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소담과 강솔 둘 다 할 말을 잃었다.“모든 선물은 긴급 절차로 사모님 명의로의 이전을 마쳤습니다. 사모님의 단독 재산으로 확정되어 있습니다.”강 비서가 남은 설명까지 덧붙였다.강솔이 막 거절하려 했다.“아니...”소담이 먼저 받아 들었다. 대충 훑어보며 전부 진짜인지 확인했다. 위조 서류가 아니라는 걸 확인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차는?”“각 지역에서 급히 운송 중입니다.”강 비서는 몹시 진지하게 대답했다.“옆에 있는 두 채 주택 리모델링이 끝나면 그 안에 보관할 예정입니다. 주택과 차량 모두 사모님 개인 소유입니다.”강 비서는 일부러 한마디를 더 보탰다.“설령 사모님께서 대표님과 이혼하시더라도, 대표님께서는 돌려받으실 수 없습니다.”중현의 서늘한 시선이 강 비서를 스쳤다.‘굳이 그 말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강 비서는 속으로 답했다.‘사모님께서 안 받으실까 봐 그런 겁니다.’소담은 부동산 권리증과 매입 내역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전부 합치면 가치는 이미 수천억 원대였다. 특히 와이너리는 위치가 훌륭했다. 포도밭의 규모와 품질도 최상급이었다.전에는 이혼할 때 한 푼도 내놓기 아까워하더니, 이제 와 생일 선물로 이렇게까지 준다니.중현의 머릿속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받아.”소담은 서류 뭉치를 강솔의 손에 올려놓았다.“원래 네가 받아야 할 몫이야. 나중에 이혼할 때 재산분할 문제도 덜 복잡해지고.”이 선물들은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 이혼 시에도 강솔의 개인 재산으로 인정되도록 정리되어 있었다. 중현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는 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강솔은 손안에 든 두툼한 부동산 권리증들을 내려다보았다.“선물은 전했으니 더 방해하지 않을게.”중현의 입술에는 핏기가 옅었다. 중현은 강 비서를 돌아보았다.“가자.”강 비서는 이해가 안 됐다.‘어딜 간다는 말이시죠?!’중현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강 비서는 머리를 굴리더니 재빨리 입을 열었다.“사모님
강솔은 눈에 의외라는 기색을 띠었다.중현이 꺼내려던 말이 이런 내용일 줄은 몰랐다.강솔이 지금껏 가장 걱정했던 건 이혼이 지안의 마음에 상처로 남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중현 곁에서 참고 버티며 계속 살아갈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지안이 원하는 일이라면 가급적 들어주려 했다.지안이 중현을 만나고 싶어 하면 막지 않을 생각이었다.방학 때 J시로 돌아가겠다고 해도 안 된다고 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지안이 건강하고 즐겁게 자라기만 한다면, 강솔은 이런 일쯤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빠는 아마 안 올 거야.”강솔은 중현이 아직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지안에게 대답했다.지안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그날 밤, 지안은 키즈폰으로 중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아저씨는 역시 아저씨네. 이름값 제대로 하시네.]중현이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아빠 보고 싶었어?]지안은 괜히 고집을 부렸다.[새 아빠 찾느라 바빠서 보고 싶을 틈 없어.]중현의 장난기 섞인 목소리가 느리게 흘러나왔다.[엄마를 향한 네 사랑도 그 정도밖에 안 되나 보네.]지안의 작은 얼굴이 살짝 구겨졌다.‘무슨 뜻이지?’[중혼이 죄라는 건 알고 있어?]중현의 목소리는 낮고 듣기 좋았다. 말투도 여전히 느긋했다.[네 엄마도 아직 아빠랑 이혼 안 했는데, 지금 소개팅 상대를 찾아주는 게 엄마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지안은 조금 새침하게 받아쳤다.[새 아빠가 꼭 엄마랑 결혼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는데?]중현의 눈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지안은 중현이 해온 행동을 떠올리며 일부러 속을 긁었다.[엄마가 혼인신고만 안 하면 남자친구 열 명을 사귀어도 불법 아니잖아. 난 엄마 남자친구 열 명 전부한테 아빠라고 부를 건데.]지안은 계속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아저씨도 잘 알잖아. 소아연 아줌마가 그런 식으로 아저씨 옆에 있는 거.][아빠는 소아연 아줌마랑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야.]중현은 아이가 오해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지안의 가치관에까지
