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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作者: 애월섬

제1화

作者: 애월섬
그녀의 딸이 죽었다.

하지만 그녀는 장례식도, 발인도, 평범한 묘지를 살 돈도 없었다.

그저 검은색 나무관과 유골함에 딸 연하나의 모든 걸 담았다.

장례식장의 TV에서 극도로 사치스러운 세기의 결혼식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신랑은 그녀의 전남편이자 연하나의 친아빠인 연지훈이었고, 신부는 그가 줄곧 마음에 품어왔던 첫사랑 유이영이었다.

연지훈은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

서현주는 유골함을 안고 화장터에서 나왔다.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화장터에서 일하는 젊은 여직원이 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였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손님, 밖에 비가 많이 와요. 혹시 데리러 오신 분 있나요?”

서현주는 핏기없는 얼굴로 유골함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유일한 가족은 첫사랑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고 있으니까. 그는 이 두 모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데 딸의 죽음을 알 리가 있을까?

설령 여유가 있다고 해도 결코 그녀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이다.

연지훈은 그녀를 끔찍이 미워한다.

너무 밉다 보니 그녀의 딸까지 증오했다.

며칠 전, 유이영이 차에 아들을 싣고 운전하다가 서현주와 연하나가 탄 버스를 들이받았다. 연하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현장에서 기절했다.

서현주는 인파 속에서 연지훈을 한눈에 알아보고 구명줄이라도 잡은 듯 그에게 달려갔다.

“지훈 씨, 하나가 다쳤어요. 상태가 심각해요. 제발 우리 하나 병원으로 데려다줘요!”

하지만 연지훈은 그녀를 밀쳤다. 서현주는 머리가 땅에 부딪혔고 눈앞이 어지러웠다.

“서현주, 뻔한 연기는 제발 그만 좀 해!”

말을 마친 연지훈은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유이영의 아들을 안고 구급차로 향했다.

서현주는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자존심까지 다 내려놓고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제발 부탁이에요. 하나 곧 죽을 것 같다고요! 우리 하나도 지훈 씨 딸이잖아.”

연지훈은 전혀 믿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째려봤다.

“몇 번을 말해? 내 생에 아이는 딱 한 명이야. 이영이가 낳아준 우리 아들.”

“너랑 하나는 필요 없어. 쓰레기라고. 아 그리고 이혼합의서 당장 가져와!”

연지훈은 그녀를 발로 걷어차고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소년을 안고서 구급차에 올라탔다.

서현주는 마음이 재가 되어갔다. 결국 30분이 늦어서 연하나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수술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편 연지훈이 병원까지 실어갔던 남자아이는 한창 그들의 결혼식에서 화동 역할을 하며 신랑 신부에게 결혼반지를 전달해주었다.

서현주는 차갑게 웃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알아서 갈게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거센 빗줄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직원은 잠시 머뭇거리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쫓아가고 싶었지만 끝내 발걸음을 멈췄다.

이미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이 일로 연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서현주는 빗속을 걸으며 외투를 벗어 유골함을 덮었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서 비바람을 막아주었다.

“하나야, 엄마가 비 맞지 않게 해줄게.”

한 줄기 밝은 빛이 안개를 뚫고 눈앞을 환하게 비췄고 경적과 함께 검은색 마이바흐가 그녀 옆에 멈춰 섰다.

다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억척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

반 시간 후.

그녀와 연지훈의 신혼집, 아니 이제는 연지훈과 유이영의 신혼집으로 꾸며진 이 공간은 활기찬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엉망진창의 모습인 서현주는 거실에 서서 이 집안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가정부는 심지어 그녀더러 현관에만 서 있으라고, 방금 닦은 바닥을 더럽히지 말라고 했다.

서현주는 유골함을 바닥에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푹 젖은 이혼합의서를 꺼냈다.

가정부는 합의서를 받아 들고 외투로 덮인 유골함을 발로 걷어찼다.

“이건 뭐예요? 얼른 치워요.”

외투가 스르륵 벗겨지며 유골함의 한쪽 모서리가 드러났다.

유골함의 이름을 본 가정부는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건 바로 서현주의 딸 이름이니까.

서현주는 외투로 유골함을 꼭 감싸고 자리를 떠났다.

한 시간 후, 근처 바닷가.

