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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5화

Author: 주 한잔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심연희가 국공부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경장명은, 미소 짓던 얼굴에서 어느새 웃음을 거두었다.

그녀가 저토록 용기를 내었건만… 이천은 어째서 아무 반응도 없는 것인가?

아니다. 뭔가 이상했다.

손수건을 받았다는 건, 단순한 호감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자.”

경장명이 낮게 말했다.

“승상부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경부로 가자.”

“알겠습니다.”

아달이 마차를 몰며 고요한 밤길을 달렸다.

마차는 덜컹거리며 경부로 향했다.

저택에 도착한 경장명은 억지로 버티던 강한 척을 내려놓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는 아무 불도 켜지 않은 채, 오늘 하루, 심연희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되짚었다.

그녀의 눈동자, 목소리, 말끝의 떨림, 작은 숨결까지.

하늘은 어느새 칠흑같이 어두워져 있었다.

“도련님, 저녁이라도 드십시오.”

문밖에서 아달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처럼 음식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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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91화

    세 사람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바위에 걸터앉아 한가롭게 풍경을 감상했다.령이는 손에 든 다과와 찻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 대인 일가를 떠올렸다.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나 화랑을 심하게 나무라거나 모질게 대한 적이 없었다.어쩌면 자신들과 화랑이 영남왕이 붙여 준 사람이라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정말 심성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들이 영남에 해를 끼치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자신과 화랑 역시 없는 말을 지어내 그들을 헐뜯을 생각은 없었다.무엇보다 영남에는 곁에서 보좌할 유능한 인재가 필요했으니 말이다.령이는 세 사람이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한쪽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다과를 맛보고 차를 홀짝이며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봄바람을 만끽하고 있자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하지만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때마다 자꾸만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원래대로라면 시아버지는 영남왕의 관저에서 지내고 계셔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농장에 와 있는 것일까?화랑은 지금쯤 시아버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조금 전까지 풀어졌던 그녀의 미간이 다시 슬며시 찌푸려졌다. 시아버지가 관저에 계시지 않았다면, 해가 바뀌기 전에 집사가 왜 자신과 화랑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단 말인가?그렇다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그리고 두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령이는 저도 모르게 이 대인 일가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씨의 말대로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자 하니 매우 자유로워 보였다.그러나 그런 자유는 노비인 자신들에게는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것이었다.한편, 숨을 몰아쉬며 산기슭까지 달려온 화랑은 먼저 고개를 들어 산 위를 살폈다. 위쪽 사람들은 지형 때문에 이곳을 내려다볼 수 없는 위치였다.이윽고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아버지의 안색은 금방이라도 말라 죽을 시든 풀처럼 핏기가 없었고, 몸은 눈에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90화

    령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감사합니다, 마님.”이진은 다과를 집어 들고 미소를 지으며 령이에게 다가갔다.“같이 먹으려고 가져온 것이니 편히 들거라. 부담스러워할 것 없다.”“저, 저는…”“괜찮다. 과거 아버지가 모함을 당하기 전만 해도 우리 집 하인들은 우리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삯이 적다며 관아에 고발하겠다고 난리를 치곤 했단다.”이진은 반쯤 농담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우리 집에는 그런 엄격한 규율은 없다. 비록 너희의 노비 문서가 우리 손에 있다 해도, 너희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 않느냐. 결코 누구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란다.”이 대인이 모함을 당했다고?게다가 자신과 화랑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고?아씨의 말은 령이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태어나 줄곧 영남에서 살아온 그녀는 바깥세상에 대해 어른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만 알고 있었다. 바깥도 이곳과 다르지 않아 신분에 따라 사람을 나누는 세상일 텐데, 하인은 어디까지나 하인일 뿐이다. 그런데 어찌 남들보다 못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일까.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령이를 보며, 이진 역시 그녀가 이 말을 당장 이해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에 작은 파동이 일어난 것이라면 충분했다.화랑이 아버지에게서 그의 부모와 두 아이가 모두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소항의 진짜 얼굴을 똑똑히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리라.그렇게만 된다면 집안은 자연스럽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고, 앞으로 일을 꾸려 나가기도 훨씬 수월해질 터였다.“별다른 뜻은 없다. 우리도 타향에서 떠도는 처지인데, 너와 화랑이 우리 식구를 돌보느라 고생이 많잖니.”고생이 많다니…령이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오히려 이들이 자신과 화랑을 다른 곳에 팔아넘기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부모와 아이들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몰랐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89화

