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안요한은 곧 서현주도 째려봤다. 그는 억울하고 화나며 분하고도 창피한 듯 눈빛이 아주 복잡했다.평소의 안요한은 도도하고 쿨하며 자기가 잘난 멋에 사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웬만한 일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수준으로 자신에게 확신이 찬 사람이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서운한 표정을 짓다니, 그 모습을 보자 서현주는 갑자기 심장이 덜컥했다. 괜히 죄책감이 드는 것 같고 자기가 진짜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서현주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걸 들었어요?”그러자 안요한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당연히 들었지! 너 설마 그걸 숨기려고 했어? 서현주, 너 진짜 사람 맞아?”안요한의 분노 섞인 말들이 사정없이 공격해 오자 서현주는 어리둥절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내요?”‘내가 왜 화내냐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넌 이게 화를 내는 걸로 보이냐? 나는 지금 질투 중이라고!’서현주가 순진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으니까 안요한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그는 이를 꽉 악물었다.“너 때문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그러자 서현주는 이해할 수 없는 듯 미간을 좁혔다.“서현주.”이때 연지훈의 목소리가 끼어들었고 서현주는 바로 정신을 차렸다.“연 대표님, 이제 저작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나요?”연지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하지만 바로 그 순간.“으아아아앙!”저택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어린아이의 날 선 비명이 들렸고 깊은 밤이라 그런지, 그 소리가 더 서늘하고 날카롭게 울렸다.서현주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동시에 연지훈의 표정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단숨에 초조와 경계의 눈빛으로 바뀌었다.서현주는 연유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연지훈은 곧장 뛰어갈 듯 발을 내디뎠다가 다시 멈춰 서서 서현주를 봤다. 그러자 서현주는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협상하기 힘들 것 같네요.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으니 우선 가서 처리하세요. 저희는 나중에
연지훈이 뭔가 말하려던 순간, 연동욱이 날카롭게 눈을 치켜뜨며 막았다.“우리 착한 유준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가 있으니 감히 너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을 거야.”그것은 서현주를 겨냥하고 한 말이었다.그제야 유이영은 마음이 놓였고 연유준과 연동욱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연유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연동욱은 허리가 불편하지만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다정하게 말했다.서현주는 속으로 감탄했다.‘이 꼬맹이도 똑똑하네. 거짓말이 들통 나자마자 바로 전략을 바꾸는 것 봐.’연유준은 순식간에 ‘나쁜 아줌마’ 서현주가 자기를 밀었다고 했다가 자기가 실수해서 넘어졌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앞에서는 천사처럼 상냥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칼을 가는 유이영의 기술을 복붙 수준으로 그대로 흡수했다. 연씨 가문의 DNA는 정말 무서웠다.그때 안요한이 고개를 숙여 서현주의 귀에 대고 말했다.“연씨 가문의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야? 너 예전에 이런 환경에서 살았던 거야?”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그의 숨결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서현주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그러니까 여긴 왜 오겠다고 한 거냐고요.”안요한이 툴툴거렸다.“무슨 뜻이야? 나 때문에 귀찮다는 거야?”서현주는 한숨을 쉬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왜 이렇게 예민해요?”“내가 예민해?”“아니에요, 됐어요.”안요한은 서현주의 태연한 표정을 보자 속이 부글부글 끓어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 확실히 해. 난 지금 네 편을 들어주려고 온 사람이라고. 그런데 네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서현주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내가 뭐라고 했는데요?”안요한은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말했다.“봐봐, 내가 오자마자 네 편에 섰잖아. 그런데도 만족하지 못 해?”서현주는 확실히 그의 행동에 감동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만족해요.”안요한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비비고 싶었다.
