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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Author: 루에나
강솔은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일 뿐이다.

게다가 위약금 조항 때문에 스스로 퇴사할 수도 없다.

“박 부장이 뭐라던데요?”

백지연이 다가와, 강솔의 굳은 얼굴을 보고 먼저 물었다.

“잠시 뒤에 같이 밥 먹자고요.”

강솔은 표정을 바로잡으며, 다른 사람에게까지 자신의 기분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신입 환영한다는 자리래요.”

백지연의 미간이 잠깐 움직였다.

강솔은 그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

“혹시 문제라도 있어요?”

“아마 회사 윗분들한테 얼굴 트게 하려는 자리일 거예요. 강솔 씨를 좀 집중적으로 키워볼 생각인가 보죠.”

백지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알아서 각 상사분께 먼저 한 잔씩 올려요.”

강솔의 표정이 난감하게 굳었다.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자리였다.

“안 가면 찍혀요?”

어쩐지 백지연에게는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마치 동네 언니 같은 느낌에, 저도 모르게 경계가 풀려 있었다.

백지연은 강솔을 보며 단정적으로 답했다.

“응, 찍혀요.”

강솔의 마음이 무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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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4화

    장 이사의 몸이 굳었다.‘내가 왜 성을 말해 버렸지?’“회사를 생각하는 마음 자체는 좋은 일이죠.” 강솔은 장 이사의 뒷모습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전에 밖에서 하셨던 말씀처럼, 사람이 어느 자리까지 올라가든 처음 마음을 잊으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장 이사가 돌아섰다. 강솔을 보는 눈에 믿기 힘들다는 기색이 선명했다.‘이 말이 무슨 뜻이지?’‘설마 내가 외부에 별도 업체를 차려 놓고 JX그룹 발주 사이에서 수수료를 챙긴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다는 건가?’‘아니면 어쩌다 얻어걸린 말인가?’강솔이 물었다. “그렇지 않나요, 장 이사님?”장 이사는 끝내 강솔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집무실을 나갔다.문이 닫히자 집무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원래 말수가 적은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있으니 가벼운 잡담 한마디조차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침묵을 깨려는 듯, 강솔이 다시 사업계획서를 집어 들자 태휘가 탐색하듯 바라봤다. “저 사람이 밖에 따로 회사를 차린 건 언제 알았어?”“한 달 전쯤 알았어요.” 강솔은 답하고 나서 문득 눈을 들었다. “알고 계셨어요?”“알고 있었어.”강솔은 더 물으려다가 멈췄다. 생각했던 것만큼 태휘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지금까지 안 건드린 건 네가 지분을 받은 뒤에 처리하려고 한 거야.” 태휘는 여전히 서늘한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대표 자리를 맡으면 반발하는 사람이 분명 생길 거야. 장 이사는 그때 본보기로 정리하기 딱 좋은 사람이었고.”강솔의 손이 잠시 멈췄다.솔직히 말하면, 태휘가 그런 부분까지 미리 생각해 뒀을 줄은 몰랐다.“계속 대표 자리에 있을 생각은 없으셨어요?” 강솔이 물었다.“널 처음 만났을 땐 있었어.” 태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차가운 목소리에서는 감정을 거의 읽을 수 없었다. “근데 지난 반년 동안 네 가능성을 봤어. 내가 없어도 넌 JX그룹을 충분히 잘 이끌 수 있어.”강솔이 되물었다. “그때 저한테 지분을 포기하라고 하신 건, 큰외삼촌이랑 작은외삼촌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3화

    태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조금 지나면 알게 될 거야. 뭘 확인하러 왔지?”“저분은 아직 저희 회사 사람은 아니신 것 같습니다만.” 남자는 질문을 피해 가며 강솔을 똑바로 바라봤다. 태휘의 반응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말을 이어 갔다.태휘가 눈을 살짝 들었다.남자는 곧바로 덧붙였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다만 사규상 본사 임원급이 아닌 사람은 회사의 핵심 사업 자료를 열람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해고는 물론 형사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고요.”“장 이사.” 태휘가 낮게 불렀다. 목소리에는 서늘한 경고가 깔려 있었다.장 이사는 잠시 입술을 달싹이다가 말했다. “원칙을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저분이 들고 계신 건 회사 핵심 사업 자료 아닙니까? 외부인이 보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혹시라도 내용이 유출되면 그 책임을 누구에게...”“이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강솔이 들고 있던 사업계획서를 덮었다.장 이사가 답했다. “그렇습니다.”강솔은 생각하는 척하다가 물었다. “방금 본사 임원급이 아니면 이 자료를 열람할 수 없다고 하셨죠?”“맞습니다.” 장 이사는 태휘를 한번 바라본 뒤에도 물러서지 않았다.“사업 하나가 기획돼서 실제로 진행되기까지 수많은 사람 손을 거칩니다.” 강솔이 되물었다. “그 사람들 전부 본사 임원인가요?”“물론 아닙니다.” 장 이사는 또박또박 답했다. 강솔을 바라보는 눈에는 은근한 무시가 묻어 있었다. “다만 전체 사업계획서를 볼 수 있는 건 본사 임원뿐입니다. 계열사나 실무진은 상부 지시에 따라 필요한 범위만 담당합니다.”강솔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태휘가 별말 하지 않자 장 이사는 조금 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습니다.”강솔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대신 손에 든 사업계획서를 다시 펼쳐 읽기 시작했다.장 이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정도로 대놓고 말했는데도 강솔은 계속 자료를 보고 있었다. ‘회장님은 분명 강솔이 자존심이 강하고 쉽게 고개를 숙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2화

