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ilen

4화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8.10.2026 22:09:44

시준의 차가운 말이 떨어지자 서연은 더 이상 몸부림치지 못했다.

양팔을 붙잡고 있던 수행원들이 조금씩 힘을 풀었지만, 서연은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남편을 바라보았다.

삼 년을 함께 살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을 향한 냉담한 태도에도 언젠가는 마음을 열어 줄 거라 믿었고, 어쩌다 다정한 눈길이라도 마주치는 날이면 그것만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그런 남편이 이제는 자신을 살인범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당신, 정말 내가 하연이를 죽였다고 생각해요?”

서연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지만 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더는 들을 말이 없다는 듯 몸을 돌리는 남편을 보자, 서연은 참았던 울분을 터뜨렸다.

“그럼 경찰을 불러요! 당장 신고하라고요!”

그제야 시준의 걸음이 멈췄다.

“내가 정말 하연이를 죽였다고 생각한다면 경찰에 넘겨서 조사받게 해요. 나도 알고 싶으니까. 하연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내 팔찌가 거기 있었는지 나도 알아야겠으니까!”

서연이 수행원들의 손을 뿌리치자 남자들이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시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서연은 비틀거리며 남편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경찰이든 누구든 불러서 제대로 확인해요.”

시준은 한동안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반대편에서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다가왔다. 앞장선 남자가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박성훈 형사입니다. 서연 씨 맞으십니까?”

서연은 순간 굳어 버린 채 남편을 돌아보았다. 시준은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경찰이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차분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경찰이 오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는 건 서연도 알고 있었다. 사람이 죽었으니 조사를 해야 하고, 자신 역시 마지막으로 하연과 통화한 사람으로서 확인할 것이 많을 터였다.

그런데 남편이 경찰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시준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처음부터 서연이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 결론에 맞는 증거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네. 제가 서연인데요.”

“권하연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확인할 사항이 있습니다. 잠시 말씀 나눌 수 있을까요?”

박 형사의 시선이 서연의 부어오른 뺨과 빗물에 젖은 옷자락을 스쳤다.

서연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전화를 주워 들었다. 액정 한쪽에 금이 가 있었지만 다행히 화면은 켜졌다. 통화 목록에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하연에게 걸었던 전화들이 줄지어 남아 있었다.

“저도 물어볼 게 많아요. 하연이가 정말 죽은 건지, 사고가 어떻게 난 건지부터 알려 주세요.”

박 형사는 곁에 있던 동료와 눈빛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조용한 곳으로 가시죠.”

***

그들이 안내한 곳은 응급센터 한쪽에 마련된 작은 상담실이었다.

서연이 의자에 앉자 박 형사가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동료 형사는 문 가까이에 서서 수첩을 펼쳤다. 잠시 뒤 시준도 상담실로 들어왔다.

서연은 남편을 바라보았다.

“당신도 여기 있을 거예요?”

“죽은 건 내 동생이야.”

시준은 짧게 대답한 뒤 벽 쪽 의자에 앉았다.

서연은 더 묻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죽은 동생의 오빠로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형사가 탁자 위에 수첩을 내려놓았다.

“서연 씨, 오늘 오후 네 시쯤 권하연 씨와 통화하셨습니까?”

“네. 통화했어요.”

“통화 중에 다툼이 있었습니까?”

서연은 잠시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싸웠어요. 원래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고, 오늘도 서로 감정이 상해서 해서는 안 될 말까지 주고받았어요.”

“어떤 문제로 다투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Lies dieses Buch weiterhin kostenlos
Code scannen, um die App herunterzuladen

Aktuellstes Kapitel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3화

    잠시 뒤 진하를 태울 차가 도착하자 시준은 직접 현관까지 배웅했다. 진하가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기사가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차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서연은 거실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남편이 자신에게는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세심함이었다.진하가 떠난 뒤 시준은 집 안으로 돌아왔다.서연은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지만, 시준은 그녀를 지나 서재로 향했다.“시준 씨.”그가 걸음을 멈췄다.“나한테는 물어볼 게 없어요?”시준은 천천히 돌아보았다.“또 뭘 물어봐야 하는데?”“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요. 진하가 무슨 말을 했는지, 왜 나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였는지…….”시준은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먼저 진하를 때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아.”“그건 알아요. 하지만…….”“그만 좀 해!”시준이 거실 테이블을 발로 밀었다.테이블이 바닥을 긁으며 밀려났고, 그 위에 놓인 꽃병이 넘어졌다. 물이 쏟아지며 흰 백합이 바닥으로 흩어졌다.서연은 놀라 뒷걸음질 쳤다.시준은 흐트러진 꽃을 내려다보다가 서연을 노려보았다.“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지 알아?”“…….”“하연이가 죽었어. 그런데 넌 내가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네 억울함만 이야기하고, 진하까지 때렸어.”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야!”서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당신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거죠?”시준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믿을 만한 말을 해.”서연은 한참 동안 남편을 바라보았다.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더 이상 남편을 붙잡지 않았다.다만 시준이 서재 문을 열기 직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은 지금 나를 아내로 보고 있어요? 아니면 하연이를 죽인 사람으로 보고 있어요?”시준의 손이 문고리 위에서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지금 내가 널 아내로 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서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시준은 그런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2화

