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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Penulis: 루에나
그 말을 듣는 순간, 강솔은 잠깐 멍해졌다.

그 짧은 순간에, 눈앞의 남자가 완전히 낯설게 보였다.

‘그래, 이 사람은 이제 남이야.’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은 날부터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그제서야 뼈저리게 실감했다.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강솔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중요한 사람은 아니지.”

강솔은 감정 하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면, 돌려줘야지.”

“고작 캐리어 하나 가지고... 중현 씨가 그걸 탐낼 리가 없잖아.”

아연이 대신 나섰다.

“없겠지.”

강솔은 담담하게 웃었다.

예전처럼 눈물도, 억울함도 없었다.

“그냥... 내 짐이 여기 있는 게 찝찝해. 더러운 냄새가 밸 거 같아서 말이지...”

강솔의 말에, 중현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강솔은 더는 아무 감정도 없다는 듯이 담담하게 말했다.

“캐리어만 줘. 그럼, 바로 갈게.”

강솔은 완전히 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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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46화

    정말 사람 피 말리는 일이었다.“문 잘 지켜.”토니는 병실 쪽으로 걸어가며 경호원들에게 당부했다.“혹시 딴생각 품은 사람 들어와서 엿듣지 못하게 해.”경호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시후는 토니가 병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손쓸 방법이 없었다.어쩔 수 없이 시후는 담당 의사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장우가 입원한 뒤 지금까지의 모든 비용은 토니가 부담하고 있었다. 의사도 함부로 다른 사람을 병실에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이쪽으로는 가능성이 없다는 걸 확인한 시후는 중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장우가 HS그룹 산하 개인 병원에만 입원해 있었어도, 시후가 얻지 못할 정보는 없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토니가 잔머리를 굴린 탓에 일이 꼬였다.“소식은 조금 더 있다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시후는 병원 안쪽의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안토니가 꽤 단단히 막아 놨어. 토니 없을 때 다시 알아볼게.”중현은 예상했다는 듯 대답했다.[응.]시후는 방금 토니와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잠시 망설였다.“중현아.”[말해.]중현은 여전히 HS그룹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너...”시후는 중현이 약속에 지나치게 매여 있는 일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입을 열려니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아니다. 별거 아니야.”그건 중현 마음속 깊은 곳에 남은 상처였다. 스스로 그 안에 갇히는 걸 선택했다.시후가 무슨 말을 해도 중현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과거만 떠올리게 할 가능성이 컸다.중현은 더 묻지 않았다. 다만 한마디를 남겼다.[내일 오후랑 저녁에는 일이 있으면 강 비서에게 연락해. 내가 바로 못 받을 수도 있어.]“행사에 참석하려고?”시후가 물었다.[응.]시후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걱정이 담긴 목소리였다.“아직 상처 다 안 나았잖아.”중현의 얇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괜찮아.]내일 행사는 강솔이 H시에서 정식으로 참석하는 첫 데뷔 행사였다. 중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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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막 병실로 들어가려던 때, 시후가 회오리바람처럼 순식간에 달려왔다.“잠깐.”의사도 시후를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토니는 원래부터 시후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후를 봐도 태도가 좋을 리 없었다.“오래 못 봤더니 보고 싶어서 왔지.”시후는 속에서 올라오는 역겨움을 꾹 참고, 얼굴에는 웃음을 띤 채 인사치레 했다.“병문안 가려는 거지? 같이 들어가자.”토니의 입꼬리가 씰룩였다.핑계를 대려면 그럴듯하게라도 대지.시후가 재촉했다.“뭐 하고 있어. 가자니까.”“병문안 가는 건 맞는데, 너랑은 상관없어.”토니는 시후가 자기 어깨에 올린 손을 떼어 냈다. 손끝에는 힘이 조금 들어가 있었다.“왔던 길로 돌아가.”“안 들여보내 준다고?”시후가 물었다.토니의 태도는 분명했다.“안 들여보내.”시후가 다시 물었다.“확실해?”토니는 바로 말했다.“확실해.”시후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토니가 먼저 들어가 버리면 장우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말할 가능성이 컸다. 협박이든, 겁박이든, 회유든. 그렇게 되면 나중에 중현의 이름을 꺼내도 장우는 입을 열지 못할지 몰랐다.“조건을 말해.”시후는 토니에게 수작을 부려 봐야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차라리 대놓고 말하는 편이 나았다.“어떻게 해야 나도 같이 들여보내 줄 건데?”토니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아버지라고 불러.”시후는 분노가 치밀었다.‘칼이 어디 있더라? 이 자식을 그냥!’“부르기 싫으면 말고.”토니는 그대로 몸을 돌리며 자기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대표 막아. 들어가서 환자 쉬는 거 방해하지 못하게.”“기다려.”시후가 토니를 불렀다.토니가 고개를 돌려 시후를 보았다.시후는 깊게 숨을 몇 번이나 들이마셨다. 양옆에 내린 손은 단단히 말려 있었다.몇 번의 호흡 끝에 시후가 이를 악문 채,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젠장... 중현이 돕느라 손해가 막심하다.’‘언젠가 반드시 안토니가 나를 ‘할아버지’로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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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며칠 동안 강솔은 지안의 전학 절차를 마무리하고 학교에 보냈다. 남는 시간에는 집에서 강정숙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며 진씨 집안과 JX그룹에 관한 일들을 하나씩 알아 갔다.거래처부터 가공 공장까지, 알아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소담은 강솔의 생일을 함께 보낸 뒤 촬영장 답사를 나갔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H시에 머물 예정이었다.첫째는 중요한 작품 촬영을 직접 챙겨야 했고, 둘째는 소담의 엄마가 소담에게 이쪽에서 맡길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렇게 되자, J시에 남은 사람은 토니뿐이었다.그래서 29일, 소담이 강솔을 찾아와 함께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토니에게서 영상통화가 쉴 새 없이 걸려 왔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토니는 두 사람을 향해 쏟아냈다.[너희 진짜 양심 있냐? 이렇게 잘생기고 멋있고 유머 감각까지 뛰어난 대단한 남자를 J시에 혼자 버려두고 마음이 안 아파?]소담은 바로 답했다.“안 아픈데.”강솔도 같은 말을 했다.“안 아픈데.”두 사람은 입을 맞춘 것처럼 동시에 대답했다. 호흡이 지나치게 척척 맞았다.토니는 억울함이 치밀었다.[너희 진짜 너무한다.]소담과 강솔은 밥만 먹었다. 영상 속 토니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토니는 분해서 이를 악물었다.‘그래도 어쩌겠는가?’‘내가 참아야지.’둘 중 누구 하나 토니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만 먹고, 중요한 얘기 좀 들어.]토니는 두 사람이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배까지 고파졌다.소담은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말해.”[나 좀 존중해 주면 안 되냐?]토니가 어금니를 갈았다.소담은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밥 먹는 중에 네 전화를 받아서, 먹으면서 듣고 있잖아. 이 정도면 우리가 너한테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존중이야.”강솔도 맞장구쳤다.“맞아.”토니의 가슴에 화살이 꽂힌 것 같았다.[뭐가 맞아. 소아연이 보러 갔던 장우, 드디어 깨어났어.]소담의 손이 멈췄다.강솔도 멈칫했다.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42화

