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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작가: 주 한잔
황제가 내려준 이번 기회는 참으로 귀한 것이었다.

그러나 함께 전해진 무거운 경계와 경책은 경장명의 가슴을 쿵 하고 울리게 했다.

똑똑한 이라면 굳이 말끝을 길게 늘이지 않아도 뜻을 알아듣는 법.

황제의 의도를 그는 너무도 잘 알았다. 자신을 국녀학에 들여보낸 것은, 매일 심연희와 마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는 뜻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만약 이천이 조금이라도 심연희에게 마음을 둔다면, 남자의 본능적인 집착과 욕망이 깨어날지도 모를 터. 그때가 되면, 굳이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아도 이천 스스로 나설 터였다.

하지만 그 판에서 자신이 이길 확률은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황제는 분명히 말했다. 심연희가 원하는 상대라면, 그가 누구든 황제가 친히 혼례를 허하겠다고.

그런데 어찌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으랴. 경장명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작정이었다.

심연희는 그가 공자들의 숙소로 향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다, 등을 들고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경장명은 걸음을 일부러 늦추어 그녀가 곁에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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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635화

    경풍은 입을 삐죽이더니 아달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경장명을 보자 경풍은 밀려오는 두려움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공손히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를 뵙습니다.”책상 앞에 단정히 앉아 있던 경장명은 법도를 어기지 않고 얌전하게 구는 아이를 보며, 마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아이는 참으로 고분고분하고 철이 일찍 들은 듯했다.하지만 아이가 철이 들면 들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경풍을 향한 죄책감이 커져만 갔다. 자신을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경풍의 어미를 원망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일어나거라.”경장명이 담담하게 말했다.경풍은 대답을 하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들어 아버지를 바라보았지만, 아버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늘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그래서 자신이 관저에 있든 없든, 혹은 다른 곳에 인질로 붙잡혀 있든 아버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소씨 가문에 머물던 그 시절, 자신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텨냈는지조차 모를 지경이었다.생각만 해도 가슴이 욱신거려, 경풍은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잠시 살피다 이내 입을 열었다. “사람들이 그러던데, 아버지께서 저를 부르셨다 들었습니다.”“그래. 앞으로는 다시 돌아갈 필요 없다.”“아달이가 왕자 마마와 공주 마마도 모두 댁에 계신다고 하셨습니다.”“음.”“그럼, 전 이만 두 분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가겠습니다.”여섯 살 꼬마 경풍이 깍듯이 인사를 올리며 막 자리를 뜨려 했다.경장명이 그를 불러 세우고는 경풍의 앞으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는 아들의 모습에 그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한때 그는 아이의 어미인 몽춘을 증오했기에 아들에게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경장명은 경풍 앞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아이의 팔을 붙잡았다. “앞으로는 그들에게 문안할 필요 없다.”“문안을 안 하다니요, 안, 안 됩니다…”경풍은 그들에게 인사를 올리지 않으면 바닥에 짓눌려 말타기 노리개가 되거나, 심지어 일부러 돼지 먹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634화