    시준이 서연의 말을 잘랐다.그는 진하를 자신의 등 뒤로 물러서게 한 뒤 서연을 노려보았다.“하연이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짓까지 해? 넌 정말 미안한 마음도 없어?”서연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내가 왜 미안해야 하는데요? 하연이를 죽이지 않았다고요!”“그럼 네 차에서 피가 왜 나왔는데!”시준의 목소리가 새벽 공기를 찢었다.“하연이가 죽기 전에 왜 너랑 싸웠고, 왜 네 차가 사라졌냐고! 아무것도 설명 못 하면서 억울하다는 말만 하면 내가 널 믿어야 해?”서연은 입술을 떨었다.“나도 모르니까…….”“또 모르지!”시준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넌 언제나 모르고, 기억 안 나고, 억울하다고만 하지. 내가 언제까지 그 말을 들어 줘야 해?”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진하의 붉어진 뺨을 촬영했다.서연의 얼굴이 굳었다.“지금 사진까지 찍는 거예요?”“증거 남기는 거야.”“내가 억울하다고 할 때는 증거를 봐 주지도 않으면서…….”“네가 방금 사람 때린 건 내가 직접 봤어!”시준은 휴대전화를 내렸다.“진하야, 병원 가자. 진단서도 받아 두고.”진하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오빠. 서연이한테 불리해질 수도 있잖아.”“지금 네가 저 사람 걱정할 때야?”시준은 곧바로 수행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김 실장, 진하 씨 집까지 모셔다드릴 차 보내. 그리고 오늘 오전에 보안업체에서 대문 CCTV 원본 받아 놔. 방금 전 영상까지 전부.”서연은 남편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자신에게는 경찰이 확인할 자료라며 CCTV를 보여 주지 않았다. 그런데 진하가 맞는 장면은 직접 확보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시준 씨, 그 영상에 진하가 나한테 한 말은 안 남아요.”시준은 통화를 끝내고 서연을 돌아보았다.“그래도 네가 때린 건 남겠지.”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시준은 진하를 현관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녀의 팔을 받쳐 주며 신발장 옆 의자에 앉히려는 모습은 지나치게 다정했다.서연이 뒤따라 들어가자 시준이 날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1화

    서연의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진하의 어깨를 밀어냈다.“그만하라고 했잖아!”진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연의 손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이렇게 화를 내니까 사람들이 널 무서워하는 거야.”“네가 먼저…….”“하연이한테도 이랬어?”서연은 그대로 굳었다.진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하연이가 네 과거를 오빠한테 말하겠다고 했을 때도 이렇게 소리 질렀어? 아니면 더 심한 짓을 했어?”“유진하!”“왜? 네가 안 죽였다며. 그럼 왜 이렇게 흥분해?”진하가 다시 한 걸음 다가왔다.“혹시 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듣고 싶어?”서연의 손끝이 떨렸다.진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새언니가 너무 무섭다고 했어.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다고.”“그만해.”“그리고 오빠한테 꼭 말해 달라고 하더라.”“아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서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진하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서연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너 아까 분명히 그랬어. 하연이가 시준 씨한테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꼭 말해 달라고 했다고?”진하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처음에는 말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마음이 바뀌었어.”“삼 분 십이 초 동안?”“서연아, 사람 마음이 바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진하는 서연을 빤히 바라보았다.“넌 아직도 그 애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이해하지 못하는구나.”서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네가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그 말을 들은 진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서연은 한 걸음 다가섰다.“하연이가 정말 그렇게 말했다면 왜 처음부터 똑바로 이야기하지 않았어? 경찰한테도 그 말을 했어? 아니면 지금 나한테만 하는 말이야?”진하는 대답하지 않았다.“유진하, 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서연이 다시 묻자 진하는 오히려 웃음을 흘렸다.“그래서 네가 뭘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20화

    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벨소리가 끊긴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연아, 오빠랑 이야기 잘했어? 걱정돼서 연락했어.'잠시 뒤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혹시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 하연이 생각만 하면 나도 자꾸 감정적이 돼.'서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런데 세 번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끝이 멈췄다.'나 아직 집 근처야. 잠깐 얼굴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서연은 창가로 다가갔다.대문 너머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답장은 거의 즉시 도착했다.'오빠한테는 말 못 할 얘기야.'서연은 화면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남편 앞에서 한없이 다정했던 여자가 이제 와서 비밀스럽게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러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한 말, 사실은 더 있어.'서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서연이 코트를 집어 들자 서재 문이 열렸다.시준이었다.“어디 가?”“진하가 집 앞에 있대요. 하연이 마지막 통화에 관해서 할 말이 더 있다고 해서…….”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내가 진하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내가 부른 게 아니에요. 진하가 먼저 연락했어요.”서연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자 시준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손을 내밀었다.“전화 줘.”“왜요?”“내가 직접 이야기할 테니까 넌 나가지 마.”서연은 휴대전화를 품 쪽으로 당겼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나한테 직접 이야기하겠대요. 당신이 전화하면 또 말을 바꿀지도 모르잖아요.”“내 말이 우스워?”시준이 성큼 다가왔다.“진하까지 괴롭히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어. 그런데 또 만나서 무슨 짓을 하려고?”“당신은 왜 내가 진실을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막아요? CCTV도 못 보게 하고, 내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19화