    화랑과 령이가 미처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용강한이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얼른 다가가 분부를 기다렸다.“말은 숲가에 매어두고, 너희 둘은 먹을 것을 챙겨 우리를 따르거라.”“예, 대인.”말을 마친 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고, 화랑과 령이는 마차에 올라 음식을 챙겨 든 뒤 그들의 뒤를 따랐다.소우연은 두 사람이 꽤 멀찍이 떨어져 걷는 것을 확인하고는 용강한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늘 정말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화랑과 령이 두 사람이 병든 어머니를 만날 수 있냐는 뜻이었다.용강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숙이더니, 오직 소우연만 들을 수 있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병든 어머니는 못 만나겠지만, 밭을 갈고 있는 아버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말을 마친 그는 애정 어린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귀밑머리를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었다. “내 말을 믿느냐?”소우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예, 믿습니다.”걸음이 빠른 이진이 갈림길에 이르러 멈춰 서서 물었다. “아버지, 저희는 어느 쪽으로 가나요?”“오늘은 유람을 나온 것이니 어딜 가든 다 똑같단다.”“그럼 이쪽은 어떠세요?”이진이 한쪽을 가리켰다.용강한은 다른 쪽을 가리켰다. “이쪽 나무들은 누군가 손질해 둔 것 같구나. 마침 볕도 잘 드니, 길을 거닐며 따스한 햇볕을 쬐는 것이 어떻겠느냐?”“일리 있는 말씀입니다.”이진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널찍한 길을 따라가면 농장이나 밭, 혹은 농경지가 나올 것이 뻔했다. 기왕 화랑과 령이의 부모를 우연히 마주치기로 한 바에야, 당연히 농사짓는 땅으로 가야 마땅했다.향 한 자루가 타들어 갈 무렵, 멀리 떨어진 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십여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영남 백성들에게 밭을 일굴 땅이 있으니, 과연 복 받은 땅이로구나.”용강한이 담담히 말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밭에서 멀지 않은 돌산을 가리켰다. “저곳에서 잠시 쉬어 가자구나. 볕을 쬐기도 좋고, 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88화

    송 나인이 작은 목소리로 임설을 위로했다.“왕후 마마,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전하께서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왕 부인의 친정은 대대로 어의를 배출한 집안이니 의술이 결코 모자라지 않을 것이라고요. 게다가 왕 부인께서 전하의 팔을 살려내겠다고 하셨으니, 분명 잘 될 것입니다.”임설은 고개를 끄덕인 뒤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간절히 기도했다.“부디 하늘이 도와주시기를….”영남에서 이름난 의원들은 모두 영남 왕부에 모여 있었지만, 그들조차 뾰족한 방도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반면 왕수미만큼은 반드시 치료해 내겠다며 큰소리쳤고, 그 자신감 또한 대단했다.의원은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일개 여인이 그토록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는 사실이 선뜻 납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끊어진 경맥을 다시 잇는 의원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다.하지만 임설이 그토록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니, 공연히 찬물을 끼얹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다. 그는 그저 이틀만 지나면 모든 것이 자연스레 밝혀질 것이라 생각했다.마차 안.이진은 소우연 곁에 바짝 붙어 앉아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조금 전 전하의 수술을 집도하시던 모습이 정말 멋지셨어요.”“어머, 우리 진이까지 반할 정도였단 말이냐?”소우연은 웃으며 손가락으로 이진의 이마를 가볍게 톡 건드렸다.“당연하지요.”말을 마친 이진은 곧 용강한을 바라보았다.용강한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금 이 순간뿐 아니라, 우연히 짓는 미소 하나와 사소한 몸짓 하나까지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소우연 역시 시선을 들어 그를 바라봤고, 두 사람의 눈길은 허공에서 자연스럽게 맞닿았다.용강한은 손을 들어 마차 벽을 가볍게 두드리며 큰 소리로 명했다.“화랑아, 돌아가 령이를 데려오너라. 먹을 것과 물도 함께 챙기고. 오늘은 다같이 함께 봄나들이를 갈 생각이다.”봄나들이라고?이제 겨우 정월 초하루가 지난 참인데?“예, 대인.”화랑은 속으로 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87화

    소항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부인데 이깟 고통쯤은 참아 넘기면 그만입니다.”“예, 전하. 안심하십시오. 전하의 이 팔은 제가 반드시 고쳐놓겠습니다.”소항의 상처는 이육진과 용강한이 입힌 것이었으니, 당연히 소우연이 치료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이 그토록 오래 잠복한 보람이 없지 않겠는가?수술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다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소항이 끔찍한 고통에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으려 하자, 소우연은 헝겊 하나를 가져와 그의 입에 물렸다.“전하, 정 참기 힘드시거든 이것을 꽉 물고 계십시오.”소항은 고통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두 눈에는 핏발이 섰으며, 목과 이마의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이진이 물었다. “어머니, 얼마나 더 걸리겠습니까?”소항 역시 귀를 쫑긋 세우고 대답을 기다렸다.소우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향 두 자루가 타들어 갈 시간 정도면 될 듯하다.”향 두 자루라니. 소항은 그 끔찍한 고통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소우연이 다시금 손을 움직이자, 소항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전하?”소우연이 가볍게 불렀다.이진과 용강한 역시 그가 진짜로 기절한 것을 확인했다. “결국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하셨군요.”소우연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기왕 이리된 바에야 손놀림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족집게와 바늘, 실이 마치 꽃잎이 나부끼듯 눈부시게 오갔다.마지막으로 소독을 마치고 붕대를 단단히 감았다.용강한이 물을 한 대야 떠 와 소우연의 손을 씻게 했다.이진이 구급함을 깔끔하게 정리하자, 세 사람은 함께 서재 밖으로 나섰다.임설 일행이 다가와 긴장된 기색으로 물었다. “왕 부인, 전하께서는 어찌 되셨습니까?”“부인, 심려 마십시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끝났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안정이 필요하니, 푹 주무시고 일어나시면 괜찮으실 것입니다.”“그 말씀은… 부군의 팔도 정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86화

