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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작가: 애월섬
장미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서현주는 이미 휴대폰 메모장에 문장을 길게 써두었고 아직 보내지는 않았다.

휴대폰 화면에 [장미연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뜨자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전화를 받았다.

“장 선생님.”

“현주 씨, 나한테 전화했던데 무슨 일 있어요?”

장미연의 목소리에 피곤이 잔뜩 배어 있었다. 서현주는 장미연의 그토록 지쳐 있는 목소리를 처음 들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 선생님, 혹시... 주최 측에서 선생님을 곤란하게 한 건 아니죠?”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한참 후 장미연이 담담하게 말했다.

“난 괜찮아요. 현주 씨는 걱정하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요.”

서현주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전에 루체 피아노 콩쿠르의 모집 공고가 떠 있던 대형 전광판에는 이제 다른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저는 더 이상 선생님께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이 모든 일은 그녀가 조심하지 않은 탓이었다.

처음에 서현주는 그저 고지현의 이름을 다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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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마친 신가영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안요한의 얼굴을 응시했다. 안요한이 그녀의 말을 듣고 혹시라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하여 지켜본 것이었다.그녀는 쿨하고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보이도록 애써 차분함을 유지했다.안요한의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한없이 침착하기만 했다.“그래. 좋네.”그의 눈빛이 솔직했고 말투가 차분했다. 마음에도 없는 듯 그저 가볍게 툭 던진 한마디였다.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가영을 마음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녀의 진심 또한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신가영이 뭐라 하든 상관이 없었다.신가영이 애써 유지하던 겉모습이 하마터면 무너져내릴 뻔했다. 두 눈에 숨길 수 없는 슬픔과 억울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그 감정을 덮어버렸다.그녀가 심호흡하고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그냥 좋네가 아니라 아주 좋네겠지.”신가영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안요한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안요한, 넌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이 한마디를 아주 또박또박 말했다.“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건 너라고.”안요한은 여전히 태연했고 예쁜 두 눈도 지극히 차분했다.“그래. 난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신가영이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앞으로는 내 시간을 모두 일에 쏟을 거야. 그게 내가 진짜로 해야 하는 일이니까. 남자만 믿어선 안 되더라고. 통장 잔고 숫자만이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이젠 더 이상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그냥 평범한 친구로 지내자.”“우리 사이의 일은 부모님께도 확실히 말씀드릴게. 그러니 더 이상 나랑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야. 너희 할아버지 쪽은... 네가 직접 말씀드려. 나랑은 상관없는 분이니까.”안요한의 차분한 시선이 그녀의 붉은 두 눈을 스쳤다가 이내 짧게 대답했다.“알았어.”신가영이 밀려오는 씁쓸함을 참으면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마지막인데 악수 한 번 하자. 이제부터 우린 정말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321화

    사실 서현주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식당으로 들어와 안요한이 있는 룸으로 향했다.안요한의 말대로 그들은 비즈니스 때문에 모였다.안요한이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호출을 받고 급히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오는 길에 서류를 검토했던 그는 도착한 후에야 이번 협력 대상에 신씨 가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씨 가문 대표로 신가영의 부모와 신가영이 나와 있었다.그는 할아버지 안정수가 ‘정성 들여’ 만든 자리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하지만 이번 만남은 엄연한 공무였기에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어 철저히 공적인 태도로 일관하기로 마음먹었다.원래는 룸에 도착하자마자 서현주에게 상황을 보고할 생각이었으나 룸 안의 통신 상태가 너무나 좋지 않았다. 서현주에게 보낸 메시지가 번번이 전송 실패로 떴다.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서야 겨우 신호가 복구되었다.신호가 정상화되자마자 안요한은 서현주가 보낸 메시지와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붙여둔 경호원의 보고를 확인했다.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안요한은 즉각 서현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해명했다. 서현주로부터 괜찮다는 답을 듣긴 했지만 마음이 놓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란해졌다.‘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 경연에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여기서 만나다니.’경호원이 보내온 사진을 살피던 안요한이 서현주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태현을 발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사진을 전송하며 지시했다.[조사해 봐.]식사 자리에서 협력 프로젝트에 관한 대화가 절도 있게 오갔다. 오직 공적인 얘기뿐이었고 그 외의 사담은 일절 섞이지 않았다.이번 프로젝트는 안씨 가문이 주도하는 사업이었기에 안요한이 핵심 사항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짚어낸 뒤 발언권을 넘기고 그들의 논의를 조용히 경청했다.신가영의 부모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협상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몰아붙였다.뜻밖인 건 신가영이었다. 안요한에게 집착하던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녀 역시 진지하게 협상에 참여했다.안요한이 말수가 적긴 해도 한마디 한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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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3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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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3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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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3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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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633화

    또 십 분이 지났을 때, 안요한에게서 카카오톡이 연달아 쏟아졌다.[3초 안에 답장해.][3][2][1][좋아, 나 화났어. 이제 너랑 말 안 해. 너랑 안 놀 거야.]5분 뒤.[혹시 바쁜 거야?][알았어. 사실 안 화났어. 내 말 믿어줘.][나 안 화났어. 방금은 내 안의 두 번째 인격이 나를 조종했어.]또 30분이 지났다.[진짜 그렇게 바빠? 나 너 올 때까지 기다릴게... ㅠㅠㅠㅠㅠㅠ]그러더니 한 시간 뒤에는 아예 협박 비슷한 말까지 붙었다.[너 설마 나 없는 사이에 다른 남자랑 나가서 놀고 있는 거 아니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630화

    그렇다고 수준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니었다.유이영은 이번 본선에서 3위를 기록하며 간신히 결승에 진출했다.서현주도 사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새 피아노곡을 구상할 시간도 없었기에 예전에 대충 작곡했던 피아노곡을 들고 본선에 참가해 2위를 차지했다.1위는 서현주가 잘 모르는 참가자로 순위발표가 된 순간 참가자는 극도로 흥분한 듯 현장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심사위원이 진정하라고 말한 뒤에야 비로소 조용해졌다.시상할 때 서현주와 유이영 사이에 1위를 차지한 참가자가 있어 두 사람도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올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637화

    안요한은 검색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방금 입력한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안요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 표현으로는 뭔가 정확하지 않은 것 같아 전부 지우고 다시 쳤다.[좋아하는 여자가, 예전에 좋아했던 남자와 결혼하는 꿈을 꾸면 무슨 징조일까요?]안요한이 검색을 누르자 화면에 결과 페이지가 금세 떴다.안요한은 대충 몇 개를 훑어봤다가 곧바로 얼굴을 찡그렸다. 말은 많은데 정작 내용은 엉망이었다. 논리도 없고, 서로 앞뒤도 맞지 않았다.안요한은 몇 페이지 더 넘겨보다가 더는 못 보겠다는 듯 휴대폰을 침대 한쪽 구석으로 툭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623화

    유이영은 황태민의 이런 눈빛을 본 적 있었다.피아노 예선이 끝난 날, 함께 집으로 가자고 애원했을 때랑 똑같은 눈빛이었다.분명 약속을 상기시키는 모습이었다.유이영은 당황한 나머지 더 불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태민아...”김민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이영을 뒤로 낚아챘다.“황태민, 싸우고 싶으면 그냥 말해. 이영이를 괴롭히지 말고.”김민준은 거의 이를 갈면서 말했다.“잊지 마. 너랑 이영이는 이미 오래전에 헤어졌어.”황태민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황축복은 황태민의 품에서 기어 나오더니 눈물을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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