강솔은 화면을 끄고 답하지 않았다.영재는 30분을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자 혀를 찼다.“우리 누나, 진짜 매정하네.”한욱은 말없이 영재를 바라보며 말했다.“회장님께서 방금 저에게 전화하셨습니다. 대표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핸드폰을 무음으로 해 놨어.”“회장님께서 화내실 겁니다.”“아니야.”영재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아주 달콤한 목소리로 불렀다.“할아버지.”진환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영재는 이미 핑계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저 방금 고모랑 누나 만나고 왔어요. 내일이 누나 생일이거든요. 할아버지도 선물 하나 보내실래요?”진환식의 주의를 환기하는 데 성공했다.[내일이라고?]“네.”정원에 앉아 있던 진환식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어떤 선물을 보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뭘 보내야 할지 모르시겠으면 비싼 걸로 보내세요.”영재가 아이디어를 냈다. 말투는 느긋하고 자연스러웠다.“예를 들면 건물이나 별장, 요트, 선박 같은 거요. 누나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팔아서 돈으로 바꾸면 되잖아요.”진환식은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었다....같은 시각.여윤재 역시 강솔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중현은 진환식과 여윤재가 보내려는 선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 미간에 약간의 근심이 내려앉았다.진환식과 여윤재가 보내려는 것들은 예전에 중현도 전부 보낸 적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아직 강솔에게 이혼당하지 않은 남편으로서 두 사람보다 못한 선물을 보낼 수는 없었다.“전에 사 둔 와이너리와 섬을 지안 엄마에게 넘겨.”중현의 얇은 입술이 열렸다.“올해 새로 나온 한정판 스포츠카들도 전부 보내고.”강 비서는 잠시 말이 없었다.이어 선의로 일깨웠다.“사모님께서 구매하신 별장 차고에는 차 여섯 대까지만 들어갑니다.”중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옆집을 사서 확장한 뒤 같이 넘기면 되잖아.”강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일리가 있었다.“준비하면서 소문도 적당히 흘려.”중현의 계산은 주판
“네.”강솔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럼 저는 두 분을 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영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젊고 보기 좋은 얼굴에는 여유가 묻어 있었다.“고모께서 필요한 정보가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아는 건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강정숙은 영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영재도 개의치 않았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강솔에게 인사했다.“누나, 나 갈게.”강솔은 잠시 말이 없었다....영재가 떠난 뒤에야, 강솔은 방금 들은 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물었다.“엄마, 진씨 집안 사람들이 왜 엄마를 해치려 한 거예요?”강정숙은 지분에 관한 일을 강솔에게 설명했다.강정숙의 자녀는 당시 매각가 그대로 주식을 되살 수 있었다. 하지만 강정숙 본인은 진씨 집안의 어떤 일에도 끼어들 수 없었다. 강솔이 정식으로 지분과 얽히게 되면, 강정숙은 더 이상 손을 대거나 조언을 할 수 없었다.진무천 쪽 사람들이 예전에 손을 쓴 이유는, 아마 강솔이 돈을 손에 넣어 주식을 다시 사고, 중현이 뒤에서 움직여 JX그룹을 손안에 넣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일 가능성이 컸다.“고작 지분 때문에 엄마를 해쳤다고요? 엄마는 진무천의 친동생이잖아요.”강솔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친동생이 무슨 소용이야.”강정숙은 그 집안을 아주 담담하게 보고 있었다.“이익 앞에서는 피붙이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이야.”강솔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강솔은 강정숙이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 줄은 몰랐다.“그래도 네가 말한 고작 그 지분, 지금은 몇천조 원보다 더 많은 돈이야.”강정숙은 가장 평온한 목소리로 가장 놀라운 말을 꺼냈다.“내가 팔았을 때보다 100배 이상 올랐어.”강솔은 멍하니 강정숙을 바라봤다.‘몇천조보다 더 많은 돈?’강솔은 입을 열었다.“그런데 엄마는 왜 팔았어요?”“여자가 그렇게 큰 지분을 갖고 있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거든.”강정숙은 그 이야기를 다시 꺼내