    “진짜야?”“이런 말을 내가 왜 지어내겠어?”“진씨 집안 사람 한번 돼 보고 싶다. 집안 사람들이 전부 외모도 좋은데 능력까지 뛰어나잖아.”원하던 반응이 나오자 사정을 아는 척하던 직원이 등 뒤로 손을 보내 조용히 OK 표시를 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한욱이 영재에게 간결하게 보고했다. “시키신 일은 처리했습니다.”영재는 밀크티를 마시며 구경거리라도 즐기는 듯 느긋했다. “응. 이따가 칭찬 스티커 하나 보내 줄게.”한욱은 쓸데없는 농담을 무시했다. “본가로 가시겠습니까, 회사로 가시겠습니까?”영재가 답했다. “둘 다 안 가.”한욱은 이해가 안 됐다.“누나 기다릴 거야.”한욱은 늘 그렇듯 빈틈없는 비서의 모습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강 대표님과 마주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나오시면 바로 차에 타실 테니 도련님과 우연히 만날 틈도 없을 겁니다.”“내가 누나랑 우연히 마주치려고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영재의 태도는 변함없었다.한욱은 더 말하지 않았다. 자기 상사가 어떤 성격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까 누나 칭찬이 좀 약했던 것 같지 않아?” 영재가 들고 있던 밀크티를 한욱 손에 넘기고 진지하게 고민했다. “사람 몇 명 더 시켜서 자연스럽게 좋은 얘기 좀 퍼뜨릴까? 누나 이미지도 미리 좋게 만들어 놓고.”한욱이 답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천천히 분위기를 띄우는 편이 낫습니다.”영재가 혀를 찼다. “딱 봐도 누나 없는 사람이다, 한 비서.”한욱은 듣지 못한 척 넘겼다.조금 더 시간이 흘렀다.영재가 챙겨 먹던 간식도 바닥났다.“누나가 큰아버지랑 도엽 형이 치는 수를 잘 버티고, 태휘 형 손에서 무사히 경영권 가져왔으면 좋겠다.” 영재는 기지개를 켜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며 말했다. “그래야 나도 내 작은 회사나 마음 편히 굴리지. 안 그러면 저 사람들이랑 계속 머리싸움 하면서 경쟁해야 하잖아.”한욱이 영재를 한번 바라봤다.영재가 바로 말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한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1화

    “멀쩡히 잘 자다가 둘이 왜 갑자기 방을 바꿔서 잔 거야?” 강솔은 화제를 돌리며 두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홍일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려줬다.말투는 내내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이야기를 다 마친 뒤에야 홍일이 억울하다는 듯 강솔에게 고자질했다. “아가씨, 저는 걱정돼서 그런 건데 신동이 문까지 잠갔습니다.”강솔은 드물게 대꾸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괜히 끼어들지 않는 편이 나았다.“네가 그렇게 굴면 누구라도 문 잠그지.” 신동은 여유롭게 운전하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내 몸을 지키려던 것뿐이야. 정당방위라고.”홍일은 신동을 상대하기 싫다는 듯 강솔을 봤다. “아가씨가 판단해 주십시오.”강솔이 담담하게 말했다. “너희 둘의 사적인 일에 내가 끼고 싶지는 않다.”신동과 홍일은 다 말문이 막혔다.“대신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네가 키로 직접 열어.” 강솔이 덧붙였다. “여기 비상 키는 내가 너한테 한 세트 다 줬잖아.”지난번 홍일이 집사 일을 맡아 승진과 급여 인상을 받고 싶다고 한 뒤, 강솔은 이틀 정도 생각한 끝에 허락했다. 다만 홍일이 이미 여러 일을 맡고 있어 당분간은 집사 업무를 겸직하게 했다.정식 집사를 구하면 그때 인수인계를 할 생각이었다.그 사실을 몰랐던 신동이 되물었다. “비상 키요?”강솔이 설명했다. “홍일이 여기 임시 집사야. 집 안 각 방 비상 키도 전부 한 세트씩 지급했어.”신동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잔뜩 떠오른 듯했다.운전 중이라 시선은 계속 앞을 향한 채 신동이 말했다. “이렇게 큰일을 왜 저는 몰랐죠? 홍일이 집사면, 제가 집사 직속 상사 같은 건 못 합니까?”“집사의 직속 상사는 아가씨 한 분뿐입니다.”홍일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굳이 따지면 지안 도련님, 강정숙 여사님인데, 강정숙 여사님의 연인, 아가씨의 연인 정도는 가능하겠죠. 신동은 강정숙 여사님의 연인이 되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아가씨의 연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900화

