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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Author: 루에나
강솔은 잠깐 멈췄다. 곧바로 거절했다.

“안 돼요.”

“알았어.”

여윤재는 조금도 민망해하지 않았다. 손을 아주 자연스럽게 내리더니 곧장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아래 사람들, 내가 대신 내보내 줄까?”

강솔은 아직 입만 조금 벌렸을 뿐이었다.

여윤재는 이미 스스로 답을 내렸다.

“내가 내려가서 나가 달라고 할게.”

말을 마친 여윤재는 뒤돌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빨랐다.

강솔은 그대로 서 있었다.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강솔이 한 달 내내 집과 연락을 끊었던 것도 아니었다. 주말에 못 돌아올 때도 매일 밤 지안과 영상 통화를 했고, 집에 돌아오면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그런데 그사이 이제 지안은 작은 해커가 됐고, 여윤재는 이상하리만큼 부드러워졌다.

모든 것이 전과 달랐다.

강솔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의 여윤재는 위층에서와 완전히 달랐다. 몸에서 뿜어지는 기세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진무천을 대하는 태도에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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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738화

    “그러면 단아가 어떤 처지인지 태휘한테 알려.” 중현은 최근에 여러 사정을 확인해 둔 상태였다.강 비서의 걱정은 가시지 않았다.도현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준호 역시 필요하면 잔인한 수를 쓰는 사람이었다.두 사람이 정말 손을 잡으면 중현도 편하게 기다리기 어려울 수 있었다.하지만 중현은 개의치 않았다. 미리 생각해 둔 세부 사항을 신동과 홍일에게 보내며 강솔을 지킬 때 각별히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신동은 홍일과 이야기하다 메시지를 받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자세하게 보내셨네요?]중현이 답했다. [가능한 변수는 전부 막아.]홍일이 채팅창을 보며 말했다. “이거 거의 유언 남기는 수준인데.”신동도 동의했다. “그러게.”중현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잠깐 뒤 음성메시지가 도착했다. [너희는 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도 없냐?]신동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몰라도, 이런 때 강솔을 두고 J시로 돌아갈 정도면 중요한 일이라는 건 알았다. [하 대표님, 아무 일 없이 잘 해결하고 돌아오십시오.]중현이 다시 말했다. [여태진 쪽은 민 팀장한테 맡겼어. 내가 집안일 끝내기 전에 그 사람이 돌아오면 민 팀장이 너희랑 바로 소통할 거야.]신동은 시원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중현은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홍일은 세 사람이 있는 단톡방 메시지를 계속 들여다봤다.홍일이 신동에게 말했다. “진짜 하 대표님이 유언 남기는 것 같아. H시에서 쓸 수 있는 자원도 전부 우리랑 연결해 두셨잖아. 우리가 그걸로 사고 칠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나?”신동은 단번에 답했다. “안 하지.”“왜?”“저 사람은 우리 신상에 대해서 속옷 색깔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털었는데 뭘 걱정하겠냐.”홍일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맞는 말이긴 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았다. “근데 우리 정체를 어떻게 알아낸 거야? 대장님이 외부에서는 못 찾는다고 했잖아.”신동은 대충 넘겼다. “내가 하중현 대표님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 궁금하면 네가 물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737화

    도현은 다시 경고했다. “네가 그러면 주주총회에서 언제든 대표직에서 해임될 수 있어.”중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러라고 해.”도현은 중현을 빤히 바라봤다.왜 이 사람이 이런 것들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권력과 돈은 많은 사람이 평생을 걸고 쫓는 것이었다. 그걸 차지하려고 서로 물어뜯는 사람도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중현에게는 필요하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도현은 또 하나를 꺼냈다. “하씨 집안 족보에서도 네 이름을 뺄 수 있어.”중현은 짧게 대답했다. “응.”도현은 정말 중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유력한 집안일수록 혈통과 이름, 집안의 체면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데도 저렇게 태연하다니, 정말 제정신이 아닌 건가 싶었다.“난 형이랑 달라. 그런 건 있어도 되고 없어도 상관없어.”중현은 애초에 쉽게 틀 안에 갇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족보에서 빼면 내가 새로 내 집안 만들면 되고, HS그룹 없으면 내가 회사 하나 만들면 돼.”중현은 HS그룹 대표나 하씨 집안 후계자라는 신분에 한 번도 도취해 본 적이 없었다.언젠가는 내려놓을 것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기 머리와 능력이 남아 있는 한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하씨 집안은 중현에게 여러 선택지 가운데 가장 아쉬울 때 붙잡는 카드에 불과했다.도현이 그 속마음을 알았다면 화가 날 만했다. 도현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이 중현에게는 별로 가치가 없었다.중현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할 말 끝났으면 가.”도현은 중현이 너무 무모하다고 느꼈다. “아버지가 강솔 씨랑 지안이를 이용해서 널 협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예전에 네가 아버지 권한을 사실상 빼앗아 놨어도, 아버지 인맥까지 사라진 건 아니야. 강솔 씨한테 손을 대면 네가 멀리서 바로 막을 수 있어?”중현은 도현을 보며 말했다. “형의 머리가 이 정도일 리는 없는데...”도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무슨 뜻이야?”중현이 눈을 들어 도현과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736화