    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벨소리가 끊긴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서연아, 오빠랑 이야기 잘했어? 걱정돼서 연락했어.'잠시 뒤 두 번째 문자가 도착했다.'혹시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마음 상했다면 미안해. 하연이 생각만 하면 나도 자꾸 감정적이 돼.'서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런데 세 번째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끝이 멈췄다.'나 아직 집 근처야. 잠깐 얼굴 보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서연은 창가로 다가갔다.대문 너머 도로에는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지만, 안에 누가 타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답장은 거의 즉시 도착했다.'오빠한테는 말 못 할 얘기야.'서연은 화면을 바라보았다.조금 전까지 남편 앞에서 한없이 다정했던 여자가 이제 와서 비밀스럽게 만나자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러자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나한테 한 말, 사실은 더 있어.'서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서연이 코트를 집어 들자 서재 문이 열렸다.시준이었다.“어디 가?”“진하가 집 앞에 있대요. 하연이 마지막 통화에 관해서 할 말이 더 있다고 해서…….”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내가 진하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내가 부른 게 아니에요. 진하가 먼저 연락했어요.”서연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 주자 시준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손을 내밀었다.“전화 줘.”“왜요?”“내가 직접 이야기할 테니까 넌 나가지 마.”서연은 휴대전화를 품 쪽으로 당겼다.“하연이가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나한테 직접 이야기하겠대요. 당신이 전화하면 또 말을 바꿀지도 모르잖아요.”“내 말이 우스워?”시준이 성큼 다가왔다.“진하까지 괴롭히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어. 그런데 또 만나서 무슨 짓을 하려고?”“당신은 왜 내가 진실을 확인하려고 할 때마다 막아요? CCTV도 못 보게 하고, 내

  • 남편이 죽인 아내가 돌아왔다   18화

    시준은 카드를 다시 꽂아 놓더니 소파 위에 놓인 서연의 휴대전화를 가리켰다.“전화 가져와.”“……뭐라고요?”“하연이랑 마지막으로 통화한 기록하고 메시지 전부 확인해야겠어.”“경찰한테 이미 제출했어요.”“내가 보겠다고!”서연이 움직이지 않자 시준은 직접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잠금 풀어.”“시준 씨…….”“몇 번 말하게 할 거야?”서연은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받아 잠금을 풀었다.시준은 통화 기록부터 확인한 뒤 하연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훑어 내려갔다.“그날 하연이가 먼저 전화한 거예요. 내가 화낸 건 맞지만 죽이겠다고 협박한 적은 없어요.”시준은 아무 대답 없이 화면을 넘기다가 며칠 전 하연이 보낸 메시지에서 손을 멈췄다.'새언니, 오빠가 알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봤어요?'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건 뭐야?”“삼 년 전 일 때문이에요. 하연이가 그 일을 다시 꺼내면서 당신한테 말하겠다고 했어요.”“왜 이제 와서?”“나도 몰라요. 갑자기 그 얘기를 하면서 나한테 거짓말쟁이라고 했다고요.”시준은 휴대전화를 쥔 채 서연을 올려다보았다.“그래서 화가 났겠네.”“화는 났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여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시준은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삼 년 전에도 난 네가 그런 거짓말까지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서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시준은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메시지 하나라도 지우지 마. 통화 기록도 그대로 두고.”“내가 증거를 없앨까 봐요?”“네가 무슨 짓을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그는 테이블 위 노트북을 가리켰다.“컴퓨터도 건드리지 마. 경찰이 확인할 때까지 그대로 둬.”서연은 휴대전화를 끌어안았다.시준은 그녀의 눈물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서재로 향했다.서재 문이 닫힌 뒤 서연은 한동안 거실에 서 있었다.문틈으로 시준의 통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변호사와 경찰, 차량 감식이라는 단어가 간간이 들렸지만, 서연을 걱정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Weitere Kapitel
Entdecke und lies gute Romane kostenlos
Kostenloser Zugriff auf zahlreiche Romane in der GoodNovel-App. Lade deine Lieblingsbücher herunter und lies jederzeit und überall.
Bücher in der App kostenlos lesen
CODE SCANNEN, UM IN DER APP ZU LESEN
DMCA.com Protection Status