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17화

Author: 주 한잔
생각을 하던 이복은 왠지 질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내시에 하인일 뿐인데 뭘 할 수 있겠는가?

명화궁의 유일한 총괄 내관인 신분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전하께서 아직 완전히 중독되지 않았다면 저희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이복의 말에 아령이 대꾸했다.

“내가 보기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전하는 이미 양탕을 마시지 못한 괴로움을 한번 경험했기에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야.”

이민수도 웃으며 말을 보탰다.

“이육진 그자가 그렇게 잘난 척한다고 들었는데 오늘이야말로 황제가 이 물건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 지 확실하게 검증할 기회이지 않느냐? 이복아, 나중에 상황을 보다가 적절한 시기에 가서 황제를 이리로 모셔오거라.”

“네, 소인 명심하겠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이다. 하지만 평서왕 관저와 아령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이민수는 이 도박을 하고 싶었다.

그가 이기면 경성 전체를 통솔할 수 있는 권위자가 될 것이다.

이내 금위군은 명화궁 전체를 둘러쌌고 명화궁 안에 있던 나머지 하인들은 너무 놀라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때, 이육진이 어의를 이끌고 명화궁에 들어섰고 아령은 배를 감싸고는 밖으로 나왔다.

사실 그녀의 배가 심각하게 큰 편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다.

아령은 이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렸다.

“태자 저하께서 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사람들은 잔뜩 거느리고 명화궁에 찾아오신 겁니까?”

아령의 말에 이육진이 코웃음을 쳤다.

“태의원의 진 어의가 의술이 뛰어나지 못하고 진료 기록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서 제가 오늘 직접 태의원의 여러 어의들을 데리고 이비마마께 진맥을 해드리러 왔습니다.”

“전 아픈 곳도 없고 멀쩡한데 왜 진맥을 해야 하는 겁니까?”

이육진은 한 마디 대꾸도 없이 바로 어의를 한걸음 내보냈다.

그 모습에 아령은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그녀는 황제가 완전히 중독되지 않았을까 봐 걱정됐기에 어의에게 진맥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8화

    진 어의는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견디지 못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무릎 사이에 숨긴 뒤, 두 눈을 질끈 감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이육진이 말했다.“대신들도 똑똑히 보았을 겁니다. 이비마마 뱃속에 있는 저 아이는 절대 제 아바마마의 핏줄일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는 황제를 기만하고 나라를 기만한 대죄입니다!”자리에 모인 대신들은 대부분 이육진의 편이지만 그 중에 평서왕 관저 사람들도 꽤 많이 섞여 있었다.그렇게 순식간에 여러 목소리가 들썩이기 시작했다.이때, 누군가가 나서서 말했다.“태자 저하,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어의들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어찌 태아의 월수까지 정확하게 맞추겠습니까?”“맞는 말입니다. 일반 가정집 임산부도 임신 월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10개월이 넘어서 태어나는 아이도 있고 10개월이 안 돼서 태어나는 아이도 있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얘기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태의원의 이렇게 많은 어의들이 다 틀렸고 진 어의 혼자만 맞다는 말이오?”“저 어의들이 전부 태자 저하의 달콤한 말에 넘어갔을 수도 있지 않겠소? 이비마마 뱃속에 있는 아이가 정말 전하의 핏줄이 확실하다면 태자 저하도 이 아이가 나중에 위협이 될까 봐 애초에 싹을 자르려는 걸 수도 있지 않소! 그러니까…”이자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다들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한편, 이육진은 그저 덤덤하게 웃다가 간석에게 눈빛을 건넸다. 이육진은 자신의 말을 반대한 대신들과 평서왕 관저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기록했다.상황이 점점 긴박해지는 만큼, 이육진은 절대 경계를 늦출 수 없었으며 수상한 사람은 단 한 명이라도 그의 진영에 섞이게 내버려둘 수 없다.간석은 이육진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조금 전부터 꼼꼼하게 한 명씩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한편, 혼란스러운 장내를 지켜보던 아령이 갑자기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7화