    심연희가 입을 열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지는 않았습니다.”이천은 손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는 관저 문 쪽을 바라보았다. 경장명이 한 여인과 두 아이를 데리고 마차에 오르고 있었다.다만 경장명은 마차에 오르기 전 그들이 있는 쪽을 힐끗 바라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이천이 말했다. “아무래도 무언가 기척을 느낀 모양이구나.”심연희가 그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두우니, 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비록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허나…”“허나 무엇입니까?”이천은 심연희의 손을 매만지며 말했다. “내 마음이 영 놓이지 않는구나.”심연희는 검지손가락으로 이천의 가슴팍을 콕콕 찌르며 물었다. “무엇이 걱정이십니까? 저는 이미 아이들의 어미인데, 설마 다른 사내와 도망이라도 칠까 봐 그러십니까?”“우리 연희가 그러지 않을 것이란 건 나도 잘 안다.”“전하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속이 좁아지십니다.”이천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그는 근래 들어 도술이나 불법에도 예전만큼 깊이 빠져들지 않았다.“싫으냐?”이천이 물었다.심연희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요, 평생토록 싫어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다음 순간 캄캄한 밤하늘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다.마차 안.경장명은 단정히 앉아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 방금 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던 것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설마 이천이 온 것인가? 아니면 심연희도 함께 왔단 말인가?'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마음이 조금씩 요동치기 시작했다.임설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자신과 아이들을 이전처럼 깍듯이 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경 대인…”임설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경장명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부인, 말씀하십시오.”'부인? 존칭마저 바뀐 것인가?'임설은 화를 내려다, 소항이 그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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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항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면 임설이 진실을 모르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그는 임설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다 지난 일이오. 내 마음속에 끝까지 남을 사람은 오직 부인뿐이니, 그 사실만은 잊지 마시오.”“… 네.”임설과 소항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밖에서 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차와 짐을 모두 준비했다는 뜻이었다.임설이 서재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첩들이 하나둘 다가왔다.“왕후 마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다.”“그렇다면 어째서 왕자 마마와 공주 마마마저 함께 데리고 가시는 것입니까? 그것도 깊은 밤중에 말입니다.”임설은 질문을 던진 첩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왜 그러느냐? 나와 대왕 사이의 일을 너희에게 일일이 알려야 할 이유라도 있느냐?”“첩들은 결코 그런 뜻으로 여쭌 것이 아닙니다.”임설은 코웃음을 치고는 하인과 경장명을 데리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나머지 첩들은 임설의 말을 선뜻 믿을 수 없었지만, 무슨 일인지 알 길이 없어 그저 안절부절못했다.그때 소항이 남아 있던 첩들을 불렀다.“대왕 전하…”“너희 중에 춤출 줄 아는 자가 있느냐?”“제가 출 줄 압니다.”“누가 노래를 잘하느냐?”“대왕 전하, 저는 노래와 춤 모두 자신 있습니다.”맹유가 나섰다.소항은 맹유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임설을 제외하고 자신이 유일하게 총애했던 여인이었다. 그가 손가락으로 맹유를 가리켰다.“그렇다면 오늘 밤은 네가 춤을 추어 과인의 눈을 즐겁게 하거라.”뜻밖의 지목을 받은 맹유는 내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아버지께 여러 차례 서신을 보냈지만, 답장이 끊긴 지도 오래였다.이번 기회에 다시 대왕의 총애를 얻는다면, 아버지와 오라버니들도 자신을 전보다 귀하게 여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에 잠긴 맹유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소항에게 다가가 가볍게 예를 올렸다.“첩이 정성을 다해 대왕 전하를 모시겠습니다.”“착하구나.”곧이어 소항은 사람을 시켜 술과 안주를 들여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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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후 마마, 그럼 일단 짐부터 꾸리시지요.”송 나인은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딱히 무어라 할 말이 없어, 우선 소항이 당부한 대로 임설을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임설이 송 나인의 손을 꽉 잡았다.“짐은 자네가 대신 챙겨주게. 난 대왕을 뵈러 가야겠네.”“왕후 마마…”임설은 송 나인의 손을 토닥였다.“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네. 대왕을 직접 뵙지 않고서는 도무지 마음이 놓이질 않아.”송 나인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안심하시옵소서. 당장 짐을 꾸리겠습니다.”“그래, 고맙다.”임설은 송 나인의 손을 놓고 서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마차를 준비하라며 막 사람을 보내려던 하인은, 임설이 서재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는 서둘러 소항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임설은 달빛 아래 서재로 향하는 내내 가슴을 졸이며 마음을 놓지 못했다.서재에 도착했을 때, 마침 경장명이 소항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의자에 앉아 있던 소항이 임설을 보더니 손짓했다.“부인, 이리 들어오시오.”설이 소항에게 다가가자 방 안 바닥에 깨진 유리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 이곳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이 분명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임설은 아무렇지 않은 척 소항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대왕,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소항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태연한 척 대답했다.“아무 일도 아니오. 그저 전방의 군무를 새로이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이곳에 있는 것은 안전하지 않을 듯해서 말이오. 그래서 경 대인과 상의해 그를 따라 잠시 몸을 피하라고 한 것이오.” “하지만…”“부인, 이제 아이들은 부인이 맡아 잘 길러주시오. 부디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도록 잘 가르치시오. 소씨 가문의 온갖 규율도, 그 어떤 무거운 짐도, 뼈에 사무친 원한도 더는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마시오.”“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임설은 멍해졌다. 어찌 소씨 가문의 그 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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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소항은 경장명의 말을 가로막았다.“태후 마마께서 정말 혈육의 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셨다면, 우리 소씨 가문이 그 옛날 어찌 온 집안이 이곳으로 내쳐졌겠느냐!”“대왕께서는 그때 일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모르십니다. 당시에는 태상황께서도 크게 노하셔서, 태후 마마를 위해 직접 나서실 수밖에 없었던 일이었습니다.”소항은 경장명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이진과 소우연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이 차례로 떠올랐다. 마치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살길을 열어주려는 듯했던 그 말들.하지만… 그의 퇴로는 이미 오래전에 끊겨 있었다!“아이들이라도 데려가 주거라.”소항이 경장명에게 당부하듯 말했다.“너라면 반드시 아이들을 잘 지켜주겠지. 그렇지 않느냐?”“그렇습니다.”“그럼 됐다. 내일 와서 아이들을 데려가거라.”경장명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소씨 가문과 태후 마마에 관한 일,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가족 분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말씀하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남는 건 죽음뿐이니까요!”소항은 경장명을 바라보며 말문이 막힌 듯 입술만 달싹였다.경장명이 다시 말을 이었다.“그 옛날 이비가 황도에서 난을 일으켰을 때도, 태상황 전하와 태후 마마께서는 그녀가 낳은 아들 하나만큼은 한 번 눈감아주고 살려주셨습니다…”“하지만 결국 검오도 죽지 않았느냐!”“검오가 죽은 것은 그분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모든 일의 원인은 따로 있었지요. 바로 진청산 그자였습니다. 결국 제 외손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도 그자였지요.”소항은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그는 그저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었을 뿐, 이비가 진청산의 딸이고 검오가 그의 외손자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이제야 모든 단서가 하나로 맞물렸다. 진청산은 복수를 위해 자신을 영남을 다스릴 운명을 타고난 자로 내세우고, 그저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장기 말로 이용했던 것이 분명했다!자신만이 아니었다. 진청산이 일찍이 거두어 길러낸 충성스러운 세력들 역시 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630화