    더구나 중현이 무진의 일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레미가 위층으로 올라간 무렵, 중현도 도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안쪽으로 걸어갔다.중현은 도현을 자신의 별장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대신 옆 별채로 향했다. 넓은 통유리창 앞에 선 중현은 밖의 잔디밭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거래를 하자는 건데?”도현이 보낸 메시지는 돌아오는 길에 이미 확인했다.“강솔 씨 집에는 강솔 씨가 불러서 간 거야, 아니면 네가 볼일이 있어서 간 거야?” 도현은 중현의 방문이 우연이었는지 강솔의 의도였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중현은 강솔 앞에서 보이던 모습과 달리 차갑고 무심했다. “형이 신경 쓸 일 아니야. 이런 쓸데없는 얘기만 할 거면 문 저기 있으니까 나가.”도현은 중현 곁으로 다가갔다. “회사 경영권을 나한테 넘겨. 그러면 서무진이 왜 뛰어내렸는지 진짜 이유를 알려줄게.”중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주변 공기가 놀랄 만큼 고요했다.도현은 강솔 집을 떠날 때 본 중현의 표정을 떠올렸다. “강솔 씨도 내가 했던 얘기는 다 전했겠지. 네가 경영권을 넘기면 내가 아는 것도 전부 말해줄게.”중현은 창가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여유로운 태도인데도 사람을 누르는 기세가 있었다. “지금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도현은 느긋하게 되물었다. “부탁해야 하는 쪽은 너 아닌가?”중현은 비웃듯 말했다. “내가 형한테 부탁할 이유가 뭐가 있어?”도현의 미간이 조금 좁혀졌다.“패를 너무 빨리 보여줬어.” 중현은 이 일이 자신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것처럼 차분하게 말했다. “그래도 중요한 단서를 우리 솔이한테 알려준 건 고맙네. 덕분에 오래전부터 걸리던 부분을 어디서부터 다시 봐야 할지 알았으니까.”도현의 안경 너머 눈빛이 무거워졌다.중현이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보통이라면 도현이 정확히 무엇을 알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했다.중현은 도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바로 말했다. “형이 아는 건 하 회장도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735화

    “나도 쉴 시간은 충분히 넣었어.” 강솔은 몸이 버텨야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열심히 일 안 하면 너희들 고액연봉의 꿈은 어떻게 이뤄 주겠어.”홍일은 바로 납득했다.“그건 맞습니다.”신동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아가씨, 하루에 두 시간만 더 일하시죠?”강솔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두 사람은 알아서 자리를 피했다.아래층으로 내려온 뒤에야 둘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신동은 정원을 느긋하게 걸으며 말했다. “아가씨는 하중현 대표님 때문에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저러시는 거겠지.”홍일이 답했다. “누가 봐도 그렇지.”“저러는 기간이 짧다면 정신적으로 좀 피곤한 정도로 끝날 수도 있어.” 신동은 진심으로 강솔을 걱정했다. “근데 기간이 길어지면 몸은 백 퍼센트 망가져.”홍일이 신동을 봤다. “그래서 아까 네 제안이 괜찮았어.”신동은 영문을 몰랐다. “무슨 제안?”“일을 더 넣자는 거.”신동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신동은 홍일을 위아래로 훑었다.“너 이런 놈인 줄은 몰랐다.”신동은 턱을 문지르며 홍일을 못된 인간 보듯 쳐다봤다. “가뜩이나 하루에 몇 시간 못 쉬는데 두 시간을 더 넣으면 아가씨 과로로 쓰러지는 거 아니냐?”홍일은 억울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야?”신동은 다시 한번 홍일을 훑었다.표정만 보면 ‘딱 그래 보이는데’라고 말하는 듯했다.“내가 말한 건 일정 항목을 하나 더 넣자는 거야. 다른 업무 시간을 줄이고 매일 한 시간씩 운동을 넣자고.”홍일은 현실적으로 설명했다. “체력이 받쳐 줘야 지금 같은 일정에서도 덜 무너질 테니까.”신동은 일부러 빈정거렸다. “결국 높은 연봉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 아가씨 몸은 갈려 나가도 네 조건은 못 낮추겠다 이거지?”홍일이 바로 받아쳤다. “나는 아가씨가 일하시면 24시간 옆에서 같이 일할 수 있어. 너는?”“당연하지.”“나 야근 수당 안 받아도 돼.”신동도 질 수 없었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734화

