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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오늘은 일찍 들어가요

Auteur: 데이지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31 08:56:33

그날 오후 내내 출판사 안에서는 두 종류의 소문이 돌았다.

하나는 강도윤과 도희 사진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남친 쇼핑몰이 출판사와 협업하려 한다는 것.

둘은 겉으로 별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도희에게는 둘 다 같은 방향에서 날아오는 파도였다. 

한쪽은 이미 찍힌 사진이고, 다른 한쪽은 앞으로 들어올 일. 

과거와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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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친 쇼핑몰   162. 소문이 더 구체적이고 빨라질 때

    온라인 연결은 다행히 별 탈 없이 지나갔다.플랫폼 쪽 담당자는 지나치게 밝았고, 질문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협업이 실제 성사되기 전 단계라 그런지 분위기를 보는 수준에서 끝났다. 도희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답했고, 강도윤은 필요한 부분에만 짧게 끼어들었다. 일만 놓고 보면 꽤 무난했다. 하지만 연결이 끝난 뒤에도 도희는 묘하게 지쳐 있었다. 말보다 기운이 더 빠지는 날이 있다. 오늘이 딱 그랬다.점심시간이 조금 늦어졌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탕비실과 외부 식당으로 흩어졌다.도희는 오늘만큼은 사람이 많은 데 가기 싫었다. 그래서 연수랑 둘이 회사 뒤편 작은 샌드위치 가게로 피신하듯 들어갔다.가게는 좁았고, 점심 피크 타임이 지나서 한산했다. 바질 향이 진했고, 유리 진열대 안에는 크루아상과 샐러드가 반쯤 남아 있었다. 도희는 구운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시켰고, 연수는 수프를 주문했다.자리에 앉자마자 연수가 말했다.“나 오전에 진짜 참았다.”“뭘.”“아까 기획팀 주임이 또 그 얘기 꺼내려는 거.”도희가 한숨을 쉬었다.“그 사람은 원래 그래.”“그래도 오늘은 좀 심했어.”연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대표님 얘기하다가 네가 따로 만나는 사람 있냐고, 장난처럼 툭 던지더라. 옆에 있던 애가 받아먹었고.”도희는 샌드위치 포장을 뜯던 손을 멈췄다.“받아먹었다고?”“응. ‘그러게, 표정 보니까 진짜 있는 거 같은데?’ 이런 식.”이번에는 웃음도 나지 않았다.도희는 정말로 짧게 숨을 멈췄다. 이건 더 구체적이었다. 이제는 누군가가 있다는 가정으로 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표냐, 아니냐를 떠나서. 사람들은 이미 도희의 감정 상태 자체를 화제로 삼고 있었다.연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괜찮아?”도희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지 않다는 뜻을 최대한 안 보이게 하면서.“괜찮아. 그냥… 더 빨라졌네 싶어서.”“내가 하나만 물어볼게.”“응.”“이쯤 되면 화준이한테도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도희

  • 남친 쇼핑몰   161. 밖은 제가 통제할 수 없습니다

    도희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연수도 같이 조용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그 말은 농담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거의 정확한 선을 밟고 있는 문장이다. 대표와 작가 사이가 아니면, 작가 쪽에 누군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말. 그건 더 이상 웃고 넘길 가벼운 호기심이 아니다. 사람들은 이미 도희의 표정과 동선을 하나의 이야기로 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도희가 아주 낮게 말했다.“이제 진짜 시작됐네.”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리고 이런 건 한 번 시작되면 더 빨라.”도희는 몇 초 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메일창 위로 커서가 깜빡이고 있었다. 그 작은 점 하나가 쓸데없이 선명했다. 지금 필요한 건 반응이 아니라 버티기라는 걸 머리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몸은 이상하게 다르게 반응한다.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고, 입 안이 말라가고, 갑자기 오늘 하루가 너무 길 것 같은 예감이 든다.바로 그때였다.“이도희 씨.”강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도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자기 자리 앞에 서 있었고, 표정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잠깐 괜찮아요?”“네.”도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동안, 연수는 아주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버텨. 그런 뜻이었다.이번에는 회의실이 아니라 녹음 부스였다.출판사 안쪽에 작은 오디오룸이 하나 있었는데, 원래는 북트레일러 내레이션이나 짧은 인터뷰 음성을 따는 용도로 쓰는 공간이었다. 벽이 두껍고, 문을 닫으면 소리가 거의 새어나가지 않는다. 회사 안인데도 묘하게 외부처럼 느껴지는 장소라, 도희는 이 공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강도윤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온 뒤, 마이크나 장비 쪽으로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대신 벽 쪽에 기대듯 서서 말했다.“오전 열한 시 반쯤, 플랫폼 쪽에서 짧은 인터뷰 연결할 겁니다.”업무 이야기였다.도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온라인으로요?”“네. 협업 검토 전에 톤만 보는 정도예요. 길지는 않을 겁니다.”“알겠어요