연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연유준, 네가 직접 말해.”그러나 연유준은 뛰어가서 유이영의 품 안에 바짝 파고들어 숨었다.이에 연지훈은 눈빛이 더 깊어졌고 단호하게 말했다.“누가 너한테 그렇게 억지를 부리라고 가르쳤어?”그 말에 서현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설마 지금 내 편을 드는 건가?’유이영이 다급히 끼어들었다.“지훈 씨...”하지만 연지훈은 유이영의 말에는 반응하지 않고 그녀의 품 안에 숨은 연유준에게 말했다.“연유준,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말 안 들을 거야?”그러자 연유준은 울음을 터뜨렸다.“싫어요, 싫다고요! 엄마!”심장이 찢어질 듯한 유이영은 아이를 꽉 끌어안은 채 눈가가 젖었다.“지훈 씨, 유준이는 아직 애예요.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천천히 가르쳐야죠.”이 정도 상황이 되니 유이영도 완전히 깨달았다. 오늘의 판세는 연유준에게 유리하지 않았다.연지훈은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이영아, 유준이를 놔줘.”유이영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유준이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안다고 생각해요. 애가 울잖아요.”연지훈은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유준이가 우는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야.”그러자 연유준은 더 크게 울었고 유이영은 가슴이 아파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그래도 외부인 때문에 우리 애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잖아요?”그 말에 연지훈의 눈썹이 약간 찌푸려졌다.“맞아!”그리고 바로 그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서현주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연유준이 우는 소리가 굉장히 컸고 저택 어디에서도 들릴 수준이라 연동욱이 못 들을 리가 없었다.그는 절대 어린아이 앞에서 어두운 표정을 지을 리가 없었고 이 집안의 가장 강력한 ‘유준이 보호자’라고 할 수 있다.이때 유이영의 표정에 빠르게 안도감이 번졌다.“할아버지, 오셨어요.”5년 사이에 연동욱은 눈에 띄게 노쇠해졌고 허리는 더 굽었으며 머리는 새하얗게 변했다. 예전에 그는 지팡이 없이도 잘 걸었지만 지금은 꼭 지팡이를 써
안요한은 굳은 얼굴로 짧게 대답한 뒤 고개를 살짝 돌려 피아노 쪽을 힐끗 바라봤다.서현주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그래요?”안요한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대신 그녀의 어깨를 더 꽉 조였다.“유준아!”이때 멀리서 급하게 뛰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는데 유이영은 아무리 서둘러도 걸음이 연유준만큼 빠를 수는 없었다.유이영은 드레스를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 서현주는 비켜 서려 했는데 안요한이 그녀를 피아노 뒤쪽으로 살짝 끌어다 놓았다. 그러자 서현주는 또다시 안요한을 흘깃 봤다.유이영은 방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아이를 덥석 끌어안았다.“유준아, 왜 울어? 어디 다쳤어? 엄마한테 말해봐.”유이영이 오자 연유준은 더 서럽게 울면서 얼굴을 그녀의 품에 묻었다.“엄마... 유준이 아파요...”서현주는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봤다.유이영은 눈빛과 표정을 비롯한 온몸으로 걱정과 분노를 드러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연지훈을 바라보았다.“유준이가 왜 이렇게 아프다고 하는 거예요?”연지훈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연유준이 훌쩍이며 말했다.“저 나쁜 아줌마가 일부러 나를 넘어뜨렸어요. 그래서 다쳤어요...”유이영이 바로 물었다.“나쁜 아줌마가 누구야? 엄마한테 말해줘.”연유준은 유이영의 품에서 한쪽 손을 꺼내고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서현주를 가리켰다.그러자 유이영은 더욱 애처로운 눈빛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치 모두를 위해서 억울해도 참는다는 듯한 기색을 드러내 사람의 마음을 자극했다.“현주 씨, 왜 우리 유준이한테 그렇게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서현주는 속으로 혀를 찼다.‘와... 엄마나 아이나 하는 짓이 똑같네. 사람 속이는 방식까지 유전되는 거야?’딱 봐도 둘이 짜고 치는 판이었다.“뭘 물어봐요? 물을 게 뭐가 있다고.”그때 안요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목소리만 들으면 그는 지금 폭발 직전이었다. 안요한은 피아노를 본 순간 이미 화가 치솟았고 연유준과 유이영이
