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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애월섬
연씨 저택, 커다란 거실.

서현주는 자신의 앳된 손을 내려다보며 마침내 본인이 환생했다는 걸 확신했다.

소파 한가운데 연지훈의 할아버지 연동욱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진중하게 말했다.

“현주 너 정말 지훈이 따라 한성시로 출장 갈 거야?”

서현주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이것이 전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이었음을 떠올렸다.

연지훈이 한성시로 가는 것은 출장의 명목으로 첫사랑 여자친구 유이영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현주 역시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그녀의 아빠는 연동욱의 운전기사였고, 연동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연씨 가문은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그녀를 연씨 가문으로 데려와 키워줬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줬고 친딸 못지않게 키워왔다.

하여 이번에도 연동욱은 그녀가 연지훈의 출장에 따라가겠다는 요구를 수락했다.

그녀는 연동욱의 옆에 있는 연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세련된 블랙 슈트 차림에 단추는 마지막까지 꼼꼼히 채웠고 무심하게 다리를 꼬고 있었다. 이마에 드리워진 머리카락은 날카로운 눈빛과 습관적으로 굳게 다문 얇은 입술을 가렸다.

그를 처음 본 순간, 서현주는 숨이 턱턱 막히고 지난날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현되었다.

심장 박동이 거의 멈췄고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녀를 지배하던 이 남자, 그녀를 완전히 쓰레기 취급하던 이 남자.

서현주는 그를 증오했다.

뼛속까지 증오했다.

자신을 경멸하던 그 눈빛, 모든 걸 제압하던 그 몰골이 밤낮으로 머릿속을 맴돌아서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났다.

연지훈의 눈가에 드러난 경멸감이 더욱 짙어졌고 손가락은 천천히 무릎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것은 짜증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걸 서현주는 누구보다 잘 안다.

연지훈은 꼭 마치 그녀가 무조건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릴 것을 확신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환생한 그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제 막 입을 열려던 참인데 뒤에 있던 엄마 엄진경이 한껏 자세를 낮추고 말했다.

“그럼요, 당연히 따라가야죠. 우리 현주랑 지훈이는 사이가 좋아서 어디든 꼭 붙어 다닐 거예요. 한성시도...”

“아니요.”

이때 서현주가 엄마의 말을 잘랐다.

거실에 있던 뭇사람들이 전부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

늘 차가운 표정의 연지훈만 제외하고.

서현주는 고개를 들고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연동욱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저 곧 있으면 대학 입시라 공부에 집중해야 해서 지훈 오빠 출장 업무에는 방해가 되고 싶지 않네요.”

연동욱의 눈가에 약간의 놀라움이 스쳤다.

엄진경은 초조해하며 이를 갈았다. 그녀는 재빨리 달려와 서현주의 손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현주가 헛소리한 거니 마음에 새겨두지 마세요. 다들 보시다시피 얘 엄청 따라가고 싶어 하잖아요.”

“엄마,”

서현주는 엄진경의 손에서 손목을 빼냈다.

“저 진짜 공부 열심히 하고 싶어요.”

엄진경은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너무 잘 안다.

연동욱이 겉으론 너그럽게 대하는 것 같아도 실은 서현주를 별 볼 일 없는 장난감처럼 키우고 있다는 것을.

전생에 그녀가 사고를 겪었을 때 연동욱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친손녀 연하나마저 눈길 한번 준 적이 없다.

서현주는 단호하게 다시 한번 말했다.

“할아버지, 지훈 오빠, 전에는 제가 너무 철이 없어서 그랬지만 이제는 오빠가 얼마나 바쁜지 다 알아요. 출장도 오빠 혼자 가세요. 더는 오빠 일에 방해하지 않을게요.”

연동욱이 말하기도 전에, 연지훈은 인내심이 고갈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서현주를 힐긋 쳐다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네 마음대로 해.”

이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자리를 떠났다.

연동욱도 더는 붙잡지 않고 다들 방에 돌아가라고 손짓했다.

서현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씨 저택 밖 마이바흐 안에서, 임지안은 조심스럽게 백미러로 연지훈을 보고 있었다.

그는 연지훈의 수행비서인지라 연씨 가문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번에 연지훈이 저택으로 돌아온 이유도 분명 이 집안의 말썽꾸러기이자 골칫거리인 양녀 서현주가 무슨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또 연지훈이 양녀를 늘 탐탁지 않게 여기고 심지어 혐오한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연씨 저택에 들어선 순간부터 연지훈은 줄곧 미간을 찌푸린 상태였으니까.

지금은 저택에 들어가기 전보다 기분이 더 나빠 보였다.

