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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8.10.2026 22:09:31

서연은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팔찌가 왜 거기 있었는지는 저도 몰라요.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떨어뜨린 걸 하연이가 주웠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확인을…….”

“어디까지 변명할 생각이지?”

시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하연이가 죽었어. 그런데 넌 네가 의심받는 게 억울하다는 말부터 하는군.”

서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권시준은 한 번 결론을 내리면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결혼 생활 내내 두 사람은 그 성격 때문에 수없이 부딪혔고, 서연이 아무리 설명해도 시준은 자신이 보고 판단한 것만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사람이 죽었고,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살인범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시준 씨…… 제발.”

서연은 그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당신이 저를 미워하는 거 알아요. 제가 예전에 잘못한 것도 인정해요. 하지만 아무리 저를 싫어해도, 제가 사람을 죽일 여자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잖아요.”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연이랑 사이가 나빴던 건 사실이에요. 서로 미워하고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죽기를 바란 적은 없어요.”

시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서연은 그 작은 변화에 매달렸다.

“나 좀 봐요, 여보. 제발 제 눈을 봐요. 제가 정말 하연이를 죽인 사람처럼 보여요?”

시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연은 그가 자신을 믿어 줄 말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시준은 그녀의 손에서 천천히 자신의 손을 빼냈다.

“네가 가족이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어?”

서연의 얼굴이 굳었다.

“하연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

“그건 하연이도 저한테…….”

“오늘 마지막 통화에서 무슨 말을 했어?”

서연은 입을 다물었다.

시준이 말을 이었다.

“하연이가 죽기 전에 나한테 전화했어. 울면서 네 이야기를 하더군.”

서연은 놀란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하연이가 당신한테 전화했다고요?”

“네가 자기를 얼마나 괴롭히는지, 오늘은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이야기했어.”

서연은 하연과 나누었던 통화를 떠올렸다.

두 사람이 심하게 다툰 것은 사실이었지만, 하연이 시준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오해예요. 하연이도 저한테 심한 말을 했어요. 왜 싸우게 됐는지부터 들어 봐야…….”

“그만해.”

시준이 고개를 돌렸다.

서연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이것만 대답해 줘요.”

시준이 짜증스럽게 눈썹을 찌푸렸다.

“하연이 시신, 당신이 직접 확인했어요?”

시준의 표정이 굳었다.

서연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직접 얼굴을 봤냐고요. 정말 하연이가 맞는지 확인했어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고가 심했다면서요. 그러니까 혹시라도 잘못 확인한 건 아닌지…….”

“서연아.”

“저도 직접 보고 싶어요. 하연이가 정말 죽었다면 마지막 얼굴이라도 봐야겠어요.”

서연이 다시 문 쪽으로 향하자 시준은 수행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데리고 나가.”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 둘이 다가와 서연의 양팔을 붙잡았다.

“이거 놔요! 놔 달라고요!”

서연은 팔을 빼내려 애쓰면서 시준을 향해 소리쳤다.

“권시준, 대답해요! 직접 확인했냐고요! 왜 대답을 안 해요?”

“서연아.”

시준이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더 추하게 굴지 마. 네 입에서 하연이 이름이 나오는 것조차 듣기 싫으니까.”

그는 서연을 외면한 채 안쪽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연은 수행원들에게 붙잡힌 채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여보! 제발 한 번만 제 말 들어 봐요! 하연이한테 심한 말을 한 건 사과할게요. 제가 잘못한 것도 다 인정할게요. 하지만 죽이지는 않았어요!”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아니에요. 내가 어떻게 하연이를 죽여요? 당신 동생인데…….”

서연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당신까지 나를 범인으로 생각하면 저는 어떡해요?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시준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눈물과 빗물에 젖은 얼굴, 애원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 수행원들에게 붙잡힌 채 무너져 내린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시준은 저 간절한 눈빛이 자신을 향한 진심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팔찌와 죽은 동생의 모습만 남아 있었다.

시준은 서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넌 이제 내 아내가 아니야.”

서연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시준이 차갑게 말을 이었다.

“넌 이제 내 아내가 아니야. 넌 내 동생을 죽인 살인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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