    관저로 향하는 길, 소 대장은 소항의 부상 상태를 미리 조금 귀띔하며 조심스레 물었다.“왕 부인, 정녕 치료할 자신은 있으십니까?”소우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확신할 수 없다는 듯 답했다.“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전하를 직접 뵙고 상태를 살펴야 알 수 있을 듯합니다.”“알겠습니다. 만약 왕 부인께서 참으로 전하를 살려내신다면, 필시 하늘이 내리신 큰 복을 받으실 것입니다!”하늘이 내린 큰 복이라고? 소항이 그녀에게 허튼수작이나 부리지 않으면 다행일 터였다.일행은 이내 영남왕 관저에 당도했다.서재에 마련된 병상 위, 소항은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에 핏기 하나 없이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운 몰골이었다.이미 눈시울이 붉게 짓무르도록 눈물을 쏟은 임설은 소우연과 이진, 용강한 세 사람을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다급히 매달렸다.“왕 부인, 이 낭자. 제발 대왕의 팔을 살려주십시오.”소우연과 이진이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인, 염려 마십시오. 제 온 힘을 다해보겠습니다.”소우연이 담담한 시선으로 소항을 바라보자, 그는 간절한 희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쇠약한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부인께서 제 팔을 온전히 고쳐주신다면, 반드시 후하게 보상하겠습니다.”병상 앞을 지키고 있던 나이 지긋한 의원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는 소우연을 힐끗 보며, 이리 젊고 고운 부인이 어찌 끊어진 경맥을 이을 수 있겠냐며 미심쩍어하는 눈치였다. 허나 동시에 그녀가 정말로 해내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의원들 모두 험한 꼴을 면치 못할 테니 말이다.“명심하겠습니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병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둥근 의자에 앉아 조심스레 소항의 맥을 짚었다.“전하께서는 중독되셨습니다. 허나 다행히 독의 기운은 어느 정도 가라앉은 듯합니다.”그녀의 말에 방금 전 그 늙은 의원이 재빨리 덧붙였다.“맞습니다. 저희가 이미 전하의 독을 해독해 두었습니다. 탕약 두어 첩만 더 드시면 완쾌하실 것입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99화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소우연은 죄책감이 들었다.이육진이 화를 낸 게 이해가 됐다.‘내가 과연 그렇게 이해심 넓은 사람일까?’갓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 상연, 상란이 언젠가 이육진의 마음을 앗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갑갑하고 아파왔다.“네 말대로 하자꾸나.”결국 소우연은 정연을 봐서 명심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보내면 다시 안 볼 사람이었다.“명심을 대신해서 마마께 감사드립니다.”정연은 소우연에게 큰절을 올렸다.그날 밤.소우연은 정연에게서 태자가 배나무 별채로 가서 용 대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92화

    당당하던 김조윤이 이렇게 허둥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이육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인가?”김조윤은 급히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태자 전하, 미천한 신이 평춘왕비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세자 이지윤에게 물었으나 깊은 슬픔에 빠져 왕비가 어디 있는지 몰랐다고 하였습니다.”뜨거운 바람이 한 줄기 스쳐 지나갔다.공기 속 태운 지전의 냄새가 희미하게 퍼져 있었고 주변 대신들은 말 한마디 없이 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평춘왕은 생전에 좋은 평판이 없었다.그는 왕족이라는 지위를 등에 업고 온갖 추악한 짓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9화

    예전에 군대에서 누군가가 춘궁도를 몰래 보거나 스스로 해결하는 행동을 발견하면 이육진은 그자에게 벌을 내리기도 했다.그런데 소우연과 혼인을 하고 나서부터 인간의 본능은 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촛불 하나밖에 남지 않은 방 안은 매우 어두웠다.소우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몸을 덜덜 떨면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이육진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에 손톱이 이육진의 등살을 파고들기도 했다.이육진은 이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사랑하는 여인이 이렇게 아파하고 괴로워하는데 자신의 욕구 때문에 강제로 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47화

    흠칫하던 간석은 이내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마마, 너무 좋은 생각이시지만 태자 저하와 대신들께서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 소인이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일단 가서 시도는 해보거라. 만약 태자 저하께서 불쾌해 하신다면 내 뜻이라고 전하거라. 그럼 다음부터 방해하지 않겠다.”소우연의 대답에 간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마마 뜻이라면 태자 저하께서 불쾌하게 생각하실 리가 있겠습니까? 소인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사실 간석은 진작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태자가 걱정이 되었다.조금 뒤, 간석이 떠나자 정연이 소우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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