그녀는 품 안의 유골함을 꽉 안고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창백한 얼굴과 결연하고 단호한 눈빛으로...

“하나야, 괜찮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는 죽어서라도 영원히 네 옆에 있어.”

바닷물이 서서히 그녀의 머리 위까지 차올랐다.

...

결혼식장

유이영은 드레스를 갈아입고 대기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버건디 컬러의 드레스는 그녀를 꽃처럼 아름답게 물들였고 날씬한 자태를 한껏 드러냈다.

“지훈 씨, 하객들 기다리고 있죠? 얼른 함께 나가서 인사드려요.”

유이영은 연지훈에게 새하얀 손을 내밀었다.

“그래.”

연지훈은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란히 손을 잡고 대기실을 나왔다.

갑자기 연지훈의 수행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

“대표님, 서현주 씨가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했답니다.”

뭇사람들은 표정이 굳어졌고 이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무슨 서현주 타령이에요? 대표님은 이미 그 여자랑 이혼했어요. 죽든 말든 상관없으니 귀찮게 굴지 말아요. 결혼식 망칠 일 있어요?”

다만 곧이어 연지훈이 다가오며 끔찍한 얼굴로 수행비서 임지안을 쳐다봤다.

“방금 뭐라고 했어?”

그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자신을 설득하는 듯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돼. 현주가 또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교활한 여자가 어떻게 죽을 수 있어?”

수행비서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대표님, 정말입니다. 수색대가 방금 바다에서 서현주 씨 시신을 인양했대요. 그리고... 연하나 씨 유골함까지도...”

모든 이가 연지훈은 절대 서현주에게 흔들리지 않을 거로 믿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표정이 돌변하고 싸늘한 시선으로 먼 곳을 응시했다.

이에 뭇사람들은 침묵하며 감히 꼼짝하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오직 유이영만 쪼르르 달려와 그의 손을 잡고 애틋한 눈길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훈 씨...”

뜻밖에도 연지훈은 그녀조차 외면하며 손을 뿌리치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유이영은 그 순간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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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8화

    사실 아까 서현주가 안요한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래도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황태민 때문에 안요한이 황축복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었다. 상대가 고작 어린 여자아이일 뿐인데도 말이다.안요한이 말이 없자 서현주가 다시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타일렀다.“왜 그래요. 그냥 아이일 뿐이에요. 황태민이 저지른 일은 아이랑 상관이 없고 무엇보다 이미 잡혔잖아요.”서현주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요한 씨가 계속 이렇게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애가 겁먹잖아요.”“보호자가 누구야? 지금 당장 가서 찾을게.”“그건 아직 안 물어봤어요.”황축복을 발견했을 당시 일단 배부터 채워준 뒤에 보호자를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안요한이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그럼 지금 물어보고 빨리 찾아서 돌려보내자.”서현주가 그를 붙잡고 두 눈을 부릅떴다.“지금 그 얼굴로 가면 축복이가 겁먹어서 울기밖에 더하겠어요?”원래는 안요한과 셋이 밥을 먹으려 했지만 지금 안요한의 모습을 보니 두 사람을 함께 두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그녀가 말했다.“밥이나 하나 더 받아와요. 난 가서 축복이 챙길게요.”안요한이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다시 줄을 서러 갔다.서현주가 자리로 돌아갔다. 맞은편의 황축복이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조금씩 먹고 있었다.공양간의 음식이 전부 담백한 채소뿐이라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다.서현주가 물었다.“맛있어?”황축복이 음식을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아이의 입가에 묻은 밥풀과 그릇 옆으로 떨어진 밥알 몇 알을 본 서현주가 티슈를 건넸다.“천천히 먹어. 서두를 거 없어.”황축복은 티슈를 받아 들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어쩔 수 없었던 서현주가 다시 티슈를 가져가 아이 입가의 밥풀을 떼어주었다. 황축복이 쑥스러운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서현주가 웃으며 말했다.“계속 먹어.”황축복은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그릇 안의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다만 위가 작아 음식이 조금 남았다. 아이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7화