이에 임지안은 분명 그 양녀가 연동욱을 등에 업고 연지훈에게 지나친 요구를 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또 예전처럼 연지훈을 따라 출장을 가고 싶다고 조른 거겠지.

임지안은 차 밖을 곁눈질했는데 평소처럼 들러붙던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과감하게 말했다.

“대표님, 처음부터 단호하게 서현주 씨를 거절해서 물러나게 했어야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지훈이 고개를 들고 어두운 눈길로 쏘아봤다.

“잔말 말고 출발해.”

임지안은 즉시 입을 다물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잠시 기다리다가 연지훈이 피곤한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는 걸 보더니 질문을 이어갔다.

“대표님.”

임지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현주 씨는 왜 안 왔어요? 항상 대표님을 따라다녔잖아요.”

오늘은 주말이라 서현주도 수업이 없으니 평소대로라면 늘 연지훈을 따라 회사나 그의 집으로 갔을 것이다.

연지훈은 입술을 앙다물고 무심코 저택 입구를 살펴봤다.

입구는 매우 조용했고 가정부들이 오가는 모습만 보일 뿐 늘 꽁무니를 쫓아다니던 서현주는 없었다.

그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신경 끄고 출발해.”

임지안은 알겠다고 대답한 후 시동을 걸었다.

보아하니 서현주가 정말 그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

연지훈은 무심하게 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이때 갑자기 방금 서현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이까짓 밀당으로 수작을 부리다니, 정말 티 나는 꼼수였다.

한편 엄진경은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왜 안 따라가는 건데? 지훈이가 누구 만나는지 몰라?”

서현주가 침착하게 말했다.

“알아요.”

이에 엄진경은 더욱 이를 갈았다.

“그런데 왜 따라가지 않는다는 거야? 지훈이가 전 여친이랑 재결합하는 걸 눈 뜨고 지켜볼 셈이니? 그때 되면 너만 떨어져 나가게 돼 있어!”

“그러려니 하죠 뭐.”

서현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좋다는데 왜 굳이 끼어들어야 해요?”

엄진경은 그녀의 말이 아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다짜고짜 딸의 귀를 움켜쥐고 고함을 지를 뿐이었다.

“절대 안 돼! 어르신께 너도 따라갈 거라고 말씀드릴 거야. 이번엔 무조건 내 말 들어!”

서현주는 그런 그녀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

엄진경은 아직도 제 딸이 연지훈과 결혼할 거란 망상에 빠져있다. 시간이 모든 걸 깨우쳐줄 것이다.

서현주는 책장에서 문제집을 꺼냈다.

전생에는 비록 연씨 가문이 지켜주었지만 연지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학업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다만 안타깝게도 대학 입시 전날 사고가 발생하여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 이후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그녀는 재수도 하지 않았고 대학도 포기했다.

이번 생에는 대학 입시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연씨 가문과 연지훈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대학을 선택하여 훨훨 날아갈 생각이었다.

다만 전생의 원한은 잊지 않을 것이며 잊어서도 안 된다.

언젠가는 연하나를 해친 자들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공부하던 와중에 엄진경이 갑자기 방에 들어와 캐리어를 들고 그녀의 짐을 싸려고 했다.

서현주는 엄마의 손에서 캐리어를 빼앗았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엄진경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찌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르신께서 네가 지훈이 따라 출장 가는 걸 허락하셨어. 얼른 짐 싸야지. 나중에 지훈이한테 얘기 잘해야 해. 오늘처럼 무례하게 굴어서 심기 건드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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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잊지마
무슨 엄마가 딸은 팔아 먹냐고.그냥 암것도 안하는것만도 도와주는 것이다. 저런 엄마는 차라리 없는게 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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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그녀는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알 수 없는 이유로 유이영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곧이어 연지훈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이영아.”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유이영은 본능적으로 멈칫했다.며칠째 연지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탓인지, 잠시 현실감이 흐려졌다.“지훈 씨.”그녀가 낮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연지훈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느긋했다.“정확히 언제 돌아올 건지 말해 줘. 그때 사람 보내서 데리러 갈게.”유이영의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682화

    의식을 찾은 서현주는 한참 안요한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러워 어쩔 수 없이 다시 두 눈을 꼭 감았다.한참 숨을 고른 서현주가 다시 눈을 떴다.그때, 손등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서현주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안요한을 바라봤다.안요한은 침대 앞에 반쯤 무릎 꿇고 앉아 서현주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안요한의 예쁜 두 눈은 한순간도 서현주를 놓치지 않았다.서현주는 입술을 달싹이다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꼴이 이래요?”안요한의 머리카락은 정돈되지 못해 까치집이 지었고, 수염이 거칠게 자랐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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