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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자선 파티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5 01:42:43

손바닥 안쪽을 파고든 태하의 뜨거운 손끝에 서경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남자는 은빛 무테안경 너머로 지극히 공손한 비서의 미소를 지으며 90도로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조심하십시오, 사모님. 오늘 드레스가 아주 기품 있게 어울리십니다.”

완벽한 충견의 가면.

그 위선적인 태연함에 서경은 가쁜 숨을 삼키며 마이바흐에서 내렸다.

강진우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호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서경의 손바닥 안쪽에는 여전히 남자의 거친 지문이 남긴 불꽃 같은 잔향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

서울 최고급 5성급 호텔 그랜드볼룸.

수백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눈부신 황금빛을 뿜어내는 VVIP 자선 갈라 파티장은 대한민국 상류층의 화려한 사교계였다.

강진우는 와인 글라스를 들고 정재계 고위 인사들 사이를 누비며 서경을 트로피 와이프처럼 곁에 세워두었다.

“제 아내 한서경입니다. 명진그룹 장녀답게 조용하고 순종적인 게 유일한 장점이죠.”

아내의 인격과 자존감을 바닥으로 짓밟는 남편의 모욕적인 소개.

그때, 붉은색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매혹적인 여인이 샴페인 잔을 들고 다가왔다.

강진우가 최근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수억 원대의 비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청담동 모 갤러리의 관장이자 내연녀, 유채은이었다.

“강 상무님, 오랜만이에요. 안주인 분도 참 단아하시네요.”

내연녀의 교태 섞인 눈빛에 진우의 입꼬리가 헤벌쭉 찢어졌다.

진우는 서경의 귓가에 차갑고 잔인하게 속삭였다.

“나 거래처 귀빈들과 은밀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으니, 너는 파우더룸에 가서 화장이나 고치고 있어. 사람 많은 데서 방해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으라고.”

남편은 서경을 짐짝처럼 밀어내고 내연녀와 함께 어두운 야외 테라스 쪽으로 사라졌다.

치밀어 오르는 모욕감과 배신감에 서경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서경은 혐오스러운 파티장을 빠져나와 복도 끝의 프라이빗 VIP 파우더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편의 뒤를 따라가던 습관 때문에 첫걸음이 잠시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

서경은 몸을 돌렸다.

그의 옆에 서서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을 하는 것만큼은 더 견디기 어려웠다.

화려한 파티장의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조롱하듯 때렸다.

달칵.

파우더룸의 문을 안쪽에서 걸어 잠근 서경은 대리석 세면대 거울을 짚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모욕감과 분노에 전신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끼이익—.

그때, 파우더룸 안쪽의 VIP 전용 탈의실 문이 조용히 열렸다.

어둠을 가르고 걸어 나온 인영은, 수트 재킷을 벗어 팔에 걸친 권태하였다.

남자의 무테안경 너머로 칠흑 같은 맹수의 시선이 번뜩였다.

“권 비서……? 당신이 여길 어떻게……!”

서경이 놀라 입을 가린 채 뒷걸음질을 쳤다.

태하는 단숨에 다가와 서경의 허리를 거칠게 낚아채더니, 그녀를 대리석 화장대 위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상무님께서 내연녀와 테라스 구석에서 입을 맞추고 계시더군요.”

태하는 복도로 소리가 새지 않을 만큼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남자의 커다란 손이 서경의 하이넥 실크 드레스 등 뒤의 지퍼를 지이익— 가차 없이 끌어내렸다.

차가운 공기 속으로 서경의 매끄러운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모님이 혼자 계신 걸 보고 왔습니다. 불편하시면 지금 바로 나가겠습니다.”

“안 돼요…… 여긴 호텔 파티장이에요…… 남편이 찾으면……!”

“찾으라고 하십시오.”

태하가 서경의 여린 목덜미를 뜨거운 입술로 짓씹듯 삼켜버렸다.

남자의 거친 숨결과 짙은 시더우드 향이 좁은 파우더룸을 가득 메웠다.

남자의 뜨거운 혀끝이 쇄골을 농밀하게 핥아 올리자, 서경의 입술 사이로 자지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오려던 바로 그 순간.

덜컥, 덜컥—!

“한서경! 안에 있어?! 내 자동차 키 네 클러치에 뒀어? 당장 문 열어봐!”

문고리가 거칠게 흔들리며 문 너머에서 남편 강진우의 신경질적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얇은 문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숨 막히는 파멸의 절대 위기였다.

서경의 떨리는 눈동자가 극한의 공포와 아찔한 배덕감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하지만 태하는 서경의 입술을 자신의 커다란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채, 그녀의 귓가에 으르렁거리듯 속삭였다.

“쉿. 지금 문을 열면 저 사람과 마주칩니다. 제 뒤에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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