“유준아!”연유준은 몸집이 작다 보니 사람들 사이를 자유자재로 헤집고 지나갔다.유이영은 아이를 붙잡을 틈도 없이 계단 위로 뛰어올라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그녀의 눈빛이 살짝 번뜩였다.‘오히려 잘 됐어.’유이영 역시 지금 위층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한 차였다.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아이가 아직 어려서 저래요. 제가 올라가서 데리고 올게요.”그러나 그녀가 계단에 발을 올리려는 순간, 안요한이 그녀보다 한 발 먼저 움직였다. 그는 거의 뛰다시피 한 번에 세 계단씩 올라갔다.유이영은 놀라서 멍해 있다가 곧바로 따라붙었다.한편, 서현주는 뭔가 말하려다 멈췄다.그녀가 뒤를 돌아본 순간, 닫혀 있던 방문이 활짝 열렸고 제대로 보기도 전에 자그마한 실루엣이 방 안으로 슉 들어왔다.“나쁜 아줌마! 내가 혼내 줄 거예요!”연유준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주먹을 높이 들고는 돌진해왔다.서현주는 얼굴을 찌푸리며 옆으로 비켜섰지만 드레스가 길어 바닥에 살짝 끌렸고 연유준은 거기에 발이 걸려 바닥에 납작하게 엎어졌다. 얼굴부터 정면으로 떨어진 탓에 바닥이 살짝 울릴 정도였다.서현주는 눈을 크게 뜨고 내려다봤다.짧은 정적 후 연유준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기절초풍할 기세로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아아앙!”서현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연유준의 몸 밑에 깔린 드레스 자락을 쓱 빼냈고 아이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억울하다는 듯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연지훈을 바라봤다.연지훈은 혀를 차고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연유준, 일어나.”부드러움 따위는 조금도 없는 그 말투에 연유준은 몸을 떨더니 팔꿈치로 몸을 지탱해 일어나 앉았다.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서현주를 매섭게 노려보더니 곧장 연지훈 쪽으로 팔을 뻗었다.“아빠, 안아줘요. 유준이 아파요...”하지만 연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왜 그런 행동을 한 거야?”연유준의 어깨가 움찔했고 몸이 살짝 떨렸다. 그러더니 아이는 손가락으로 서현주를 가리
그래서 거실 사람들은 서현주와 연지훈이 서재에 들어가지 않고 서현주가 예전에 살았던 방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 그때 사람들은 표정이 복잡해졌고 난감해서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안요한은 연씨 가문의 저택에 처음 온 터라 집 구조를 잘 몰랐지만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챘다. 그리고 그는 조심스럽게 캐묻고 나서야 알게 됐다. 두 사람이 들어간 곳은 서재가 아니라 서현주가 옛날에 썼던 방이었다는 것을.‘연지훈, 이 교활한 자식!’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안요한은 당장이라도 뛰어올라가 서현주를 데리고 나오고 연지훈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서현주가 왜 이곳에 온 건지, 그리고 회사와 프로젝트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 그가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서현주가 따내려고 노력한 협상 기회를 망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그래서 안요한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쥔 채 소파에 앉아서 기다렸다.피아노 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는 누가 피아노를 치는 건지 바로 알아챘다. 서현주와 같이 사는 5년 동안 그는 그녀가 피아노를 치는 걸 수도 없이 들었으니 모를 리 없었다.그러자 안요한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둘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길래 갑자기 방에서 피아노까지 쳐?’잘생기고 예쁜 남자와 여자가 한 방에 있으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백 프로 뭔가 일어난다.안요한의 상상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했고 그는 당장 뛰어올라가 문을 박차고 싶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참았다.“누가 피아노를 치는 거지?”주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누구겠어, 서현주 씨지. 지금 위층에 피아노 칠 줄 아는 사람이 서현주 씨뿐인데. 설마 연 대표님께서 치겠어?”안요한은 그 말에 더 화가 났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방 쪽을 노려봤고, 그때 유이영의 표정이 구겨지는 걸 목격했다.바로 그때 한쪽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던 연유준이 장난감을 내던지고는 유이영에게 달려가 매달렸다.“엄마, 우리 올라가면 안 돼요? 저 사람이 피아노를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