  • 남친 쇼핑몰   160. 선을 넘는 입

    도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괜히 한 번 접었다 펴고, 차가 식어가는 걸 멍하니 보다 말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이번에는 진짜 모르겠어서 묻는 말이었다.도화준은 잠깐도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이도희 씨는 지금처럼 하시면 됩니다.”“뭐가 지금처럼인데.”“회사에서는 회사 일만 하시고, 밖으로 나온 문제는 밖에서 정리하시는 것.”그는 아주 단정하게 덧붙였다.“그리고 누가 이름 붙이기 전에, 먼저 설명하려고 하지 마십시오.”도희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그건 왜.”“설명하는 순간, 상대가 생각할 자리를 더 줍니다.”그는 잔을 손끝으로 한 번 밀며 말했다.“지금 필요한 건 설명이 아니라 일관성입니다.”도희는 그 말을 듣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꽤 안심이 됐다. 지금 자기에게 필요한 건 감정적인 위로보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버티는 방식을 정리해주는 말이었다.“당신 진짜 이상해.”그녀가 말했다.“네.”“이런 말 할 때 제일 든든해.”도화준은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그건 다행입니다.”도희는 몇 초쯤 그를 보다가 웃었다.“이제 알겠어요.”“뭘요.”“왜 자꾸 만나고 싶어지는지.”그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시선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도희는 괜히 더 덧붙였다.“평소엔 엄청 답답한데, 꼭 이런 타이밍엔 사람이 편해져.”그는 이번에는 아주 짧게 웃었다.“칭찬인지 아닌지 애매합니다.”“애매한 게 맞아요.”“그럼 됐습니다.”둘은 동시에 웃었다. 짧고 낮은 웃음. 테라스 위 작은 전구 조명이 흔들리고, 멀리서 강아지 한 마리가 아주 크게 짖었다가 다시 조용해졌다.그날 도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상하게도 한결 가벼워진 기분을 느꼈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회사 안의 말은 앞으로 더 구체적이 될 거고, 강도윤은 더 조용한 방식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며, 남친 쇼핑몰 쪽 협업 문제도 아직 시작일 뿐이다.

  • 남친 쇼핑몰   159. 개도 안 키우는데 왜 여기 앉아 있죠?

    마지막 파일을 넘기고, 메일을 정리하고, 강도윤에게 내일 아침 일정 확인만 받고 나니 시계가 이미 아홉 시 가까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몇 사람 안 남아 있었고, 형광등 불빛은 낮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강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오늘은 들어가서 쉬어요.”“네.”“내일 오전에 외부 전화 하나만 같이 받으면 됩니다.”“알겠어요.”그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런데 도희는 문득, 오늘 하루 종일 그와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만 대화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마치 둘 다 일부러 긴 문장을 피하는 것처럼. 길게 말하면, 불필요한 감정이 섞일 수 있다는 걸 알아서.회사 건물을 나서자마자 도희는 아주 길게 숨을 내쉬었다.도시의 밤은 여전히 분주했지만, 회사 안의 공기보다는 훨씬 덜 피곤했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냈다.‘나왔어요. 근데 진짜 짧게만 볼래요?’답장은 거의 바로 왔다.‘압니다. 이미 와 있습니다.’도희는 피식 웃었다.“또.”그녀는 걸음을 옮겼다.오늘의 장소는 예전처럼 편의점도 아니고, 놀이터도 아니었다. 도화준이 보낸 위치는 강변 산책로 쪽 작은 반려견 카페였다. 밤늦게까지 여는 곳이었고, 실내보다 테라스가 더 넓은 구조라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 쉬웠다. 무엇보다, 동네 사람들과 강아지 때문에 누구도 남을 유심히 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도희가 도착했을 때, 테라스 한쪽에는 소형견 두 마리가 서로 짖지도 못하고 낑낑대며 냄새를 맡고 있었고, 안쪽 테이블에서는 젊은 부부가 강아지용 케이크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틈 사이에 도화준이 앉아 있었다.“여긴 또 어떻게 찾았어요?”도희가 다가가며 묻자,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말했다.“사람들이 남한테 관심 없는 곳을 찾다 보니.”도희는 의자에 앉으며 웃었다.“이제 거의 범죄자 대사 같은데.”“이도희 씨가 원하신 쪽 아닙니까.”“맞긴 한데.”그녀는 테이블 위 메뉴판을 내려다보다가, 강아지 간식 코너를 보고 또 웃었다.“우리 둘 다 개도 안 키우는데

