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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Author: 루에나
“저 다 들었습니다.”

어느새 튀어나온 신동이 강솔 옆 벽에 비스듬히 기대며 말했다.

홍일도 진지하게 덧붙였다.

“저도 들었습니다.”

한비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내 말 중에 틀린 말 있어?”

신동과 홍일은 서로 마주 보았다.

생각해 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결국 이야기는 그 정도로 흐지부지 끝났다.

강솔은 레미와 한비에게 몇 마디 더 한 뒤 홍일과 신동을 불러서 돌아가려 했다.

막 나서려는데 한비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강솔을 불렀다.

“강솔 씨.”

“응?”

“이 두 녀석, 앞으로 잘 부탁해.”

“알았어.”

“특히 신동. 평소에 능글맞고 장난도 많은 것처럼 보여도 속에 쌓아 둔 게 셀 수가 없어, 머리카락보다 많을 정도야.”

한비는 그렇게 말하며 신동을 한번 바라봤다.

“가능하면 네가 좀 얘기해 줘.”

강솔도 한비의 시선을 따라 신동을 봤다.

신동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대장님 말씀은 믿지 마세요. 대장님은 저랑 홍일이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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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4화

    진우찬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할 말이 없었다.진환식은 다시 진무천을 바라봤다. “넌 젊었을 때 가능했어?”진무천도 입을 열지 않았다.“이건 그렇게 정해.” 진환식이 결론을 내렸다. “솔이랑 지분 계약 세부 내용 얘기하러 온 거잖아. 계약서 내놔. 내가 한번 보고 문제없으면 맡아 둘 테니까, 솔이가 집안 역량 평가 과제를 끝냈을 때 같이 서명해.”“아버지!” 진우찬은 역시 감정을 참지 못했다.“네.”진무천은 짧게 답했다. 곧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진환식에게 건넸다.진우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진무천을 보다가 속에 있던 말을 그대로 뱉었다. “형, 미쳤어?”강솔이 맡은 일은 지금 순항 중이었다. 이대로 계속된다면 길어도 두 달 안에는 과제를 끝낼 것이다. 그때 두 사람이 가진 지분까지 강솔에게 넘어가면 강솔은 집안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된다.‘형 같은 사람이 그런 상황을 두 눈 뜨고 지켜본다고?’‘따로 준비한 게 있는 건가? 아니면 정숙이랑 화해할 생각이야?’“그래! 다들 아주 잘한다!” 진우찬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결국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자신의 계약서도 내밀었다.진무천이 계약 이야기를 핑계 삼아 강솔을 압박하려는 줄 알았다.그런데 정말 지분을 넘길 것처럼 보였다.그날 식사는 끝까지 무겁고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솔아.” 식사가 거의 끝나 갈 때까지 말이 없던 도엽이 강솔을 불렀다.강솔이 도엽을 바라봤다.도엽은 평소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로 가벼운 이야기를 꺼내는 척했다. “하중현한테 사고가 있어서 기억을 잃었다던데, 그 얘기 알아?”“잘 몰라요.” 강솔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답했다.반면 진무천과 진우찬은 도엽 쪽을 바라봤다.‘기억을 잃었다고?’“나도 J시 쪽 친구한테 들었어.” 도엽은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지금은 아무것도 기억 못 하고, HS그룹 실권도 도현한테 넘어갔다더라.”강솔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둘이 연락 안 해?”“별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3화

