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황축복의 뺨이 발그레해졌다.최근 서현주에게 칭찬을 듣는 일이 잦아졌지만, 그럴 때마다 그는 여전히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을 붉히곤 했다.거실에서 엄진경, 황축복과 이야기를 나누던 서현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연지훈이었다.발신인을 확인한 서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향했다.“무슨 일이죠?”건조한 말투였다.겨울의 찬 공기 사이로 낮지만 다소 온기 서린 연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일 시간 있어? 만나서 이야기해.”서현주가 되물었다.“용건이 뭐죠?”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연지훈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정경록이랑 정서아에 관한 일이야.”서현주가 잠시 멈칫했다.문득 그때 연지훈이 유이영의 진단서 문제를 조사해주겠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가 대단한 성과를 내올 거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연지훈의 칼끝이 정서아에게까지 닿았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서현주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채 낮게 물었다.“그래서 뭘 알아냈나요?”“현주야.”연지훈이 그녀를 불렀다.“이번 진실이 밝혀지면 연성 그룹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거야. 그래서 말인데, 염치없는 거 알지만, 나 좀 만나줄 수 있을까? 내 속내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 기회를 빌려서라도 너를 꼭 한번 보고 싶어. 뻔뻔한 부탁인 거 아는데... 한 번만 만나줘.”그는 서현주를 못 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너무나도 보고 싶었다.사무치게.서현주는 침묵했다.연성 그룹에 치명적인 영향이라니. 머릿속이 순식간에 명료해졌다.서현주가 물었다.“그럼 이번 일은 유씨 가문이 아니라 연씨 가문이 움직인 건가요?”연지훈은 짧게 긍정하며 다시 물었다.“만나줄래?”서현주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들어 텅 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이윽고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대답이 흘러나왔다.“네. 만나요. 시간과 장소는 연 대표님이 정하세요.”통화를 끊고 화면을 확인하자, 안요한에게서 몇 분 전 도착한 메시지가
전생에 있었던 일만으로도 서현주는 유이영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지난 생에서 지은 죄는 이번 생에서 그 죗값을 치르도록 해.’설령 전생의 일을 배제하더라도 이번 생에서도 유이영이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에 절대 순순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정을 운운하는 건 정말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 그녀와 유이영 사이에 무슨 놈의 정이 있단 말인가?물론 이 얘기를 유태준과 백미경에게는 하지 않았다. 서현주가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무슨 일을 하든 두 분과 상의할 이유가 없어요.”백미경이 마침내 폭발했다. 목소리가 회의실 문짝을 찢어발길 것처럼 날카로웠다.“서현주, 우리 유영이를 놔주지 않는다면 나도 널 가만 안 둘 줄 알아.”목소리가 어찌나 높은지 방음이 잘되는 회의실 벽을 뚫고 바깥까지 소리가 흘러나갔다. 직원들이 경악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차연희가 가장 똑똑히 들었다. 그녀 역시 꽤 놀랐다.하지만 이내 일할 때의 냉철함과 엄숙함을 되찾고는 굳은 얼굴로 직원들을 둘러보았다.“다들 자리로 돌아가서 업무 보세요.”서현주의 비서인 차연희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던 직원들이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사람들이 모두 물러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차연희가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회의실 문을 쳐다봤다.이미 한번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서현주가 백미경의 협박 따위에 눈 하나 깜짝할 리 없었다.그녀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마음대로 하세요.”유태준과 백미경은 분통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다.백미경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서현주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분노 때문에 유태준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다시 한번 서현주에게 물었다.“정말 우리 제안을 거절할 거야?”“이만 돌아가 주세요.”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유태준이 이성을 완전히 잃은 백미경을 억지로 끌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던 서현주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동안 꽤 오랫동안 조사를
사실 서현주는 속으로 깊은 환멸을 느꼈다. 이토록 어리석고 악독한 자들이 서현주의 친부모라니.이런 친부모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다.유태준과 백미경이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서현주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서현주가 가느다란 손목에 찬 시계를 슬쩍 내려다보며 귀띔했다.“저 5분 뒤면 회의하러 가야 해서 여기서 마냥 기다려드릴 시간이 없어요.”유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백미경을 뒤로 끌어당겼다.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패를 다 읽은 이상 말을 돌릴 필요가 없었다.유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서현주, 얼마를 주면 우리 유영이를 놔줄 셈이야?”비록 유씨 가문에서 쫓겨난 그들이었지만 반평생 동안 모아둔 자산이 있었다. 보통 사람이 몇 대를 일하지 않고도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을 만큼의 거금이었다.돈이 쓸모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현재 서현주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고 회사의 규모도 거대하지만 유태준은 그가 가진 돈으로 서현주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유태준의 말에 백미경 역시 서현주의 안색을 살폈다.서현주가 눈썹을 슬쩍 치켜올렸다.‘날 찾아온 진짜 목적이 이거였구나.’그녀가 가볍게 웃었다.“첫째, 당신들 딸이 죄를 지어서 감옥에 갇힌 건데 놔준다는 표현은 좀 아니죠. 둘째, 유이영을 위해서 얼마까지 쓸 수 있으세요?”앞부분의 말만 들었을 땐 유태준과 백미경 모두 화가 울컥 치밀었지만 뒷부분을 듣자마자 아직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백미경이 다급하게 말했다.“아주 많이. 우리가 가진 돈을 전부 다 너한테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뒷조사를 여기서 멈춰.”서현주는 그저 옅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을 쳐다봤다. 그들의 말을 듣고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높은 곳에 서서 추태를 부리는 그들을 차분히 구경하는 듯한 태도였다.그 모습에 심장이 쿵 내려앉은 백미경이 서현주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그들이 제시한 조건을 듣고도 서현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녀가 파헤치는 방향이 정확했다고 더욱 확신했다.