  • 남친 쇼핑몰   158. 틀린 말을 하면 싫어할 거면서

    직원이 찌개를 놓고 갔고, 외부 작가도 곧 도착했다. 대화는 다시 업무 쪽으로 넘어갔다. 아까보다 편한 건지, 더 불편한 건지 알 수 없었다.문제는 식당에서 나와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터졌다.외부 작가를 먼저 보내고, 강도윤과 도희가 나란히 골목을 걷고 있을 때였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난 시각이라 인도에는 직장인들이 꽤 많았다. 서둘러 커피를 들고 돌아가는 사람들, 편의점 봉지를 든 채 통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면에서 걸어오던 편집팀 막내 두 명.그들은 둘을 보자마자 아주 미세하게 걸음을 늦췄다.그리고 동시에, 너무 반갑지도 너무 어색하지도 않은 애매한 인사 톤으로 말했다.“어? 대표님, 작가님. 여기서 뵙네요.”도희는 그 순간 공기가 바뀌는 걸 느꼈다.같이 식당에 있을 수는 있다. 점심을 같이 먹을 수도 있다. 그런데 ‘또 같이’라는 느낌이 붙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건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누적의 문제다.강도윤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답했다.“미팅 끝나고 오는 길이에요.”막내 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아, 또 외부 일정이셨구나.”‘또’라는 말이 아주 가볍게 나왔다.그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 만큼 가벼운 말. 그러나 도희는 알았다. 이제는 저런 단어 하나가 다르게 들린다는 걸.“자료는 바로 정리해서 올려요.”강도윤이 짧게 말했고, 막내들은 “네” 하고 고개를 숙였다. 대화는 그걸로 끝났다. 그런데 그들이 지나가고 나서도, 조금 전의 공기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도희는 회사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도윤도 마찬가지였다.그 짧은 정적 끝에, 그가 아주 낮게 말했다.“이제 말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올 겁니다.”도희는 그 문장을 정면으로 받았다.“알아요.”“대응 방식은 바뀌지 않습니다.”“대표님은 늘 그렇게 말하네요.”그녀가 피곤하게 웃었다.“대응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정리하면 된다, 관리하면 된다.”강도윤은 잠깐 그녀를 봤다.“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 남친 쇼핑몰   157. 얼굴에 티 나는 사람

    오전 회의는 예상보다 길어졌다.차기 시즌 표지 방향부터 홍보 문구 조정, 외부 작가 미팅 정리본, 그리고 어제 플랫폼 쪽에서 추가로 요청해온 협업 검토 자료까지. 안건이 한꺼번에 몰리면 회의라는 건 본래 끝을 모르고 늘어진다. 다만 오늘은 도희에게 그 길어짐이 나쁘지 않았다. 한쪽으로 생각이 치우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힘이 있었으니까.강도윤은 평소처럼 회의를 진행했다. 한 항목씩 짧게 정리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말만 건네고, 불필요한 감상을 전혀 붙이지 않는 방식. 누가 보면 차갑다고 할 수도 있고, 누가 보면 편하다고 할 수도 있는 톤. 그러나 도희는 이제 안다. 그의 말이 짧다고 해서 단순한 건 아니다. 오히려 할 말을 고르고 남기는 사람이다.“이 부분은 오늘 안으로 정리해서 다시 공유하죠.”그가 말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질문하지 않았다. 표현이 단호해서가 아니라, 이미 질문이 들어갈 자리가 없게 정리해두기 때문이다.회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마케팅팀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플랫폼 쪽 협업 들어오면 진짜 재밌겠네요.요즘 독자들 그런 메타 좋아하잖아요. 웹소설 작가가 연애 상담 앱이랑 콜라보하고.”몇몇이 작게 웃었다.도희는 펜을 쥔 손에만 아주 조금 힘을 줬다.강도윤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재밌는 것과 할 수 있는 건 다르죠.”짧고 건조한 답.그걸로 끝나면 좋았을 텐데, 디자인팀 쪽에서 농담을 하나 더 얹었다.“그래도 작가님은 딱 맞는 사람 아닌가요? 요즘 제일 핫한 조합이잖아요. 감성도 있고, 얼굴도 예쁘고.”웃음이 다시 한 번 번졌다.이번에는 방향이 더 분명했다. 단순한 업무 농담이 아니라, 사람을 두고 던지는 가벼운 추측.도희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강도윤이 먼저 파일을 덮었다.“회의 여기까지 하죠.”톤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한 문장이 공기를 정리했다. 사람들이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고, 의자가 바닥을 스치며 밀려났다. 누군가는 분위기를 못 읽은 듯 “아, 네” 하고 웃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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