    강솔과의 통화를 끝낸 시후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강솔과 레미는 중현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고, 강 비서와 임훈, 임풍은 전화받지 않았다. 그나마 연락이 닿는 도현과 상진은 시후를 해외로 내보낸 장본인들이었다.처음에는 상진이 왜 굳이 중현의 상황을 알려 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하지만 강솔과 레미의 반응을 보고 나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여러 생각을 정리하던 시후는... 결국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시후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강솔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통화를 끝낸 강솔은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진환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환식은 강솔에게 식사할 장소의 주소를 보내며 오라고 불렀다. 진무천과 진우찬이 지분 계약서를 들고 왔으니 세부 내용을 함께 논의하자는 이야기였다.강솔은 알겠다고 답했다.퇴근하자마자 곧장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강솔이 도착했을 때 별실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 진무천, 진우찬, 태휘, 도엽, 여기에 강솔의 집에서 함께 온 진환식까지 있었다.“솔이 왔네.” 진환식은 매일 얼굴을 보면서도 강솔을 보면 늘 반가워했다. “얼른 와서 앉아.”강솔은 자리에 앉으며 한 사람씩 인사를 건넸다.지금의 강솔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웬만한 일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고 훨씬 차분하고 안정된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이제 음식 내오라고 해.” 진환식이 레스토랑 매니저에게 말했다.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진무천은 강솔을 바라보며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동안 못 봤더니 우리 솔이 더 야무져졌네.”“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 강솔도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 답했다. “업무에 조금 익숙해진 정도예요.”진무천이 웃었다. “겸손하네.”진우찬은 진무천의 속 보이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돌려 버렸다.“두 번째 프로젝트도 아주 잘 진행된다면서?” 진무천이 본론을 꺼냈다. “조만간 검수 끝내고 대금도 받을 수 있겠어?”강솔이 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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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솔은 이제 예전처럼 쉽게 속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눈치나 계산이 빨라지고 있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 신동과 홍일은 다음 날 한비에게 받았던 임무를 강정숙에게 솔직히 털어놨고, 강정숙은 듣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한비가 두 사람의 대장이라는 걸 안 뒤부터 이미 대강의 사정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뒤로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어느새 보름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 강솔은 여러 일을 해냈다. 전망 좋은 회사 몇 곳에 투자했고, 주식 투자로도 큰 수익을 올렸다. 그렇게 번 돈으로 넓은 대저택까지 사들인 뒤 손 없는 날을 골라 새집으로 이사했다.부지는 상당히 넓었고, 본채는 유럽풍 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형 저택이었다. 방도 많고 주변 환경도 훌륭했다.강솔의 생활은 갈수록 안정되고 풍요로워졌다.시후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중현이라는 사람을 다시 떠올릴 일조차 없었을지도 몰랐다....수요일 오후, 일을 막 마친 강솔에게 시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짧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강솔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지 바로 말해요.”[중현이 일은 들었어요?]시후는 여러 번 고민한 끝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강솔은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무슨 일이요?”시후는 이삼 초쯤 뜸을 들인 뒤 답했다. [기억을 잃었어요.]그제야 강솔은 보름쯤 전 레미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는 게 떠올랐다. 최근 너무 바빠 완전히 잊고 있었다. “들었어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강솔이 전화를 끊었나 싶을 즈음 시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찾아가 본 적은 있어요?]“없어요.”강솔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강솔 씨...”강솔은 중현과 관련된 일에 단 1초도 쓰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일 없으면 끊을게요.”[한 번만 가서 만나주면 안 돼요?]시후는 말을 고르고 고른 끝에 결국 부탁했다.[무리한 부탁인 거 알아요. 그런데 지금 저는 아버지랑 도현 쪽 사람들한테 감시받으면서 해외에 있기 때문에 돌아갈 수가 없어요.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1화

    “저 다 들었습니다.” 어느새 튀어나온 신동이 강솔 옆 벽에 비스듬히 기대며 말했다.홍일도 진지하게 덧붙였다. “저도 들었습니다.”한비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내 말 중에 틀린 말 있어?”신동과 홍일은 서로 마주 보았다.생각해 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결국 이야기는 그 정도로 흐지부지 끝났다. 강솔은 레미와 한비에게 몇 마디 더 한 뒤 홍일과 신동을 불러서 돌아가려 했다. 막 나서려는데 한비가 무언가 떠올랐는지 강솔을 불렀다. “강솔 씨.”“응?”“이 두 녀석, 앞으로 잘 부탁해.”“알았어.”“특히 신동. 평소에 능글맞고 장난도 많은 것처럼 보여도 속에 쌓아 둔 게 셀 수가 없어, 머리카락보다 많을 정도야.”한비는 그렇게 말하며 신동을 한번 바라봤다. “가능하면 네가 좀 얘기해 줘.”강솔도 한비의 시선을 따라 신동을 봤다.신동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대장님 말씀은 믿지 마세요. 대장님은 저랑 홍일이 편하게 지내는 꼴 보기 싫어서 일부러 저 괴롭히는 겁니다.”“알았어.” 강솔은 한비의 부탁을 받아들였다.한비가 입꼬리를 올렸다. “고마워.”할 이야기를 모두 마치고, 강솔 일행도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가는 내내 신동은 룸미러로 자꾸 강솔의 표정을 살폈다. 너무 티가 나서 강솔이 모르는 척하기도 어려웠다.“할 말 있으면 해.”“저희가 대장님이랑 무슨 얘기 했는지 안 궁금하세요?” 신동이 물었다.레미의 집에서 나온 뒤 적어도 10분은 지났는데, 강솔은 그 일에 대해 따져 물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강솔은 그제야 정면으로 물었다. “무슨 얘기 했는데?”신동이 홍일을 바라봤다.홍일은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창밖만 봤다.“대장님이 저희더러 강정숙 여사님 과거를 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신동은 속으로 홍일을 몇 번 욕한 뒤 설명을 이어 갔다. “여사님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연애는 어땠는지, 나중에는 왜 활동을 그만두셨는지 그런 거요.”강솔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50화