    황축복이 기억을 더듬어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나름대로 길을 외워두긴 했지만 연유준이 일부러 길을 많이 빙빙 돈 탓에 갈림길이 나타날 때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주저하곤 했다.그 바람에 길을 여러 번 잘못 들었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른 길로 접어들기를 반복해야 했다.주변에 어른들이 있었지만 황축복은 밖에서 모르는 어른에게 감히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내 몸을 움츠린 채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걸었다.걸음은 느렸지만 다행히 공양간까지 무사히 돌아왔다.점심시간이라 공양간 안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인파 속을 헤매던 황축복이 몸집이 작아 주변의 어른들 때문에 시야가 막혀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공양간의 자리들이 전부 똑같이 생겨서 까치발을 들고 아무리 애를 써서 찾아보아도 그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도무지 알아볼 수 없었다.황축복은 사람들에게 떠밀리듯 걸으며 이리저리 두리번거렸지만 끝내 원래 자리를 찾지 못했다.얼마나 헤맸을까, 황축복이 구석진 자리를 찾아가 무릎을 끌어안고 천천히 쪼그려 앉았다.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아빠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휴대폰이 없었다.주변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황축복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황축복은 자신이 당장이라도 짓밟힐 가엾은 들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그때 어떤 목소리가 왁자지껄한 소음을 뚫고 황축복의 귓가에 사뿐히 내려앉았다.“축복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귀에 익은 목소리였다.황축복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망연자실한 눈으로 눈앞의 여자를 쳐다봤다. 여자가 다시 물었다.“어른들은 어쩌고 왜 너 혼자 여기 있어?”황축복이 고개를 저으며 여자의 얼굴을 응시했다.“언니.”서현주가 환하게 웃으며 황축복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나 기억하는구나.”아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기억해요. 언니가 저 구해줬잖아요.”그녀가 황축복에게 손을 내밀었다.“일단 일어나. 계속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6화

    연채린이 쳐다보자 연유준이 자리에 얌전히 앉아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나도 어디 안 가고 있을게요.”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착하네. 얼른 밥 가져올게.”연유준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이가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말을 잘 들었다. 연채린은 연유준이 한소리 들은 뒤로 철이 들었다고 생각하며 내심 뿌듯해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연채린과 연승재가 자리를 뜨자마자 연유준이 슬그머니 일어나 황축복의 옆으로 다가갔다.황축복이 경계하며 벌떡 일어서더니 뒷걸음질을 쳐 연유준과 거리를 두었다. 연유준이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피해? 너한테 할 말이 있단 말이야.”황축복은 연유준을 믿지 않았다. 상 반대편에 서서 상을 짚은 채 말없이 연유준을 보면서 듣기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연유준이 말했다.“너 괴롭히려는 거 아니니까 안심해. 그런 눈으로 보지도 말고.”황축복이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았다. 연유준에게 다가가지도 않고 입도 꾹 다물었다.웬일로 연유준이 황축복의 태도를 따지고 들지 않고 오히려 살갑게 굴었다.“아까 저쪽에 꽃이 엄청 많더라고...”그러고는 돌아서서 뒤쪽을 가리켰다.“엄청 예뻐. 원래 구경 가고 싶었는데 고모랑 삼촌이 못 가게 했어.”연유준이 눈을 반짝이면서 신이 난 얼굴로 떠들었다.“고모랑 삼촌이 없는 틈에 잠깐 보러 갈래? 갔다가 금방 오면 안 들킬 거야. 갈래?”황축복이 연유준이 가리킨 곳을 흘끔 쳐다봤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아까 연유준이 발로 찼던 곳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고 말없이 도리질을 쳤다.연유준이 여전히 상냥한 태도를 유지했다.“왜 겁을 먹고 그래? 털끝 하나 안 건드린다고 했잖아. 그냥 나랑 같이 가주기만 하면 돼. 넌 꽃 보고 싶지 않아?”황축복이 연유준을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왜 혼자 안 가?”연유준이 즉각 대꾸했다.“혼자 가면 무슨 재미야. 둘이 가야 재밌지.”아이의 얼굴에 슬슬 짜증이 짙어졌다.“확실히 말해. 갈 거야, 말 거야?”황축복이 고개를 저었다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5화

