍차와 쿠키를 준비하던 다니에게 사모님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민호 귀국하면 동양 그룹에서 만나자고 했다며?”
차를 얹은 원목 쟁반을 든 상태로 숨을 참으며 멈추어 섰다.
“민호는 내 말 잘 안 들어. 그나마 내가 아프니까 좀 듣는 시늉이라도 하지. 근데 동양 그룹 딸하고는 이미 아는 사이 같더라고.”
듣고만 있던 민호 어머니가 처음으로 입을 뗐다.
“민호 인물이 좋아서 여자들이 좋아하겠지.”
“오면 연락 줘. 내가 홍 마담한테 전화 넣을게.”
“회사 설명 들어 보니 어때?”
“괜찮아 보이는데… 적자가 최근 많이 늘었더라고.”
다시 한번 민호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호는 아직 귀국하지 않았구나.’
그의 이야기에 침착했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조용히 룸의 문을 소리 나지 않게 조심히 닫고 손을 놓았다.
다니는 생각지도 못한 현민호 이야기에 닫힌 문 앞에서 심호흡했다.
신기하게 사모님 앞에서도 더는 떨지 않았다. 이제는 스물세 살의 여자가 아니었다.
엄마 다니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민호 생각을 하면 마음은 스물세 살의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흐려져도,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았다.
‘민호가 돌아온다.’
집에 돌아온 다니는 냉장고 문을 열고 물부터 마시고 마음을 진정했다.조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날들이 몇 번 떠올랐다.다니는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렸다. 시계를 보며 테스트기의 결과를 기다렸다.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다니는 떨리는 손으로 임신테스트기를 들었다. 선명한 두 줄이 보이자 다니는 기뻐서 눈물이 고였다. 슬프기만 하던 둘의 사랑에 찾아온 아기에 다니는 행복했다.“나의 가족, 나의 핏줄, 나의 첫사랑의 아이.”“민호야, 우리 이제 다시 연락도 하고 아이도 잘 키우자. 우리 다시 만나도 되겠지.”“우리의 아이가 있으니 우리 못 헤어져.”“아가야, 내게 와 줘서 고마워.”다니는 자신의 작은 공간에 세 명이 함께할 생각에 눈물이 났다. 민호와 가족이 된다는 것, 두 사람이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보라는 몸에 붙는 원피스와 보정 속옷을 입고 기절할 것 같았다. 높은 검은 힐을 신고 거울을 보니 살면서 가장 예뻐 보이는 것 같았다.아무리 문자를 해도 ‘예, 아니요’로 대답하는 깡패 아저씨를 직접 만나러 나섰다.나이도 알려 주지 않고 알고 있는 거라곤 휴대폰인지 대포폰인지 알 길 없는 번호뿐이었다.‘신다니가 없는 세상에서는 자신이 최고가 아닐까. 저런 멋있는 남자가 나에게 관심이 있어.’ 보라는 일두의 빤히 보는 눈빛이 관심이라고 생각했다. 민호를 닮은 깡패 아저씨를 만나러 무작정 상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사과나무 캐피탈과 제일건설의 현판이 보였다. 오늘 다시 보니 촌스러운 회사 이름이 정감이 가는 것 같았다.평상시에는 벨을 누르면 열리는 회사 입구 데스크 공간이 열리지 않았다. 입구에 불은 켜져 있었다.[김일두 사장님, 만나러 왔는데 아무도 없어요.]보라는 회사 앞에 서서 김일두에게 문자를 보냈다.“거, 앞으로는 바쁜데 찾아오지 마십시오.”불 켜진 데스크를 보고 서 있는 보라의 뒤에서 김일두의 목소리가 들렸다.“하, 물어볼 게 있어서 왔거든요.”“다들 휴가 보냈는데 쉬
