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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해월

1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8.10.2026 22:09:09

“권하연 씨 보호자분, 이쪽입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온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서연은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것을 정리할 겨를조차 없었다. 응급센터 안에는 소독약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고, 바퀴 달린 침대가 지나갈 때마다 바닥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시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뛰쳐나온 뒤로 서연은 하연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뿐이었다.

‘하연이가 사고를 당했어! 당장 병원으로 와!’

명희는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물을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평소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던 시어머니가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서연은 안내받은 복도 끝으로 향했다.

유리문 너머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들 사이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권시준이었다.

“여보!”

서연은 남편을 발견하자마자 달려갔다.

평소라면 그녀가 다가오는 기척만으로도 고개를 돌렸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준은 벽에 시선을 고정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시어머니 차명희가 앉아 있었다. 언제나 단정하게 올려 묶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번진 화장 아래로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손에 쥔 손수건도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서연은 명희 앞에 무릎을 굽혔다.

“어머니, 하연이는요? 많이 다쳤어요? 지금 수술 중이에요?”

명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서연은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말을 멈췄다. 시어머니는 분명 울고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는 슬픔보다 훨씬 짙은 증오가 담겨 있었다.

“네가…….”

명희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어머니?”

찰싹!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서연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에 몸이 휘청거렸고,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가 대리석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살려내! 우리 하연이 살려내, 이 뱀 같은 년아!”

명희가 서연의 어깨를 움켜쥐고 거칠게 흔들었다. 손톱이 파고든 자리가 따끔거렸지만, 서연은 그보다 시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 하연이를 미워하더니 결국 죽여 버렸어? 하연이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죽였다니.

하연이가 죽었다고?

서연은 얼얼한 뺨을 감싼 채 명희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하연이가 왜 죽어요? 사고가 났다고 하셨잖아요!”

“그 입 다물어!”

명희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리자 곁에 있던 수행원이 황급히 그녀를 붙잡았다. 복도에 울려 퍼진 고함에 지나가던 환자들과 의료진까지 놀란 얼굴로 돌아보았다.

서연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 모든 소란 속에서도 시준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남편의 흰 셔츠 소매는 구겨져 있었고, 단정하게 매여 있던 넥타이도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손등에는 무언가에 긁힌 듯한 붉은 상처와 말라붙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여보…… 하연이 어떻게 된 거예요?”

시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서연은 그에게 다가가 팔을 붙잡았다.

“말 좀 해봐요. 하연이 어디 있어요? 안쪽에 있는 거예요? 제가 들어가 볼게요.”

그제야 시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서연은 남편의 눈을 마주한 순간 숨이 막혔다.

결혼한 지 삼 년이었다. 그동안 시준이 자신에게 냉담하게 굴거나 화를 냈던 적은 많았지만, 지금처럼 낯선 눈빛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다.

그의 눈에는 분노보다 더 차가운 경멸이 담겨 있었다.

“하연이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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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준은 카드를 다시 꽂아 놓더니 소파 위에 놓인 서연의 휴대전화를 가리켰다.“전화 가져와.”“……뭐라고요?”“하연이랑 마지막으로 통화한 기록하고 메시지 전부 확인해야겠어.”“경찰한테 이미 제출했어요.”“내가 보겠다고!”서연이 움직이지 않자 시준은 직접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잠금 풀어.”“시준 씨…….”“몇 번 말하게 할 거야?”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받아 잠금을 풀었다.시준은 통화 기록부터 확인한 뒤 하연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훑어 내려갔다.“그날 하연이가 먼저 전화한 거예요. 내가 화낸 건 맞지만 죽이겠다고 협박한 적은 없어요.”시준은 아무 대답 없이 화면을 넘기다가 며칠 전 하연이 보낸 메시지에서 손을 멈췄다.'새언니, 오빠가 알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요?'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건 뭐야?”“삼 년 전 일 때문이에요. 하연이가 그 일을 다시 꺼내면서 당신한테 말하겠다고 했어요.”“왜 이제 와서?”“나도 몰라요. 갑자기 그 얘기를 하면서 나한테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요.”시준은 휴대전화를 쥔 채 서연을 올려다보았다.“그래서 화가 났겠네.”“화는 났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시준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삼 년 전에도 난 네가 그런 거짓말까지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서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시준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메시지 하나라도 지우지 마. 통화 기록도 그대로 두고.”“내가 증거를 없앨까 봐요?”“네가 무슨 짓을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그는 테이블 위 노트북을 가리켰다.“컴퓨터도 건드리지 마. 경찰이 확인할 때까지 그대로 둬.”서연은 휴대전화를 끌어안았다.시준은 그녀의 눈물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서재로 향했다.서재 문이 닫힌 뒤 서연은 한동안 거실에 서 있었다.문틈으로 시준의 통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변호사와 경찰, 차량 감식이라는 단어가 간간이 들렸지만, 서연을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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