    연유준이 고개를 까딱거리며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연채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아이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렸다.연채린이 시선을 거두기 무섭게 연유준이 황축복을 향해 얼굴을 구기며 익살스럽게 혀를 내밀었다.황축복이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연채린과 연승재가 크게 꾸짖지는 않았으나 연유준이 그래도 한결 얌전해졌다. 그 후로 연채린에게 휴대폰을 달라고 떼를 쓴 것 말고는 더는 보채지 않았다.달리 방법이 없었던 연채린은 아이에게 휴대폰을 건넸다.연유준이 휴대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황축복도 괴롭힘에서 벗어났다.절에 도착한 후 연유준이 마지못해 휴대폰을 내놓았다. 연채린이 말했다.“사람이 많으니까 길 잃어버리지 않게 잘 따라와.”그녀는 차에서 내려 황축복 쪽 문을 열고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준 뒤 황축복의 손을 잡았다.“축복아, 이모 손 꼭 잡아. 알았지?”황축복이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유준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차에서 내린 연승재가 웃으며 연유준의 손을 잡았다.“삼촌이 유준이 손 잡아주면 되잖아. 화내지 마.”연유준이 씩씩거렸다.“화 안 났거든요?”연승재가 아이의 손을 잡았다.“이만 가자.”절 안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지만 연유준은 오히려 신이 난 모습이었다. 연승재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 바람에 연채린이 황축복의 손을 잡고 그 뒤를 쫓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특히 칠성전에서 연유준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연승재뿐만 아니라 연채린까지 끌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마구 뛰어다닌 탓에 주변 사람들과 계속 부딪혔고 연승재가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연채린이 인파 속에서 황축복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칠성전 밖으로 나와서야 겨우 연유준을 붙잡았다. 그녀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준아,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돼. 벌써 몇 명하고 부딪힌 줄 알아? 예의 있게 행동해야지.”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연유준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앞서 나갔다. 또 누군가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4화

    서현주는 잠시 황축복을 지켜보았다. 아이의 곁을 지나치거나 머무는 어른들이 모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보호자 같아 보였다.황축복이 입은 옷이 새 옷 같고 단정한 걸 보면 인파에 휩쓸려 보호자와 떨어지게 된 게 틀림없었다.무릎을 끌어안고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참으로 가여워 보였다.절 안이 사람들로 붐벼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홀로 있는 건 그다지 안전하지 않았다. 서현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안요한이 이미 인파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금방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짐작한 서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그대로 둔 채 인파를 헤치고 나아갔다.황축복이 인파에 휩쓸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연유준에게 쫓겨났다.차에 타서부터 연유준이 은근히 황축복을 괴롭혔다. 연승재가 운전대를 잡았고 연채린이 조수석에, 두 아이가 뒷좌석에 탔다.연유준이 수시로 발을 의자 위로 올리거나 일부러 몸을 뒤틀어 황축복을 밟으면서 새로 산 옷에 발자국을 남기곤 했다.황축복이 오른쪽으로 움직여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발자국을 털어냈다.그 모습을 본 연유준도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겨 또다시 발자국을 찍었다.황축복이 발자국을 내려다봤다가 연유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유준이 입을 삐죽 내밀며 오만한 태도로 콧방귀를 뀌었다.연승재와 연채린이 등을 돌리고 있어 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연유준이 주먹을 들어 경고했다.두 사람 모두 아이들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황축복이 말없이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몸에 묻은 발자국을 털어냈다. 그러고는 연유준과의 거리를 벌리려고 오른쪽 차 문에 완전히 기댔다.이제 연유준의 발이 황축복에게서 꽤 멀리 떨어졌다.그런데도 연유준은 포기하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엉덩이를 조금 옮겨 황축복에게 다가가 발을 들었다.황축복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앞을 보았지만 연채린과 연승재는 여전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입술을 깨물고 최대한 몸을 웅크렸다.연유준은 황축복의 그런 모습이 재미있는지 더욱 활짝 웃으면서 황축복의 하얀 패딩에 거침없이 발자국을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293화