    레미가 입을 열었다. “너 솔이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은 있어?”시후의 미간이 좁아졌다.‘무슨 뜻이지?’“중현이 솔이를 구한 건 첫째, 과거 일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서고 둘째, 솔이를 다시 잡고 싶어서야.” 레미는 차분하게 따졌다. “솔이는 중현이한테 바라는 것도 없고, 예전 일 때문에 아직 상처도 남아 있어. 그런데 왜 네 부탁까지 들어줘야 해?”“그건...” 시후는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레미가 예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자기가 키우는 뱀을 풀어서 너를 물게 했어. 나중에 그 사람이 뱀굴에 빠졌다고 하면 넌 구하러 갈 거야?”시후가 반박했다. “그거랑은 다르지.”“다르긴 하지. 그래도 아주 다른 얘기는 아니야.”레미가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강솔이 중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깊이 관여하면, 그 다음에는 중현이 수단과 체면을 가리지 않고 다시 강솔을 쫓아다닐 가능성이 컸다. 강솔과 재결합할 때까지.반대로 강솔이 돕지 않아 중현이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이 일이 중현에게 과거의 약속만큼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예전에 강솔을 찔렀던 칼이 돌아와 또 한 번 상처를 내는 셈이었다.둘 중 그 어느 쪽도 강솔이 원하는 결말은 아니었다.시후가 되물었다. “넌 중현이 괜찮아지는 걸 바라지 않아?”레미는 중현의 고집과 집착을 이해했지만 평생 그렇게 살게 내버려둘 생각도 없었다. “그 정도 일로 못 일어나면 그냥 죽으라고 해.”시후는 말문이 막혔다. 잠시 뒤 입술을 다문 채 말했다. “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 우리 가서 한번 보자.”레미는 다시 평소의 느긋한 태도로 돌아와 노트북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고 싶으면 너 혼자 가. 스승님 쪽에 처리할 일이 있어.”시후는 뒤늦게 미안해졌다.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기분 상했어?”레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혼자 의미 부여하지 마.”레미는 더 머물지 않고 차 문을 열어 내렸다.시후는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733화

    “둘이 나 몰래 야근 수당 얘기하면 어떡합니까? 저도 주세요.” 어느새 돌아온 신동이 생생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강솔이 물었다. “당신 내려간 거 아니었어?”“두 분이 차 타고 나가셨습니다.” 신동은 재벌 형제끼리 맞붙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기대했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 “아마 다른 데서 얘기하려는 것 같습니다.”강솔은 짧게 고개만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그 뒤로도 강솔은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중현이 그 사실 때문에 얼마나 흔들릴지 자꾸 떠올랐다.조금 전까지 표정도 말투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강솔은 중현을 너무 오래 봐 왔다.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억지로 차분한 척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생각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 어지러워졌다.그 걱정을 끊어 놓은 건 시후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고 대표님.” 강솔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아 있었다.시후가 바로 물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습니까? 중현이 하도현이랑 만났습니까? 그 얘기를 했고요?”“만났어요.”시후는 잠깐 말을 멈추고 옆의 레미를 봤다.강솔은 두 사람이 더 추측하게 두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제가 먼저 지안 아빠한테 말했어요.”[그레서...]시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중현이 반응은 어땠습니까?]“겉으로는 아주 평온했어요. 별일 아닌 얘기를 들은 사람처럼요.” 강솔은 감정을 섞지 않고 설명했다. “조금 전에 하도현이랑 같이 나갔어요. 아마 자세히 확인하려는 것 같아요.”[강솔 씨는 같이 안 가셨어요?]강솔은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줬다. “안 갔어요.”전화 너머가 조용해졌다.시후는 중현이 이런 일에 얼마나 약한지 알면서 왜 곁에서 버틸 힘을 주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강솔과 중현은 이미 법적으로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오히려 강솔이 따라가지 않은 게 당연했다.강솔은 달리 할 말이 없어 아는 사실만 전했다. “떠난 지 거의 30분정도 됐어요.”[지금 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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