    홍일은 신동을 위아래로 훑어봤다.신동은 태연했다.“너한테 내가 흑심 품을 만한 매력이 뭐가 있어?”“내가 너보다 잘생겼지, 몸도 좋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전화 한 통에 받은 충격이 크긴 했나 보네.”홍일은 바닥에 이불과 베개를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누우며 말했다.“아니면 기본적인 자기 객관화까지 사라졌을 리가 없지.”신동은 홍일을 빤히 바라봤다.‘예전에는 이 자식 입이 이렇게 독한 줄 몰랐는데.’“안 자?”홍일은 신동이 서 있기만 하자 물었다.신동이 홍일 쪽으로 걸어갔다.홍일이 의아한 눈으로 보는 가운데 이불을 잡아당기며 툭 내뱉었다.“네 방에 가서 자.”“난 여기서 잘 건데.”“너무 감동할 필요는 없어.”“그럼 편하게 자.”신동은 이불을 다시 홍일에게 덮어줬다.“난 간다.”말을 마친 신동은 자기 이불과 베개까지 챙겨 들었다.홍일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상황을 이해했을 때는 이미 방문이 닫힌 뒤였다.그날 밤 두 사람은 방을 바꿔 썼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홍일이 따라갔지만, 신동은 이미 방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든 뒤였다.강솔은 두 사람의 소동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홍일은 온갖 걱정을 다 했지만 강솔은 오히려 신동을 믿고 기다렸다. 신동은 어떤 일을 만나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마음 깊은 곳에 남은 감정만큼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었다.신동이 직접 정리해야 했다.강솔이 해 줄 수 있는 건 무슨 일이 생기든 신동의 편에 서겠다고 알려 주는 것뿐이었다. 마지막 선택은 신동에게 맡겨도 충분했다....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강솔 일행은 아침을 먹은 뒤 JX그룹으로 향했다.가는 내내 신동은 평소처럼 강솔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오늘 JX그룹에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까지 차근차근 짚어 줬다.“아가씨 외삼촌들 성격이면 분명 사람을 시켜서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 겁니다.”“괜찮아. 대응할 수 있어.”강솔은 가기로 한 때부터 이미 대비를 마친 상태였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899화

    “전화 건 사람이 누군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홍일이 적절한 순간에 입을 열었다. 늘 그렇듯 표정 변화는 거의 없었다.“그래도 이 바보야, 지금은 혼자가 아니잖아.”이미 마음을 추스른 신동이 어이없다는 듯 받아쳤다.“왜 갑자기 욕을 하고 그래?”홍일이 강솔을 바라봤다.“아가씨, 제가 욕했습니까?”“어떤 경우에는 욕처럼 들릴 수도 있지.”홍일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잔뜩 떠오른 듯했다.‘또 내가 말실수라도 했어?’“그 ‘바보’란 말... 욕한 거 아니야.”정작 중요한 때에는 홍일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었다.“내 말은, 친구야, 네 옆에는 나도 있고 아가씨도 있다는 뜻이야.”“응.”강솔도 맞장구쳤다.“돈이 필요하면 아가씨가 해결해 줄 거고, 싸워야 하면 내가 나가.”홍일은 한마디 한마디 또렷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는 신동의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신동은 눈앞의 강솔과 홍일을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걱정스러운 눈으로 신동을 보고 있었다. 다만 강솔은 신동이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주었고, 홍일은 언제든 기댈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정말 큰일은 아닙니다.”신동이 입을 열었다.“예상도 못 한 사람한테 갑자기 전화가 와서 좀 놀랐던 것뿐이에요.”홍일은 전혀 믿지 않았다.‘그저 당황한 정도로 사람이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일 리가 있나?’“아가씨, 제가 정말 도움이 필요해지면 절대 사양 안 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신동이 말을 이었다.“그때 가서 홍일이 멀리 도망가지만 않으면 되죠.”“내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이야.”“아니라고 할 수 있어?”홍일이 강솔을 바라봤다.“아가씨, 얘 좀 보세요.”강솔은 신동의 상태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걸 확인한 뒤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어떤 일이 생겨도 우리는 네 편이야.”반년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강솔의 경호원이었다.수많은 일을 함께 겪은 지금은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었다.강솔이 위험에 빠졌을 때마다 가장 먼저 나서 문제를 해결해 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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