    생각을 하던 이복은 왠지 질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내시에 하인일 뿐인데 뭘 할 수 있겠는가?명화궁의 유일한 총괄 내관인 신분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전하께서 아직 완전히 중독되지 않았다면 저희에게 매우 불리합니다.”이복의 말에 아령이 대꾸했다.“내가 보기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전하는 이미 양탕을 마시지 못한 괴로움을 한번 경험했기에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야.”이민수도 웃으며 말을 보탰다.“이육진 그자가 그렇게 잘난 척한다고 들었는데 오늘이야말로 황제가 이 물건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 지 확실하게 검증할 기회이지 않느냐? 이복아, 나중에 상황을 보다가 적절한 시기에 가서 황제를 이리로 모셔오거라.”“네, 소인 명심하겠습니다.”이건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이다. 하지만 평서왕 관저와 아령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이민수는 이 도박을 하고 싶었다.그가 이기면 경성 전체를 통솔할 수 있는 권위자가 될 것이다.이내 금위군은 명화궁 전체를 둘러쌌고 명화궁 안에 있던 나머지 하인들은 너무 놀라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때, 이육진이 어의를 이끌고 명화궁에 들어섰고 아령은 배를 감싸고는 밖으로 나왔다.사실 그녀의 배가 심각하게 큰 편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감싸고 있는 것이다. 아령은 이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올렸다.“태자 저하께서 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사람들은 잔뜩 거느리고 명화궁에 찾아오신 겁니까?”아령의 말에 이육진이 코웃음을 쳤다.“태의원의 진 어의가 의술이 뛰어나지 못하고 진료 기록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못해서 제가 오늘 직접 태의원의 여러 어의들을 데리고 이비마마께 진맥을 해드리러 왔습니다.”“전 아픈 곳도 없고 멀쩡한데 왜 진맥을 해야 하는 겁니까?”이육진은 한 마디 대꾸도 없이 바로 어의를 한걸음 내보냈다.그 모습에 아령은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그녀는 황제가 완전히 중독되지 않았을까 봐 걱정됐기에 어의에게 진맥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6화

    ”태자빈 마마! 괜찮으신 겁니까?”명화궁 밖에 서있던 정연이 한걸음에 달려와 물었고 소우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괜찮다.”고개를 돌려보니 이민수가 쫓아오지 않았고 아령도 그녀를 따라 나오지 않았다.‘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이민수가 저렇게 대놓고 명화궁에 나타난 거지? 정말 자신을 내시라고 생각한 건가?’조금 뒤, 궁궐 밖으로 나오던 소우연과 정연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이지윤을 마주치게 되었다. 소우연과 이지윤은 서로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이지윤이 먼저 고개를 숙여 소우연에게 인사를 올렸다.소우연은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왕야께서는?”이지윤의 복장과 손에 검까지 들고 있는 걸로 봐서는 어전 호위무사 같았다.“저택에서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입궁하여 장관 직을 맡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말입니다.”그는 승진한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놀고먹는 평춘왕 저택의 왕야였는데 이제는 확실한 직위가 생겼다.“감축드립니다.”말을 마친 소우연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정연을 데리고 떠났다.이지윤은 소우연의 뒷모습을 보다가 코웃음을 피식 터트리고는 고개를 돌려 명화궁 방향을 쳐다보았다. 이육진의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부왕까지 원망을 안고 사망한 뒤로 이지윤의 야망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지금 그가 유일하게 신경 쓰이는 건 그의 여인이다.그 여인이 더욱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 싶어하고 그의 자식을 더욱 높은 위치에 앉히려면 절대 그의 부왕처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마마, 평춘왕까지 입궁하여 직책을 맡은 걸 보면 상황이 그리 단순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정연은 뒤를 슬쩍 돌아보다가 이지윤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소우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에 소우연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정연아, 궁에 듣는 귀가 많다. 절대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소우연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찬바람이 불어오자 그제야 조금 진정되는 듯싶었다.“정연아, 가서 간 태감에게 전하거라…”소우연은 아령의 상황을 정연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했다.“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5화