“다니야, 너는 내려오지 마. 회사에서 차 보내 줬어. 지금 매니저 형이 와 있어. 내 번호 팬들에게 다 알려져서 엄마하고 약속한 대로 해지했어. 너에게는 미안해. 다니야, 나 좀 억울해. 내가 잘못한 게 뭐야. 우리가 왜.”민호가 다니의 품에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더 나올 눈물이 아직도 있을 줄은 몰랐다. 눈이 짓무르게 울던 덩치 큰 소년이 다시 울기 시작했다.“민호야, 내가 기다릴게. 울지 마. 만일 네가 못 돌아와도 난 널 사랑할게.”“나는 네게 돌아올게. 사랑해, 다니야.”민호는 다니의 입술에 이별의 키스를 하고, 밝은색 머리칼을 만졌다.다니와 눈을 마주친 민호는 슬픈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현관문을 열었다.‘탕, 드르륵.’문이 닫히고 잠기는 소리를 들으며 다니는 한동안 제자리에서 문만 바라보았다.다니는 정신을 차리고 창가로 달려갔다. 민호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다.검은 모자를 눌러 쓴 민호는 검은 밴에 올라탔다.다니는 민호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이려 했다. 슬프지만 새엄마와 보라가 한 짓을 민호네 집에서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빈 가슴에 피멍이 든 것 같았다.다니는 내려가지 않기로 한 민호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급하게 슬리퍼를 신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짧은 순간에도 눈물이 계속 흘렀다. 마음이 급해도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지 않았다.겨우 탄 엘리베이터는 20층에서 내려가는 동안 중간중간 멈춰 섰다. 다니의 눈물범벅이 된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회사 차는 이미 출발했고 멀어지고 있었다.선팅이 되어 민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다니는 민호가 없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함께 걷던 길을 걸었다.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그와 같이 앉던 벤치에 앉았다.‘민호야. 나 너 못 보내.돌아오지 않아도 이해한다는 말은 거짓말이야. 이 년 뒤에라도 와.새엄마와 보라 잘못인데 왜 내가 이런 벌을 받아야 해. 우리가 뭐 그렇게 잘못한 거야.
현민호는 리나가 울기 시작하자 마음이 많이 아팠다.팬들과의 이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준, 어리지만 따뜻한 아이였다.동양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리나를 울릴 수도 없었다.다행히 지분이 많지는 않아 실력 행사는 없을 것이지만, 오래 유지해 온 협력 관계와 할아버지 친구의 손녀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리나야, 결혼은 울어서 받는 사탕 같은 것이 아니야. 인생을 거는 거라고. 너를 사랑해 주고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사람 만나.”민리나가 고개를 들었다.“오빠가 그렇게 하면 안 돼?”“그건 운명이야. 그런 운명이 네 앞에 나타나면 내가 고마울 거야. 에단 오빠가 아무도 해주지 않은 이야기를 해주었다고.”민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옷차림 이야기는 미안하지만 알아야겠지. 다들 너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 테니까. 오빠도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친하니까 말한 거니까. 