    공양간은 각자 식판에 배식받는 구조였다. 안요한은 서현주를 자리에 앉혀두고는 홀로 두 사람 몫을 가지러 갔다.배식 줄과 속도를 지켜보던 서현주는 안요한이 족히 십여 분은 걸릴 거라 예상했다. 무료해져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카카오톡에 업무 관련 메시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화면을 훑어내리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그녀는 메시지들을 비서에게 일괄 전달하며 급하고 중요한 일들부터 먼저 추려달라고 지시했다.비서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업무 메시지 외에는 전부 강혜인이 보낸 메시지였다.[넌 요한 씨랑 팔자 좋게 데이트나 하고 난 여기서 일만 하고. 나 진짜 불쌍하지 않냐?]30분 뒤.[왜 답장이 없어? 그렇게 바빠? 아니면 일부러 무시하는 거야?][서현주, 오늘 주말인 건 알지만 너한테 맡길 중요한 임무가 하나 있어. 백령사에서 굿즈 좀 사 와. 알았지? 가보진 못했지만 찾아보니까 칠성신을 모시는 칠성각이 있더라고. 내가 그분 참 좋아하고 존경하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지?][지금 상의하는 게 아니라 명령이야. 굿즈 안 사 오기만 해봐. 돌아오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이건 친구 버리고 남자친구랑 데이트하러 간 벌이야.]또 30분이 지났다. 서현주의 답장이 없어서인지 강혜인의 말투가 한껏 비굴하고 간절해졌다.[네가 병원에 있을 때 내가 얼마나 뼈 빠지게 일했는지 알지? 제발 칠성신의 굿즈 좀 사다주라, 응? 나 진짜 필요해. 아무것도 없으면 엄청 속상할 것 같아. 정말이야...]강혜인이 오늘 정말로 심심했던 모양인지 그녀가 보낸 메시지들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서현주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아침에 절에 도착한 이후 계속 걷느라 휴대폰이 있다는 것도 까먹었고 들여다보지 않은 탓에 강혜인에게서 이렇게 많은 연락이 왔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서현주:[걱정하지 마, 이미 샀어. 내가 너를 하루 이틀 보니?]서현주:[그리고 널 버린 거 아니야. 여긴 요한 씨가 오자고 한 거라 너까지 같이 가자고 하기가 좀 그랬어.]답장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585화

    기사가 짧게 대답했다.“네.”그때 서현주의 휴대폰에 카카오톡 알림이 떴는데 눌러 보니 강혜인이 메시지를 보낸 거였다.[환자 이름은 차경숙이고 나이는 79세, 지금 대원 병원에 입원 중인데 골암 말기야. 병실은 A동 1207호.]서현주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들었다.“대원 병원으로 가주세요.”“알겠습니다.”한편 연지훈은 먼저 유이영과 연유준을 호텔에 내려준 뒤 혼자 약속 장소에 나갈 생각이었다. 차가 이동하는 동안 비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렇게 신경 써서 검찰 쪽을 움직이셨는데 왜 서 대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581화

    진성민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전됐다.경찰과 검찰은 공금 횡령, 영업비밀 탈취, 강간 미수 등의 혐의로 그를 공동 기소했고, 법원에서도 이미 일정을 조율 중이라 머지않아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여러 혐의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만큼 진성민에게 좋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리 없었다.진성민의 추문이 터지자 그가 몸담고 있던 회사의 주식이 크게 요동쳤고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쳤다. 그러자 진씨 가문 내부에서는 격렬한 권력 다툼이 시작됐다.안팎으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진용혁은 자기 일조차 감당하기 벅찼고 결국 진성민과 관련된 모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573화

    연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잘 설명할 테니까 이 일은 잠시 내려둬.”서현주가 말했다.“설명이요? 이영 씨가 말한 그런 설명이라면 필요 없을 것 같아요.”연지훈은 눈빛은 바로 어두워졌다.“내가 장담하는데 이 일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을 거야.”“연 대표님 말은 더 이상 믿지 않을 거예요.”서현주의 말에 연지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서현주는 고개 숙여 그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저를 막고 있는 것도 이영 씨 뺨을 때릴까 봐서 걱정하는 거예요?”“너...”서현주는 갑자기 그의 손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594화

    서현주가 솔직하게 말했다.“아시잖아요. 전 예전부터 게임시티 저작권을 정말 갖고 싶었어요. 제가 이기면 게임시티의 저작권을 하유 그룹에 파세요.”유이영은 주먹을 꽉 쥐더니 갑자기 끼어들었다.“리오 감독님, 투자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시다시피 제가 감독님 영화의 여주인공이 된다면 제 남편이 그 영화에 필요한 투자금은 충분히 준비해 줄 거예요.”리오는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유이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감독님도 말씀하셨잖아요. 제가 국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면 감독님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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