    명화궁 대문이 굳게 닫혔다. 겨울의 햇빛이 꽤 따스했지만 대문이 닫힌 명화궁 안은 분위기가 싸늘했다.그렇게 나이가 비슷한 두 여인은 서로를 마주보며 서있었다.소우연은 이내 주위를 둘러보다가 대충 의자에 털썩 앉았다.“이비마마, 무슨 일로 저를 이리로 부르신 겁니까?”아령은 손으로 조금 부어 오른 배를 만지며 말했다.“태자빈 마마께서 제가 절대 임신을 했을 리가 없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런데 이것 좀 보십시오. 전 정말 임신을 하지 않았습니까?”이 말을 하려고 그녀를 부른 거라고?그때 당시 확신에 찼던 아령의 표정을 떠올리던 소우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제 의술에 차질이 있었던 게 확실하네요. 혹시 지금 다시 마마를 위해 진맥을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태아가 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지 봐 드리고 싶습니다.”“좋은 제안이네요.”아령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녀는 소우연이 감히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소우연이 다가가 아령의 맞은편에 앉아 아령을 위해 진맥을 했다. 뱃속에 있는 아이는 분명 4개월이 넘은 태아였다.그렇다면 그때 당시 소우연이 아령의 임신을 진맥해내지 못한 건 아령이 막 합방을 마쳤거나 임신 초창기였을 가능성이 크다.그럼 이 아이는 이민수의 핏줄이 맞을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이민수가 소우연을 납치하여 오두막에 가기 하루나 이틀 전에 만약 아령과 잠자리를 가졌다면 모든 게 말이 된다.한편, 살짝 놀란 소우연의 표정에도 아령은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었으며 되레 의기양양한 도발이 느껴지기도 했다.“제 뱃속에 있는 태아는 건강합니까?”아령의 물음에 소우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주 건강합니다. 회임이 4개월은 된 것 같은데 마마께서는 3개월 전에 입궁하시지 않으셨습니까?”“거참, 태자빈 마마의 의술은 여전히 허술하시네요. 전 입궁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뱃속의 아이는 당연히 2개월 조금 넘었겠지요.”“당신들 참 겁이 없네요!”소우연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4화

    ”뭐든 조심하는 게 나쁘지 않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수 내관을 만나서 자세하게 얘기해봐야겠다.”이육진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소우연이 대꾸했다.“이 대감께서 직책에서 이렇게 갑자기 물러난 걸 보면 전하의 결정이 말도 안 되게 황당하긴 합니다.”이육진과 소우연 그리고 용강한은 이민수가 금위군 통솔자가 되면 그들에게 얼마나 불리할지 잘 알고 있다.이튿날, 소우연은 이육진을 따라 궁으로 향했다. 하지만 황제는 소우연과 이육진을 만나주지 않았다.다행히 황제가 전에 나랏일을 전부 이육진에게 맡겼기에 이육진은 여전히 조정에 참석할 수 있었고 소우연은 황제를 만날 수 없게 되자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했다.하지만 궁을 나서기도 전에 한 내시가 그녀의 앞을 가로 막았다.“소인은 명화궁의 내관 이복이라고 합니다. 저희 마마께서 태자빈 마마를 만나 뵙고 싶어하시는데 소인과 함께 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복이 허리를 살짝 숙인 채 실실 웃으며 말하자 정연이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건방진 것! 감히 태자빈 마마께 인사도 하지 않는 것이냐? 그리고 지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우리 마마에게 함께 가달라는 막말을 하는 것이냐?”정연의 말에 이복은 여전히 실실 웃으며 이마를 탁 쳤다.“아이고,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태자빈 마마께 인사를 드립니다. 태자빈 마마, 저희 마마께서 지금 찾아가지 않으시면 나중에 저희 마마를 찾아 뵙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래, 좋아.”소우연은 아령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녀를 부른 건지, 어떤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마마…”정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소우연을 제지하려고 했다.“괜찮다.”아직 어둠이 완전히 뒤엎히기 전이기에 아령도 감히 소우연을 함부로 해치지는 못할 것이다. 어찌 됐든 아직까지 아령은 그저 첩일 뿐이고 소우연은 모두가 인정하는 태자빈이니 말이다.소우연은 이내 명화궁으로 향했다.하인이 아령에게 소우연이 찾아왔다고 보고를 올렸지만 아령은 그저 고개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3화