주위를 둘러싼 구경꾼들 대부분이 하유 그룹의 직원들이었다. 다들 고학력자에 직장에서 구를 만큼 굴러본 눈치 백 단의 인재들이었기에 서현주의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처음엔 행패를 부리러 온 사람들이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어 저리 당당한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찔리는 게 있으면서 목소리만 컸던 것이었다.유태준과 백미경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서현주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백미경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채로 서현주를 노려보았다.“내가 오늘 왜 왔는지 알고 있잖아.”서현주는 시치미를 떼기로 마음먹었다. 남의 회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웠으니 그에 따른 대가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대체 무슨 일이에요? 듣고 있으니까 빙빙 돌리지 말고 그냥 말씀하세요.”유태준과 백미경이 화가 많이 났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반면 서현주는 여유만만한 태도로 그들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그때 차연희가 적절한 타이밍에 나서서 덤덤하게 말했다.“두 분 대표님을 뵙겠다고 난리를 피우시지 않았나요? 대표님이 직접 내려오셨으니 얼른 용건을 말씀하시죠. 대표님 곧 회의에 들어가셔야 해서 두 분께 내어드릴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비서의 말투가 무덤덤했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 말 속에 담긴 경멸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그 말에 백미경의 낯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서현주, 끝까지 시치미를 떼겠다는 거지?”서현주 역시 그들과 입씨름하며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기에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하실 말씀 있으면 빨리하세요. 저 정말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백미경이 다시 다가와 서현주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다. 서현주는 이번에도 가볍게 피한 뒤 어쩔 수 없다는 듯 난색을 보였다.“됐어요. 제가 선심 한 번 쓰죠.”그러고는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다들 그만 해산하시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일들 보세요. 두 분이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시겠다는데 방법이 없죠.”회사 대표의 말을 거역할
사실 서현주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유이영과 관련된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연씨 가문 아니면 유씨 가문일 터.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뒤에서 손을 쓴 증거를 찾아 이 계좌가 그들의 소유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일이었다.서현주는 실마리를 찾는 게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았기에 충분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요량이었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앞으로 마주할 험난한 일쯤은 두렵지 않았다.그렇게 소식을 기다리며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고대하던 소식 대신 뜻밖에도 유이영의 부모가 서현주를 찾아왔다.차연희가 난처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프런트에 어떤 중년 부부가 찾아오셔서 대표님을 뵙겠다고 하십니다. 예약하지 않아서 프런트 직원이 돌아가라고 했는데 대표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절대 못 간다면서 지금 프런트에서 난리를 피우고 계세요. 프런트 직원이 감당이 안 돼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서현주가 물었다.“중년 부부라고요? 이름을 얘기하던가요?”차연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오자마자 다짜고짜 대표님만 찾으시고 아무 말씀도 안 하셔서 저희도 누구신지 몰라요...”서현주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알았어요.”마침 지금 시간이 나서 직접 내려가 보기로 했다.프런트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는 게 보였고 고함 소리도 점차 또렷하게 들려왔다.“서현주더러 나오라고 해. 내가 만나겠다는데 왜 막아? 지금 당장 만나야겠으니까 나오라고 해.”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목소리 톤만 들어도 그녀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서현주가 가까이 다가갔다가 발걸음을 멈췄다.주변에서 구경하던 직원들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당황스럽고도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길을 터주었다.서현주의 시선이 로비 한복판에 서 있는 중년 부부에게 닿은 순간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유이영의 부모였다.백미경의 얼굴에 분노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현주를 보자마자 옆에 있던 유