다들 너에게 예쁘다, 예쁘다만 하면 네가 발전이 없는 거야.”“오빠는 당분간 결혼 안 할 거야. 몇 년은 못해. 그리고 엠디 일은 오빠가 작은 부분들은 관리하지 않아.김 과장 소개해 줄 거니까. 일을 배워. 일 잘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우리 리나하고는 오빠처럼 잘 지내고 싶어. 그렇게 하자. 호감과 사랑은 달라.”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민호는 후폭풍이 두렵지만 확실히 말은 해두었다. “오빠는 여자하고 오빠 동생, 누나 동생 이런 거 안 해. 딱 한 명 너하고만 오빠 하는 거야.”민리나가 눈을 꿈벅이며 민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민호의 검고 깊은 눈은 사랑 대신 친절하고 따뜻한 무엇인가가 있었다.“열심히 배워서 리나 너도 회사 일 해 봐. 오빠들한테 다 주지 말고.”“내가?”“돈을 쓰는 것은 리나가 잘 알지?”“어.”“이제 돈을 버는 것을 하는 거야. 내가 누구야. 현민호지? 우리 리나는 볼 뽀뽀도 했으니 성덕 중에 성덕이지. 팬클럽 주인으로서 명령이야.이제 어른이 되어 봐. 오빠가 응원하고 지지해 줄게.”현민호는 리나의 머리를
현 본부장은 긴 회의 후에 등을 뒤로 젖히면서 어깨를 움직였다. 시간이 꽤 흘렀어도 가끔 흉통이 갑자기 올라왔다.김 과장이 뒤따라 나가며 현 본부장의 어깨를 주물렀다.“본부장님 운동하시다 안 하시면 어깨 금방 굳고 두통까지 생깁니다. 바쁘시더라도 하던 운동 하세요.”“우와, 시원하네요.”현민호가 미소를 지으며 김 과장을 돌아보았다.“고맙습니다.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김 과장이 잠시 현민호와 시선이 닿은 후 말을 이었다.“본부장님, 진짜 잘생겼네요. 아, 죄송합니다. 하하.”현민호가 자연스럽게 웃었다.“김정호 과장님이야말로 미남이세요. 남자답고 선 굵고.”김 과장은 다니를 유부녀라고 잘못된 정보를 준 사람이었다. 마음고생이 많았지만, 그런 허들이 없었다면 지금 다니와 도망이라도 갔을 것 같았다. 그렇게 했다면, 다시 잡혀 와서 또 과거와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현 본부장이 회의실에서 걸어 나와 긴 복도를 걸어가자 직원들이 그를 바라보았다.처음에는 어색하게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현 본부장이 최근에는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거나 인사를 했다.회의실에서 나오니 사무실 안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김 주임과 다니와 노 대리, 하 대리…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 직원들이었다. 술도 사준 적 있으니 여긴 손을 조금 들고 웃어 주었다.“어머, 어머. 우리 본부장님 요즘 기분 좋으신가.”김 주임과 직원들이 웃고 재미있어했다. 다니만은 동그란 눈이 더 커졌다.‘귀여운 신다니. 티를 내요. 티를 내.’복도로 나서자, 총괄부 직원들이 인사를 하자 현민호는 눈을 맞추며 고개를 까닥여 인사를 했다.역시 같은 반응이었다.다니와 하는 행동이 어색할까 봐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했는데, 직원들이 좋아해 주어 기분도 괜찮았다.본부장실 문을 열 때까지는.본부장실에 들어서자 임 주임이 다가왔다.“어머님과 민리나, 동양 사모님, 최 본부장, 기 실장 다 안에 계세요.”현민호는 들고 있던 패드를 내려 놓고 문 쪽으로 돌아섰다.튀어