    허허 웃던 황제는 휘청거리다가 수현을 향해 손을 저었고 이내 수현의 부축을 받고 명화궁을 떠났다.“조금 전에 태자에게 무슨 얘기를 한 것이냐?”황제의 물음에 수현이 망설이던 그때, 황제가 말을 이어갔다.“짐은 지금 정신이 멀쩡하다.”“전하, 태자 저하께서 전하를 많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소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냐?”황제가 위엄 넘치는 목소리로 되묻자 수현이 고개를 저었다.“소인이 어찌 감히 전하의 명을 거역하겠습니까?”“짐의 명령을 거역하는 자가 생각보다 많다.”말을 하던 황제가 격하게 기침을 하자 수현은 재빨리 황제를 부축했다. 몇 마디 안 되는 대화였지만 수현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이제 황제를 믿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충성을 다하고 믿음직한 사람은 태자밖에 없다.한편, 태자부에서.용강한과 소우연은 이육진의 말을 듣고 나서 긴 침묵에 빠졌다.“그 양탕은 수 내관도 얻지 못했소.”이육진의 말에 용강한이 대꾸했다.“그자들은 정말 겁도 없군. 감히 전하께 독을 타다니.”용강한과 이육진은 동시에 소우연을 쳐다보았다.“혹시 아령 그자가 어떤 독을 탄 건지 알 수 있느냐?”“한석산이라는 독일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소우연이 고개를 저었다.“부군의 말에 따르면 한석산과 매우 흡사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하께서 어의조차도 들이지 않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아무래도 진 어의도 문제가 있는 것 같구나.”이육진의 말에 소우연이 대꾸했다.“다른 어의를 불러서 전하를 위해 진맥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눈빛이 확 어두워진 이육진은 고개를 들어 용강한과 소우연을 보며 말했다.“순조롭게 황위를 물려받긴 그른 듯하네.”소우연과 용강한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말로 안 되면 무력으로 해결해야지 않겠소. 난 절대 연이와 내 뒤에 서있는 수천수만 명의 목숨을 걸고 아바마마가 부자의 정을 생각하여 날 황위에 올리지 않을까 모험을 할 수는 없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2화

    한편, 명화궁에서.“양탕은 어디 있는 것이냐?”황제가 버럭 화를 내며 묻자 아령이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대답했다.“조금 전 태자 저하께서 엎어버리지 않았습니까? 소인 지금 당장 전하를 위해 다시 만들어 오겠습니다.”“그래, 얼른 만들 거라. 얼른 만들어 오거라.”황제는 가쁜 숨을 씩씩 몰아쉬며 거의 광적인 상태였다. 양탕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씩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갈망 때문에 점점 더 괴로웠다.한편, 황제의 상태를 지켜보던 이복은 감히 황제의 심기를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어서 멀리 피해 있었다.그렇게 커다란 명화궁에서 황제 혼자서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명화궁 밖으로 물러났다. 이때, 이육진이 명화궁에 찾아왔다. 수현은 이내 황제에게 다가가 말을 전했다.“전하, 태자 저하께서 전하를 뵈러 오셨습니다.”눈빛에 초점을 잃은 황제는 멍하니 수현을 쳐다보다가 한참 지나고 나서야 손을 내둘렀다.“안 만나겠다고 전하거라.”그날, 수현에게 그가 모실 주인은 태자밖에 없다는 말을 한 뒤로부터 황제의 상태나 행동은 점점 통제가 되지 않았다.수현은 한숨을 살짝 내쉬며 이육진에게 찾아갔다.“태자 저하, 전하께서 돌아가시라고 하셨습니다.”숨을 크게 들이마신 이육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을 하루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한편, 수현은 멀어져가는 이육진의 뒷모습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전에 황제가 당부했던 말을 요 며칠동안 계속 곱씹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그러다가 명화궁으로 돌아와 황제에게 은근슬쩍 자신의 요구를 읊는 아령을 보자 그제야 모든 걸 깨달을 수 있었다.평생 당당하고 떳떳하던 그의 황제가 양탕 한 그릇을 위해 아령의 그 어떤 요구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아령은 고고한 자태로 개한테 먹이를 주듯 황제에게 양탕을 먹이고 있었다.이는 위험해도 너무 위험한 일이다.수현은 그제야 황제가 전에 왜 그에게 자신을 배신해도 된다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1화