강솔의 눈이 반짝였다.“정말요?!”강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강솔은 이 분야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사업 계획서를 이 정도로 써 냈다.물론 대기업에서 만드는 자료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창업을 처음 준비하는 사람치고는 생각도 분명했고 꽤 과감했다.“아가씨, 여사님.”새로 고용한 경호원 박홍일이 안으로 들어왔다. 얼굴은 늘 그렇듯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밖에 진영재라고 밝힌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두 분께 꼭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강솔은 생각할 것도 없이 거절했다.“안 만나.”홍일은 맑고 단정한 얼굴로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만나지 않겠다고 하시면, 여사님께서 겪으신 그때 사고가 우연이 아니었다고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강솔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거의 곧바로.강솔은 결정을 바꿨다.“들여보내.”홍일이 답했다.“알겠습니다.”강솔은 노트북을 덮었다. 시선은 계속 문 쪽에 머물렀다.예전에 J시에서 강정숙의 책상 위에 놓인 재산 양도서를 봤을 때, 강솔은 그때 일이 누군가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김소민의 태도와 반응을 떠올리면, 강솔은 스스로 너무 많이 나간 생각이라고 여겼다.정말 일부러 벌인 일이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에 남아 간호했을 리 없었다.사고가 일어난 그날의 모든 정황도 살해 시도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걱정하지 마.”강정숙은 잠시 멈칫했다가 곧 담담함을 되찾았다.“큰일 아니야.”강솔은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큰일이었어요.”강정숙은 오래 의식을 잃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보낸 시간만 3년이 넘었다.그런데 어떻게 큰일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영재가 들어왔을 때, 강솔과 강정숙은 바로 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영재는 아주 익숙한 사람처럼 인사를 건넸다. 웃을 때 드러나는 작은 덧니 두 개가 꽤 귀여워 보였다.“고모, 누나. 처음 뵙겠습니다.”강솔은 영재를 바라봤다.그녀는 이런 성격의 사람을 본 적이 없
“네 고모 본인은 안 되고?”중현이 물었다.영재는 그 합의서 내용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모는 안 되고요.”중현은 강솔이 안방 베개 밑에 넣어 두었던 재산 양도서를 떠올렸다. 그때 중현은 대충 한 번 훑어본 뒤 그대로 제자리에 두었고, 가사도우미에게도 침대 시트를 갈 때 안방 물건은 건드리지 말라고 일러두었다.이제 와 생각해 보니...강정숙이 사고를 당한 날짜는 재산 양도서에 적힌 날짜와 맞아떨어졌다.손을 쓴 사람들은 아마 강정숙이 재산을 전부 강솔에게 넘기고 나면, 강솔이 돌아와 그쪽 사람들의 지분을 사들일까 봐 두려워했을 가능성이 컸다.“그 사람들은 수위 조절에 실패해서 네 고모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중현의 눈빛이 깊어졌다.“죽든 말든, 그 사람들한테는 별 상관없었을 거예요.”영재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그들의 생각을 잘 안다는 듯 말했다.“강인호가 죽지만 않으면 누나는 1순위 상속인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그 사람들한테도 위협이 되지 않았겠죠.”중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강정숙과 강인호가 합의서로 결혼했다는 사실은, 허미정만 알고 있는 듯했다.“이 정도면 제 제안을 받아들일 만한 가치 있는 정보 아닌가요?”영재의 말끝이 올라갔다.“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중현은 공짜로 이용당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했다.“네 누나와 고모가 진씨 집안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데, 곧 이혼당할 처지인 내가 그 두 사람 대신 결정할 수는 없지.”영재가 낮게 웃었다.중현은 변함없는 눈으로 영재를 바라봤다.“좋아요. 제가 직접 두 사람한테 말하죠.”영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자복을 입은 몸은 어딘가 얇고 마른 느낌을 주었다.“그때 매형은 뒤에서 거들기만 하면 되겠네요.”중현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은 곧 동의나 다름없었다.두 사람이 막 이야기를 끝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욱이 병실 문밖에 나타났다.한욱은 영재가 옷깃을 벌린 채, 온도가 낮은 중현의 에어컨 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