임 주임은 사무실 전화가 울리자 발신자를 확인하고 바로 받았다.“네, 사모님. 임은영입니다.”-임 주임, 현 본부장은 지금 전화 못 받나? 왜 전화가 안 돼?“현 본부장님은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한 시간 뒤에 민리나와 어머니 온다고 전하고, 미리 마중 나가라고 해.“네. 그런데 회의 중이시라서요. 본부장님이 못 나가시면 제가 대신 내려가 두 분을 사무실로 모실까요?”-그럼, 강현이에게 연락해야겠다. “네, 제가 회의 끝나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아니, 임 주임. 회의하는데 들어가서 쪽지로 전달해. 11시까지 나오라고.“네, 알겠습니다.”임은영은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반창이라 안이 환하게 보이는 회의실 안을 들여다 보며 문을 두드렸다.잠시 회의를 멈추고 시선들이 임 주임을 향했다.임은영은 죄송한듯 살짝 고개인사를 하고 현민호에게 쪽지를 건넸다.[본부장님, 어머님께서 11시까지 1층으로 내려 오시랍니다.]현 본부장은 별 반응 없이 쪽지를 뒤집어 한쪽으로 미뤄 두었다.회의에 있던 기정준 실장이 임 주임을 따라 나왔다. 창밖으로 두 사람을 힐끗 본 현 본부장은 하던 일을 이어갔다.“임 주임, 무슨 일입니까?”“사모님이 회의 중이라도 11시까지 내려오라고 전하라 하셔서요.”“다른 내용은 없구요?”“네, 그래도 짐작하자면 민리나가 오는 것 아닐까요.”“하, 기가 막히네. 현성 같으면 말도 안되지 이런 어디서 신입사원이 11시에 엄마하고 오나.”“본부장님 안 나오시면 어쩌죠. 불호령 내릴 텐데.”“내가 대신 가지요.”기정준은 자신이 회장님 측근이니 어떤 말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 테니, 아무리 최민주라도 조심할 것이라고 여겼다.민리나를 위해 최강현, 기정준이 내려왔다. 세단이 멈추고 최민주가 내렸다.차에서 내린 최민주는 현민호가 없자 화를 내려다, 기 실장을 보고 차분하게 말했다.“현 본부장은?”“지금 회의 중입니다. 다음 해 실적을 만들어낼 상당히 중요한 회의입니다. 아마
민리나는 동양 백화점 1층의 명품관들을 둘러보았다. 요즘 출근룩은 무엇일까.“엄마, 역시 여기 옷은 아니야.”민리나는 엄마의 팔짱을 다시 꼈다. 출근할 때 입을 옷들을 둘러보러 나왔지만 마땅하지 않았다.“데일리 룩? 이런 거 입나? 엄마 이거 봐 줘.”민리나는 핸드폰을 엄마의 눈 앞으로 가져갔다.“그런데 우리 리나는 좀 더 예쁜 거 좋아하는데. 이 옷들은 안 예쁘다.”핸드폰을 유심히 보며 걷는 리나는 얼굴은 밝게 웃었다.“리나야, 회사야 회사. 무엇보다 일을 열심히 배워. 에단이 귀찮게 하지 말고. 홍 마담이 현에단 거의 일에 미쳤다더라.”“엄마, 에단 오빠를 위해 엔터 회사 하나 차리면 안 될까? 오빠는 연기 잘할 텐데…우리 팬클럽 아직 유지되고 있어. 그리고 나 그런 일은 더 잘할 거 같아.”“혼담 좀 오간다고 결혼하는 거 아니야. 무슨 회사를 차려. 그리고 에단이가 회사 일을 열심히 한다잖아.”“우리 약혼은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할아버지가 에단이 사위삼고 싶다고 하시고 네가 그 대상은 맞아. 둘이 사귀면 반대는 안 할 정도였지. 큰오빠는 에단이 별로 안 좋아해.”“왜?”“얼굴값 한다고.”“엄마, 그게 말이 돼? 고구마 큰 오빠 바람피다 걸린거는? 에단 오빠는 내가 찔러도 반응도 없구만. 나만 그런가 에단 오빠한테 플러팅해서 먹힌 애가 없어.”“스읍, 오빠한테 못 할 소리가 없네.”2층 매장도 돌아보았지만, 출근복은 처음이라 좀 어려웠다.‘별로 일할 맘이 없었는데… 오빠 만나려면 방법이 없어. 출근복도 없네.’고심 끝에 민리나는 심플한 디자인의 로고가 없는 명품 가방을 골랐다. 검은색 소가죽인데 가볍고 컸다. 안쪽도 괜찮았다.“엄마, 심플한 거 치고는 너무 비싼데.”“그러네, 그래도 사. 가방은 있어야지. 로고 없는 게 좋지. 직원들 앞에서는 좋은 거 티 안 나야 해.”“어, 에단 오빠도 자기 회사 물건 써.”“우리 딸은 알뜰해서 물건도 잘 골라.”엄마는 딸의 엉덩이를 토닥였고, 딸은 엄마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