    소우연의 의술 실력이 아령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욱 뛰어날 수도 있는데 이육진이 양탕을 구해가면 소우연이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에 절대 이런 변수가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나중에 황제가 혹시라도 정상으로 회복되어 그녀의 꿍꿍이를 눈치라도 채면 그땐 그녀와 뱃속의 아이까지 전부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수 내관, 전하의 몸은 좀 괜찮아지셨는가? 내가 며칠 전보다 몸상태가 조금 좋아져서 특별히 전하를 위해 양탕을 끓여왔네.”이 양탕이 바로 황제를 해친 범인이다.황제는 겨우 며칠이나 버텼는데, 며칠만 더 버티면 완전히 나을 수도 있는데 절대 이대로 다시 양탕을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전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러니 마마께서도 이만 돌아가주십시오.”수현의 말에 아령이 피식 웃었다.“정말 그러한가?”“물론입니다. 소인이 어찌 태자 저하와 마마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수현은 이육진과 아령을 향해 공손하고 깍듯한 태도로 허리를 숙였지만 아령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전하, 소인이 직접 양탕을 끓여 전하를 뵈러 왔습니다.”“이비마마…”수현은 아령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한낱 노비로써 그럴 수는 없었기에 그저 애원하듯 말했다.“마마, 그만하십시오. 전하께서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전하께서는 내가 만든 양탕을 제일 좋아하셨다. 전하, 전하, 소인이 양탕을 끓여왔습니다.”아령이 목청 높여 대궐 안을 향해 외쳤다. 이 정도면 황제도 당연히 들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황제가 다른 사람보다 참을 성이 있다고 해도 아령은 자신이 직접 만든 중독성 강한 양탕에 매우 자신 있었다.그리고 이 순간, 이육진은 이 양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육진이 손을 뻗어 양탕을 빼앗으려던 그때, 그를 계속 몰래 지켜보던 이복이 화들짝 놀라서 손에 들고 있던 양탕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그렇게 양탕을 담은 그릇이 산산조각이 났고 양탕은 바닥에 줄줄 흘렀다.이때, 대궐 안에서 황급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510화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짐의 머릿속에는 이제 그 양탕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매 순간 그 양탕을 마시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구나.”황제의 머릿속에 아정의 젊은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평생 사랑한 여인이다.그러다가 죽기 전에 아정과 너무도 많이 닮은 아령을 얻게 되었는데 이 모든 게 평서왕 이남진의 음모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황제는 이남진의 야망이 이렇게까지 큰 줄은 전혀 몰랐다.그날, 조정에 참석해서도 머릿속에 아령이 끓인 양탕으로 가득했을 때가 되어서야 황제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지금 당장 명화궁에 가서 이비에게 짐을 위해 양탕을 끓이라고 하거라.”황제가 코를 훌쩍이며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말했다.그 모습에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쓱 닦은 수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소인 지금 당장 다녀오겠습니다.”황제는 대궐을 떠나는 수현의 뒷모습을 보며 결국 씁쓸하게 웃었다. 평생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았는데 결국 아우에게 음모를 당해 어린 여인의 손에 놀아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황제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꼴이 너무 우스웠다.조금 뒤, 수현이 다시 대궐에 나타났고 텅 빈 그의 두 손을 보자 황제는 바로 알아차렸다.“짐은 이 나라의 군주이다. 짐은 반드시 괜찮아질 것이다.”그 말에 수현도 고개를 끄덕였다.“이비마마께서는 몸이 안 좋아서 도무지 일어날 수 없다는 핑계를 대셨습니다. 그래서 전하를 위해 양탕을 끓이기엔 무리라고 하셨습니다.”황제가 어이없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태자에게 다른 건 다 얘기해도 좋은데 양탕에 관한 일은 절대 얘기하지 말거라. 그리고 다른 대신들도 알아서는 절대 안 된다. 짐이 평생동안 지켜온 명예가 이대로 웃음거리가 되는 꼴은 두고 볼 수가 없느니라.”한 나라의 왕으로서 황제는 모든 사람들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는데 겨우 양탕 한 그릇의 유혹도 이겨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더군다나 그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다. 며칠만 버티면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