    “너희는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적당히 즐기다 오면 돼.”강정숙이 당부했다. 이번 저녁 행사는 강솔에게 하나의 완충지대가 될 자리였다.“나머지는 그냥 흘러가게 두고.”강솔은 초대장을 내려다보다가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조심스럽게 꺼냈다.“엄마.” “응?”강솔이 물었다.“오늘 저를 이 행사에 보내시는 거, 나중에 지분 되찾을 준비 때문이에요?”“왜 그런 생각을 했어?”강정숙의 눈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보통이라면 엄마가 직접 친구분들을 만나게 해 주셨을 거예요. 저를 소개하시거나, 행사에 같이 가서 사람들을 직접 알려 주셨겠죠.”강솔은 손끝으로 초대장을 가볍게 쓸었다.“응.”강정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계획도 사실 그랬다.“그런데 갑자기 소담이랑 저만 따로 보내시려는 건, 어제 진환식 회장님이랑 여윤재 회장님이 보낸 생일 선물 때문이에요?”강솔이 조심스럽게 짚었다.“맞아.”강정숙은 강솔과 소담을 번갈아 바라본 뒤, 바로 말했다.“이번 행사의 목적은 네가 사람들 눈에 띄는 거야.”소담이 강솔을 힐끗 보았다.강정숙은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솔에게 분명히 말해 주었다.“진씨 집안 사람들 성격상 네가 지분을 가져가게 두지는 않을 거야. 몰리면 네가 지분을 손에 넣기 전에 사고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어.”강정숙에게 있었던 일이 딸에게 되풀이되어서는 안 됐다.“그래서 이번 행사가 중요해.”강정숙이 말을 이었다.“너는 충분히 화제가 되어야 해. 사람들이 오래 궁금해할 만큼. 그래야 안전해져.”그러면 진씨 집안 사람들은 섣불리 움직이기 전에 깊이 생각할 것이다.강솔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H시의 가문들은 가장 먼저 진씨 집안을 의심할 테니까.4대 가문 중 하나인 진씨 집안도 체면을 버리고 함부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어떻게 화제가 되고, 사람들 호기심을 계속 붙잡아요?”소담이 물었다.강솔도 궁금했다.지금 강솔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일부러 만들 필요 없어. 솔이는 이미 H시 유력 가문들 사이에서 이

  •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제441화

    그 말을 들은 소담의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갔다. 눈에는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그걸 받아들인다고?’[네가 말한 대로, 내가 숨을 수 있게 최대한 도와줘.]아연은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내가 H시를 떠나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려 줄게.]“그래.”아연은 지금 당장이라도 H시를 벗어나고 싶었다.[늦어도 다음 달 2일에는 떠날 거야. 돈은 언제 줄 건데?]“무슨 돈?”[차에서 말했던 200억 원.]“네가 안 받겠다고 했잖아.”아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조금 전의 자신에게 돌아가 뺨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솔을 설득하려고 정말 판단력이 흐려졌던 모양이었다.[그럼 네 사람들한테 준비나 시켜 둬.]아연은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내가 떠나는 날 연락할게.]강솔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알았어.”아연은 한 번 더 확인하려 했다.[강솔.]핸드폰 너머라 아연은 강솔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마디를 더했다.[내가 말한 ‘최대한’이라는 건 네 혼자 힘으로만 해 보라는 뜻이 아니야. 네가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라는 말이야. 소담, 안토니, 네 엄마까지 전부 포함해서.]강솔은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통화 종료음이 들리자, 아연은 다시 감정을 눌러 삼켰다.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장우를 먼저 찾아가 처리했어야 했다. 장우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아연은 중현 곁에 평생 머물 수도 있었다.강솔의 속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었고, 평생 부와 권세를 누리며 보호받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세상에 후회는 가장 쓸데없는 것이었다. 아연에게는 다시 판을 짤 기회도 남아 있지 않았다....강솔은 아연이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전화를 끊은 뒤에도 강솔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듯 식사를 이어 갔다.소담이 말했다.“소아연은 머리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강솔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판단하기 애매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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