    소항은 간신히 붙들고 있던 이성이 경장명의 몇 마디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알고는 있었습니다. 처음 대왕께서 제게 도움을 청하셨을 때 제가 거절했던 것도 그 때문이지요.”“나중에 네가 승낙한 건, 용강한이 너에게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로구나.”경장명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압박이라고 할 것까지야 없습니다. 그저 그분들의 연극에 장단을 맞춰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지요.”소항은 껄껄대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연극, 그래… 참으로 훌륭한 연극이로구나!”그는 경장명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너 같은 불충하고 불의한 간신배가…”“간신이라니요? 신이 언제 대왕의 신하였던 적이 있습니까? 그건 줄곧 대왕 혼자만의 착각이셨습니다. 이 영남은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었기에, 대왕께서는 이곳에서 마음껏 권세를 휘두르며 떵떵거리셨지요. 하지만 결국 스스로 죽을 길에 뛰어드신 것이니, 이제 와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네놈이 감히 과인에게 그따위 말을 하다니!”소항은 경장명을 손가락질하며 비틀거리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경장명은 그의 처참한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대왕께서 정녕 살고자 하신다면, 투항하시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투항이라…”소항에게는 수많은 암위가 있었다. 자신의 친위대 몇 명을 제외하면 모두 외부에서 보내온 자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어찌 투항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여봐라!”소항이 벼락같이 호통을 쳤다.하인이 밖에서 들어와 포권하며 답했다.“대왕 전하!”“경장명 저놈을 끌어내라!”하인은 흠칫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하여 갑자기 경장명을 끌어내라고 하는 것인가?하인이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밖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곧 수십 명의 암위가 몰려들어 경장명을 겹겹이 포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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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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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11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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