    강솔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잠시 말이 없던 강솔은 곧 답했다. “잘됐네.”레미는 난간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깔끔하게 자른 짧은 머리가 시원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정말 잘됐다고 생각해?”“응.”중현이 기억을 잃으면 강솔의 생활도 다시 평온해진다.서로 각자의 삶을 살면서 아무 일 없이 지내면 됐다.“시후가 전화해서 중현이 기억 되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면?” 레미와 강솔은 이제 서로 돌려 말할 사이가 아니었다. “해 줄 거야, 말 거야?”“안 해.” 강솔은 고민도 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찾아갔을 때 분명히 말했어. 그때 나더러 가라고 하면 그 뒤로는 중현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중현이 죽지만 않고, 지안에게 아빠로 남아 있기만 하면 됐다.멀쩡하게 살든 몸을 다치든, 자유롭게 지내든 어디에 갇혀 지내든 이제 강솔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지안이 중현을 만나는 건 막지 않겠지만, 자신이 먼저 애써 다가갔다가 무시당하는 일도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럼 됐어.” 레미는 안도하며 강솔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시후 전화를 받았을 때는 네가 또 당황하고 정신없이 흔들릴까 봐 조금 걱정했어.”“이제 안 그래.” 강솔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마음을 정리했다.“중현이 자기 고집대로 선택해서 만든 결과니까, 그 결과도 본인이 알아서 책임져야지.”레미에게는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거리낌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다시 돌아와 있었다. “할 말은 다 했고, 말려 볼 만큼도 말렸어. 우리도 할 만큼 했잖아.”강솔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레미.”레미가 끝 음을 살짝 올렸다. “응?”“너 서무진 씨랑 많이 가까웠지?” 강솔은 얼마 전 레미가 보였던 이상할 정도의 차분한 반응을 떠올리며 짐작한 것을 말했다.레미는 잠깐 굳었다가 작게 웃었다. “응.”무진은 레미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무진이 세상을 떠난 날, 레미의 삶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무진은 중현에게 정신적인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49화

    차가 레미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8시가 넘었다. 강솔 일행이 들어섰을 무렵 레미와 신동, 홍일의 대장은 저녁을 마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강솔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레미 옆에 앉아 있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단정하게 자른 짧은 머리, 맑고 선명한 눈매. 몸 전체에서 레미와 닮은 느긋하고 거리낌없는 분위기가 흘렀다.강솔이 여자를 바라보는 동안 고한비 역시 강솔을 살피고 있었다.한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눈썹을 가볍게 치켜세우며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강솔 씨?”“대장님?” 강솔이 되물었다.“한비라고 해도 되고, 한비 씨라고 불러도 돼.”한비는 강솔이 상상했던 엄격하고 날 선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친근하고 편안한 인상이 강했고, 겉모습과 분위기만 봐서는 군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짐작하기 어려웠다.“한비?”“한비 씨?”강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신동과 홍일이 먼저 반응했다.평소와 완전히 다른 한비의 모습에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했다.한비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주 부드럽게 물었다. “문제 있어?”홍일은 입을 다물었다.신동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협박이다.’‘저건 분명 협박이야!’“문제 없습니다. 대장님 말씀이 맞죠.” 신동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홍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얼른 한비의 말에 맞장구쳤다.홍일도 짧게 말했다. “맞습니다.”“대장님이 시킨 그 일, 저희 아직 아가씨한테 말 안 했어요.”신동은 자리에 앉자 강솔이 레미와 이야기하는 틈을 타 목소리를 낮추고 한비의 귀에 빠르게 속삭였다. “이따 얘기하다가 실수로라도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한비가 태연하게 물었다. “무슨 일?”신동이 이를 악물었다. “대장님, 연기 좀 그만해요.”한비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신동은 어금니를 꾹 깨물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짜 모르는 척 연기 죽이네.’“내가 솔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 레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세 사람에게 거실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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