서현주가 조사 자료에 첨부된 사진을 들여다봤다. 레스토랑에서 봤던 정서아의 현재 남자친구가 이성 금융의 직원이었다.줄기를 타고 들어가듯 조사를 이어간 끝에 이성 금융의 법인 계좌와 장하준의 개인 계좌, 그리고 그간의 거래 내역이 줄줄이 드러났다. 회사 장부도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서현주는 정서아가 어머니의 치료비로 얼마가 필요했는지 이미 파악해 둔 상태였다. 그 액수를 기준으로 삼아 장부를 꼼꼼히 훑어 내려갔다.몇 페이지 넘겼을 무렵 마침내 세 번째 페이지에서 석 달 전 송금된 한 내역을 발견했다. 정서아 어머니의 병원비와 거의 맞아떨어지는 액수였는데 해외의 한 은행 계좌에서 흘러들어온 돈이었다.휴대폰 너머로 안요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한테 맡겨. 결과 내일 알려줄게.”“고마워요. 수고해줘요.”별 기대를 하지 않고 진행한 조사였건만 들추고 나니 어둠 속에 숨겨져 있던 온갖 구린 일들이 뿌리째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정서아 대신 해외에서 돈을 갚는 계좌를 미처 숨기지 못한 상태였는데 그 계좌의 주인이 다름 아닌 정경록이었다.이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안요한은 또 다른 사실까지 포착해 냈다.약 한 달 전 정서아가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현지 주민들이 주최한 심야 파티에 참석했다.그곳에서 술을 지나치게 마셔 제정신이 아니었던 정서아는 누군가 악의를 품고 약을 탄 술까지 마시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오직 그녀 혼자뿐이었다.몸에 남아 있는 생생한 감각이 지난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고 있었다.화가 난 정서아는 며칠 동안 현지에 체류하며 파티를 열었던 백인 남성을 찾아냈다. 그리고 술병으로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머리가 깨져 피가 바닥으로 흥건하게 흘러내렸고 백인 남성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목격자가 백인 남성을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비록 정당한 이유가 있었고 추후 조사에서 백인 남성이 실제로 그녀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지만 법이 인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정서아의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
서현주는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꿈도 꾸지 않은 채 푹 자고 나니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강혜인이 그녀를 깨웠다.“오늘 주말 아니야? 학교 안 가잖아.”서현주는 잠결에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그러나 강혜인은 단호했다. 그녀는 서현주의 손에 펜을 억지로 쥐어주고 문제집과 모의고사지들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자자, 이제 그만 자고 일어나서 공부 좀 해. 빨리!”서현주는 한숨을 내쉬며 이불 속에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뜨자마자 하얗게 비어 있는 문제집 수십 페이지가 눈앞에 펼쳐지다니.“요 며칠 너 나 때문에
서현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펜을 들어 올렸다.눈앞의 수학 문제는 확실히 어려웠다. 그녀 역시 문제를 몇 분 정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겨우 풀이의 실마리를 잡았다.그 짧은 몇 분 동안 교감과 선생님들, 그리고 연채린은 이미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듯한 표정이었다.“서현주,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교감이 마치 대단히 관대한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하자. 중징계는 없던 걸로 해줄게. 대신 성적은 그래도 취소할 거야.”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현주의 펜촉이 종이 위에서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교감은 말
구경꾼들의 영향력은 역시 대단했다. 불과 몇 분 만에 병실 안팎을 에워싼 사람들 사이에서 이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갔다.그녀와 정서아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이것이 바로 서현주가 원하던 효과였다.정서아와 그녀의 가족이 병실 침대를 빼앗은 일은 명백한 사실이라 더 이상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이제 서현주가 필요한 것은 여론의 압력을 이용해 정서아와 그녀 가족을 물러나게 하는 것이다.마침 서현주가 교복을 입고 있었다.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배려는 무시할 수 없고 따라서 교복은 여론 환경에
기은세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서현주의 표정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서현주가 한참 동안 반응하지 않자 기은세는 그녀의 속마음을 맞췄다고 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내 말 맞지. 그렇지?”기은세는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턱까지 쳐들었다.“서현주, 자만하지 말고 대회를 얼른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이때 서현주가 한쪽 다리를 내밀자 기은세는 예상대로 그녀의 발에 걸리고 말았다.“악.”서현주는 재빨리 다리를 거두고 한쪽으로 물러났다. 기은세가 넘어지면서 피아노 건반을 누른 바람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기은세의 비명이 울려 퍼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